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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주가 열전 - 대한항공 vs 아시아나항공 | 자회사 리스크-실적 부진 ‘닮음’

라이벌 주가 열전 - 대한항공 vs 아시아나항공 | 자회사 리스크-실적 부진 ‘닮음’



항공 라이벌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또 한 번 힘겨루기 중이다. 인천-베이징 노선과 인천-광저우 노선 등 한·중 항공 노선이 갈등의 기폭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23~24일 열린 한·중 항공회담에서 양국은 12개 노선(주 39회)을 증편하고 17개 노선(주 51회)을 신규 개설하기로 합의했다. 이 중 증편 노선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만 확보할 수 있다. 추가 증편 노선의 경우, 기존에 운항하던 항공사에 운수권을 우선 배분하기로 합의한 때문이다.

특히 인천-베이징 노선(주 3회 증편)과 인천-광저우 노선(주 7회 증편)을 두고 양측 입장이 팽팽하다. 양측은 5월 13일 운수권을 신청했다. 대한항공은 “지금은 사라졌지만, 과거에는 사고가 발생하면 1년 동안 신규·증편 노선 배분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었다”며 “과거 한·중 노선 배분 전 대한항공에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정부가 아시아나항공에 한·중 신규 노선을 몰아준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사고를 감안한 언급이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은 “노선 배분은 정해진 항공 법규와 기준에 따라 이뤄진다”며 “규정에 따라 한·중 노선도 배분된다”고 맞섰다.



고유가에 저비용항공사 인기 겹치며 고전두 회사가 맞붙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 시애틀 신규 취항, 프랑스 파리 노선 복수 취항, 아시아나항공의 하와이 호놀룰루 노선 전세기 투입, 대한항공 팔라우 노선 전세기 투입 등을 두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사사건건 맞붙었다. 특히 이번 한·중 노선은 양사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기존 한·일 노선을 대체할 ‘황금 노선’으로 한·중 노선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땅은 넓은데 교통 인프라는 부족하다”며 “향후 항공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항공사들은 한·중 노선 운수권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 모두 고전을 면치 못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지난해 매출은 11조8504억원으로 2012년 대비 4% 감소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매출은 5조7235억원으로 2.8% 줄었다. 수익성도 그다지 좋지 않다. 대한항공은 영업손실 180억원, 당기순손실 2904억원을 기록하며 4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영업손실 112억원, 당기순 손실 114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다만 중국 노선 수요 확대로 올 1분기 실적은 소폭 개선됐다. 1분기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212억원이며, 아시아나항공도 적자폭을 190억원 줄었다.

실적 부진으로 주가도 지지부진하다. 한때 1조가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대한항공은 과거 주가가 1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주가는 3만원대로 꺾인 상황이다. 비슷한 시점에 1만원대를 돌파했던 아시아나항공 역시 최근 주가는 5000원 안팎이다. 가장 큰 이유는 고유가와 원화 강세다. 올해 1월만 해도 배럴당 91.66달러에 불과했던 서부텍사스중질유는 5월 현재 100달러를 넘나든다.

항공기 매출 원가 중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0% 안팎. 유가가 오를수록 항공사 입장에서는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엔저의 타격도 받았다. 김대성 현대증권 연구원은 “한·일 노선은 가장 큰 수익을 내는 주요 수익 노선 중 하나인데 엔저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일본인 입국자가 크게 줄었다”며 “독도·위안부 문제 등으로 한·일 감정이 악화하면서 일본을 찾는 우리나라 여행객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 노선 이용객은 올해 1분기 기준 277만명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90만명)보다 4.5% 감소했다. 관광객이 줄면서 대한항공은 지난해 인천-나가사키 운항을 중단한 데 이어 올해도 3월 30일부터 인천-시즈오카 정기편 운항을 중단했다. 인천-오카야마, 인천-니가타 노선 운항 횟수도 줄였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올해 부산-간사이 노선 운항을 중단했고, 기존 주 7회 운항하던 인천-시즈오카 노선을 주 5회로 축소 운항 중이다.

실적 부진에 대처하는 전략은 다소 차이가 있다. 대한항공은 국제선 요금 인상 카드를 꺼냈다. 4월 1일 31개 노선의 할인율을 조정해 국제선 항공권 일반석(이코노미석) 판매가를 상향 조정했다. 중국 등 단거리 노선은 1만원 안팎, 미주노선은 4~10만원 안팎을 올렸다. 하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비행기 한 대에 적용하는 요금은 워낙 다양해 일부 요금 인상보다는 저가 좌석 축소가 수익성 개선 효과가 더 크다”며 “2분기가 비수기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대한항공의 주가는 2분기에도 정체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가격 인상을 고려하진 않고 있다. 대신 장거리 노선과 단거리 노선을 구분해 맞춤형 공략법을 내놓았다. 우선 장거리 노선 공략을 위해 5월부터 4년에 걸쳐 ‘하늘 위의 호텔’로 불리는 에어버스 A380기 여섯 대를 도입한다. A380 가격이 약 45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조7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다.

단거리 노선의 경우 저비용항공사 추가 설립을 통해 공략한다는 복안이다. 이미 부산상공회의소와 합작해 설립한 자회사 에어부산(지분율 46%)과 별개로, 지분 100% 저비용항공사를 추가로 설립할 계획을 내놨다. 아시아나항공은 “전일본항공(ANA)·싱가포르항공 등도 단거리 노선은 저비용항공사 브랜드로 운항한다”며 “이런 트렌드에 맞춰 저비용항공사 설립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양사 모두 유동성 우려가 넘어야 할 산이다. 대한항공의 트랜짓 노선 공략 전략이나 아시아나항공의 새 항공기 도입 계획 등에는 모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3자물류 등 한진해운의 일부 사업을 제외한 한진해운 경영권을 조양호 한진그룹·대한항공이 직접 맡으면서 재무건전성 우려가 불거진다.

실제로 신용평가정보업체 한국기업평가는 5월 2일 “한진해운 경영정상화가 지연될 경우 대한항공 재무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며 대한항공 신용등급(A-)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미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한진해운에 2500억원을 대여한 대한항공은 올 6월에도 4000억원 규모의 한진해운 유상증자에 참여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도 마찬가지다. 모기업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2010년 말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한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자율협약 졸업 요건을 이행하지 못해 자율협약 기간을 올해 말까지 1년 연장했다. 유동성 우려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 부채비율은 1000%에 가깝지만 아시아나항공은 670%에 불과해 유동성 위기 논란이 불거질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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