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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RICULTURE - 도시농업의 미래

AGRICULTURE - 도시농업의 미래

유기농 바질은 팜드히어 실내 농장의 재배등 조명 아래서도 잘 자란다.
유기농 바질은 팜드히어 실내 농장의 재배등 조명 아래서도 잘 자란다.



시카고의 미드웨이 공항에서 멀지 않은 8360㎡의 창고에 도시농업의 미래가 뿌리를 내렸다. 수백 개의 식물재배 형광등 조명 아래 신선한 허브와 샐러드용 채소가 무성하게 자란 긴 선반들이 들어서 있다. 바질(허브의 일종), 물냉이, 케일 플랜터(식물 재배용 용기)가 천장까지 반듯하게 겹쳐 쌓여 있다.

(왼쪽 사진부터) 시카고의 팜드히어에선 틸라피아 수조의 영양분 풍부한 물이 식물에게 공급된다. 런던의 ‘그로잉 언더그라운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지하 방공호에 수경재배 농장을 들일 계획이다.
그 아래로 틸라피아(아프리카 원산 민물고기) 가득한 대형 청색 수조에서 공급되는 영양분 풍부한 물이 흐른다. 묘하게 아름다운 광경이다. 가끔씩 직원이 고소작업차(aerial lift)를 몰고 통로를 지나며 정적을 깨뜨릴 뿐이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도시 각지로 공급할 만한 녹색 채소를 한 줌씩 수확한다.

수직농장(vertical farming)의 시대가 열렸다. 도시 소비자들 사이에서 현지 생산된 식품 수요가 증가한다. 시카고에서 창고형 실내농장을 운영하는 팜드히어(FarmedHere) 같은 사업체들이 뛰어들어 재래식 농장들과 경쟁하기 시작했다. 첨단 수경재배 및 아쿠아포닉(aquaponic, 물고기 양식과 수경재배의 혼합) 방식을 이용해 연중 내내 과일과 채소를 재배한다. 그들의 작물을 납품하는 음식점 및 판매점과 같은 지역에 재배시설이 자리잡은 경우가 많다. 지지자들은 이를 곧잘 울트라 지역영농이라 부른다.

“재래식 농업보다 단위면적 당 200% 많은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화학 비료도 사용하지 않는다.” 팜드히어의 최고경영자 마크 토만이 말했다.

수직농장은 평균적으로 야외 농지보다 물 90%, 비료는 70%를 적게 사용한다고 업계 단체인 수직농장연합이 주장했다. 기상변화와 토양관리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1년에 무려 20회나 작물을 수확할 수 있다.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적층 구조이기 때문에 전통 농업에 필요한 토지의 극히 일부만 점유한다.

수직농장은 대단히 효율적이다. 틈새 시장을 뛰어넘어 미국 내 식량공급 불안정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다수가 믿을 정도다(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15% 가까이가 식량공급 불안정의 영향을 받는다). 나아가 그것이 농업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기후변화가 시골 농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세계 인구가 계속 불어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추산에 따르면 2050년에는 세계 인구가 90억 명에 이르며 그중 70%가 도시지역에 거주하게 된다.

그러나 수직농장이 세계를 정복하기에 앞서 규모가 커져도 지지자들의 주장대로 친환경적일 수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이들 벤처 사업을 둘러싸고 많은 의문이 제기되지만 그중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가 있다. 수직농장이 기본적으로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냐는 점이다.

토먼은 분명 그렇다고 본다. 팜드히어는 창업 후 2년 사이 시카고 각지의 수십 개 슈퍼마켓으로 거래처를 확대했다. 시내 홀푸즈(유기농 식품 유통체인) 매장은 모두 거래처로 확보했다. 자체 생산해 포장 공급하는 허브와 샐러드용 채소는 유기농 인증 제품이다. 수확 후 24시간 이내에 매장에 배달할 수 있다.

팜드히어의 도시농업 진출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다른 도시로 수직농장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수직 농장이 실현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익도 남길 수 있음을 입증하는 단계에서 많은 진척을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토먼이 말했다.

환경적인 관점에서 팜드히어는 엄청난 장점이 있다. 매장 가까이에서 식량을 재배하고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폐쇄형(closed-loop,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방식) 아쿠아포닉 시스템을 통해 물FOOD도 절약한다. 전통 농업에서 물은 가장 집중적으로 사용되는 자원이다. 틸라피아 배설물은 채소의 영양분으로 흡수된다. 그 과정을 거치며 정화된 물은 다시 수조로 되돌아간다.

수직농장은 도시공간 또한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여태껏 방치된 창고, 활용되지 않는 옥상을 비롯한 기타 빈 공간에 들어선다. 뉴욕의 고담 그린스는 옥상 온실에서 반결구상추로부터 청경채에 이르기까지 온갖 채소를 재배한다. 브루클린에 있는 홀푸즈 옥상에 들어선 1860㎡의 온실이 대표적이다. 한편 미시건주 뉴버팔로에 있는 그린 스피리트 팜스는 옛 플라스틱 성형 공장에 자리잡았다.

