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현의 바둑경영 - 우칭위안에게서 배우는 창의성·실험정신

100세를 일기로 타계

우칭위안 9단은 한국의 바둑팬들로부터도 존경을 받았다. 그의 바둑이론서와 에세이 등 여러 권이 국내에서 번역 출간됐다. 그중에서도 정상급 기사들과 쟁투를 벌인 <오청원 10번기집> 은 고급 바둑팬들의 필독서로 널리 읽혔다. 우칭위안의 바둑은 창의적인 수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치훈 9단은 그의 바둑 스타일을 ‘자유의 정신’이라고 표현했다. 기존의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수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예를 보자. [1도]는 우칭위안이 젊은 시절 일본 전통바둑의 맥을 이어온 슈사이 명인과 대결을 할 때의 바둑이다. 우칭위안은 첫 수를 흑1로 3삼에 두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수다. 위치가 너무 낮아 빈 귀를 점령하는 수로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더욱 파격적인 수는 흑5다. 흑1·3의 상태에서 마치 삼태성을 펴듯 바둑판의 한가운데인 천원(天元)에 두었다. 대명인을 상대로 이런 파격적인 시도를 한 데 대해 분노한 일본팬들도있었다. 그들은 우칭위안의 집에 담 너머로 돌을 던졌다. 우칭위안에 의하면 당시 명인에 대한 비례(非禮)라든가 하는 얘기도 나왔다고 한다. 전대미문의 이 투석사건은 일본인의 문화적 특징을 잘 보여준다. 전통이나 격식을 무시하는 행위에 강한 거부감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런 사고방식 때문에 일본 바둑은 하수였던 한국 바둑에 최강의 자리를 내주게 된다. 한국 기사들은 모양이나 형식에 구애 받지 않는 실전적인 바둑으로 세계를 제패했다.
한국 바둑의 이런 탈형식주의를 우칭위안은 이미 수십 년 전에 시도한 셈이다. [2도]와 같은 화점의 기본 정석에서 우칭위안은 백4로 붙이는 수를 두었다. 이 수는 정석사전에 없는 색다른 수였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이 수를 두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훗날 한국 기사들이 이 수를 개발해 한국류 정석을 창조하게 됐다. 그러니까 이 수는 한국류 정석의 원조인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조훈현·이창호 9단 같은 고수들이 이 수를 두기 시작할 무렵 일본에서는 약간 경멸하는 투로 ‘한국류’라고 불렀다는 점이다. 바둑의 품격에 어긋나는 수를 함부로 둔다고 비웃은 것이다. 그런데 이 한국 스타일은 강남스타일처럼 세계 바둑의 판도를 뒤엎어 놓았다. 바둑계에 일대 혁명을 불러온 독창적인 수였던 것이다.
우칭위안이 이런 독창적인 수를 둘 수 있었던 것은 중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일본인과는 다른 사고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나라마다 독특한 문화가 있고 국민들의 소비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에서 구글이 아닌 네이버가 성행을 하고, 월마트가 이마트에 손을 들고 나간 것은 문화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우칭위안은 이와 같은 창의적인 사고로 일본의 정상급 고수들을 모두 꺾었다. 당시는 ‘10번기’라는 시합을 하여 10판 중 4판 차이로 먼저 이기는 쪽이 승리하는 방식을 썼다. 올해 이세돌 9단이 중국의 구리 9단과 10번기를 하여 6승2패로 승리를 거두고 8억여원의 상금을 차지했다.
바둑계에 일대 혁명 부른 독창적인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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