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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박용삼의 시네마 게임이론 - 영화 <아바타>의 ‘공유지의 비극’ 공유자원은 누구도 낭비

Management | 박용삼의 시네마 게임이론 - 영화 <아바타>의 ‘공유지의 비극’ 공유자원은 누구도 낭비

채찍보다 ‘내 소유’란 당근으로 해결해야



2009년 개봉한 대작 <아바타(avatar)> . 가까운 미래, 자원 고갈로 어려움에 처한 인류는 대체 자원을 찾아 머나먼 행성 판도라에 진출한다. 판도라에는 ‘언옵타늄’이라는 이름의 대체 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다(영화에서 언옵타늄의 가격은 kg당 무려 2000만 달러!). 그런데 걸림돌이 하나 있다.

판도라의 독성을 띤 대기로 탓에 인간이 직접 채굴 작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궁여지책으로 인류는 판도라의 토착민인 나비족을 카피한다. 나비족의 외형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하여 원격 조종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생명체를 탄생시킨 것. 이름하여 ‘아바타’.



무분별한 언옵타늄 채굴 막을 수 있을까키가 3m가 넘고 파란 피부에 뾰족한 귀, 긴 꼬리를 지닌 나비족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순박한 종족이다. 이들은 판도라의 아름다운 자연이 인간에 의해 훼손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들을 회유하기 위해 인류는 전직 해병대원 제이크(샘 워딩튼)에게 나비족의 무리에 침투하라는 임무를 맡긴다. 하지만 제이크는 나비족의 여전사 네이티리(조 샐다나)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자연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점차 나비족과 하나가 된다.

자원을 약탈하려는 인간과 이를 지키려는 나비족, 그리고 그 중간에서 선 제이크. 과연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영화의 기저에 깔린 핵심 메시지는 판도라의 자원을 둘러싼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다. 이 말은 1968년 미국의 생물학자 가렛 하딘이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논문 제목에서 유래했다. 인간은 이기적이기 때문에 주인 없는 공유자원을 마구잡이로 남용하고 그러면 결국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된다는 얘기다.

수 세기 동안 세계 3대 어장의 하나로 꼽힌 캐나다 그랜드 뱅크 지역에서는 더 이상 대구가 잡히지 않는다. 1960~70년대부터 시작된 무분별한 남획으로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대서양과 지중해의 참다랑어도 비슷한 운명이다. 이미 1960년대에 보호협약이 맺어졌지만 돈에 눈 먼 업자들의 남획은 계속되었고 이미 흑해와 카스피해에서는 멸종된 것으로 보인다.

북미의 나그네 비둘기도 그렇다. 1800년대 중반부터 도시 개발로 서식지가 파괴되고 식용으로 남획되면서 개체수가 급감했다. 1890년 무렵 뒤늦게 사냥이 금지되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1914년에 동물원 우리 속에서 살던 마지막 나그네 비둘기가 죽으면서 지구상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공유지의 비극은 동물의 멸종뿐만 아니라 지구 오존층 파괴, 바다 쓰레기 증가, 지하수 고갈, 열대우림 파괴 등 도처에 널려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가 앞장 서서 이용을 금지하거나 부분적으로만 허가를 하고 있지만 인간의 탐욕 앞에서는 역부족이다. 이용자들끼리 자발적으로 이용 제한 협약을 맺는 경우도 있지만 항상 약속을 어기는 자들이 있어 그 효과도 제한적이다.

다행히 게임이론은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공유자원에 재산권을 부여하면 된다. 모든 경제 주체의 행동 동기는 이익 극대화이기 때문에 굳이 공유자원을 아낄 이유가 없다. 오히려 남들보다 내가 먼저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공유자원이 더 이상 공유(共有)가 아니고 내 소유(所有)라면? 그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최대한 이용이 아니라 최대한 절약이 답이다. 아프리카의 코끼리가 그 사례이다.

지난 몇 세기 동안 아프리카 코끼리는 상아를 노린 밀렵꾼들의 표적이 되어 왔다(상아는 암시장에서 kg당 약 2000달러에 거래). 아프리카 각국 정부는 자국의 코끼리를 보호하기 위해 나름의 보호정책을 펼쳤는데 10년쯤 지난 후 결과를 보면 판이하게 다르다. 케냐와 탄자니아의 코끼리 수는 급감했는데 짐바브웨와 남아공에서는 오히려 증가했다. 이유가 뭘까? 결정적 차이는 인센티브 메커니즘(Incentive mechanism)에 있었다.

