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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저가 스마트폰 제조 현장을 가다 - 中 짝퉁 공장들 버젓이 OEM 업체로

중국 저가 스마트폰 제조 현장을 가다 - 中 짝퉁 공장들 버젓이 OEM 업체로

세계 3위스마트폰업체인 중국의 화웨이가 9월 30일 국내에 진출했다. 보조금 지원이 줄어드는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도 10월 1일 시행됐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폰의 국내 진출이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저가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의 제조·유통 현장을 둘러봤다. 일본의 저가 스마트폰 열풍도 짚었다.

중국 선전시 화창베이 시장에는 전자기기를 파는 가게들이 1.5㎞나 이어져 있다.



‘스마트폰의 최전선을 알고 싶으면 중국에 가봐야 한 다’는 말을 듣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찾아간 곳은 중국 광둥성 선전시. 공업단지에 위치한 한 현지기업의 회의실로 갔다. 3.5인치 디스플레이의 싸구려 단말기부터 얇고 세련된 제품까지 20여 종의 스마트폰이 진열돼 있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어떤 것이든 두 달 만에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선전시는 파나소닉·소니·도시바·필립스 등 글로벌 전자제품 업체들의 공장이 있다. 중국 전체 IT 기기의 20%가 여기서 생산된다. 외진 어촌에 지나지 않던 곳이 인구 1400만의 대도시 가 된 것은 모두 전자산업 덕이다. 마을 중심부에는 중국의 용산이라 할 수 있는 IT판매의 메카가 있다. 화창베이 시장이다.

이곳 번화가에는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 빌딩과 애플·삼성전 자 로고를 새긴 소규모 매장 등 전자기기를 파는 가게들이 양쪽으로 1.5km나 이어진다. 장관이다. 쇼핑객은 하루 50만 명에 달한다.

한 건물에 들어섰다. 1층에서 삼성·소니·레노버 등 브랜드별로 점포가 나눠져 있었다. 일본에서의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다.

2층으로 올라갔다. 같은 스마트폰을 팔고 있는데 손님도 많고 분위기가 활기차다. 점원들도 “뭘 찾으세요?”라며 말을 건다. 경기가 어떻느냐고 묻자 한 종업원은 “그럭저럭 괜찮지만 이전만큼은 아니다”며 “전에는 ‘산자이(山寨·짝퉁)’ 스마트폰을 사러 온 사람으로 인산인해였다”고 말했다. 짝퉁 제품을 일컫는 산자 이는 원래 마을에서 떨어진 도적떼의 산채를 의미하던 말이다. 그것이 광둥성을 중심으로 모조품을 만드는 지하공장을 가리키는 용어가 됐다가, 이제는 모조품 자체를 뜻하는 말이 됐다.

화창베이는 휴대전화 전성시대의 중국 최대 모조품 시장이 다. 2008년부터 짝퉁 피처폰이 모여들었다. 대부분 대기업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제품이었다. 그게 사라진 것은 2011년쯤이다. 중국 정부가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선진국의 비판을 받으면서 짝퉁 적발을 강화한 것이다. 당시 주요 단속 대상이 된 것이 화창베이의 모조 휴대전화였다.

사실 최근 등장한 초저가 스마트폰은 짝퉁 휴대전화의 존재가 바탕이 됐다. 그 예가 ‘지우이동통신’이다. 2000여 중국 짝 퉁 제조업체 중 가장 성공해 ‘짝퉁의 왕’이라 불린다. 대기업 제품을 모방하면서도 자사 브랜드를 걸고 신흥국에 진출했다. 인도 시장에서는 노키아·삼성에 이어 점유율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전성기인 2010년에는 2500만대의 휴대전화를 팔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짝퉁 휴대전화 단속을 하면서 매출은 급격히 감소했다. 이에 짝퉁의 왕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로 변신했다. 현재 매출의 70%가 OEM 부문에서 나온다. 고객은 인도·필리핀·인도네시아의 초저가 스마트폰 브랜드다.

전자제품 국제전시회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제조 공장이 필요한 세계 각지의 스마트폰 벤처기업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두 달 만에 어떤 스마트폰도 만들 수 있다’고 장담한 것도 지우이동통신 관계자다.





