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박사의 힐링 상담 | 장모-사위의 갈등 극복 - 처가살이 사위의 섭섭함 푸는 삼차방정식
후박사의 힐링 상담 | 장모-사위의 갈등 극복 - 처가살이 사위의 섭섭함 푸는 삼차방정식
하루는 30대 후반의 남성이 진료실을 찾았다. “선생님, 이 섭섭함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는 복잡한 가정 문제를 털어 놓는다.
“최근 5년의 강사 생활을 청산하고 이제 막 교수가 됐어요. 오랫동안 처가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그 날도 평소처럼 막 출근하려는데 장모님이 아내에게 큰 소리를 내는 겁니다. 그냥 지나쳤어야 하는데 그날따라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모습이 애처로워 돕고 싶었어요.
그래서 ‘장모님! 너무 하시는 것 아니냐’고 큰 소리를 냈지요. 그런데 장모님이 뒤돌아서면서 혼잣말을 하시는 거여요.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 뺀다더니.’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아내었어요. ‘엄마한테 그럼 어떡해?’라며 화를 내더라고요. 너무나 섭섭했죠. 선생님, 이 섭섭함이 어디서 생기는 걸까요?”
장모에게 충격 받고 아내에겐 섭섭하고그는 긴 유학을 마치고 귀국할 때 몇 달 내에 학교에서 자리를 잡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처가 신세를 져야 했고, 경제력이 있는 장모의 도움을 받았다. 장인 없이 생활을 홀로꾸려와 그런지 장모의 성격은 무척 강했다.
사위에겐 직접적 간섭은 없지만, 생활에 자주 개입하고 딸에게 잔소리를 퍼붓기도 했다. 부인은 그런 어머니 눈치를 보는 의존형이다. 이제 자리가 잡혀 장모를 내치고도 싶다. 하지만 그동안 도움 받은 게 미안하다. 사건 이후 모두가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도 뭔가 찜찜하다. 그날의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화병은 한국 고유의 병이다. 한(恨)·섭섭함·서운함 등으로 표현된다. 분노·우울·불안의 세 감정이 섞인 상태다. 오랜 동안의 고생과 억눌림이 묻어있는 상태다. 화병은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풀지 못하고 참을 때 생기는 병이다. 참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인내는 긍정적인 의미가 더 많다.
전통적인 화병은 어려운 시절 꾹참아 온 미덕에서 생겼다. 한국 문화는 집단주의 문화다. 나보다는 우리, 개인보다도 집단이 우선되는 사회였다. 집단을 위해서 개인이 희생하고, 아이를 위해서 부모가 참고, 남자를 위해서 여자가 희생한다. 이러한 희생은 잘 승화되지 못할 때 한(恨)이라는 감정을 일으킨다.
그런데 한(恨)이 화병으로 발현되는데 권력구조가 개입된다. 권위주의, 지배와 종속의 문제가 개입된다. 한국은 민주주의가 정착했다지만 아직 사회 여기저기 불평등이 퍼져 있다. 화병은 양반의 지배를 받았던 서민계층, 남성의 지배를 받았던 여성, 시어머니의 지배를 받았던 며느리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옛말에 사위 사랑은 장모라 했다. 그런데 요즘 처가댁 살림을 하는 남자들이 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사위가 장모의 지배를 받는다. 이제 며느리에게 나타나던 화병이 사위에게 나타나는 것이다.
섭섭함은 어디에서 생길까? 기대에서 온다. 보통 좋은 반응을 예상했는데, 이해해 줄 것으로 알았는데, 내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으면 섭섭하다. 기대가 클수록 섭섭함이 크다. 기대는 항상 갈등을 유발한다. 나만큼 해 주기를 바라는데,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기를 바라는데, 그렇지 않으면 실망스럽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섭섭함은 화병에서 온다. 오랜 동안 참고 억눌린 과거생활의 반영이다. 분노와 슬픔, 죄의식이 깔려 있다.
눌린 용수철은 튕겨 나가는 법이다. 쌓인 감정은 언젠가 폭발할 수 있다. 섭섭함은 상처에서 온다. 상처는 되도록 빨리 치유돼야 한다. 놔두면 덧나거나 곪아 터진다. 마음의 상처는 눈덩이처럼 커지기도 한다. 이해가 중요하다. 이해가 안 되면 오해가 발생한다. 깨달음이 중요하다. 깨달음이 없으면 혼란을 일으킨다.
