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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VATION - 약이 소프트웨어와 만나 똑똑해진다

INNOVATION - 약이 소프트웨어와 만나 똑똑해진다

복용자의 생체 정보를 측정해 약의 효과를 높이는 드러그웨어가 등장한다



얼마 뒤에는 시알리스(발기부전치료제) TV 광고가 바뀔지도 모른다. 희끗희끗한 머리에 탄탄한 몸매를 가진 남자가 카메라를 보며 진지하게 말한다. “의사가 처방해준 알고리즘이 샤워 중인 아내를 놀라게 하기에 가장 적당한 때를 내게 알려줍니다.”

알약이 똑똑해지려는 참이다. 그에 따라 약의 가치와 효능이 크게 향상될 듯하다. 역사적으로 알약은 항상 멍청했다. 복용자가 어떤 사람인지, 약효가 있는지, 또는 복용자가 빠뜨리지 않고 처방대로 먹기만 하면 효과가 있을지 전혀 모른다.

알약이 똑똑해지기 위해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한 건 아니다. 가령 삼킬 수 있는 컴퓨터 칩과 무선 송신기로 무장할 필요는 없다. 대신 앞으로 몇 년 뒤 처방을 받을 때는 약 통 외에 소프트웨어가 딸려 오게 된다. 휴대전화, 손목 모니터, 네트워크 연결 욕실 체중계, 심지어 디지털화된 식탁 포크에서 보내는 생체 데이터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다. 약이 잘 듣는지 그리고 의사가 투여량을 조정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려는 목적이다. 소프트웨어는 그 모든 데이터를 앱으로 전송한다. 복용자가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하려는 취지에서다. 복용자가 차도를 직접 확인할 경우 계속 약을 복용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지금껏 약은 제약회사의 최종 제품이었다. 앞으로는 약이 드러그웨어(drugware)에 더 가까워질 전망이다. 복용자를 건강(wellness)으로 인도하려 고안된 해법의 일부다. 소프트웨어가 없는 약은 평범한 외출복 차림의 레이디 가가(파격적인 패션으로 유명한 가수)처럼 어색해 보이게 된다.

“결과물을 판매하려는 아이디어다.” 메디데이터 솔루션의 공동창업자 글렌 드 브리스가 말했다. 임상실험의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회사다. 신약을 테스트할 때 수많은 환자와 의사가 보내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류한다. 그런 실험에서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진다. 드러그웨어를 어떻게 개발할지에 관한 아이디어 중 일부는 거기서 나온다며 드 브리스가 덧붙였다. “업계에서 약과 알고리즘의 결합을 조심스럽게 실험하는 중이다.”

이는 많은 당뇨병 환자가 이용하는 자동 인슐린 펌프 같은 기존 장비들과는 다르다. 그런 기기들은 수치를 판독한 뒤 자동적으로 인슐린을 투여한다. 일부는 글루코스 수치 데이터를 앱에 전달한다. 하지만 이들 기기는 신체 동작을 자동화하려는 취지다. 미래의 드러그웨어는 복용자의 건강 관련 정보를 증강하는 목표를 갖게 된다.

드릴을 구입할 때 실상은 드릴을 원해서가 아니라 구멍을 뚫으려는 목적이라는 고전적인 통찰과 비슷하다. 병자들은 꼭 약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단지 건강이 좋아지기를 원할 뿐이다. 약품에서 드러그웨어로의 전환은 건강의료의 주요한 인식전환을 이루게 된다.

몇 가지 요소가 이 같은 추세를 견인한다. 하나는 첨단기술 업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건강관련 기기와 앱이다. 우리가 전에는 알지 못했고 알고자 하지도 않았던 개인적인 데이터를 제공한다.

예컨대 위팅스는 150달러짜리 체중계를 제조한다. 체중 측정 외에 훨씬 더 많은 기능을 갖고 있다. 그 위에 올라서면 심장박동수와 체질량지수를 기록한다. 덤으로 실내의 공기 질까지 측정한다. “언제 환기할지 알려준다”고 위팅스는 주장한다. 이들 저울이 보통 욕실에 놓이기 때문에 당혹스러운 기능이 될 수도 있겠다.

