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 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 다자이 오사무作 『인간실격』의 ‘거래비용’
- Management | 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 다자이 오사무作 『인간실격』의 ‘거래비용’

뭘 하던 시니컬한 사람이 있다. 무엇을 생각하든 냉소적인 사람이 있다. 아무리 그런들 『인간실격』의 주인공, 오바 요조 만한 인물이 있을까. 요조에게 삶은 성가신 존재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행복’이라는 것은 거추장스럽다. 인간이 두렵다. 욕을 들으면 행복한데 칭찬을 들으면 불쾌하다. 절교를 당하면 행복한데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면 끔찍하다. 자학적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은 1940년대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낸 이후 그는 자살했다. 오사무는 네 번 자살을 시도했고 다섯 번째 성공했다. 그의 나이 서른 아홉 때였다. 숫제 자살을 위해 살아온 인생처럼 보인다.
다자이 오사무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장 존경하는 작가다. 이 작품은 1945년 패망 이후 공황상태에 빠진 일본 청년들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퇴폐의 미’, ‘파멸의 미’가 있다고도 했다. 퇴폐와 파멸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것은 ‘데카당스’다.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시작돼 유럽 전역으로 전파됐다.
일본 데카당스 문학의 대표작세기말적 문학에서 종종 드러나는데 악마주의·상징주의로 표현된다. 로마제국 말기 퍼진 병적이고 향락주의적인 문예풍조다. 해서 이 작품은 일본 데카당스 문학의 대표작이라고도 부른다. 한국 문학에서는 이상의 『날개』가 닮은 구석이 있다. 이 작품은 세 편의 수기로 구성돼 있다.
요조의 유년기는 안락했다. 10명 가족 중 막내였고, 배고픔이라는 것을 몰랐다. 지방의원인 아버지는 도쿄를 다녀올 때마다 자식들에게 풍성한 선물을 줬다. 하지만 요조는 이런 풍요로움이 불편하다. 공부를 잘해서 존경을 받는 것이 싫었고, 여자들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 싫다. 인간에 대한 공포, 자신에 대한 불안감, 언제나 주변을 떠나지 않은 우울함과 긴장감. 그런 자신을 남에게 보여주지 않기 위해 그는 ‘익살’로 자신을 포장한다. 장난꾸러기인 것처럼 가장해 다른 사람들을 웃겨주기로 했다.
요조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여자들은 요조의 익살을 사랑한다. 요조의 침울함도 사랑한다. 요조는 ‘얼굴을 들여다보면 뭔가 해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얼굴을 가졌다. 요조는 도쿄의 고교에 입학해 미술학도인 호리키를 만난다. 호리키 덕에 요조는 술·담배·창녀 그리고 좌익사상의 세계에 진다. 술·담배·창녀는 인간에 대한 공포를 잊게 만드는 존재다.
마르크스 경제학은 국가가 금지한 ‘비합법’이 좋았다. 좌익운동동지와 잠자리를 가진 뒤 요조는 본격적인 난봉꾼으로 변해간다. 이어 카페 여급인 쓰네코와 만나지만 둘은 삶의 허무를 느끼며 자살을 시도한다. 쓰네코는 죽고 요조는 살아남는다. 잡지사 여기자인 시즈코와 동거하고, 스탠드바 마담과도 산다. 그러다 바 건너편 담배가게 아가씨 요시코와 관계를 가진 뒤 그녀와 결혼한다. 하지만 결혼 뒤 ‘행복’한 삶은 오래가지 못한다.
요조가 타락의 길로 떨어지기 직전, 막을 길은 있었다. 쓰네코와의 자살이 미수에 그친 직후다. 요조는 아버지의 부하 직원이었던 넙치(시부타)의 집에 머문다. 몇 달 뒤 넙치가 요조에게 묻는다. “이제부터 도대체 어떻게 하실 작정입니까?” 넙치는 신중하게, 상대를 고려하며 에둘러 질문했다. 여기서 오해가 생겼다. 요조는 넙치가 자신의 집에서 나가라는 신호로 해석했다. 요조는 가출한다. 호리키 집에서 만난 사람이 시즈코다. 시즈코와 동거를 하면서 요조의 삶은 되돌릴 수 없는 파멸에 이른다.
