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세 인상으로 요동치는 日 유통업계 - 가격 더 내리는 할인점 전성시대 열려
- 소비세 인상으로 요동치는 日 유통업계 - 가격 더 내리는 할인점 전성시대 열려

“지금껏 없었던 무법천지의 시대가 개막했다.” 일본 할인점 업체 돈키호테홀딩스의 야스다 타카오 회장은 4월 소비세증세를 ‘비즈니스 기회’라고 말했다. 가격이 오를 때야말로 할인점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기회라는 것이다. 고급 명품부터 가전·식품까지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 돈키호테는 일본 내 약 280개 점포를 가지고 있다. 독자적인 유통망을 통해 조달한 상품들을 깜짝 놀랄 만큼 싼 가격에 판매한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 유통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24분기 연속으로 이익이 증가했다.
돈키호테홀딩스 “이익 토해내겠다”그런 돈키호테가 “소비세 증세 후 반드시 이익을 토해내겠다”고 밝혔다. 최근 수익률 개선을 추진해온 돈키호테는 소비세 증세 후 보다 낮은 수준의 ‘저가’를 선보일 방침이다. 다카하시 미츠오 돈키호테 CFO는 “매출 감소를 감수하고서라도 증세분인 3% 이상 가격 인하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스스로의 판매 수익을 줄여가면서까지 가격 인하를 단행하는 것은 과거의 경험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가 식은 2009년 6월 이 회사는 오히려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화장품 등을 싼 가격에 판매했다. 당시 정체된 매장 방문 고객이 전기 대비 4.5%나 늘었다. 돈키호테의 상품 할인 가격은 ‘지역 최저가’다. 같은 상권의 경쟁 점포보다는 싼 것이다. 대신 지역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신주쿠 번화가의 본점과 주택가 지점의 세제 가격이 10~40% 차이가 난다. 동일 상품임에도 가격이 다른 경우가 흔하다.
현장에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돈키호테에서는 최대 40%의 제품에 점포 담당자가 가격을 매기도록 하고 있다. 점포마다 유연성을 갖고 각각 가격을 책정해 해당 지역에서 경쟁 우위를 지킨다. 야스다 회장이 내세우는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가격전략’이다. 다카하시 CFO는 “4월 이후 식품·음료·욕실용품 생필품을 중심으로 가격을 동결하거나 오히려 가격을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유통업계의 이단아인 야스다 회장은 “격동과 변화는 대환영”이라며 겁 없는 얼굴로 웃어 보인다.
소비세 증세를 순풍으로 여기고 대담한 공세를 내세우는 할인점은 돈키호테뿐만이 아니다. 규슈 지역에는 잘 알려진 코스모스약품이 대표적이다. 소비세 증세 전 코스모스약품은 대량의 포스터를 돌렸다. 여기에는 ‘4월 이후에도 세금 포함 가격으로 분발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일본은 현재 대부분의 가게에서 제품의 증세 이전 가격을 표시하고 계산시에 소비세 인상분을 추가로 받는다. 즉 현재 가격을 ‘세금 포함 가격’으로 표시한다는 건 증세분 만큼의 실질적인 가격 인하를 의미한다.
약 550개 점포를 운영하는 코스모스는 드럭스토어(약국)지만 매출 중 식품의 비중이 53%에 달한다. 다른 드럭스토어 마츠모토키요시의 경우는 11%에 불과하다. 이는 코스모스의 전략 때문이다. 코스모스에서 파는 한 냉동식품은 인근 수퍼보다 가격이 10~30% 싸다. 이런 저가 상품으로 고객을 모으고, 대신 약품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이를 고밀도의 도미넌트 출점(요충지에 직영 매장을 내 한 지역을 그 브랜드가 독점하다시피하는 출점 방식)에 의한 물류효율화 등이 저가 운영을 뒷받침하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5월까지 5분기 연속 두 자릿수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였다.
증세 시기에 총액 표시를 유지하며 가격을 전환하는 것은 대형 드럭스토어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코스모스의 시바타 후로시이사는 “이익 감소를 각오한 가격 하락은 소비세 인상후 경쟁 시장에서 점유율을 빼앗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소매점에 총액표시 의무가 도입되었을 당시, 경합 할인점들이 소비세를 흡수해 표시가격으로 전환해 코스모스약품은 한때 실적이 저하했다. 그때의 경험으로 다시금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지는 4월에 단숨에 공격에 나섰다.
코스모스 약품과 마찬가지로 신선 식품을 취급하는 할인점은 가격에 민감한 주부층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가격 인하를 선언하는 일이 많다. 예를 들어 코스모스와 경합하는 북규슈의 트라이얼컴퍼니는 많이 팔리는 제품은 증세 후에도 적극적으로 가격을 인하할 방침이다. 오카야마현을 중심으로 한 신선식품 할인점 다이코쿠텐물산은 이전부터 실시하고 있는 세일 품목 수를 늘리고 할인 폭도 확대할 계획이다.
“선수 치지 않으면 망한다”GMS(종합슈퍼)도 할인점 확충에 나섰다. 다이에는 할인점 형태인 ‘빅 에’를 현재 190개 점포를 2016년까지 300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면적 330㎡(100평)대 매장을 만들었지만 앞으로는 231㎡(70평) 소형점으로 도시중심부공략에 선다. 이온 그룹도 할인점인 ‘더 빅’에 힘을 쏟는다. 현재 그룹에서 약 140개 점포를 전개하며 기존의 식품수퍼에서 형태를 전환하거나 매장면적 6611㎡(2000평) 내외의 대형점을 여는 등 의욕적이다. 앞으로는 할인점 전용 저가격 자체브랜드(PB) 상품 개발도 추진할 방침이다.
사실 다이에나 이온그룹의 할인점들은 수익률이 썩 좋지 않다. 여기에 저가 시장에서 강점을 지닌 돈키호테나 코스모스도 매출 감소를 희생해가며 가격 하락 공세를 해오고 있기 때문에 할인점 형태는 적자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상황을 좀더 지켜보지 않고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할인점들이 ‘선두필승(일찍 뛰어들면 승산이 있다)’의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1997년 소비세 증세 당시 눈 깜짝할 사이 업계에 퍼진 ‘소비세 환원세일’은 소비자의 지지를 얻었다. 그 수혜를 가장 많이 누린 것이 가장 처음 세일을 시작한 ‘이토 요카도’다. 가격 경쟁으로 선두에 서면 소비자의 지지를 얻는다. 반대로 조금이라도 뒤쳐 지면 힘들어진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초조함이 생긴 것이다.
세율이 높은 선진국에서는 유통업계 매출 상위 기업들이 대부분 월마트·코스트코(미국), 메트로·슈바르츠(독일), 테스코(영국) 등 대형 할인점이다. 오카다 모토야 이온 사장은 “선진국에서도 그렇듯 소비세 증세로 가계가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는 저가의 할점이 대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의 유통업계에서도 할인점의 존재가 부각될까? 일본 유통업계에 새로운 전쟁의 막이 올랐다.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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