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경제적 효율성 돋보인 프로야구 구단은? - 연봉 대비 성적 1위 NC, 꼴찌 한화
2014 경제적 효율성 돋보인 프로야구 구단은? - 연봉 대비 성적 1위 NC, 꼴찌 한화
2014 프로야구의 제왕은 삼성 라이온즈였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의 1위 자리를 모두 차지했다. 그렇다면 삼성 라이온즈 선수단의 연봉 대비 성적도 1위였을까? 답은 아니다. 연봉 대비 성적이 가장 좋은 팀은 NC 다이노스였다. 꼴찌는 한화 이글스였다. 프로야구 1군 주요 선수 234명을 전수조사한 결과다. 투수들의 효율성은 NC 다이노스가, 타자들의 효율성은 넥센 히어로즈가 가장 높았다. 사상 최대의 돈잔치로 기록된 2014 프로야구의 FA(자유계약선수) 시장과 외국인 선수 계약이 사실상 마무리 분위기다. 선수들의 연봉 계약도 착착 진행되면서 이제 2015 정규시즌을 향한 뜀박질이 시작됐다. 2014 시즌은 이미 역사 속으로 저물었지만 장외에서는 여전히 프로야구를 둘러싼 숱한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그중 짚고 넘어갈 만한 게 돈 이야기다. 2014 시즌 순위표의 제일 꼭대기에는 삼성 라이온즈가 자리했다. 4년 연속 정규리그 1위,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명실상부한 한국 프로야구의 최강자 자리에 오른 셈이다. 그런데 꼭 하나 묻고 싶은 질문이 있다. “그게 과연 최선입니까?” 더 이상 순위를 끌어올릴 자리가 없는 삼성 라이온즈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질문이다.
프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돈’이다. 시즌이 끝난 지금 많은 팀이 ‘돈’과의 전쟁을 벌인다. 더 나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돈을 쓴다. 더 좋은 선수를 영입하고, 좋은 성과를 올린 선수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한다. 모두 비용이 드는 일이다. 어느 정도 충분한 지출을 했다고 생각하면 그 다음은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 투자한 비용만큼 충분한 성과를 올렸는지 따져봐야 한다. 그게 ‘프로야구’다. 각 팀별 프로야구 1군 엔트리는 26명이다. 보통 투수 10~12명, 타자 14~16명으로 엔트리를 꾸린다. 물론 26명만 가지고 야구를 할 순 없다. 한 시즌 중에도 많은 선수가 교체된다. 성적이 좋지 않거나 부상을 당하면 2군이나 재활군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주전은 있다. 각 팀 별로 주요 선수 26명(투수 11명, 타자 15명)을 뽑았다. 타자는 출전 경기 수, 투수는 소화한 이닝 수를 기준으로 했다. 9개 팀은 이들을 중심으로 2014 시즌을 치렀기 때문이다.
총 234명의 선수들이 각 팀을 대표하는 1군 선수들이다. 이들의 연봉을 전수조사했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연봉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다. 이용철 KBS 야구해설위원은 “과거 성적, 미래의 예상 성적, 마케팅 요소, 팀 융화에 미치는 영향, 선수의 상징성, 모기업 구단의 자금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해 연봉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들 요소 중 상당수가 주관적이다. 매 시즌이 끝나고 연봉협상을 할 때 구단과 선수가 쉽게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못하고 전쟁을 치르는 이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어느 정도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팀의 승리에 그 만큼은 기여할 것’이라는 점이다. 구단이든 선수든 팬이든 연봉만큼의 활약을 해주기를 바란다. 올 시즌 최고 연봉(15억원) 선수인 김태균(한화) 선수가 3할이 넘는 고타율을 기록하면서도 팬들의 질타를 받고, 스스로도 “활약이 부족했다” 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타율은 높은 편이지만 홈런 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해 연봉에 미흡한 활약을 했다는 뜻이다.
1군 선수들의 연봉 대비 성적을 분석했다. 팀별 1군 선수 연봉(비용) 대비 몇 승을 올렸는지 살폈다. 1승을 올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했는지 여부다. 경제적 관점에서 2014 시즌의 진짜 1위와 꼴찌를 가려봤다. 그 결과 가장 빛나는 성적을 올린 팀은 NC 다이노스다. 지난해 1군 무대에 처음으로 진입한 후 2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NC 다이노스가 1승을 올리기 위해 지출한 선수들의 연봉은 평균 5351만원이다. 9개 구단 중 가장 낮았다. NC 다이노스 1군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1억4400만원이었다. 가장 높았던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2억750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더 낮은 기대치를 가진 선수들로 높은 성과를 올렸으니 비록 순위상으론 1위를 하지 못했지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즌을 보낸 셈이다.
