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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주가 열전-가구 업계 후발주자

라이벌 주가 열전-가구 업계 후발주자



가구시장 경기는 건설업의 부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건설사들이 주택을 많이 지으면 내부공간을 채울 가구 수요가 증가하지만 건설 경기가 나빠지면 덩달아 가구업도 침체에 빠진다. 최근 4년 간 극심한 불황에 시달린 건설업과 함께 가구업도 사‘ 양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그동안 가구업의 선발주자들이 줄줄이 낙마했다. 2011년 우아미가구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이어 건설사 가구 분야에 강점을 지녀온 파로마와 파셰도 지난해 문을 닫았다. 또 왕년의 1위 가구업체인 보루네오는 2012년 2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며 지난해 상반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레이디 가구는 상장 폐지 되는 아픔을 겪었다. 2008년 10조원에 달하던 가구시장 규모도 지금은 7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우아미·레이디·파로마가구 등 선발주자 몰락그러는 사이 시장엔 판도변화가 일어났다. 선발주자들이 물러난 자리를 후발주자들이 꿰차기 시작했다. 한샘·현대리바트·에넥스가 그들이다. 선발과 후발의 엇갈린 운명은 시장 접근방법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선발주자들은 ‘생산’에만 집중하다 건설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반면 후발주자들은 ‘유통’ 쪽에 방점을 찍으며 소나기를 피해갔다. 가구업종은 사양산업으로 치부될지 몰라도 가구시장은 우리 생활과 깊이 연관돼 있다. 절대 사라질 수 없는 시장인 것이다. 대신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활용하는 자만이 생존을 허락 받는다.

최근 2~3년은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이 매매 중심에서 전·월세로 옮겨간 시기였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주택 수요가 급감해 매매거래가 크게 위축됐다. 그러나 집을 소유한 사람들은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기보다는 살고 있는 집을 리뉴얼하거나 내부를 꾸미는 데 더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집을 공급하는 건설사들 역시 생각을 바꾸었다.

다른 경쟁업체보다 집을 더 잘 팔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인테리어를 차별화해야만 했다. 부엌가구는 물론 창틀·바닥재·몰딩까지 많은 부분을 고급화했다. 후발주자들의 성장세는 주택 소비자와 공급자 시장의 변화를 동시에 간파하고 대응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중에서도 한샘이 가장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한샘은 지난해 가구 업계 최초로 매출과 시가총액이 1조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도 795억원으로 전년 대비 68.1%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주가도 지난해부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4월23일 현재 8만8200원으로 1년 전 2만7500원보다 220.7%나 상승했다. 2002년 상장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4월15일엔 증시를 깜짝 놀라게 한 실적이 나왔다.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비 40% 증가했다. 이는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1분기가 가구 업계의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과다.

또 다른 가구업체 현대리바트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영업이익 128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300% 이상 늘었다. 매출은 5546억원으로 전년보다 10% 가량 올랐다. 주가도 1년 동안 7790원에서 1만7400원으로 123.3% 상승했다.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530억원, 6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2.7%, 743.3%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에넥스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30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주가도 지난해 500~600원의 박스권에서 탈피해 최근 1710원까지 치솟았다. 이 회사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 625억원, 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 71.9% 오른 양호한 실적을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3사의 고속성장의 비결은 유통망 개척이다. 가구를 만드는 데 집중하기 보다는 소비자의 구미를 당기는 인테리어와 유통네트워크를 앞세운 마케팅 강화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한샘의 경우 전체 매출 중 80%에 가까운 제품을 벤더로부터 매입한다. 제조회사라기보다는 유통회사란 이름이 더 어울리는 이유다.

한샘의 유통전략 핵심은 유통점의 고급화와 대형화다. 우선 부엌용 가구부터 장롱·소파·침대 등 인테리어 가구까지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도록 매장 규모를 크게 확장했다. 부엌가구와 인테리어 가구 대리점 네트워크는 수적으로 경쟁업체에 비해 2배 이상이다. 오는 2020년까지 전국적으로 플래그숍 매장을 2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상품 전시 위주의 매장 구성 방식을 인테리어 중심으로 바꿔나갈 방침이다. 경쟁사 직매장의 영업면적이 1000~1650㎡에 불과한 데 반해 한샘 직매장은 5000~6600㎡에 달한다.

현대리바트는 최근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리바트란 이름 대신 현대리바트로 간판을 바꿔 달아 고객 신뢰도와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나섰다. 업계에선 사명 변경이 매출 견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브랜드 입지가 더욱 공고해진 리바트는 모든 가구 부문에서 맞춤 제작 주문을 강화하고 리모델링 수요 증가를 고려해 향후 매장을 10개 추가 출점할 계획이다. 아울러 올해 대형 직영점인 ‘스타일숍’을 추가 개설하고, 현대백화점 입점 등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에넥스는 2009년까지만 해도 건설사용 특판 매출 비중이 70%에 달했다. 지난해부터는 이 비중을 53%까지 낮추고 일반 소비자용 매출을 크게 늘렸다. 대리점 및 직영점, 홈쇼핑, 무점포 매장 등의 유통채널을 활용한 게 매출 확대에 기여했다. 최근엔 미국 내 6년 연속 매출 1위를 자랑하는 가구 브랜드를 전략적으로 들여와 소비자를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들 3사의 실적 전망도 장밋빛 일색이다. 비성수기인 1분기에도 실적이 호조를 보였는데, 본격적으로 가구 수요가 늘어나는 2분기부터는 성장동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이케아의 국내 본격 진출이 변수키움증권은 한샘에 대해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32%씩 늘어난 1조3200억원, 1053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10만7000원을 목표주가로 제시했다. 흥국증권은 리바트의 올해 영업이익률을 지난해보다 1.7%포인트 개선된 4.4%에 이를 것이라며 목표주가 1만5000원을 유지했다. 그러나 앞으로 주가 추이를 봐 이를 상향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나대투증권은 에넥스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2877억원, 96억원으로 예측했다. 목표주가는 2200원.

물론 세계적 가구 기업 이케아의 국내 진출을 앞두고 있어 시장잠식의 우려도 없지 않다. 1년 매출만 국내 시장의 5배가 넘는 40조원에 달하는 이케아가 한국 영업을 시작하면 가구 업체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케아는 올 하반기 경기도 광명에 1호호점을 여는 데 이어 경기도 고양시와 서울 강동구에 2, 3호점 설립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국내 가구업체들의 주가가 올 들어 오르는 것을 봐선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시장 평가다. 국내 업체들이 신규 주택시장 등 외국기업이 파고들 수 없는 고유한 영역을 갖고 있고, 매장 대형화 등으로 충분한 방어능력이 생겨 이케아의 등장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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