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ISCOPE SECURITY - 여객기는 테러범들의 만만한 표적?
PERISCOPE SECURITY - 여객기는 테러범들의 만만한 표적?
말레이시아 항공 MH17편은 9.2㎞상공에서 고성능 미사일 시스템에 격추됐다. 그러나 리비아와 시리아 내전 이후 급증한 저가의 견착식 무기(shoulder-fired weapon)도 쉽게 비행기를 요격할 수 있다. 이착륙 전후의 몇 분 동안이 특히 공격받기 쉬운 타이밍이다. 여러 항공사와 정부가 비슷한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부랴부랴 진화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일부 안전 및 항공 전문가들은 왠지 못 미더운 눈치다.
“MH17과 그것이 국제사회에 미친 영향 같은 사건들은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와 알카에다 같은 테러 단체들을 고무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다.” 국제안전 잡지 아이 스파이의 마크 버드솔 편집장이 말했다. “여객기 격추는 그들이 적으로 간주하는 집단의 자신감을 크게 잠식하며 사기를 땅에 떨어뜨린다는 점을 생생하게 일깨워준다.”
반군 단체들은 일반 범죄자들과 마찬가지로 “다른 단체들을 흉내 내는 경향이 있다”고 그는 덧붙인다. “어쩌면 전례에 고무되어, 아니면 계속 관심을 끌고 싶기 때문에 모방 공격을 감행한다.” 경무장한 민병대도 정식 훈련을 거의 받지 않고 그런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여객기들은 이착륙시 상당한 위험에 노출된다. 어떤 여객기라도 충분히 격추시킬 만한 위력을 지닌 소화기 공격에 취약하다.” 항공안전 관련 컨설턴트인 크리스 예이츠가 말했다.
이런 유의 소화기(예를 들어 견착식의 휴대형 미사일)가 살상력이 더 높아지면서 널리 보급되고 있다. 저스틴 브롱크는 런던에 있는 영국 왕립통합방위안전보장연구소(RUSI)의 연구원이다. 열추적 미사일 SA-18과 “더 살상력 뛰어난” SA-24 두 종이 “요즘 가장 효과적인 휴대형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1.2㎏의 탄두를 5㎞ 가까이 날려 보내는 SA-24는 전투기에도 치명적이다. 보스니아와 이라크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항공기를 떨어뜨렸다. 이들 견착 발사식 무기들은 운반하기 쉬우며 가격도 수 천 달러에 불과하다. 간단한 방아쇠와 광학유도 시스템을 갖춰 작동하기도 간편하다. 한 대 만으로 747기(탑승 정원 467명)를 격추시킬 수 있다.
그리고 모두 “고도 6.1㎞이하의 모든 비행기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한다고 브롱크가 말했다. 이 같은 근거리 미사일이 좋은 공격 기회를 제공한다. “여객기들은 착륙할 공항으로부터 상당한 거리(40㎞ 안팎)에서 6.1㎞ 고도 범위 내에 들어서기 시작한다.” 제트와인닷컴의 발행인 로버트 마크가 말했다.
여객기가 이착륙할 때 이 40㎞ 거리를 비행하는 데 최대 12분이 걸린다. 따라서 어떤 여객기든 25분 안팎의 비행시간 동안 그런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넓은 구역의 안전을 확보할 만한 인프라가 부족한 개도국에서 비행기가 더 위험에 노출된다. 2002년 11월 케냐 몸바사에서 이륙하는 엘알 이스라엘 항공기를 반군들이 공격 표적으로 삼은 일은 의미심장했다. 활주로에서 불과 1마일(1.6㎞) 거리에서 발사했지만 간발의 차로 빗나갔다.
그러나 개도국의 대도시에선 공격자들이 비행경로의 바로 아래 몸을 숨기기가 더 쉬울 것이다. 널따란 도시 지역 상공의 항로를 통과하는 비행기들이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된다. 인도 뉴델리, 파키스탄 라호르, 요하네스버그 등의 도시다.
