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S CASTAWAY - 망망대해에서 1년 이상 표류하며 생존할 수 있을까
- FEATURES CASTAWAY - 망망대해에서 1년 이상 표류하며 생존할 수 있을까

“과들루프 부근의 마리-갈랑트섬 해변에 올라간 지 약 30분만에 부모님은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스티븐 캘러핸이 1982년 고무 구명정을 타고 76일 동안 표류한 끝에 다시 뭍에 처음 닿았을 때를 돌이켰다.
“말은 놀랍게도 빨리 퍼진다. 며칠 만에 나는 전세계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았다. 출판사들은 내 이야기의 독점 출판을 원했다. 그런 일이 미국의 집에 도착했을 때도 계속 됐다. 그러다 곧 내 사건을 담당한 해양경비대원과 언쟁을 벌여야 했다. 갑자기 언론에서 나에 관한 이야기가 바뀌었다. 내 이야기가 거짓말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의사전달과 그럴 듯한 이야기에 근거한 판단이었다.”
캘러핸은 바다 조난 소식에 대한 이런 반응을 수차례 목격했다고 말했다. “우리같은 사람은 일시적으로 영웅이 됐다가 곧 사람들은 ‘아니 잠깐. 뭔가 수상해. 그 사람의 주장이 과연 사실일까?’라고 말한다. 거짓말을 입증하기는 어렵지만 진실된 해명은 종종 훨씬 더 터무니없이 들린다.”
캘러핸의 1986년 회고록 ‘표류: 바다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Adrift: 76 Days Lost At Sea)’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36주 이상 올랐다. 그는 자신이 반짝 명성과 출판 계약을 위해 유일한 소유물이던 보트를 침몰시키고, 바닷물 때문에 온몸의 발진으로 고통 받고, 몸무게의 3분의 1을 잃은 무모한 젊은이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는데 한참 걸렸다.
따라서 호세 살바도르 알바렝가 같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 캘러핸은 일단은 믿어주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알바렝가는 지난 1월 30일 마셜제도의 뭍으로 올라와 무려 14개월 동안 표류했다고 주장했다.
알바렝가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거의 모든 사람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 이야기는 멕시코의 작은 어촌 코스타 아줄이라는 아주 뜻밖의 장소에서 시작한다. 겸손하고 몸이 퉁퉁한 알바렝가는 동료 상어잡이 어부들에게 ‘라 찬차(La Chancha, ‘돼지’라는 뜻)’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러나 그가 2012년 말 어느 시점에 태평양 속으로 사라지기 전 거의 10년 동안 그의 모국 엘살바도르에서는 친구와 가족들이 그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그가 1월 30일 코스타 아줄에서 1만여㎞ 떨어진 산호섬 에본에 기적적으로 도착하기 전까지 1년 이상 아무도 그의 소식을 알지 못했다.

확인된 정보는 거의 없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것은 섬주민들이 1월 31일 아침 누더기가 된 속옷 차림의 이 37세 남자를 발견했다는 사실이다. 산호섬 에본에서 인류학 관련 연구를 하는 한 노르웨이 학생은 알바렝가의 약 7m 길이 섬유유리 보트를 해변에서 봤다고 말했다. 그 보트는 따개비로 덮여 있었고 거북이 사체, 물고기 잔해, 새 새끼가 어질러져 있었지만 어구는 보이지 않았다고 그는 말했다.
알바렝가는 나중에 기자들에게 거북과 바닷새, 물고기를 잡아먹고 빗물이 없을 때는 거북과 바닷새의 피와 자신의 소변을 마시며 살아 남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에제키엘 코르도바 바라다스(24)로 확인된 동료는 그런 식으로 연명하는 데 적응하지 못해 약 4개월 만에 숨졌으며 그 시신은 바다에 던져졌다.