이 저울은 모든 데이터를 스마트폰 앱으로 전송한다. 앱은 그 정보를 분류하고 도표화한다. 그밖에 온갖 종류의 기기들이 건강과 활동 지수를 표시한다(운동량 측정장치 핏비트와 수면 패턴을 추적하는 앱들). 하지만 새 기기들은 훨씬 더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 3월 바이털 커넥트사는 일회용 반창고 크기의 가슴에 부착할 수 있는 패치를 선보였다. 심박수와 호흡수, 피부 온도, 몸의 자세, 발걸음, 심지어 스트레스 지수까지 파악할 수 있다. 같은 달, 피부에 붙이는 바이오스탬프(Biostamp)라는 센서도 공개됐다. 한국과 텍사스에서 근무하는 연구원들이 제조업체 MC10과 함께 개발한 작품이다. 이 패치는 이용자의 피부와 근육 데이터를 수집해 파킨슨병의 발생을 추적할 수 있다.

지금은 바이오 기기들이 보통 자체적인 폐쇄 앱으로 데이터를 보낸다. 메디데이터 같은 회사들은 개인용 기기의 데이터를 소프트웨어로 보내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약과 연계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물론 기기 착용자의 허가를 전제로 한다.

드러그웨어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요인은 기술뿐이 아니다.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법)도 일익을 담당한다. 앞으로는 환자가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할 때 의사들이 더 많은 소득을 올리게 된다. 약품 앱이 효과가 있다면 의사들은 분명 그 앱을 처방하게 된다.

드러그웨어가 모두의 건강의료 비용을 줄여줄지도 모른다. 2013년 조사에 따르면 장기 복용이 필요한 환자 중 절반가량만 약을 복용한다.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결국 병세가 더 악화된다. 업계 전문용어를 빌리자면 복약 불이행(medication nonadherence)이 미국의 건강의료 비용에 1000억 달러 안팎의 추가 부담을 안겨준다.

드러그웨어의 한 가지 장점은 전후 사정을 이해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단순히 약을 복용하도록 유도하는 차원을 넘어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건강회복에 체중감량이나 절주가 필요할 경우 앱이 그런 문제도 추적할 수 있다. 실제로 환자가 처방을 따르고 경과를 추적하도록 돕는 앱이 물리치료에 수반될 가능성이 크다.

드러그웨어의 또 다른 원동력은 제약회사 입장에서의 경제성이다. 그들은 약에 덧붙여 앱과 지속적인 디지털 서비스를 판매하고 싶어한다. 약에 앱을 결합하면 만료 시점이 가까워진 약의 특허를 경신할 수 있다. 어떤 식으로든 “약에 앱을 결합하면 약의 가치가 오른다”고 드브리스가 말했다.

대형 제약회사들도 최근 약품의 디지털화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머크는 2년 전 브리 헬스라는 사업부를 창설했다. “기술 호환 서비스”를 탐구하려는 의도다. 지금껏 브리는 의사들이 환자 진료를 추적하도록 돕는 기술을 개발해왔다(환자용 앱이 아니다). 대규모의 드러그웨어 개발 계획을 발표한 대형 제약회사는 아직 없다.

이 같은 아이디어는 아직 지극히 초기 단계다. 규제당국도 어느 단계에 개입해야 할지 잘 파악하지 못할 정도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가을 이른바 모바일 의료 응용 지침(Mobile Medical Applications Guidance)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 문서는 기본적으로 FDA가 앱을 계속 예의 주시하겠다는 요지다. 그리고 “주효하지 않을 경우 환자들에게 더 큰 위험을 안겨주는 앱”이나 심박조율기(pacemakers) 같은 의료장비에 연결되는 앱에만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한다.

FDA가 약과 함께 쓰이는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를 규제하기로 결정할 경우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듯하다. 처방 앱이 새로 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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