케냐와 탄자니아는 코끼리 밀렵을 엄격히 금지하고 밀렵꾼을 강도 높게 처벌했다. 이와 달리 짐바브웨와 남아공은 마을별로 영역을 할당하여 영역 내 코끼리에 대해 사유재산권을 인정하고 사냥으로 얻은 상아의 판매 수익을 나눠 가지게 했다. 그러자 케냐 등에서는 밀렵꾼들이 더욱 교활해지면서 코끼리가 계속 죽어나간 반면 짐바브웨 등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코끼리 보호에 나서게 된다(짐바브웨 코끼리 수는 1979년 3만 마리에서 10년 후 4만여 마리로 증가했다).

회사 내에도 공유지의 비극이 발생한다. 흔히 ‘20대 80의 법칙’이라 불리는 파레토 법칙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회사에는 일하는 20%와 빈둥거리는 80%가 공존한다. 당연히 일의 배분이 쏠리게 되고 20%는 혹사당한다. “어 제법이네, 그럼 이것도 좀 해봐” 식이다. 결국 사내 우수인력이라는 귀중한 공유자원을 남획하는 꼴이 되고 만다. 예전에는 혹사에 따른 보상이 확실했다. 평생 직장, 연공서열 등의 형태로 그 나름의 인센티브 메커니즘이 작동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여차하면 회사도 쓰러지는 판에 누가 과연 직원의 10년, 20년 후를 보장할 수 있겠는가. 더 이상 마냥 혹사당하고 있을 유인(Motivation)이 사라진 것이다. 결국 쓸 만한 사람들은 좌절하거나 변절하거나 미련 없이 떠나고 회사의 우수 인력 풀(Pool)은 고갈되고 만다.

회사의 자금도 일종의 사내 공유자원이다. 최대한 아끼고 또 쌓아가야 한다. 하지만 어디 그런가? 늘릴 궁리는커녕 흥청망청 써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직원들의 주인의식 결여와 윤리의식 부재를 탓해봤자 소용없다. 내 것이 아닌 이상 굳이 아낄 이유가 없는 게 오히려 당연하다. 이때도 유인제도 마련이 정답이다.

만일 부서별 경비 중 절약분 만큼을 해당 부서에 연말 보너스로 지급한다고 해보자. 당장 이면지 모으고 안 쓰는 전등 소등하고 부서회식도 줄이겠다며 한바탕 난리가 날게 뻔하다. 마찬가지로 부서별 영업이익에 부분적으로 나마 소유권(독립채산제)을 인정한다고 해 보자. 시키는 사람 없어도 새벽에 출근하고 점심은 햄버거로 때우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늦게까지 야근할 게 분명하다. 공유지의 비극에 답답해 하는 이 땅의 CEO들께서는 꼭 참고하시기를 바란다.

자, 다시 영화로 돌아가자. 영화 ‘아바타’는 공유지의 비극에 대한 SF버전으로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폭력과 야만성, 그리고 그 종말을 웅장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다만 게임이론의 고상한 해법 대신 영화는 통쾌한 권선징악을 택한다. 나비족들과 힘을 합친 제이크가 인류의 무자비한 탐욕을 막아내고 판도라의 귀중한 공유자원을 지켜낸다.

트럭 운전사에서 출발한 제임스 카메론은 1977년 <스타워즈> 를 본 순간부터 조지 루카스 감독을 능가하는 SF 영화를 꿈꿔왔다고 한다. 감독으로 데뷔하여 <터미네이터(1984)> <에이리언2(1986)> <트루 라이즈(1994)> 같은 SF 영화를 연속해 히트시킨 그는 이미 1995년에 <아바타> 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가 원하는 수준의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타이타닉(1997)> 을 막간 심심풀이(?)로 제작하면서 때를 기다렸다. 그러다 드디어 3D 그래픽과 이모션 캡쳐기술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올라서자 2009년에 <아바타> 를 선보일 수 있었다. 현재 뉴질랜드에서 아바타 속편 3개가 동시에 제작되고 있다고 한다. 기대하시라. 2016년부터 해마다 2, 3, 4편이 순차적으로 개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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