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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웅진케미칼 인수한 日 도레이그룹, 승자의 저주? - 과중한 차입금에 실적도 기대 이하

Issue | 웅진케미칼 인수한 日 도레이그룹, 승자의 저주? - 과중한 차입금에 실적도 기대 이하

3월 인수전 때 경쟁사보다 1000억 더 써 ... ‘도레이 효과’는 올 3분기 이후
닛카쿠 아키히로 도레이 사장(왼쪽)과 이영관 도레이케미칼 회장은 7월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까지 도레이케미칼의 연간 매출을 2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2800억원, 2936억원, 3247억원…. 도레이케미칼이 옛 웅진케미칼 시절(2011~2013년) 기록한 총차입금 규모다. 올해 들어서도 상황은 반전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올 1분기 총차입금은 3193억원으로 나타났다. 회사 전체 매출 규모가 연간 1조원선인 점을 감안하면 이런 차입금 규모는 여전히 우려되는 수준이다. 또한 올 1분기 1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수익구조가 좋지 않은 상태가 지속돼 이른바 ‘승자의 저주’ 우려가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도레이케미칼은 지난 3월 일본의 글로벌 소재 기업인 도레이 그룹이 웅진케미칼을 한국 내 법인인 도레이첨단소재를 통해 인수해 이름을 바꾼 회사다. 2012년 웅진그룹 사태 이후 웅진케미칼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여러 국내 대기업이 눈독을 들이고 인수를 타진했지만 도레이가 최종 승자였다.

도레이그룹 측은 7월 9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도레이케미칼 비전 선포 기념 간담회’를 열고 “2020년까지 도레이케미칼을 연간 매출 2조원, 영업이익 1500억원 규모의 회사로 만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닛카쿠 아키히로 도레이그룹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직접 간담회를 챙기면서 열의를 보였다.



日 도레이, 탄소섬유 부문 세계 1위도레이는 1926년 설립된 회사로 일본 도쿄에 본사가 있다. 그룹 전체 매출이 19조원에 달하고 일본 외에도 한국과 미국 등 6개국에서 230여개 관계사를 둘 만큼 탄탄한 글로벌 기업이다. 주력인 화학소재·합성섬유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했다. 특히 세계에서 5~6개 소수 업체만이 생산기술을 보유한 첨단소재인 탄소섬유 부문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도레이는 한국에 오랜 기간 투자하며 심혈을 기울였다. 1999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도레이첨단소재를 통해 연간 1조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도레이첨단소재 외에도 도레이 인터내셔날코리아, STECO, STEMCO, 대한정밀 등의 계열사를 뒀다. 2011년에는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에 10년간 약 1조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화제가 됐다. 구미 공장을 2020년까지 연간 생산능력 1만4000t 규모의 탄소섬유 생산기지로 육성해 그룹 전체 탄소섬유생산량의 40%를 책임지는 글로벌 거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지난해 11월 전북 새만금 산업단지에 대한 대규모 투자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 7월 새만금에서 폴리페닐렌 설파이드(PPS) 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2018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닛카쿠 사장은 “한국은 글로벌 기업들과 우수한 인재, 경영진을 갖췄고 아시아에서 가장 가격 경쟁력이 있는 곳”이라며 연이은 대규모 투자의 배경을 설명했다.

여기서 가격 경쟁력이란 단순히 일본에서보다 비용이 덜 든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한국이 경제 발전 과정에서 화학 산업 강국으로 거듭났고, 제조기술이 그만큼 우수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투자금액으로 신속하게 탁월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성장세가 가파른 중국 시장 진출 가속화를 위해서도 한국은 지리적으로 매력적이다.

이처럼 공격적인 ‘바이 코리아’에 나선 도레이가 현시점에서 고민하는 부분이 최근 인수한 도레이케미칼이다. 우선 떠안은 부채가 만만찮다. 올 1분기 집계된 이 회사의 총차입금은 3193억원으로 거의가 웅진케미칼 시절 빌린 돈이다. 2012년 당시 모회사였던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지난해 6월 산업은행 등 5개 금융기관과 2200억원 규모의 5년 만기 신디케이트론 약정을 맺으면서 차입금이 더욱 불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리만 5.96%로 회사로서는 연간 150억원 가까이를 이자 비용으로 지출해야 한다.



“2018년부터 차입금 상환할 계획”다음으로 실적이다. 도레이케미칼의 지난해 매출은 1조329억원으로 3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돌파할 만큼 외형상 나쁘지 않았지만 내실은 다소 달랐다. 전년 대비 7%가 줄어든 수치였다. 회사 측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원재료 가격 변동의 영향으로 매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주력인 섬유 부문에서 생산하는 산업·의류용 폴리에스터 단섬유(PSF)의 원재료인 테라프탈산(TPA) 등의 가격이 출렁거린 데다 신흥시장에서의 공급 과잉 우려로 수익성 개선이 어려웠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88억원, 순이익은 160억원이었다. 적자는 아니었지만 전체 매출 규모에 비해 수익성은 기대 이하였다. 올 1분기에는 12억원 순손실로 전환하며 고민이 커졌다.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도레이케미칼은 섬유 사업 매출이 전체의 73%로 비중이 커서 섬유 부문이 부진하면 타격이 큰 수익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실적이 기대만 못했던 것도 섬유 부문에서의 부진 때문이었다. 이 기간 섬유 부문에서 6577억원의 매출과 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전년도의 5분의 1 규모로 급감했다. 도레이케미칼은 필터·소재 등의 사업도 전개하고 있지만 섬유에 비해 비중이 미미하다. 필름 부문에서는 재작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5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악재가 겹쳤다. 떠안은 부채와 정체된 실적으로 재무건전성에 의문부호가 붙으면서 일각에서는 승자의 저주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인수전 당시 LG화학·GS에너지 등 강력한 경쟁업체들을 제치기 위해 이들보다 1000억원가량 많은 4300억원을 써내 인수에 성공했지만 과연 투자한 만큼 거둘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동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 측은 실적 전망 공시에서 올해 매출 1조1000억원, 영업이익 475억원을 예상했지만 하반기에 사업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목표치를 하회할 것”이라며 “올해는 성장통을 겪는 시기로 보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당분간 내실 강화에 주력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도레이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는 방침이다. 도레이케미칼 관계자는 “필터 부문 등 신사업 확대를 목표로 공장에 좀 더 투자하는 과정에서 최근 3년간 차입금이 소폭 증가했다”며 “사업이 안정되면 2018년부터 차입금을 상환하면서 재무건전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섬유 부문에서는 비록 업황 자체가 안 좋은 상황이지만, 사업 비중을 줄이는 대신 기존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사업부별 세부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특히 도레이의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하면서 섬유 부문에서의 해외 판로 개척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올 들어 회사 신용등급이 상향된 것도 청신호다. 한국기업 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지난 3월 도레이케미칼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A-’로 상향했다. NICE신용평가는 “도레이그룹의 재무건전성, 도레이그룹사와의 사업 연관성은 회사신용도에 긍정적 요인”이라고 밝혔다.

도레이케미칼 관계자는 “도레이그룹 편입 이후 신용도가 올랐고 재무적으로도 안정적 여건을 기대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영업을 더 잘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회사 내부에서 확산되고 있다”며 “이르면 3분기 이후부터 ‘도레이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승리를 위해 지나친 비용을 감수해 오히려 위험에 빠지거나 후유증에 시달리는 상황을 일컫는다. 기업들이 M&A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경쟁상대를 제쳤다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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