“이런 건물이 미국 도처에 널려 있다.” 그린 스피리트 팜스의 밀란 클루코 사장이 말했다. “대개는 대대적인 물청소와 페인트칠만으로 다시 번듯한 공간이 된다.”

세계적으로 수직농장 모델은 싱가로프의 회전형 작물재배 타워로부터 독일의 이동형 아쿠아포닉 상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일본에선 옛 반도체 공장을 개조해 하루 1만 주의 상추를 기르는 대규모 농장을 만들었다. 런던에선 올 초 그로잉 언더그라운드(Growing Underground)라는 회사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도시 땅 밑 30m에 위치한 제 2차세계대전 당시의 버려진 방공호에 수경재배 농장을 들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였다.

“우리는 수직농장을 세우려 했다. 하지만 런던 중심부 건물을 임대하는 식으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그로잉 언더그라운드의 공동창업자인 스티븐 드링이 말했다. 종잣돈으로 140만 달러를 조달해 내년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수직농장은 원래 농산물 농장과 가축으로 가득한 고층건물로 구상됐다(하지만 비용이 천정부지로 들어간다는 사실이 금방 드러났다). 요즘엔 주차장, 쇼핑몰, 오피스 빌딩 같은 다양한 곳에서 전개되는 갖가지 녹색기술 사업을 아우르게 됐다.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는 작은 에어로포닉(aeroponic, 뿌리를 배양액에 담그지 않고 분무하는 방식) 농장도 있다.

그러나 실내농장이 혁신적이기는 하지만 아무리 열성적인 벤처기업가라도 뛰어넘기 힘든 장애물들이 있다. 우선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재배시설의 구축에 통상 수백만 달러가 들어간다. 마진이 적은 식품업계에선 그렇게 많은 자본을 회수하기가 대단히 어려울 수 있다. 이는 많은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처럼 통제된 환경에는 일반 야외 농지에 없는 기술이 많이 필요하다.” 도시농업을 연구하는 댈라스 소재 텍사스 A&M대 농업 연구지도센터의 J 마이클 굴드 소장이 말했다. “그 기술의 덕을 보지만 현재로선 비용편익 비율(cost-benefit ratio)이 썩 유리하지 않다.”

또한 수직농장의 온갖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비효율적인 요소가 한 가지 있다. 실내에서 식물을 재배할 때는 많은 조명을 항상 켜둬야 한다는 점이다. 식물들이 햇빛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하루 16~18시간의 집중적인 조명이 필요하다. 수직농장 전문가이자 일리노이 공과대 교수인 블레이크 데이비스의 말이다. 그에 따라 천문학적인 에너지 비용이 들어간다.
그로잉 언더그라운드 창업자 리처드 밸러드(왼쪽)와 스티븐 드링.



지난 수년간 실내농장 기술이 향상됐다. 조명이 더 싸지고 효율화 됐을 뿐 아니라 재배 환경을 측정하고 조정하는 장비도 개발됐다. 그에 따라 비용도 줄었다. 앞으로 더 많은 혁신이 기대된다. 필립스 같은 기업들이 식물 재배 전용의 적색 및 청색 스펙트럼 LED 조명을 개발 중이다. 한편 각종 작물의 최적 조도를 감지하는 센서를 테스트하는 기업들도 있다. 지속가능성 에너지 컨설팅 업체 클린 엣지가 최근 보고서에서 소개한 내용이다.

“조명에 쓰이는 에너지가 수직농장의 최대 지출 중 하나로 꼽힌다. 용의주도하고 적절히 설계되지 않을 경우 자금 면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일례로 굴드는 기술혁신으로 비용이 크게 감소해 대규모 확장이 현실화하리라고 생각한다. 식물 자체를 향상시킬 여지도 있다고 그가 말했다. “실내에서 재배되는 모든 식물은 원래 야외에서 자라도록 발달되고 선택됐다”고 굴드가 설명했다. “실내 환경에 적합한 식물을 육종하는 프로그램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

기술향상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직농장은 여전히 전력망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그런 까닭에 초지역적 이미지와는 달리 친환경 대안으로서 가치가 떨어진다. 또한 실내에서 재배할 수 있는 식품 유형에 제약이 따른다. 예컨대 옥수수와 밀 같은 기초 작물은 야외 농업에 최적화돼 있다.

“도시농업은 절대 농촌 농업을 대체할 수 없다. 하지만 보완적인 역할을 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푸드 탱크의 대니얼 니렘버그 사장이 말했다. 지속가능한 농업 문제에 초점을 맞춘 비영리 단체다.

