Special Report - 미국이냐 중국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Special Report - 미국이냐 중국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12월 6일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한국에 계속 베팅할 것”이라며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미국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미 동맹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의 재균형 정책은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 지지와 연관돼 있다. 게다가 향후 중국과 의 갈등 소지가 큰 민감한 사안이다. 바이든 부통령의 이런 표현은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확대해나가는 박근혜정부에 대한 경고로 풀이됐다. ‘미국이냐 중국이냐, 하나를 선택하라.’
이른바 ‘베팅 발언’이 문제가 되자 양국 정부는 “통역에 오해가 있었다”고 진화했다. 바이든이 원래 말 실수를 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는 ‘물타기 보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외교 수사로 적합하지 않았을 뿐 그게 미국의 본심일 지 모른다. 미국의 재균형 정책에 한국이 적극 동참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풀이하는데 무리가 없다.
중국이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하고, 미·중 간 동아시아 패권 경쟁이 가열되면서 우리나라는 ‘선택의 딜레마’에 빠졌다. 두 나라가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을 감안할 때 정치·외교 이슈가 경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문정인 연세대 정치학과 교수는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면서 경제는 중국에 기대는 ‘양다리 걸치기(double dipping)’ 전략이 현재로서는 가장 바람직해 보이지만, 과연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정치적으로는 자주국방의 의지를 분명히 하고, 한·미 동맹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중, 중·일 관계가 개선될 수 있도록 평화와 협력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맡고 나서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주변국들과의 선린, 균형 외교 전개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같은 처지에 있는 일본과의 공조도 마다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양다리 걸치기 전략 바람직하지만…한국이 전략적으로 미국·중국과 모두 가깝게 지내는 방법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이 미·중 등거리 외교를 공언하지만 이는 우리만의 이상향일 뿐 현실적인 처방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 중 택해야 한다면 동맹국인 미국 편에 서는 것이 맞다”며 “당장의 경제 발전보다는 국가 안보에 우선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끼칠 경제적 리스크를 감안해야 한다.
이 위원은 “중국은 정치·외교 문제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경제적인 타격을 입히는 나라”라며 “2006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체에 유해하다고 판단해 중국산 마늘 수입을 금지하자 중국이 한국산 휴대폰에 대한 전면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한 ‘농약마늘수입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공조하며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서서히 줄이는 방안이 그가 제시하는 처방전이다.
이 위원은 “일본은 이미 수년 전부터 중국 공장을 베트남·미얀마 등지로 옮기며 의존도를 낮췄다”며 “과거 우리가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다변화를 꾀했듯 중국과도 거리를 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경기가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점도 전문가들이 ‘아직은 중국보다 미국’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반면, 이태환 세종연구소 지역연구실장 겸 중국연구센터장은 “미국과 경제 협력을 더 강화해나갈 순 있지만 교역 규모 면에서 중국을 능가하긴 어렵다”며 “경제적인 문제로 한·미, 한·중이 부딪힐 일은 적기 때문에 ‘선택의 딜레마’에 빠질 거라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관계가 나쁘지 않고, 중국 시각에서 보면 한·미 동맹보단 미·일 동맹이 우려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한·미 동맹이 유지돼서 미국이 북핵 억제 효과를 주는 건 중국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라며 “다만 방공식별구역(ADIZ) 문제 등 미국·중국 간 분쟁이 발생할 때 한국 정부가 그러한 이슈 안에 갇히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한·미, 한·중 간 협력을 강화하는 일이 각종 이슈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중국이 이끄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사이에서 고심했다. 결국 무게의 추가 TPP로 쏠리면서 한국 정부는 11월 29일 TPP에 대한 관심을 처음으로 표명했지만 미국은 뜻밖에도 ‘참여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눈치를 보다가 지구상 가장 큰 규모의 FTA인 TPP에서 주도권을 놓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한국이 TPP 가입을 두고 갈팡질팡한 주된 원인은 중국이다. 중국이 TPP에 들어가있지 않는 상황에서 한·중 양자 협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지역통상팀장은 “최근에 1단계 협상이 마무리가 되었고, 중국도 TPP에 대해서 전보다는 누그러진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중국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며 “우리나라가 TPP에 들어가게 되면 오히려 중국이 한·중 FTA를 신속히 마무리할 수도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반면 우리의 가입 여부와 관계 없이 TPP 협상은 계속 진행되고, 기존 회원국이 합의한 내용은 그 이후 협상에 참여하는 국가들이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늦게 합류할수록 우리의 민감 산업에 대한 보호나 우리 산업의 이해를 협상에 반영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다.
김 팀장은 “우리 합류가 너무 늦어져서 우리가 참여하지 않았는데 TPP가 발효되거나 경쟁상대국들이 우리보다 먼저 TPP에 가입하면 수출에서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 TPP는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FTA와 다르게 개방수준이 거의 완전한 자유무역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 통합을 위해 2005년에 체결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 2005년 6월 뉴질랜드·싱가포르·칠레·브루나이 4국 체제로 출범했으며 2015년까지 모든 무역장벽을 철폐하는 게 목표다. 창설 초기 영향력이 미미했으나 미국이 적극적인 참여를 선언하면서 주목 받고 있다. 현재까지 캐나다·일본·필리핀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도 관심을 표명했다.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 아시아·태평양지역을 하나의 자유무역지대로 통합하는 ‘아세안+6’ FTA. 2015년 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동남아 10개국과 한·중·일, 호주·뉴질랜드·인도 등 16개국의 관세장벽 철폐를 목표로 하는 자유무역협정이다. 모두 참여할 경우 세계 최대 경제블록이 된다. 대외경제정책 연구원은 RCEP 체결 이후 10년 간 우리 경제가 194억 달러(약 20조원)의 이득을 얻을 것으로 추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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