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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THING - 장난감에 관한 15가지 단상

PLAYTHING - 장난감에 관한 15가지 단상

책과 공, 또는 오렌지 하나가 선물의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1959년 나온 바비 인형 1호



어린 시절 좋아했던 장난감을 기억하는가? 산타에게 갖고 싶다고 말한 뒤 마술처럼 짠 나타나 성인이 된 이후까지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선물 말이다. 또는 갖고 싶었지만 받지 못한 선물, 그리고 그로 인해 남은 공허감까지. 그 어린 시절 추억의 여운은 장난감이 단순한 재미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어린이 그리고 성인으로서 우리 삶의 근본적인 한 부분을 이룬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요즘 자녀에게 주는 선물에 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비싼 장난감을 사주는 사람이 너무 많다. 장난감의 중요성에 관한 단상들을 모아봤다.



1 완구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문화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과 직업선택의 토대를 이룬다. 물론 그 과정이 뚜렷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유명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자신의 건축학적 업적이 독일 발명가 프리드리히 프뢰벨이 개발한 아동용 나무 빌딩 블록 덕분이라고 말했다. 프뢰벨은 유치원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라이트의 아들 존은 링컨 로그(통나무 집짓기 블록)를 개발했다. 링컨 로그는 1918년 나무 소재로 개발된 뒤 1970년대 플라스틱으로 바뀌었다.



2 놀이는 “어린이와 시인이 야만인과 함께 집에서 어울릴 때를 말한다.” 근대 문화연구를 개척한 네덜란드 역사가 요한 하위징아가 1955년 말했다.



3 공·인형·풀토이(pull toys, 줄을 달아 끌고 다니는 완구) 등 일부 장난감은 만국 공통인 듯하다. 최소 1만1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 17세기 영국 철학자 존 로크의 자유사상은 미국 헌법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1600년대 알파벳 블록이 어린이들의 읽기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으로 목재 블록을 만들었다. 그뒤로 완구업계는 어린이들과 대화하는 법, 어린이들이 부모에게 완구를 사달라고 조르도록 만드는 법에 관한 노하우를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5 완구는 대규모 제조업을 이끈다. 그 산업은 100여년 전에는 독일이 지배했으며 오늘날엔 중국이 주도한다. 근대의 완구제조 관행은 미국 기업이 제품 디자인과 판매를 담당하며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 외주 생산하는 방식이다. 실상 제2차 세계대전 후 완구업계 창업자들이 이 같은 관행을 개척했다.



6 로크는 완구를 많이 사줘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어린이가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도록” 버릇을 들이기 때문이다. 연말연시에 아이들에게 선물을 한아름씩 안겨주는 풍습은 근대에 생겨났다. 1820년대 백화점이 생겨나면서부터다. 하지만 마케팅 관계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까지는 대체로 장난감을 많이 선물하지 않았다. 부잣집 아이들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레이철과 마리아 윌리엄스는 1850년대 뉴욕주 유티카에서 가장 큰 부잣집 딸들이었다. 공책에 해마다 받은 2~3개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록했다. “어떤 해엔 우아한 2층짜리 인형의 집을, 다음 해엔 장난감 석탄 양동이를 받았다.” 뉴욕 로체스터에 있는 국립 스트롱 놀이박물관의 장난감 학예사 크리스포터 벤슈가 말했다. 하지만 그 부잣집 딸들은 거의 어느 해나 “책·공·오렌지를 받았으며 그게 전부였다.”



7 한때 이국적인 과일이던 오렌지는 1890년대 성탄절에 미네소타주 디트로이트 레이크스 근처에 사는 가난한 노르웨이 이민자의 아홉 자녀 각자에게 주는 유일한 선물이었다. 여덟 명의 어린이는 받자마자 곧바로 먹어 치웠지만 가장 어린 코라 모켄은 앞치마 주머니에 넣어두고 하루 종일 어루만지며 그 감촉을 즐겼다. 그러면서 어떤 맛일까 상상하다가 오후 늦게야 눈 내린 벤치에 앉아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천천히 껍질을 벗겨 한 조각씩 음미했다.

할머니는 1950년대 성탄절 날마다 이 어릴 적 이야기를 내게 들려줬다. 그 과일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캘리포니아주 마을에 있는 할머니의 오렌지 농원에서였다. 그리고 어른이 되면 내 아이들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주겠다는 다짐을 받아냈다. 이는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선물이기도 하다.