섭섭함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관계는 방정식에 비유된다. 우선 순수한 마음으로 관계 방정식을 풀어보자. 일차방정식을 적용하는 것이다. 약할 때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도움 요청이 나쁜 것은 아니다. 도움을 받을 때는 상대가 정말 고맙다. 그런데 계속 도움을 받는다면 부담스러워진다. 짐을 떨쳐 버리고 싶다. 갑자기 도움이 끊긴다면 뭔가 찜찜하다. 도움에 대한 고마움이 사라지기도 한다. 도움을 이유로 간섭을 당한다면 왠지 떨떠름하다. 도움에 대한 고마움이 분노로 바뀌기도 한다.
그래도 계속 도움을 요청한다면 뻔뻔스럽다. 상대가 불쌍하게 보이기도 하다. 일차방정식은 덧셈, 뺄셈과 유사하다. 더하고 뺀다. 빼고 더한다. 뾰족한 해답이 없다. 어떻게 보면 화내고 잘해 주고, 서로 눈치보고, 분노와 죄의식이 이어지는 ‘지지고 볶는’ 관계다.
이차방정식은 무엇일까? 모녀관계, 장서관계(장모와 사위)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삼각관계다. 요즘 잘 나가는 드라마는 삼각관계가 기본 구도이다. 사각관계까지도 형성된다. 삼각관계의 원조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다. 남자 아이는 이성인 엄마를 좋아한다. 그런데 아빠가 두렵다. 성기가 거세될 것 같다. 남아는 아빠를 동일시하면서 두려움을 해결한다. 엘렉트라 콤플렉스도 있다.
여자 아이는 자신에게 없는 남근을 갈망한다. 그런데 엄마가 두렵다. 여아는 엄마를 동일시하면서 두려움을 해결한다. 이것이 자식이 부모를 닮는 기전(mechanism)이다. 사랑과 두려움은 가장 원초적인 감정이다. 사랑이 사라지면 두려움이 몰려오고, 두려움을 극복하면 사랑이 싹튼다.
이제 이차방정식을 풀어보자. 삼발이 탁자가 불안하게 서 있다. 힘든 과거생활의 결과이다. 부인이 너무 취약하다. 모녀관계가 너무 밀착되어 있다. 부인은 항상 강한 어머니 눈치를 본다. 둘 사이의 소통은 일방적이다. 부인이 오히려 엄마를 두둔한다. 장서관계에서 부인의 역할이 애매하다.
고래싸움에는 새우등이 터지는 법이다. 부부 사이의 소통이 절실한 것 같다. 삼각관계는 복잡하다. 현재 상황만으로 풀기는 어렵다. 해결 안 된 과거의 숙제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부인의 성장이 필요할지 모른다. 성장과 성숙은 결단과 시간을 요한다. 기다림이 필요하다. 문제를 당장 풀기 어려울 수 있다. 미래를 포석해야 한다.
문제 해결에서 나아가 문제 와해 도모삼차방정식은 무엇일까? 어느 날 낙타가 무거운 소금을 메고 산길을 가고 있었다. 주인이 물었다. “산을 오를 때와 내릴 때 언제가 더 문제인가?” 낙타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내 등에 있는 소금이 더 문제입니다.” 한참 산길을 가는데 억수 같은 비가 쏟아졌다. 빗물에 소금이 녹아 내렸다. 순간 낙타는 모든 짐에서 해방되었다.
덧셈 뺄셈을 푸는 일차방정식에서, 곱셈 나눗셈을 푸는 이차방정식, 미분 적분을 푸는 삼차방정식으로 보다 더 큰 그림을 그려보자. 이런 말이 있다. “생활보다는 삶이 크고, 사실보다는 진실이 크고, 성보다는 사랑이 크고, 몸보다는 혼이, 사회보다는 자연이, 현실보다는 실재가, 문제보다는 신비가 크다.” 해결 중심(solution-focused)에서 나아가 문제 해결(problem-solving)을 이루고, 문제 해결에서 더 나아가 문제 와해(problem-dissolution)를 도모해 보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신한은행, 강남구와 ‘땡겨요’ 업무협약 체결
2"거액 치료비 선납했는데 의료기관 폐업"…소비자 주의 요구
3“환율 1300원에 환전해줘” 토스뱅크 외화통장, 신규 기능 추가
4신한금융, AI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 성료…대상 3개팀 선정
5업비트, 보이스피싱 피해자 380여명에 85억원 환급
6DGB금융, 경영관리·인사 부서장에 외부 인재 영입…인력구조 혁신
7트럼프, '게이츠 사퇴' 법무장관에 검사 출신 팸 본디 지명
8현대제철, 양궁 꿈나무 위한 '양궁장 체험 행사' 개최
9"中 직구 플랫폼 주의" 아동 겨울옷서 유해물질 검출…622배 초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