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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LICT - 내전이 빚은 또 다른 참상

CONFLICT - 내전이 빚은 또 다른 참상

일부 시리아 난민은 일자리를 구하거나 서방으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이스탄불로 향한다.



아메드(가명)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한 정부청사 지하실에서 알몸으로 매달려 또 차례의 전기 고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옆방에선 한 여성이 울며 비명을 질렀다. 아메드는 옆방에서 고문을 당하던 여성이 자신의 친구인지 그때는 몰랐다고 말했다. 그 두 사람은 한때 반군의 거점이었던 홈스의 시민운동가였다. 그들은 정부군에 체포됐다가 가까스로 석방됐다.

그리고 1년 뒤, 그들이 이스탄불에서 만났을 때야 시리아의 고문실에서 서로 옆방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터키에서 아메드와 그의 친구는 시리아의 내전과 고문을 피해 탈출하는 다른 난민을 돕기로 결심했다. 구호 운동 초기에 그들은 한 시리아인 신부가 현지 포주에 의해 매물로 나온 사건에 관해 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여자는 14세 소녀였다.

터키 하타이의 난민 수용소 텐트 안에서 밖을 쳐다보는 시리아 어린이들.


소녀 신부들구호기관들은 시리아 여자아이들이 난민을 받아들인 나라에서 착취당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경제적 어려움, 미흡한 치안, 조혼 문화 등이 그 이유다. 요르단 북부에서 유엔이 운영하는 자타리 난민수용소의 책임자 킬리언 클라인슈미트는 2012년 그 수용소가 설립된 직후부터 부도덕한 사람들이 그곳의 무법 상황을 이용해 취약한 가족들을 노린다고 IB타임스 영국판에 말했다.

성폭행 위험이 너무도 커 시리아 소녀와 여성들은 화장실이나 공동 주방에 갈 때면 늘 불안해 한다. 2013년 유니세프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의 경우 그들은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텐트를 떠나려 하지 않는다. 그런 가족 중 일부는 결혼이 딸들을 위한 더 안전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종종 그렇듯이 한쪽에서 삶의 투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다른 쪽에선 기회로 여겨진다.

외국인들, 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페르시아만 국가들의 50~70대 남자들이 10대 신부를 헐값에 구할 수 있는 곳으로 요르단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신부 매매 알선자들은 몇 천 달러에 거래를 마무리한다고 알려졌다. 홈스 출신인 18세 소녀 카잘은 가족에게 약 3100달러를 지불한 사우디 출신의 50세 남성과 결혼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비참한 결혼생활이었다. 그는 나를 하인처럼 대했다. 아내로서 존중해주지 않았다. 그는 나에게 매우 엄격했다. 이제 이혼해서 너무 기쁘다.” 카잘이 BBC 방송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내가 결혼에 동의한 것은 가족을 돕기 위해서였다. 결혼하기로 했을 때 많이 울었다. 다시는 돈을 위해 결혼하지 않겠다.”

클라인슈미트는 그 이래 난민들의 외부인 접촉이 제한됐으며 자타리 수용소의 경비도 크게 강화됐다고 말했다. 수용소 내부의 10대 소녀 매매시장이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일부 소녀들은 결혼 후 몇 주만에 남편에게 버림 받고 수용소로 돌아왔지만 가족의 환영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자타리 수용소는 그들을 돕기 위한 쉼터와 특별지원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그들은 낙인 찍혔다”고 클라인슈미트가 말했다. “이제 그 아이들은 처녀가 아니다. 아랍은 인습을 매우 중시하는 사회다. 그들이 누군가의 온정을 얻기는 쉽지 않다.”

시리아 난민의 80%는 수용소 밖의 도시 지역에 산다. 그곳에선 조기 결혼이나 일부 경우 사기 결혼의 위험이 더 높다. 수용소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에 구호기관이 현황을 파악하기가 더 어렵다고 유니세프의 요르단 부대표 미셸 세르바데이가 말했다. 터키에도 시리아 난민이 70만 명 이상 있다. 그들 역시 곤경과 투쟁이 일상사다. 터키에선 정부가 구호 활동을 주도하며 소수의 비정부기구(NGO)만이 지원 역할을 할 수 있다.
시리아 난민들이 터키 하타이의 난민 수용소에서 처우 개선을 외치고 있다.





