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 대중국 수출 잔치 끝나나 - 중간재에서 서비스로 품목 다변화 절실
- Special Report | 대중국 수출 잔치 끝나나 - 중간재에서 서비스로 품목 다변화 절실

그동안 한국 경제는 중국 경제 성장의 덕을 톡톡히 봤다. 중국이 미국에 맞먹는 수출 시장으로 커진 덕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진 2011년 이후부터는 사정이 좀 달라졌다. 대중국 수출액이 줄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올해 내수 중심의 성장으로 정책 방향을 틀면서 한국의 수출 길은 더 좁아지고 있다. 여기에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인 중국은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 환율 변수도 작용했다. 위안화 가치는 떨어지는데 원화 가치는 갈수록 오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는 막대하다. 지난 10여년 간 대중국 수출은 전체 한국 수출의 30% 내외를 차지했다. 2010년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전체 수출액의 34.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2~2011년 동안 연 평균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21.2%로 매년 큰 폭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총수출 증가율은 14.6%였다. 대중국 수출액이 전체 수출을 이끈 것이다. 2011년 대중국 수출 비중만 봐도 미국(10.1%)과 유럽연합(10.0%) 수출을 합친 것보다 더 컸다. 홍콩 등을 경유한 우회 수출분까지 더하면 대중국 수출은 29.7%에 달했다.
최근엔 사정이 달라졌다. 중국 수출이 줄고 있다. 유럽 각국이 재정위기를 겪은 2011년 11월 이후 대중국 수출액은 감소세로 전환했다. 2012년 1월 -2.3%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총수출액 중 중국 비중은 26.1%다. 과거와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물론 아세안 14.7%와 미국 11.1%, 유럽연합 8.7%와 비교하면 여전히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다. 대중국 수출은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중국발 경제위기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워야하는 이유다.

아직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대중국 수출이 줄어든 이유는 뭘까. 중국이 가공무역 비중을 축소하면서 부품 제작에 필요한 키트(kit) 등의 부분품 수입을 줄인 탓이 크다. 한국 수출은 대중국 거래에서 중간재 비중이 크다. 대중국 수출 중 중간재는 65.2%를 차지한다. 중간재 중에서도 부분품 비중은 34.1%, 부품은 31%를 차지한다. 대중국 수출액이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최대 비중을 차지하던 부분품 수출이 가파르게 감소했다. 중국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직접적인 원인이다.
대중국 수출 감소의 근본적인 원인은 중국 기술력 향상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 로컬기업들이 한국에서 수입하던 부분품을 스스로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산으로도 어느 정도 품질을 유지할 수 있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한국 기업의 부분품을 쓸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중국의 부분품 현지화 비율은 점차 확대되고 있어 향후에도 한국의 부분품 수출은 줄어들 전망이다.
중국 정부의 경제 정책도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중국 정부는 내수시장 확대를 정책 방향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소비재 수입을 2013년 1900억 달러까지 늘리고 있다. 소비재 수입 비중은 9.8%로 곧 10%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소비재는 늘어나는 중국 시장에 대응하지 못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소비재 비중은 3.1%에 불과하다. 되려 소비재 수출은 최근에 더 둔화되는 추세다.
수출 품목 편향성도 문제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품의 금액 기준 상위 20개 품목은 전체 대중 수출의 77.4%를 차지한다. 반도체·평판디스플레이·석유제품 등 상위 10개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만 전체의 61.0%나 된다. 대중 수출이 일부 품목에 집중돼 있고 이들 상위 품목에 대중 수출 전반이 크게 의존해 왔다. 주요수출품 수요가 둔화되면 대중국 수출 자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주력 수출 품목인 평판디스플레이, 석유제품, 석유화학 합섬원료, 컴퓨터, 동제품 등 중간재 수출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최근 증가율이 높았던 전자응용기기, 자동차부품, 기구 부품 등의 수출도 올 들어 큰 폭의 감소세로 돌아섰다. 평판디스플레이만 해도 중국은 더 이상 한국 제품을 수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중국은 최근 공급 과잉이 될 때까지도 LCD공장 증설을 계속했다. 이 때문에 중국산 LCD 패널 가격은 크게 하락했고 한국산은 원화값 상승으로 가격이 올랐다. 중국산과의 가격 격차가 커지면서 대중국 주력 수출품인 평판디스플레이 수출이 급감했다. 이와 달리 중국 내수 수요에 영향을 받는 반도체 수출은 여전히 증가 추세로 전체 수출 비중의 14.9%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구조조정도 한국의 수출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시진핑 정부는 2012년 하반기부터 중국의 산업구조를 바꾸고 있다. 2012년 3분기 이후 3차 서비스업이 2차 산업 제조업을 제치고 중국의 주력산업으로 떠올랐다. 중국 정부는 내수 중심 성장으로 전략을 바꾸었고 19개 공급 과잉 제조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문제는 구조조정 대상에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철강·석유화학 등이 포함된 것이다.
이외에도 중국의 전통적인 제조업 전반이 구조조정 되면서 이 부문 부분품과 부품을 대던 한국산 제품의 수요가 뚝 끊어졌다. 한국무역협회 이봉걸 전략시장연구실 연구위원은 “대중국 수출 감소는 ‘한국-가공무역, 중국-내수 집중’이라는 구조에서 불거진 예견된 문제”라며 “중국 기업의 기술력이 향상된 효과가 최근 서서히 나타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경제 상황만 바라봐선 곤란중국 현지에서는 한국의 수출 감소를 당연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한국 수출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로부터 들여오는 수입액도 함께 줄이고 있다. 베이징에 있는 우리투자증권 김위 연구원은 “중국은 대부분의 품목을 중국산으로 충당하려고 하고, 실제 이를 위해 많은 품목을 중국산으로 대체하고 있다”면서 “중국 전역에서 제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중국인들이 제조업에 미련을 버리고 있다”고 전했다. 대신 해외에서 수입할 필요가 없는 소프트웨어 같은 신산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봉걸 연구위원은 “중국 수출 감소를 극복하려면 단순 가공에서 중국 내수품 위주로 수출 품목을 빠르게 전환하거나, 중국 내에 영업이나 마케팅을 직접 시도할 수 있는 새로운 거래선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예전처럼 중국 경제 상황에 기대기만 해서는 안 되고 제2, 제3의 중국 시장을 키우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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