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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펀드 평가 - 박스권 증시에 목 타는 펀드 시장

2분기 펀드 평가 - 박스권 증시에 목 타는 펀드 시장



펀드 시장의 가뭄이 여전하다. 펀드 환매 행진이 이어지면서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사상 최저 수준이다. 7년여의 긴 박스권과 저금리 기조에 수익을 내지 못한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6월 말 기준 74조9149억원이다. 2007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올해 2분기에만 4조4797억원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갔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3조4588억원,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1조208억원이 감소했다.



2분기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 1.28%이처럼 국내에서 주식형 펀드 자금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박스권 장세 속에서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2분기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28%에 불과했다. 1분기의 마이너스 수익률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는 저조한 성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찾은 탈출구는 배당주와 유럽•북미 주식 펀드다. 대부분의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감소한 가운데 배당주 펀드의 설정액은 2분기에 2869억원 증가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업 배당을 늘리고 배당투자상품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2분기 배당주 펀드는 3.2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외 주식형 펀드 중에서는 유럽 주식 펀드가 1441억원, 북미 주식이 215억원 늘었다. 국내 투자자들이 이들 펀드로 이동하는 것은 작은 변동성과 안정적인 수익률 때문이다. 4월 1일부터 3개월 간 국내 북미 펀드는 4.74%의 수익률을 올렸다. 미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기대감에 뉴욕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북미 주식형 펀드도 좋은 성적을 냈다.

미국 뉴욕 증시는 올 들어 사상 최고치를 여러 번 경신했다. 특히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은 16일(현지시각) 1만7138으로 장을 마감했다. 올해 들어 15번째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올해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들이 작년보다 개선됐고, 일부 주요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낸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북미 주식 펀드 중에서는 AB미국그로스증권투자신탁(6.49%)과 미래에셋TIGERS&P500선물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6.3%)이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유로존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유럽중앙은행(ECB)이 6월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15%로 낮추고 유동성 확대에 따른 기업의 실적개선이 예상되면서다. 유럽 증시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데다 경기회복 수혜기대로 자금이 몰렸다. 유럽 펀드의 2분기 수익률은 1.41%로 높지 않지만 2년과 3년, 5년 장기 수익률이 44.85%, 35.32%, 68.23%로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유럽 펀드에서는 KB스타유로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이 2분기 4.1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배당·유럽 펀드로 자금 몰려세부 펀드별로 수익률을 살펴보면 인도의 강세와 러시아의 귀환이 눈에 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디아인프라섹터증권자투자신탁1이 23.16%로 전체 펀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고, IBK자산운용의 인디아인프라증권투자신탁이 22.4%로 뒤를 이었다. 신한BNPP봉쥬르인디아증권자투자신탁(15.56%), KB인디아증권자투자신탁(14.93%)도 수익률 상위펀드에 올랐다. 상위 10개 펀드 가운데 4개가 인도 관련 펀드다.

인도 펀드는 ‘모디노믹스(모디 인도 총리의 경제정책)’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해 수익률 저하로 투자자들의 속을 썩이던 인도 펀드는 친기업 성장론자인 모디 총리의 등장과 함께 화려하게 부활했다. 나렌드라 모디 신임 총리가 주도하는 경제 정책으로 인도 증시가 상반기에 20% 급등한 덕이다.

러시아 펀드도 1분기 기저효과가 작용했다. 수익률 상위 10개 펀드 중 인도 펀드를 제외한 나머지 여섯 자리는 러시아 펀드가 차지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러시아업종대표증권자투자신탁1(18.67%)로 러시아 펀드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KB자산운용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도 인도와 러시아 펀드로 좋은 수익률을 냈다. 러시아 펀드는 해외 주식형은 물론이고 다른 유형 펀드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익률(17.15%)을 올리며 2분기 펀드 시장을 평정했다.

러시아 펀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화해 국면에 돌입 했다는 소식에 높은 성과를 올렸다. 올해 초 크림반도 합병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가 극단으로 치닫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은 앞다퉈 러시아 주식을 투매했다. 그 결과 러시아 증시는 13% 이상 곤두박질쳤다. 러시아의 지난 1분기 해외자금 유출액은 약 700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새 정부 출범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 간에 긴장감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투자자들이 러시아로 속속 복귀했다. 투자심리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저가 매수세를 노리는 자금이 유입돼 수익률이 급등했다. 그러나 슬슬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현재 러시아 펀드의 환매와 유지를 두고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1분기에 고전을 면치 못했던 브라질과 일본 펀드도 회복세를 보였다. 1분기 각각 -7.49%, -12.23%를 기록했던 브라질과 일본 펀드의 수익률은 2분기 5.51%, 4.2%로 돌아섰다. 일본 펀드는 상반기에 최근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로 불리는 성장정책이 공개되며 수익률이 반등하는 추세다. 브라질 주식형펀드의 선전은 월드컵에 따른 경기 개선 기대감으로 해외 투자금이 브라질 주식시장에 유입되고 있어서다.

