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바이오시밀러에 더 높아진 허들…트럼프 시대 특허 소송 늘어나나

[바이오시밀러 특허 전쟁]②
블록버스터 의약품 바이오시밀러 잇단 출시
오리지널 의약품 개발사, ‘소송’으로 대응해
트럼프 2기 행정부, ‘親특허’ 정책 추진 예상
美 진출 바이오시밀러 기업, 대응 전략 필요

오리지널 의약품 개발 기업은 경쟁 약물의 등장을 늦추기 위해 ‘특허 소송’을 전략으로 활용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세계적으로 높은 매출을 내는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가 속속 만료되는 가운데, 바이오의약품과 효능이 같은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국내 기업의 특허 분쟁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기업은 특허 만료 직전인 바이오의약품의 성분을 활용해 효능을 유사하게 만들어 파는데, 글로벌 제약사들이 특허 침해 소송으로 여기에 엄격하게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약으로 출시된 바이오의약품은 10년 이상의 독점 권리를 보장받는다. 하지만 특허가 만료되면 다른 기업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더 낮은 가격에 시장에 내놓는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개발한 기업은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에 판매해 온 의약품의 가격을 낮추거나, 시장 점유율 하락을 감수한다. 특허를 보유한 기업들은 손해를 줄이기 위해 소송을 단행한다.

휴미라發 바이오시밀러 특허 전쟁

여러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특허 만료됐거나, 향후 수년 내 만료될 예정이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 ▲스텔라라(성분명 우스테키누맙)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 ▲천식 치료제 졸레어(성분명 오말리주맙) ▲골수종 치료제 다잘렉스(성분명 다라투무맙)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성분명 데노수맙) 등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등 국내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업은 이들 약물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된 즉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왔다.

예를 들어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은 휴미라의 미국 특허 만료 시기에 맞춰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인 하드리마, 유플라이마를 각각 개발했다. 휴미라는 2023년을 기점으로 미국에서 물질과 제형, 투여 용법 등 여러 특허가 만료됐으며 이후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업의 공세를 받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외 암젠과 베링거인겔하임, 산도즈 등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한 글로벌 제약사도 일찍이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노리기 위해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했다. 이 중 암젠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한 기업 중 2023년 가장 먼저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눈여겨볼 점은 휴미라의 특허 만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특허를 보유한 애브비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한 기업을 상대로 특허 관련 소송을 잇달아 제기하는 이른바 ‘특허 전쟁’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특히 바이오의약품인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상당수가 2015년부터 물질 특허를 비롯한 여러 특허가 만료되기 시작했는데, 2016년 물질 특허가 만료된 휴미라가 특허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휴미라는 미국 특허 만료 직전인 2022년 연간 매출이 212억3700만달러(약 31조원)에 달하는데 그만큼 시장이 큰 약품이기에 많은 기업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했다. 그만큼 소송도 많이 벌어졌다. 애브비 외 다른 글로벌 제약사도 자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한 기업에 여러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관련 소송에서 패한 기업 가운데 우리 기업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에서 블록버스터 의약품 아일리아 관련 소송에서 패소했다. 아일리아는 황반변성 치료제로 미국의 제약사 리제네론이 개발했다. 아일리아의 물질 특허는 2023년 만료됐지만, 제형 특허는 2027년 만료된다. 리제네론은 아일리아의 미국 특허 만료에 맞춰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업들에 소송을 걸어 제품을 출시하지 못하게 제동을 걸었다. 실제 미국 법원은 인도 기업인 바이오콘의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예사필리에 대해 판매를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도 리제네론과 지난한 특허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리제네론의 소송으로 미국에서 아일리아의 판매와 관련해 예비금지명령이 내려진 상황이다. 이 중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리제네론이 미국에서 특허 50여 건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제기한 소송의 결과에 대해 항소했지만, 최근 미국 법원이 리제네론의 손을 들어주며 패소했다. 셀트리온은 아일리아 외 프롤리아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앞두고 암젠으로부터 특허 침해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미국 법원은 당시 셀트리온에 특허 소송 합의와 제품 판매를 저지하는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후 셀트리온은 암젠과 특허 소송에서 합의했고, 올해 프롤리아 바이오시밀러를 미국 시장에 출시한다.

지식재산권 강조하는 트럼프…특허전쟁 확대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개발한 기업의 특허 소송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식재산권(IP) 강화에 특히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특허 정책은 PREVAIL 법안과 RESTORE 법안이 골자다. PREVAIL 법안은 기소 요건을 추가하고 중복 소송을 제한하는 등 특허권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RESTORE 법안은 영구적인 금지 명령과 관련한 것으로, 역시 특허권자가 소송이나 기술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도움이 되는 법안이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친(親)특허’ 정책을 본격적으로 실행하면,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국내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업은 특허 소송 대응 전략을 더 치밀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AP/연합뉴스]
특허법인 세움 류민오 변리사는 “해당 법안의 입법이 완료되면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업이) 특허를 무효하거나 취소하기는 어려워진다”라며 “만약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업이 오리지널 의약품 개발 기업의 특허를 침해했다면, 손해배상뿐 아니라 그동안 제한적으로 인정된 ‘금지 명령’이 의제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내 의약품 가격을 낮추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도 글로벌 제약사의 특허 소송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류 변리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특허 정책 방향은 특허권자를 보호하는 것이고, 제약 정책 방향성은 바이오시밀러로 의약품 가격을 시장 논리에 따라 낮추자는 것”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글로벌 제약사는 바이오시밀러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특허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전남 영암 한우농장 3곳서 구제역 추가 발생

2“진짜 간도 크네”…교수 계좌서 돈 빼돌려 코인 투자한 행정직원 결국 실형

3왜 한국은 '에스프레소 프랜차이즈' 천국이 됐나

4“테슬라 넌 해고!” 美 상원의원, 머스크와 설전 후 차량 폐기 선언

5침대업계 '삼성-애플' 경쟁을 아시나요

6‘AI 대장’ 엔비디아, 3일 연속 상승…시총 3조 달러 회복도 ‘눈앞’

7애플도 한발 늦었다?...'한 달에 30억원' 팔린 '중국 AI 이어폰, 美시장 침투

8트럼프 행정부의 ‘親특허’ 정책…바이오시밀러 기업 영향은

9바이오시밀러에 더 높아진 허들…트럼프 시대 특허 소송 늘어나나

실시간 뉴스

1전남 영암 한우농장 3곳서 구제역 추가 발생

2“진짜 간도 크네”…교수 계좌서 돈 빼돌려 코인 투자한 행정직원 결국 실형

3왜 한국은 '에스프레소 프랜차이즈' 천국이 됐나

4“테슬라 넌 해고!” 美 상원의원, 머스크와 설전 후 차량 폐기 선언

5침대업계 '삼성-애플' 경쟁을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