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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전미영의 트렌드 워치 - 날씨 경영, 선택 아닌 필수

Management | 전미영의 트렌드 워치 - 날씨 경영, 선택 아닌 필수

6월 10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장월나들목 인근에서 강한 대류성 비구름(적란운)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용오름(강한 회오리바람)이 관찰됐다. 일산 토네이도로 불린 이 용오름(왼쪽)으로 비닐하우스 20여 채가 붕괴됐다(오른쪽). 용오름이 바다에서 관측된 적은 있지만 육지에서 관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국지성 폭우가 내린다. 과거엔 ‘장마니까 당연하다’라며 넘기던 것인데 이젠 ‘우리나라도 아열대 기후로 변하나 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난데없이 우박이 쏟아지기도 한다. 한국 날씨가 변해도 너무 변했다. 변덕스럽기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상기후가 트렌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한국 날씨가 뒤죽박죽이다. 실제로 날씨가 소비자들의 구매심리에 영향을 미칠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쉬운 예를 찾아보자. 여름에 예고 없이 내리는 소나기 때문에 몇 년 새 ‘제습기’란 제품이 집집마다 한 대씩 구매해야 하는 필수 가전이 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래 전부터 제습기를 기획했지만 잘 팔리지 않아 ‘한국에선 안 되나 보다’ 하고 포기했는데 갑작스레 인기를 타기 시작하더니 올해의 히트상품으로 등극했다는 것이다.



소나기 잦아지면서 제습기 인기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은 역시 유통업이다. 비 오는 날엔 외출하기를 꺼리는 소비자들 때문에 온라인이나 모바일 쇼핑이 호황이다. 유통업에선 재고관리에서도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 어느 해 가을, 유난히 겨울 추위가 빨리 닥쳐 ‘야상’이란 옷이 잘 팔렸다. 그 다음 해 모든 브랜드에서 너도나도 ‘야상’을 출시했는데 그 해엔 유난히 따뜻한 날씨가 이어져 재고만 쌓였다.

이젠 날씨는 신제품을 기획·생산·판매하는데 경제상황 이나 1인당 소득 못지않게 중요한 ‘투입 변수’가 됐다. 항상 예의주시하며 변화를 추적해야 하는 중요한 영향 요인이란 의미다. 그렇다면 변덕스런 날씨와 기업이 상생하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우선 날씨 변화와 기업의 재고관리를 연동하는 방법이 있다. 샌드위치나 김밥처럼 유통기한이 짧은 제품을 판매하는 소매점이라면 날씨 때문에 멀쩡한 제품을 다 팔지 못하고 폐기하는 경우가 더러 있을 것이다. 편의점 브랜드 C&U는 모든 매장 POS시스템(point of sales system)에 기온, 강수 확률, 날씨 경향, 지속 시간 등의 상세 기상정보를 매일 2회 제공해 날씨 민감한 제품의 재고를 조절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도 식품 업계 최초로 기상·매출 관계 데이터 분석을 통해 ‘날씨 판매지수’를 개발해 조리빵 매출을 높였다.

기상청에선 이와 같은 빅데이터 정보를 제공받기 어려운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날씨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날씨 경영 서비스’라 불리는 이 시스템은 이르면 올해 10월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한다. 늦어도 내년부터는 소상공인도 이용할 수 있다.

식품 업계에선 원재료를 변경하는 재고관리도 가능하다. 국내 유명 패밀리레스토랑에선 날씨에 따라 식자재 공급을 다르게 하고, 주력 메뉴를 변경한다. 가령 여름 태풍으로 채소가 비쌀 때에는 스테이크 메뉴에 집중하고, 반대로 농산물이 풍년일 때에는 샐러드바 판매에 집중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 날씨를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날씨에 맞춰 구매가 급증할 제품을 미리 제안해 매출을 늘리는 전략이다. 예컨대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마트에선 비가 오면 ‘부침개 메뉴’를 추천해 온라인 사이트에 사람들이 접속하도록 유도한다.

홈쇼핑에서도 날씨에 맞춰 판매 제품을 조절해 사람들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필요를 자극한다.당 날씨에 필요한 제품을 세트로 제공해, 연계 구매가 일어나도록 할 수도 있다. 뜨거운 여름에는 ‘워터파크 입장권’과 ‘수영복 세트’ 그리고 ‘썬크림’ 같은 관련 상품을 연계해 판매하는 형태다.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제품들이 세트가 되기도 한다.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린 작년 장마 기간 동안 우산·우의·레인부츠 같은 장마용품과 블랙박스가 홈쇼핑에서 비슷한 시간대에 편성됐다. 사람들이 장마 기간 동안 빗길 탓에 교통사고를 당할 것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상공인도 날씨 경영 가능마지막으로 변덕스런 날씨에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으로 어떤 날씨에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기획할 수 있다. 화장품이 대표적일 것이다. 여름철 땀으로 지워져도 쉽게 화장을 고칠수 있는 ‘쿠션’류의 화장품은 여름뿐만 아니라 건조한 겨울에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패션 업계에서도 이런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여름철 소나기에 비를 막아주면서 봄가을 차가운 바람에도 끄떡없는 간단한 바람막이 의류들은 사계절 패션으로 활용할 수 있다. 좀 더 나가면 소매나 안감을 떼었다 붙여입을 수 있는 트‘ 랜스포머’ 의류나 특수 소재를 사용해 1년 내내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스마트 의류’도 기획해볼 수 있다.

어떤 전략이 됐든 날씨가 기업의 경영환경에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해외에선 유명 영화배우가 야외 촬영을 하기로 한 날 악천후가 생겨 스케줄을 취소하게 되더라도 천문학적인 출연료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촬영 업체들이 날씨에 엄청난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심지어는 비용을 지급하고서라도 전문 업체로부터 날씨 데이터를 받기도 한다.

겉으로 날씨와 관련 없어 보이는 산업에서도 실제론 날씨의 영향 아래 있는 것이다. 앞으론 한국에서도 ‘날씨 영향을 받지 않는 산업은 없다’라고 말할 정도로 많은 기업이 날씨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다. 날씨와 소비행태의 상관관계를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간파한 기업이 승승장구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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