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뇰라 섬은 갈라파고스 제도 동남부에 위치한 섬이다. 1960년대 이곳에는 갈라파고스 자이언트 거북이 15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전 2세기 동안 에콰도르 서쪽으로 약 970㎞ 거리에 있는 이 바위투성이 군도에 고래잡이 어부들이 찾아와 거북을 마구잡이로 사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잡은 거북을 배에 싣고가 장거리 항해의 식량으로 사용했다.

이 동물들은 관련 아종인 핀타섬 거북과 같은 운명을 맞을 듯했다. ‘외로운 조지’로 불리던 마지막 남은 핀타섬 거북이 2012년 6월 지상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이들 두 거북 이야기 중 에스파뇰라 거북의 스토리는 해피 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10월 말 국제적 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된 논문에 이들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살아 남은 거북 15마리를 위해 특별 번식 프로그램이 가동됐다. 1960년대 이후 1500마리가 넘는 새끼가 태어났다. 현재 그 섬에서 서식 중이며 나아가 야생에서도 번식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개체 수가 안정적이라고 간주된다. 논문 공동작성자이자 시라큐스에 소재한 뉴욕 주립대 환경과학·삼림 칼리지의 보존생물학 교수인 제임스 깁스의 말이다.

“더는 우리의 도움이 필요 없어 보인다”고 깁스가 뉴스위크에 말했다. “거북이들이 자활 능력을 갖췄다.”

깁스는 1990년대 초부터 거북이들의 동태를 살피며 야생복귀 프로그램의 효과를 측정해 왔다. 수십 년 동안 수백 명이 이 작업에 참여했다.

“멸종 위기에 처했던 에스파뇰라 거북의 복원은 두말할 필요 없이 동물보존의 최대 성공 스토리 중 하나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스위스 쮜리히대 자이언트 거북 전문가 데니스 핸슨이 말했다.

자이언트 거북은 수명이 170년에 이르며 껍데기 덮어쓴 나무늘보처럼 천천히 움직인다. 이들이 중요한 건 사람에게 주는 명백한 호감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은 사실상 ‘생태계 엔지니어들’이다. 갖가지 다른 동물들이 이 황량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고 깁스는 말한다.

먼저 거북들이 선인장의 열매와 줄기를 먹는다. 그 다음 배설물을 통해 식물의 씨앗을 퍼뜨린다. 따라서 그 다육 식물이 섬 전체에 퍼져나가도록 돕는다. 다른 섬에 서식하는 관련 아종 거북들도 같은 역할을 한다. 선인장 또한 ‘핵심종(생태 군집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종)’이다. 핀치(되새과)나 흉내지빠귀 같은 새와 용암도마뱀 같은 파충류에게 먹이를 제공한다.

불행히 에스파뇰라 생태계는 그동안 상태가 썩 좋지 못했다. 대략 한 세기 전 섬에 염소가 들어온 뒤부터였다. 어부들이 돌아가는 길에 식량으로 쓰려는 목적이었다고 깁스가 말했다. 이들 뿔 달린 침입자들은 눈에 보이는 대로 모조리 먹어 치웠다. 섬을 흙먼지지대로 바꿔 놓았다. 1970년대 초 갈라파고스 국립공원 관리국 직원들이 마지막 한 마리 염소까지 모두 잡아 죽였다. 하지만 나무가 선인장보다 한발 앞서 섬을 점령해 그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고 깁스가 덧붙였다.

거북이들이 나무들을 밟아 뭉개고 선인장을 퍼뜨려 염소 등장 전의 원래 상태로 생태계를 돌려놓을 것이다. 먹이를 공급하고 물을 효율적으로 보존하는 선인장이 많아지며 나무는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수세기가 걸릴 수 있다고 깁스는 설명한다. “그들이 사실상 자신들만의 생태계를 가꿀 것”이라고 핸슨이 말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나무가 지배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처음엔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지 모른다. 집중적이고 선택적인 벌목과 외래종의 통제를 통해 개활지를 더 많이 조성하는 방안이다.”

실제로 내년에 공원 관계자와 과학자들이 이 같은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공원 서비스 기구가 해마다 잠재적인 프로젝트를 위해 과학자들의 자문을 받기 때문이라고 깁스가 설명했다. 옛날엔 자이언트 거북들이 전 세계의 많은 지역에 서식했다. 하지만 지금은 갈라파고스 제도와 인도양탄자니아 동쪽 알다브라 환초로 불리는 일단의 섬들에만 존재한다. 거북들이 사라졌던 다른 섬들에 그들을 도입하는 노력을 일부 과학자가 진행 중이다. 거북들이 생태계 엔지니어 역할을 맡아주기를 기대한다고 핸슨이 말했다.

오늘날 알다브라에 서식하는 자이언트 거북이 갈라파고스보다 많다. 개체 수가 10만 마리를 넘는다. “하지만 알다브라의 자이언트 거북은 1870년대 후반 남획으로 멸종 직전까지 갔었다. 찰스 다윈을 비롯한 사람들이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고 핸슨이 말했다. 이는 모두 거북들이 “가만 놔두면 아주 복원력이 뛰어난 동물”임을 보여준다고 핸슨이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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