멕시코 당국은 알바렝가가 코스타 아줄이 위치한 치아파스주에서 10년 이상 거주했다고 확인했다. 또 치아파스주의 시민보호국은 2012년 11월 항공기와 보트를 동원해 두 사람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비판자들은 그 이야기에 앞뒤가 맞지 않는 점이 너무 많다며 믿으려 하지 않는다.
우선 알바렝가는 처음 공개된 사진들에서 1년 이상 흔들리는 보트에서 혼자 지냈다고 보기에는 너무 건장한 모습이었다고 그들은 말했다. 통통한 볼과 햇볕에 타지 않은 피부는 어구도 없고 먹을 음식도 전혀 없이 뜨거운 열대 태양 아래서 14개월을 보낸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고 그들은 지적했다.
마셜제도의 지 빙 외무장관 대리도 “믿기 어려운 이야기처럼 들린다”고 말했다. “나로선 믿을 수 없다.” 그가 AP 통신에 한 그 언급으로 논란이 더 커졌다. “우리가 그를 봤을 때 그는 과거의 다른 조난 생존자들에 비해 그렇게 야윈 상태가 아니었다.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
그의 이야기가 널리 퍼지면서 어떤 사람들은 알바렝가의 경우와 2006년 8월 마셜제도 근해에서 대만 어선에 의해 발견된 멕시코 상어잡이 어부 3명의 경우가 너무 비슷하다며 모방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루치오 렌돈, 살바도르 오르도네즈, 예수스 에두아르도 바다냐는 9개월 동안 표류하면서 물고기, 거북, 갈매기를 잡아먹고 지냈으며 알바렝가처럼 다른 동료 두 명이 숨진 후 생존의지를 가지려고 신에게 기도했다고 말했다.
2006년에 일어난 그 사건은 전개 과정만이 아니라 언론이 반응한 방식도 알바렝가의 경우와 놀랍도록 비슷했다. 그 세 명은 자신들의 주장에 대한 신빙성을 두고 많은 사람의 의심을 받았다. 선정적인 언론의 보도는 고정관념으로 가득했을 뿐 아니라 어떤 경우는 그들을 마약밀매자, 식인종, 살인자로 묘사했다. 그들은 그런 사실을 맹렬히 부인했다. 알바렝가에 관한 보도도 거의 마찬가지다.
지난 10년 동안 멕시코에서 태평양을 가로질러 마셜제도까지 갔다고 주장한 이들 4명의 산발적이고 때로는 믿기 어려운 증거들을 감안할 때 우리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무엇일까? 그 전부가 거짓말일까? 알바렝가의 지나치게 긴 생존 이야기가 이전의 조난사고를 모방한 것일까? 그가 그런 조난사고를 모방해 일을 꾸몄다면 지난 14개월을 그는 어디서 보냈을까? 어쩌면 그 답의 일부는 과학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거대한 해류, 작은 보트, 소형 생태계에릭 반 세빌은 영국 뉴사우스웨일스대의 해양물리학자로 태평양의 해류를 연구한다. 그는 해양학의 관점에서 볼 때 알바렝가의 이야기가 확실히 가능하다고 믿는다. “열대 태평양의 해류를 타면 멕시코에서 마셜제도까지 1년이나 2년 사이에 갈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반 세빌은 그처럼 기간의 차이가 큰 이유는 바다가 단순한 강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다는 끊임없이 소용돌이치는 심한 혼돈 상태다. 따라서 순풍이냐 역풍이냐 출발 시점이 어떤 계절이냐 등 여러 요인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반 세빌의 주된 관심은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가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the Great Pacific Garbage Patch)’에 어떻게 닿는지 추적하는 것이다. 그는 플라스틱 봉지가 멕시코 해안에서 마셜제도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약 1.5년이라면 보트는 약 13~14개월 만에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알바렝가의 주장과 일치한다.”
그러나 보트가 태평양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그와 거의 비슷한 기간에 이동할 수 있다고 해도 그런 사실 만으로는 14개월 동안 그 보트에서 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해양 생존법을 가르치는 호주 퀸스랜드의 ‘스테잉 얼라이브 서바이벌 서비스(Staying Alive Survival Services)’ 책임자 닉 브루먼스에게 문의했다.
