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INVESTMENT VALUE ASSET MANAGEMENT | 한국의 명품펀드②
KOREA INVESTMENT VALUE ASSET MANAGEMENT | 한국의 명품펀드②
지난해와 올 상반기 내내 가장 빛을 발한 상품은 가치투자펀드다. 특히 국내 시장에 가치투자 철학을 처음 선보인 이채원(50) 부사장이 이끄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2년 연속 자산운용사 중 수익률 1위를 달려 진가를 발휘했다.
이 회사의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1호(주식)’는 다른 자산운용사 펀드들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하던 지난해 초에도 꿋꿋이 플러스 수익률을 지켜내는 내공을 보였다.
2006년 4월 설정된 이후 최근(7월 18일 기준)까지 164.58%의 누적수익률을 기록했다. 한 해 평균 약 19%의 수익률을 낸 셈인데 주식형펀드 중에서는 설정 후 연평균 수익률이 가장 높다. 그 사이 코스피지수는 약 40% 상승했으니 약 120%포인트 초과 수익을 거둔 셈이다.
이 부사장은 최근 거둔 결실에 대해 ‘바보들의 승리’라고 평가한다. 우직하게, 변하지 않고 가치투자 철학을 지켜온 것이 지난해부터 빛을 발했다는 것이다. 그의 투자법은 간단하다. ‘가치에 비해 싼 주식을 사서 값이 올랐을 때 파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1호 펀드가 사들인 주식 중 약 3%를 차지하는 한국전력은 주가가 2만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2에 불과할 때 사들였다. 지난 5월경 한국전력 주가는 4만2000원까지 올랐다.
언뜻 너무 쉬워 보인다. 하지만 투자는 심리다. 남들이다 오르는 주식을 따라 달릴 때 혼자 뚝심 있게 투자 철학을 지켜내기란 절대 쉽지 않다. “펀드매니저가 가치 대비 주가가 싼 주식을 찾아서 샀다고 칩시다. 그런데 코스피는 오르는데 이 주식만 안 오르는 시기가 1년에 한 분기씩 꼭 옵니다. 펀드수익률이 추락하면 회사 사장님께 불려가죠. 판매사인 증권사에서 난리치죠. 결국 포트폴리오를 바꾸거나 회사를 나가거나 둘 중 하나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겁니다.”
5년 이상 펀드 보유 고객이 전체의 60%이 부사장 자신의 체험이기도 하다. 국내 벤처 붐이 일었던 2000년, 모두 IT주를 앞다퉈 사던 그때도 가치투자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 부사장은 “지금이야 가치투자를 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때는 혼자 외롭고 힘들게 내 철학을 지켜내야 했다”고 회상한다. 거품이 걷히고 국내 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접어들자 주식시장은 박스권에서 지루한 보합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 트렌드에 밀려 소외된 종목이 제값만큼 오르고 가치투자가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의 특징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환매수수료 부과기간이 3년까지 적용되는 펀드다. 투자자에게는 부담되지만 펀드 운용의 안정성이 확보돼야 가치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래서 높은 수익률에 비해 순유입은 적은 편이지만 순유출 없이 꾸준히 운용 규모를 늘려나간다. 5년 이상 펀드를 갖고 있는 고객의 비중이 전체의 60% 이상이다. 그만큼 고객과의 신뢰가 두텁다는 의미다.
신뢰는 조직 내부에도 필요하다. 자산운용사의 오너가 펀드매니저들을 믿고 지지해주지 않으면 장기에 걸쳐 수익을 내는 가치투자를 견지하기 힘들다. 이 부사장은 “오너십이 확고하고 독립된 체제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한국밸류자산운용은 가치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고 설명한다.
가치와 가격의 차이가 언제 메워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그 시기를 기다릴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유명한 가치투자그룹인 트위디 브라운이 조사해봤더니 보유 종목이 올린 전체 수익의 80~90%가 총 보유기간의 2~7% 동안 발생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10년 들고 있던 주식이 어느 한 달 새 최고가를 기록한다는 거죠.”
지난해 엄청난 수익률을 냈지만 이 부사장의 심기는 오히려 불편하다. 가치투자는 수익이 나면 날수록 실제 가치와 주가간의 차이가 메워지기 때문에 팔고 또 다른 저평가 된 종목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이 부사장의 표현에 따르면 “평생 도망치는 숙명”이다.
“보유한 종목들이 지난해 내내 신고가를 치는데 저는 스트레스 때문에 잠이 안오더군요. 만원할 때 사랑스럽던 주식이 2~3만원이 되니 쳐다보기도 싫고요. 지난해 워낙 많이 올라서 지금 주식시장에 ‘지나치게 싸다’고 느낄 정도의 종목은 없습니다. 저평가된 종목이 그만큼 줄었다는 거죠.”
그렇다면 이쯤 돼 가치투자의 상승기류에도 제동이 걸리는 걸까? 이 부사장은 “모든 종목에 거품이 낀 적은 단 한번도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주식시장에 트렌드는 늘 존재해왔고 반대로 소외 받는 영역도 늘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다 좋다고 인정하는 주식은 소용 없습니다. 시장의 오해 때문에, 일시적인 실적 악화나 외국인의 매도세 때문에 가격이 내려간 주식을 찾는 게 저희들의 역할이죠.”
예전에 돌 10개를 들춰 가재를 2~3마리 잡았다면, 이제는 돌 100개를 들춰야 그만큼 잡는다는 의미다. 한국밸류자산운용에서 일하는 17명의 펀드매니저는 한 해 약 1650회 기업탐방을 갈 정도로 발품을 팔며 리서치에 ‘올인’한다. 이 부사장 자신도 스스로 말하길 “27년 동안 주식 밖에 모르고 산 사람”이다. 운전도, 골프도, 하다못해 이메일 보내는 것도 최근에 배웠을 정도로 주식 빼면 아무 것도 없는 삶이다.
“고객 돈으로 손해보는 게 너무 싫어 잠도 못 자고 주식 생각만 한다”고 털어 놓는다. 적게 버는 한이 있어도 남들이 다 마이너스날 때 플러스를 유지하는 게 그의 운용 스타일이다. 자산운용사들이 너도 나도 가치투자 펀드를 내놓지만 이 부사장은 “우리는 멘탈이 다르다”고 자신한다. “저평가된 주식, 그러나 앞으로 3년은 죽어도 안 오를 주식이 있다면 남들은 못사도 우리는 살 수 있습니다. 그게 차이점입니다.”
하반기 주식시장에 대해 이 부사장은 “내수 부양에 모든 것이 달렸다”고 말한다.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고 주택 경기가 살아나야 위축된 소비심리도 풀립니다. 건설경기가 살아나고 소득이 늘어야 내수가 살죠. 외국인이 한국 주식에 투자 안하는 것도 내수가 침체되고 부동산 경기가 나빠서에요. 내수가 부양되면 주식도 덩달아 오르고, 또 경기가 좋아지는 선순환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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