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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ar industry - 태양광, 판매보다 대여에 길을 묻다

solar industry - 태양광, 판매보다 대여에 길을 묻다

국내에서 주택용 태양광 대여사업이 시작됐다. 미국에 비해 시장 규모는 작지만 태양광기업들에는 사업다각화를 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화큐셀이 미국 하와이 오아후섬에 건설한 5mW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미국 태양광 발전부문 시장점유율 1위인 솔라시티(SolarCity)는 2012년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섰다. 1년 전 태양광산업의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미국의 솔린드라와 에버그린솔라, 스펙트라와트가 잇따라 파산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불황의 바람은 태양광전지의 핵심원료인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에서 시작됐다.

솔라시티의 영업이익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극약처방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솔라시티는 경영 전략을 태양광패널 판매에서 대여로 바꿨다.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저렴해진 태양광패널을 구입해 싼 가격으로 주택에 대여해주는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전략은 적중했다. 초기 투자비용 없이 태양광을 설치해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2012년 한 해 동안 고객이 243%나 증가했다. 고객이 늘어남에 따라 지붕 태양광발전 설치 규모도 매년 확대됐다. 2012년 157㎽였던 설치 규모는 지난해 278㎽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475~525㎽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를 ‘솔라시티의 제2의 도약’으로 평가한다. 미국의 재생에너지시장 분석업체 GTM연구소는 솔라시티의 주택설비 시장점유율은 2011년 13%에서 올해는 4~5배 가까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화큐셀코리아 등 대여사업자 신청국내 태양광업체가 과거 솔라시티처럼 태양광패널 판매에 주력했던 우리나라에서도 일반가정에 태양광패널을 대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따라서 이제는 한국판 솔라시티를 기대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5월 말 산업통상자원부는 ‘주택용 태양광 대여사업’ 실시 계획을 발표했다. 태양광 설비 보급을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다. 정부는 그동안 ‘그린홈 100만호’ 사업을 통해 연간 3000여 가구에 태양광패널 설치를 지원해왔다. 매년 대기자가 있을 정도로 태양에너지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 정부의 부담이 컸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이번 대여사업 시작으로 정부의 부담이 크게 줄게 됐다”고 말했다.

새롭게 시행되는 대여사업의 구조는 간단하다. 대여사업자(태양광 설치업체)는 설치와 유지보수를 책임지고 소비자는 대여료를 사업자에게 지불한다. 대여사업자는 모듈제조업체와 신재생에너지 설치전문기업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현재 선정 단계에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월 10일까지 대여사업자 참가 신청을 받았다. 최종 신청 기업은 대기업 3곳, 중견기업 1곳, 중소기업 5곳으로 총 9곳이다. 이 중 선정기준에 따라 4~5개 기업이 대여사업자로 선정된다. 김선택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보급실 과장은 “태양광업체를 대상으로 사전조사했을 때는 더 많은 업체가 관심을 보였으나, 모듈제조업체와의 컨소시엄이 이뤄지지 않아 참가 신청을 하지 못한 기업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중에는 한화큐셀코리아와 LG전자가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큐셀코리아는 2012년 한화그룹이 독일의 태양광업체인 큐셀(Q-Cells)을 인수하면서 그룹에 편입됐다. 셀·모듈 제작과 태양광발전이 주력 사업이다. 지난해는 일본에서 단일 태양광모듈브랜드로서는 가장 많은 태양광을 판매했다. 지난해 우리 정부가 6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시범 운행에서는 한화63시티컨소시엄이 한화그룹 대표로 참여했다.

최근 한화63시티는 서울시와 함께 태양광발전 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태양광패널을 아파트 베란다 난간에 부착하는 방식이다. 지난해는 시범대여사업자로 주택용 태양광대여사업에도 참여했지만 대여사업자 신청에는 태양광 관련 사업에 노하우가 있는 한화63시티가 아닌 한화큐셀코리아가 나섰다. 한화큐셀코리아는 대여사업자로 선정되면 한화63시티의 지원을 받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중소기업 중에서는 에스이아이비가 신청서를 넣었다. 에스이아이비는 중견 태양광 모듈제조업체인 에스에너지의 자회사다. 지난해 시범사업자로 참여해 60가구 중 40가구 이상에 태양광패널을 대여했다.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 전문지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loomberg New Energy Finance)’에 한국을 대표하는 태양광 전문업체로 소개되기도 했다.

태양광패널의 대여료는 3㎽ 설비 기준으로 6만5000~10만1036원이다. 대여사업자는 대여료와 태양광 발전에 대한 신재생에너지생산인증서(Renewable Energy Point, REP) 판매수입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REP는 대여사업자의 수익성 확보를 위해 정부가 새롭게 도입한 제도로 공급의무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



미국보다 시장규모 작지만 전망 밝아새롭게 시작되는 대여사업에 대한 업계나 전문가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국자중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태양광산업 중 60~70%가 대여사업인 미국을 벤치마킹한 만큼 시행착오가 적을 것”이라며 “다른 나라도 이 같은 사업을 준비하고 있어 시기가 문제였지 반드시 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김봉가 에스이아이비 사업부장은 “현재 정부가 주택용 태양광 대여사업으로 허용한 범위가 6㎽인데 이는 전체 대여 시장의 1%에 불과하다”며 “시장이 활성화되면 제한이 풀릴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연평균 1만 가구 이상의 태양광패널대여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했다.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에 따르면 정부 지원 하에 2011년에는 2만8990가구, 2012년과 2013년에는 각각 4만5530가구, 2만5409가구가 태양광패널을 설치한 바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승재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시장 확대와 태양광업체의 사업다각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시장규모가 작아 호재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단기간 내 수익 내기가 어렵다는 전망도 나왔다. 실제로 규모면에서 미국과 한국은 차이가 있다. 미국의 경우 1억3000만 가구의 잠재시장이 존재하지만 한국은 미국의 6분의 1수준인 2100만 가구에 불과하다. 가구당 평균 전기사용량에서도 차이가 난다. 미국은 570㎾h, 한국은 250㎾h를 사용한다. 하지만 업계는 이런 차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조길현 한화63시티 솔라사업팀 대리는 “지난해 시범운행 때는 기준이 550㎾h로 다소 높았으나 이번에 350㎾h로 낮아지면서 설치 가능 가구 수가 150만 호 늘어났다”며 “그 중 10%만 설치해도 굉장한 수요”라고 진단했다. 박선택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보급실 과장은 양국 시장의 차이보다는 대여사업 실시에 주목한다. “소비자는 일반 전기와 태양광대여패널을 이용했을 때의 전기사용료를 비교해 더 저렴한 쪽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태양광업체는 제2의 솔라시티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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