전쟁 완구는 제2차 대전 말기부터 베트남전 때까지 크게 히트했으며 변함없이 인기를 모은다.


8 완구는 시대를 형성하고 또한 반영한다. 로크의 블록과 학식이 딱 들어맞듯이, 걸작 조립식 완구들인 링컨 로그, 팅커 토이, 금속 이렉터 세트의 등장 이후 한 세기에 걸쳐 교량·마천루 그리고 대교건설 붐이 이어졌다.



9 전쟁 완구는 제2차 대전 말기부터 베트남전 때까지 크게 히트했으며 변함없이 인기를 모은다. 하지만 빅 히트를 기록하는 일은 드물다. 1997년 스트롱 박물관에서 전시회 ‘미국과 냉전 완구의 로맨스(America’s Romance with Cold War Toys)’가 개최됐다. 각양각색의 군용 완구들이 전시됐다. 그중에는 베이킹 소다로 움직이며 물 밑으로 가라앉았다가 다시 떠오르는 욕조 잠수함도 있었다.



10 완구회사들은 남자아이들에게 무기 완구를 판매한 반면 여자아이들 앞에는 간편요리오븐과 꼬마숙녀전기 스토브를 늘어놓았다. 그리고 1950년대 인형들은 모두 흰색에 순결했다. 하지만 1959년부터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루스 핸들러가 릴리라는 플라스틱 인형을 모델로 한 바비를 선보였다. 작은 란제리 차림의 릴리는 독일 남성들에게 팔리던 인형이었다.

1967년에야 바비에게 처음 흑인 남자친구 프랜신이 생겼다. 바비는 요조숙녀와 페미니스트 양쪽으로부터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완구의 성상품화 위험에 관해 수많은 글이 쏟아져 나왔다. 한편으론 평등과 기회에 관한 신사고를 촉발했으며 그것은 지금까지 미국에 이어져 내려온다.



11 1970년대 나는 우리 집에서 바비 인형을 금지했다. 몇 십 년 뒤 어느 성탄절 날 만찬 때에야 장성한 자식들이 싱글거리며 진실을 털어놓았다. 내가 귀가하면 두 큰 딸이 바비 인형을 숨기곤 했던 것이다. 아이들의 침대가 항상 불룩해 보였던 수수께끼가 그제야 풀렸다.



12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밴쿠버에 있는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의 스티븐 클라인 교수는 자유 놀이시간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놀이는 어린이의 심리학적·사회학적 인격형성에 대단히 복잡하고 깊은 영향을 미친다”며 그는 덧붙였다. “놀이는 사실상 오늘날 후기 소비자본주의의 문화생활에서 핵심을 이룬다.”

로크는 어린이들이 노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할까 걱정했다. 반면 요즘엔 “지나친 과외 스케줄과 숙제 때문에 어린이들의 주당 놀이 시간이 20년 전에 비해 8시간이나 적다.” 컨설팅 업체 글로벌 토이 엑스퍼츠의 창업자 리처드 고틀리브를 비롯한 다수의 우려다. 따라서 놀면서 마음껏 상상의 날개를 펼칠 시간이 부족할지 모른다는 뜻이다.



13 오늘날 비디오 게임은 디지털 좀비들을 죽이는 어린이들이 폭력적인 어른으로 성장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새로이 촉발한다. 1950년대 남아도는 군복을 착용한 사내아이들이 뒷마당에서 상상의 나치들을 상대로 벌이는 전쟁놀이를 부모들이 걱정하던 격이다. “19세기에 소설이 인기를 끌자 아이들이 항상 방 안에 틀어박혀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을까봐 부모들의 걱정이 태산 같았다.” 비디오 게임에 관한 우려는 그때와 다를 바 없다고 고틀리브가 말했다.



14 갤럽 조사에 따르면 2013년 미국인들이 크리스마스 선물 구입에 지출하는 평균 금액은 773달러다. 2012년보다 61달러 줄었다. 선물에 1000달러 이상 지출하는 사람의 비율은 2012년 30%에서 2013년 26%로 감소했다.



15 요즘 물가를 기준으로 할 때 2013년 크리스마스 선물 구입비의 평균 지출액은 1999년 평균 1249달러보다 38% 낮다. 2013년은 1999년 이후의 모든 성탄절 중 가장 인색한 해로 기록된다. 대불황이 덮쳤던 2008년(828달러)과 2009년(858달러)을 예외로 할 경우다. 경제정책에 관한 한 2000년대 이후론 미국인들이 나쁜 짓을 많이 했다고 산타가 생각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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