그러나 브라질의 2분기 경제성장률 등 경제지표가 부진하게 나오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1분기 5.16%였던 중동아프리카 펀드의 성적은 -0.66%로 감소하면서 해외 지역 중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라크 내전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하면서 이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의 단기 수익률이 저조해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LG그룹주 펀드가 약진했다. 최근 지배구조 이슈와 함께 들썩거리던 삼성그룹주가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LG그룹주의 상승 시도가 나타난 것이다. 2분기 삼성그룹 펀드가 평균 0.49%를 내는 동안 우리LG&GS플러스증권투자신탁1(10.7%), 미래에셋TIGER LG그룹+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9.88%)이 국내 주식형 펀드 중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LG그룹주 펀드가 살아나는 것은 펀드에 편입된 LG그룹주 주가가 강세를 보여서다.

LG전자의 주가는 스마트폰 'G3' 출시와 해외 시장 점유율 확대 기대감에 최근 한 달간 외국인의 집중 러브콜을 받으며 상승했다. LG이노텍은 전환사채(CB) 물량을 조기 상환하겠다고 밝히면서 재무구조 개선 기대감으로 주가가 올랐다. 이 밖에 LG하우시스•LG(지주사)도 최근 주가가 살아나면서 LG그룹주 펀드 수익 개선에 힘을 보탰다.

테마 펀드별 수익률을 보면 1분기에 이어 헬스케어펀드가 평균 5.26%의 수익률을 내며 대세로 떠올랐다. 고령화 현상으로 건강산업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데 따른 수혜를 본 것이다. 헬스케어 펀드의 설정액은 972억원 수준의 소규모임에도 여러 대형 펀드들의 수익률을 누르며 작은 고추의 저력을 보여줬다. 이와 달리 테마 펀드는 명암이 엇갈렸다. 1분기 12.67%로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금 펀드의 수익률은 2분기 3.16%로 내려 앉았고, 수익률이 10.39%였던 농산물 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2.83%)로 돌아섰다.

대체에너지와 환경 관련 산업에 투자하는 녹색성장펀드는 국내와 해외 상품들의 수익률 편차가 크다. 중국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투자 비중이 높은 해외 녹색성장펀드는 연평균 수익률이 5% 이상을 기록했다. 유럽의 경우 고가 에너지원인 태양광 기술의 지속적인 발달로 인한 부품가격 원가 하락이 관련 펀드의 상승 요인이 됐다.

또 중국은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중국 정부가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위한 보조금을 지원한 데 따른 관련 업체 수혜가 수익률 상승으로 연결됐다. 반면 국내 녹색성장펀드의 수익률은 -0.95%다. 해외 녹색성장펀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SK텔레콤 등에 투자하는 국내 녹색성장 펀드들은 주식시장의 장기 침체 속에서 마이너스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몸집을 키우던 롱숏펀드는 주춤하는 모습이다. 1분기에만 7163억 늘었던 롱숏펀드 설정액은 2분기에 658억원 줄었다. 평균 수익률은 0.72%다. 단기 급성장에 따른 한계로 이제 롱숏펀드도 ‘끝물’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옥석가리기가 시작된 것으로 시장 수요는 여전하다”고 보는 의견도 제기된다.

자산운용사별 실적 격차도 뚜렷했다. 수익률 상위 100개 펀드에는 13개 운용사의 이름만 올랐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수익률 상위 100개 펀드 중 12개를 배출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강점인 해외 주식형 펀드의 상승과 함께 국내주식형 펀드에서도 상장지수펀드(ETF)인 타이거 펀드가 성장하면서 2분기 최고 운용사에 올랐다.

지수가 상승하거나 떨어질 경우 수익을 얻는 ETF는 최근 지수의 변동성이 작아지면서 2분기에만 1조원 넘는 돈이 빠져나갔지만, 특정 업종 지수를 따라가는 몇몇 펀드를 중심으로 높은 수익률을 냈다. 이 밖에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도 6개 펀드를 순위에 올리면서 1분기(8개)에 단단한 성장세를 보였다. 우리자산운용도 러시아, 인도 펀드를 비롯한 6개 펀드를 100위권 안에 진입시켰다.

유형별로 보면 2분기에는 전반적으로 국내보다 해외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이 좋았다. 국내 주식형•혼합형•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각각 1.28%, 1.07%, 1.29%, 해외 펀드는 각각 3.44%, 2.79%, 2.43%를 기록했다. 해외 혼합형 펀드에서는 슈로더자산운용이, 해외 채권형 펀드에서는 피델리티자산운용이 눈에 띄는 실적을 보였다. 비교적 부진했던 국내 혼합형 펀드에서는 신영밸류고배당60증권투자신탁이 3.93%의 수익률을 내며 선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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