살상력 높은 휴대형 무기들이 크게 늘었다. 필시 2011년 리비아 내전 때 수백 기가 분실됐을 것이라고 알려졌다. 그리고 시리아가 상황 반전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장기화된 시리아 내전이 분명 그 지역에서 소화기 보급의 확대를 초래했다”고 브롱크가 말했다. “ISIS와 알-누스라(시리아 반군) 같은 비국가 단체들이 시리아와 이라크 양국 정부군으로부터 다량의 소화기를 탈취했다. 더욱이 이들 미사일과 같은 유형의 중국산 시스템도 시리아의 반군세력에게 비밀리에 공급된다고 전해진다.”
다수의 반군 단체가 SA-7 미사일을 보유한다. 비행기 요격용으로 설계된 미사일이다. 사거리가 3.7㎞안팎에 달한다. 휴대하기가 간편하고 두세 시간만 교육을 받으면 작동할 수 있다. 이같은 미사일이 제기하는 위험 때문에 미국연방항공국은 콩고 상공에서 특정 고도 이하로 비행하지 말라고 항공사들에게 주의를 준다. 1998년 10월 콩고 반군들이 SA-7 미사일로 B-727기를 격추시켰다. 하지만 그런 위험에 대해 예방조치를 취한 항공사는 거의 없다.
“중동 및 러시아의 소수 개인 전용기를 제외하곤 열추적 미사일이 제기하는 위협을 막기 위한 기술적 대응책을 마련했다고 알려진 곳은 이스라엘 국영항공사 엘 알뿐이다.” 항공안전 전문가 노먼 섕크스가 말했다. 엘알은 몸바사 테러공격 후 항공사로선 세계 최초로 대(對)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장착했다. 하지만 그 뒤를 따르는 항공사는 없었다. 비행속도가 느린 여객기는 SA-24 같은 미사일의 좋은 먹이감이다.
비행기가 일단 9.8㎞ 고도에 이르면 격추하는 데 더 고도의 장비가 필요하다. MH17편 공격에 사용됐다고 여겨지는 미사일의 사거리는 그 2배가 넘는다(SA-11 ‘부크’ 또는 ‘갯플라이’ 시스템에서 발사됐다). NATO 군의 화력과 맞먹는다.
반군들이 SA-11을 입수한다면 작동법도 익힐 수 있다고 브로크는 주장한다. “대형 목표물을 정조준한 다음 미사일을 발사하는 일부 기본적인 기능은 경험이 별로 없더라도 또는 기술 전문가로부터 2~3일만 교육을 받더라도 가능할지 모른다. 국제적으로 후원과 병력을 공급받는 시리아 반군들로선 충분히 여객기에게 위협이 될 만한 수준까지 그런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다. “
테러범들도 그처럼 고도의 장비를 입수할 수 있다. “갈수록 무기를 구하기가 쉬워진다.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SA-11을 확보했다는 사실은 그것이 얼마나 쉽게 위험한 사람들의 수중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말해준다.” RUSI 전문가인 라파엘로 판투치가 말했다.
MH17 같은 비극은 최고의 훈련을 받은 병력도 일으킬 수 있다. 1988년 7월 미국 해군이 이란 여객기 655편을 격추시켰다. 에어버스 300기를 적성국 전투기로 오인했다고 밝혔다. 290명의 탑승자가 전원 목숨을 잃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발생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148회 로또 1등 ‘3·6·13·15·16·22’
2“재산 절반 옆에 있는 여자에게...” 조영남 유서 깜작 공개
3한동훈 “민주, 李방탄 예산 감액…호남도 버렸다”
4고점 또 돌파한 리플 코인…한달 만에 264% 상승
5서학 개미에게 희소식…하루 23시간 거래 가능한 미 증권거래소 내년 개장
6 오세훈 시장 "동덕여대 폭력·기물파손, 법적으로 손괴죄…원인제공 한 분들이 책임져야”
7미·중 갈등 고조되나…대만에 F-16 부품 판매 승인한 미국의 속내는
8"나도 피해자” 호소…유흥업소 실장, 이선균 협박으로 檢 징역 7년 구형
9배우 김사희 품절녀 된다...두살 연상 사업가와 결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