이스탄불의 유혹일부 난민은 일자리를 구하거나 서방으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국경 부근의 수용소를 떠나 이스탄불로 향한다. 이스탄불은 유럽과 아시아를 가르는 보스포러스 해협의 양측에 위치하며 인구 1400만 명의 거대한 용광로다. 기회의 도시인 동시에 소외된 사회의 단면이기도 하다.

시리아인 수천 가구가 이스탄불 여기저기에 흩어져 산다. 시리아 어린이들은 역사가 오래 됐지만 가난에 찌든 쿠르툴루스와 돌프데레 같은 도심 구역의 울퉁불퉁한 거리에서 따가운 햇볕을 받으며 공놀이를 한다. 발라트 구역에선 그리스 정교회의 그늘 아래 시리아 여성들이 황폐한 건물 밖에 빨래를 내건다. 몇 푼의 터키리라를 내고 지하실을 빌려 사는 사람들이다.

바사크세히르, 바그실라르, 바뎀리크 구역 외곽에는 대가족들이 비좁은 단칸 아파트에 산다. 매트리스 몇 개, 담요, 임시 조리용 난로가 가재의 전부다. TV가 있는 집도 얼마 안 된다. 더 가난한 사람들은 이스탄불의 도시 주민들로부터 격리된 공간의 판잣집이나 천막에 거주한다. 낮에 집에 있는 남자는 거의 없다. 대부분 공사판 근로자로 늘 일자리를 찾아 헤맨다. 난민을 돕는 현지 NGO에서 일하는 엘레나 브라기에리는 “대다수는 취업 허가증이 없기 때문에 착취당하기 쉽다”고 말했다.

“그들은 고용보험이 없다. 장시간 일을 시켜도 어쩔 수 없다. 일당도 쥐꼬리만 하다. 일부의 경우 임금을 받지도 못한다.” 일부 가족은 먹고 살기 위해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일을 시킨다. 어차피 학비가 없어서 학교에 보낼 수도 없다.

레바논-시리아 국경지대의 난민 수용소 임시 학교에 등교하는 시리아 어린이들.
이스탄불 북서부 교외 바이람테페의 난민 학교(자선 기금으로 운영된다)에서 영어를 가리키는 리스가르 술라이만은 이렇게 전했다. “어떤 아이들은 내게 와서 ‘이제 학교에 못 나와요. 집에서 아빠와 함께 일하러 가라고 해서요. 돈이 없으면 살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라고 말했다.”



포주 색출 작전아메드는 몇 달 전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뇌물을 써서 석방된 후 홈스에서 두 번째 체포를 피해 탈출했다. 컴퓨터과학을 전공했고 경영학 석사 학위를 가진 아메드는 가정교사를 하며 가끔씩 전공을 살려 이곳 저곳의 임시직으로 일한다. 내전의 여파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그는 여가 시간을 이용해 인신매매자들을 색출하기로 결심했다. 그들은 시리아 난민이 겪는 빈곤과 곤경을 악용하는 무자비한 사람들이다.

한번은 어린 시리아 매춘부를 조달하는 포주의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아메드와 동료들은 그 포주에게 연락해 신부를 구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어떤 식으로 신부가 팔리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포주는 선금 300달러를 제3자에게 송금하라고 했다. 시리아 국경 부근의 하타이에 사는 여성이었다. 나중에 그녀를 추적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선금을 보내자 3주 후 포주에게서 연락이 왔다. 남편이 될 사람이 직접 2000달러를 소지하고 이스탄불 외곽의 황폐하고 위험한 구역에 가서 신부감을 만난 뒤 거래를 마무리하자고 했다. 아메드와 동료들은 좀 더 안전한 곳에서 만나자고 제의했지만 거부당했다. 그래서 경찰에 신고해 포주를 현장에서 체포하려고 했다. 그러나 포주는 낌새를 채고 달아났다고 아메드는 말했다. 그 일로 어린 신부들이 터키에서 매매되고 있다는 확증을 잡을 순 없었지만 아메드에겐 매우 쓰라린 경험이었다.

“여동생이 둘 있다”고 그가 말했다. “그들만이 아니라 다른 어떤 여성이라도 물건처럼 팔리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우리는 고향에서 죽은 친구들을 수없이 보고 그들을 매장했다. 시리아에서 돈 한푼 없고 폭력을 숱하게 겪었지만 이 지경에 이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우리 여성들을 거래하고 팔아 넘기는 일 말이다. 우리 아이들이 물건처럼 팔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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