초저가 스마트폰 기반의 짝퉁 제품 벤처기업들은 대부분 생산 능력이 부족해 설계·판매·고객관리 만 하는 구조다. 그러나 자기 공장이 없어도 지우와 같은 OEM업체를 이용하면 간단하게 스마트폰을 생산할 수 있다. 생산을 위탁할 경우 최소 주문수량은 5000대다. 스펙에 따라 달라지지만 최소 1000만엔(약 9600만 원)이면 내 브랜드를 새긴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다. 단, 전액 선금지불이고 현금만으로 거래한다.

사실 스마트폰은 피처폰보다 진입장벽이 낮다. 피처폰의 OS는 대형 업체에게 유상으로 입수해야 했지만, 스마트폰의 구글 안드로이드는 무상이다. 필요한 부품 비용도 하락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두뇌인 CPU는 미국 퀄컴이 독점 공급하면서 고액의 특허이용료를 내야 했지만, 지금은 홍콩의 미디어테크가 성능 좋은 CPU를 싸게 공급하고 있다. 부품·소프트웨어·공장 등에서 초저가폰에 유리한 환경이 갖춰진 것이다.

지우의 한 공장을 찾아갔다. 고객사가 여럿이고 대부분 소량 생산이기 때문에 생산 라인은 로테이션 시스템이다. 월요일에는 A사, 화요일은 B사와 같은 식이다. 이 날은 인도의 초저가 브랜드 ‘스파시스’를 조립하고 있었다. 한 직원은 “일손이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작업장 벽에는 ‘작업원을 소개시켜주면 보너스 지급’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세계 최대 EMS(전자제품 전문 위탁생산) 업체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도 초저가폰과 관련이 깊다. 홍하이는 매출 13조 2800엔(약 127조2800억 원)의 업계 거인이다. 애플의 생산을 담당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홍하이가 최근 초저 가폰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홍하이는 크게 세 종류의 스마트폰 공장을 운영한다. 가장 큰 것이 아이폰·아이패드용 공장, 다음이 허베이성 랑팡시의 샤오미용 공장이다. 두 곳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성장이 기대되는 곳이 광둥성 후이저우 공장이다. 이곳에서는 세계 각국의 초저가 단말기를 만든다. 연간 24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일본 전체 스마트폰 수요는 3000만대다.

공장을 찾아가봤다. 사진에 공장 전체가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쿵,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금형 프레스 가공 소리다. 대부분의 위탁생산 업체는 노동집약적 구조다. 그러나 이 공장은 금형, 플라스틱 사출성형, 프린트 기반의 표면에 반도체 등 전자부품을 붙이는 표면실장 등 조립부터 마감까지 모든 공정을 소화한다. 그 덕분에 고도의 가공이 단기간에 가능하다.

단가가 싼 초저가폰 생산에 이런 설비를 투자하면 남는 게 있을까? 사실 이는 홍하이라서 가능한 시스템이다. 여기서 사용되는 설비 대부분은 다른 홍하이 공장에서 애플 제품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던 것이다. 애플의 높은 요구사항을 맞추기 위해 홍하이는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대량의 최신 설비를 새로 도입했다. 이렇게 되자 과거 투자한 설비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초저가폰 생산을 적극 수주한 것이다. 결국 애플의 막대한 수요와 빠른 변화가 초저가폰을 낳은 셈이다.



아이폰 만들던 설비로 초저가폰 생산 애플은 홍하이의 단골인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만도 않다. 최근 아이폰 생산을 둘러싸고 애플과 불협화음이 빈번하다. ‘케이스 불량으로 500만대 재생산을 요구했다’ ‘애플에 보고 않 고 부품 조달처를 바꿨다’ 등의 얘기가 나온다. 최근 애플은 EMS 업계 3위인 페가트론에도 아이폰 생산을 맡겼다. 컴퓨터 수주 감소에 시달리는 대만의 생산업체들도 애플에 달려들고 있다. 컴팔과 위스트론이 아이폰 생산을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 온다. 콴타는 ‘애플워치’를 수주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초저 가폰의 수주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다. 이에 따라 수십 달러 대의 저가 단말기 등장도 시간 문제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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