그는 적도 지역의 태평양에서는 생존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육지에서 사막 생존과 적도 정글 생존이 큰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라. 일부 지역은 자연적으로 사람이 살기에 더 낫다. 바다도 마찬가지다. 물론 생존이 분명히 어려운 곳이 있지만 우리가 말하는 태평양 지역은 비와 바다거북, 바닷새가 아주 많다.”
브루먼스는 알바렝가의 보트가 하나의 작은 생태계처럼 기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처럼 따뜻한 바닷물에서는 보트 아래 작은 물고기가 꼬이고 큰 물고기도 그곳을 자주 찾는다. 또 바닷새도 보트를 쉼터로 사용하며 그곳에서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따라서 보트는 자체적으로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어낸다. 그런 상황에서 먹을 거리를 구하기는 쉽다.”
브루먼스는 직감적으로 말하자면 알바렝가가 방수포나 돛 같은 것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고 빗물을 모으는 수단이 있었다면 그의 이야기가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물론 밝혀져야 할 의문 몇 가지가 있긴 하다.” 그는 다른 사람들도 근래 역사와 태평양 섬 탐험 시기에 비슷한 항해를 견뎌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콜롬부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이전에 태평양 제도민들과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접촉했다는 이론은 한때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치부됐지만 근년 들어 칠레와 남캘리포니아에서 여러 고고학적인 발견이 이뤄지면서 신빙성을 얻고 있다. 사회적 통념에 따르면 인류는 수천 년 전 시베리아에서 알래스카까지 얼음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에서 발견된 독특한 8세기 폴리네시아 커누 제조기술과 칠레에서 발견된 14세기의 닭뼈 더미, 그리고 폴리네시아인들과 칠레 원주민 마푸체족 사이의 놀랍도록 유사한 언어와 문화 등을 감안하면 레이프 에릭손(아이슬란드 태생 탐험가로 바이킹 시대에 북아메리카를 최초로 발견했다고 한다)이나 크리스토퍼 콜롬부스보다 훨씬 오래 전에 폴리네시아 탐험가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 서기 1000년께 아메리카산 감자가 멀리 떨어진 남태평양 쿡제도에도 심어졌다는 증거는 당시 기술이 거의 없는 탐험가들이 남미에 갔다가 작은 보트를 타고 표류해 의도치 않게 태평양을 건너 폴리네시아에 도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현대판 조난자들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알바렝가의 믿기 어려운 여정이 지구상의 가장 장대한 이주 항로 중 하나를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더구나 그의 기적적인 생존(1942년 남아공 앞바다에서 배가 난파하는 바람에 혼자 보트를 타고 아마존강 입구까지 흘러간 이전 기록 보유자 푼 림의 경우보다 259일이 더 걸렸다)이 진정 유례가 없는 일일까?
스티븐 캘러핸은 이렇게 말했다. “사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보다 더 오래 표류하고, 때로는 아예 돌아오지 않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없다. 이런 일이 우리가 알기보다 훨씬 많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라 찬차’가 거대한 태평양 한가운데서 작은 땅도 밟지 못하고 섬유유리로 제작된 작은 보트를 타고 자신의 주장대로 그토록 오래 생존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을지 모른다. 또 어쩌면 진짜 허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가 가능성의 영역 안에 있다고 믿을 이유가 충분해 보이기 시작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하이브-민희진 260억 풋옵션 대금 '뉴진스 빼가기' 공방 격화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초비상! KIA 또 부상자 발생..이번엔 윤도현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삼천피 넘는다" 흥분한 개미들, 뭉칫돈 들고 '빚투'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엠플러스자산운용 매각 결국 불발…"수의계약 전환 고려"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애드바이오텍, 3거래일 연속 上...제넨바이오는 195% 급등[바이오맥짚기]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