요조는 뒷날 회고한다. “넙치가 신중한 척 괜히 둘러 말했기 때문에 묘하게 일이 틀어져서 제가 살아갈 방향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 겁니다. 돈은 고향에서 보내주기로 되어 있다고 왜 한마디 해주지 않았을까요. 그 한마디에 따라서 제 마음도 결정되었을 텐데.”
아버지의 진의가 왜 요조에게 전달이 안 됐을까. 경제학으로 보자면 ‘거래비용’이 너무 컸다. 요조의 아버지는 요조에게 생활비를 주고 훈계를 하기 위해 부하 직원 넙치를 통했다. 갈라질대로 갈라진 부자 간에 직접 대면은 어려웠을 테다. 여기서 두 사람 간 큰 거래비용이 발생했다.
거래비용이란 거래를 할 때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말한다. 수수료가 대표적이다. 자동입출금기에서 돈을 뺄 때 일정 부분의 수수료가 붙는 것은 금전 거래의 거래비용이다. 거래비용은 넓게 보자면 거래에서 발생한 시간과 노력 등이 모두 포함된다. 아버지가 직접 “네가 열심히 공부만 하면 생활비는 내가 책임지겠다. 돈을 함께 보낸다”라는 내용을 전보로 보냈다면 소액의 전보요금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넙치에게 돈을 전달하고, 넙치가 요조에게 전달하기까지 시간이 발생했다. 넙치가 요조에게 요조 아버지가 부친 돈을 그대로 다 전달했는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거래비용이 발생한 것은 넙치다. 넙치는 성실한 메신저가 아니었다. 한때 요조 아버지의 충직한 부하였지만 요조 집안이 기울어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어느새 거만해진 인물이었다. 요조 아버지가 말하고자 했던 100% 중 70%만 요조에게 전달이 됐다면 이때 상실된 의미 30%도 거래비용이다. 요조는 넙치의 말을 오해해 가출해버렸다. 요조 아버지의 의사는 전달이 전혀 안 됐을 뿐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거래비용이 거래에 따른 수익을 넘어서 버린 것이다.
거래비용은 영국 경제학자인 로널드 코스가 제안한 이론이다. 코스는 ‘기업이 왜 존재할까’라는 데 의문을 품었다. 기업의 본질을 찾던 그는 ‘거래비용’이라는 개념에 주목했다. 모든 거래에는 거래가 성사되기까지 비용이 드는데 경제주체들은 이것을 줄이는 쪽으로 움직인다. 기업은 그 비용을 줄이기 위해 만든 조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개인이 신발을 만든다고 생각하자.
디자인을 구상하고, 원재료를 사고, 신발을 만든 뒤 판매한다. 각기 공정별로 사전조사를 하고, 가격흥정을 한 뒤 구매하고, 생산을 한 뒤 결과에 대한 품질을 평가한다면 매 단계마다 노력과 시간이 많이 든다. 하지만 ‘기업’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조직 내에 역할을 분담하면 시간과 가격을 절약할 수 있다. 대량의 원재료를 구매하니 원재료 구입비가 싸질 테고 한번의 광고로 대량 생산된 제품을 광고할 수 있으니 생산품 1개당 광고료는 낮아진다.
요조의 아버지가 직접 요조를 찾았다면…경제주체들은 ‘기업’이라는 조직을 만드는 것 외도 거래비용을 아끼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 냈다. 구멍가게 대신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직구(직접 구매) 등의 형태가 출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온라인과 직구를 통해 구매한 제품 중에 불량품이 많거나 환불이 불가능하다면 싸고 구매가 쉬운 것은 더 이상 매력이 될 수 없다. 문제가 생겼을 때 발생할 잠재적 거래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판매자와 얼굴을 대면할 수 있는 구멍가게가 더 선호될 수도 있다.
요조의 아버지는 고민했을 것이다. 당신이 직접 요조를 찾아 훈계할 것이냐, 전보나 편지를 통해 훈계할 것이냐, 부하 직원인 넙치를 통해 훈계할 것이냐 등을 놓고서다. 거래(요조에 자신의 진의 전달) 성사를 위해 드는 금전적 비용, 시간, 의사 전달력 등을 골고루 따져봤을 터이고 이 중 거래비용이 가장 작은 것을 택했다. 그것이 넙치를 통하는 것이었지만 결과는 대실패였다. 넙치는 엄청난 거래비용을 유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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