그린 스리피트 팜스의 클루코는 전문 엔지니어 교육을 받았다. 조명을 비롯한 기타 자신의 영농 시스템을 대상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실험을 한다. 현재 그가 사용하는 식물 재배등은 수명이 10만 시간에 달하며 그의 주장에 따르면 시중의 어떤 제품보다 효율적이다. 하지만 기술혁신이 자연의 처방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는 최근 해충 방제를 위해 미시건 창고 농장에 무당벌레 2만7000마리를 풀어놓았다. “이 같은 환경에서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자원을 현명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클루코가 말했다.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첨단기술뿐 아니라 자연적인 해법을 통해 환경의 영향을 억제하려 노력한다. ‘더 플랜트’는 시카고의 옛 육가공 공장에 자리잡은 창업 보육기관이다. 양조업체, 콤부차(홍차버섯차) 메이커, 제빵업체, 수직농장 3개소 등 신생 벤처기업이 여럿 들어섰다. 입주사들은 다른 입주사에서 배출되는 부산물을 활용해 폐기물을 줄인다. 콤부차 메이커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수직농장에서 포집해 사용한다. 한편 양조장에서 버려지는 보리는 농장 한곳의 아쿠아포닉 영농 시스템에서 기르는 물고기 먹이로 준다.

더 플랜트는 또한 혐기성 소화장치(anaerobic digester, 무산소 상태에서 미생물을 이용해 폐기물을 처리하는 장치) 설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유기 폐기물을 메탄 가스로 변환해 전체 공정에 소요되는 재생가능 에너지를 제공하게 된다. 200만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며 일리노이 주 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 150만 달러로 상쇄된다. “기본적으로 커다란 위장(stomach)과 같다.” 더 플랜트의 이사인 데이비스가 말했다.

재생가능 에너지원의 발견은 수직농장에 대단히 중요한 과제라고 굴드가 말했다. 기후변화는 이미 가뭄, 폭풍우, 홍수 같은 이상기후를 유발하고 있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뿜어대는 것만은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고 그가 말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옥수수와 밀 같은 기초작물의 수확량이 감소하고 있다. 학술지 환경연구보고(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최근 게재된 논문 내용이다. 2080년에는 수확량 감소가 현 수준의 무려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더럼 인근에 2015년 문을 열게 될 ‘더 파머리’ 예상도.
그러나 수직농장이 기업으로 살아남아 계속 성장하려면 식품 판매에만 연연하지 않고 다방면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할지도 모른다. 더 플랜트는 ‘DIY 아쿠아포닉스 워크샵’ 같은 강좌와 함께 주간 투어를 제공한다고 데이비스가 말했다. 다른 업체들은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아마추어 농부들에게 재배 세트를 판매한다. 팜드히어는 미국 농무부와 홀푸즈로부터 지역 생산자 보조금을 받아 왔다. 한편 뉴욕의 수직농장 업체 브라이트 팜스는 설비를 구축하기 전에 슈퍼마켓들과 장기 계약을 체결한다.

벤 그린은 부가가치를 생성하는 안성맞춤의 공식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작은 유기 농장에서 자라면서 농산물 재배의 기쁨뿐 아니라 좌절을 모두 경험했다. 이라크에서 수년간 시설대원으로 복무한 뒤 고향에 돌아왔다. 현재 농장과 슈퍼마켓을 한 지붕 아래서 함께 운영하는 혼합형 사업의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더 파머리(The Farmery)’는 2층의 수경재배 농장에서 과일과 채소를 재배한 다음 아래층으로 운반해 식료품 매장에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현장에서 재배된 농산물이 더 파머리 소매영업의 15%를 차지하며 나머지는 육류·맥주·식료품 등 현지 조달한 제품들로 이뤄지게 된다고 그린이 말했다. 1층에는 카페뿐 아니라 허브로 가득한 수직텃밭(growing wall)이 설치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고객이 자신의 차에 박하 줄기를 추가하고 싶다면 직접 벽에서 뜯어 넣으면 된다.

“레스토랑의 높은 마진에 식료품점의 높은 내점율(foot traffic), 식품이 재배되는 곳을 볼 수 있는 이색 체험을 모두 누리도록 설계됐다”고 그린이 말했다.

사업장 건축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오는 12월 롤리-더럼 인근에서 착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는 미국 전체 도시의 모범이 될 만한 성공적인 모델을 꿈꾼다. 식품 판매 외에도 재고손실 감소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농장에서 식료품 매장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신선식품 재고 중 무려 3분의 1이 상하거나 손상된다고 그린이 말했다.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이다. ”바로 거기에 큰 기회가 있다고 본다. 그 비율을 제로에 가깝게 낮추는 것”이라고 그가 말했다.

식품 폐기물 감소, 더 신선한 제품, 연중 공급은 수직농장이 자랑하는 몇몇 이점들이다. 업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부지기수지만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적응해 나갈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댈라스 농업연구지도센터의 굴드 연구팀은 도심 빈민지역에 적합한 저비용, 대량생산형 수직농장을 맞춤 설계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지금은 성장과 기술이 모두 틈새 시장에 국한돼 있다. 팜드히어와 그린 스피릿 팜스는 주로 부유한 고객들을 상대하는 소매 업체에 제품을 공급한다. 언젠가는 그 모델들의 규모가 커져 모든 소득수준의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경제성을 갖추게 되기를 그는 기대한다.

“앞으로 수십 년 뒤에는 70억 명이 도시에서 거주하게 된다. 그 사람들을 먹여 살릴 만한 식량을 재배할 시골 농지가 부족하게 된다”고 굴드가 말했다. “오늘날의 농업은 상당 부분 2차원의 사업이다. 그것을 3차원으로 만드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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