지난해의 돌풍을 올해도 이어간 넥센 히어로즈 역시 남부럽지 않은 시즌을 보냈다. NC가 창단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연봉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특성을 감안하면, 진정한 효율성 승자는 넥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넥센의 1군 선수단 연봉 총액은 45억200만원이다. 9개 구단 중 4번째로 연봉이 작았다. 하지만 성적은 최고였다. 승률에 밀려서 2위를 기록하긴 했지만 삼성 라이온즈와 같은 78승을 올렸다. 넥센이 1승을 하기 위해 쓴 연봉은 평균 6549만원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3분의 2밖에 안 된다. 이런 기준에서 살펴보면 삼성 라이온즈의 성적이 정말 좋았던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다. 삼성 1군 선수단의 연봉 총액은 71억3900만원으로 9개 구단 중 가장 많다. 그 다음으로 연봉 총액이 높은 한화(61억2200만원)보다도 10억원가량이 많다. 삼성이 1승을 올리기 위해 쓴 연봉은 평균 9153만원이다. NC나 넥센에 비해 월등히 높다. 연봉으로만 보면 1위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더 많은 승수를 올려 여유 있게 다른 팀을 따돌려야 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른 팀이 평균 1억5000만~2억원의 선수로 야구를 했는데, 삼성은 평균 2억7000만원 연봉의 선수들을 데리고 야구를 했다.
그나마 우승이라는 실리를 챙긴 삼성은 그래도 형편이 나은편이다. 거액을 쓰고도 성적을 못 챙긴 팀이 있으니 말이다. 바로 한화 이글스다. 이 팀은 2014년을 포함한 최근 7년 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중 5번은 꼴찌를 했다. 2014 시즌을 시작하기도 전에 약체로 분류되며 시즌을 맞았다. 약체인 팀이 꼴찌를 했으니 면죄부를 줘야 할까? 이 팀 선수들의 연봉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답이 나온다. 2104 시즌 한화 이글스 1군 선수단의 연봉 총액은 61억2200만원이다. 2013년에 FA를 통해 두 명의 거물급 선수(이용규·정근우)를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다. 9개 구단 중 두 번째로 많은 돈을 선수들에게 투자했다. 하지만 돌아온 결과물은 초라했다. 한화는 1승을 위해 1억2494만원의 돈을 지출했다. 9개 구단 중 1승을 위해 지출한 돈이 1억원을 넘긴 유일한 팀이다. 연봉에 대한 기대치로만 보면 적어도 4위 안에는 들어야 할 팀이 또 꼴찌를 한 셈이다.
최근 프런트와 선수·감독 간의 불화로 구설수에 올랐던 롯데 자이언츠도 이런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체 구단 중 3번째로 많은 금액을 선수들의 연봉으로 책정했다. 롯데는 1승을 위해 9971만원의 돈을 지출했다. 받은 돈만큼의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는 소리다. 초반의 부진을 씻고 4위를 기록한 LG 트윈스도 효율적으로 구단을 운영한 팀은 아니다. 1승을 위해 8915만원의 연봉을 지출했다. 9개 구단 중 4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팀의 공격(타자)과 수비(투수)를 구분해 살피면 더욱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어떤 부분에서 효율적으로 팀을 운영했고, 어떤 비효율이 발생했는지를 볼 수 있다. 투수 부문에서 가장 효율적인 야구를 한 팀은 NC 다이노스다. NC의 1군 투수 11명의 평균 연봉은 1억2900만원으로 9개 구단 중에 가장 낮았다. 삼성 투수들의 평균 연봉(3억3400만원)의 절반도 안 된다. 하지만 올 시즌 동안 NC 투수들이 기록한 실점은 608점으로 9개 구단 중에서 가장 적었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성적을 올렸으니 완벽하게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올해 NC가 좋은 성적을 올린 비결이 마운드의 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달리 가장 비효율적으로 투수진을 운영한 구단은 롯데 자이언츠다. 이 팀의 1군 투수들의 평균 연봉은 2억5600만원으로 9개 구단 중 두 번째로 높다. 롯데의 투수들은 5번째로 많은 실점(719점)을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 동안 훌륭한 타자들이 줄줄이 롯데를 떠나면서 약해진 공격력을 약점으로 지적했다. 하지만 연봉에 따른 결과를 놓고 보면 롯데의 진짜 문제는 투수 운영에 있었다. ‘이만큼 할 것’이란 기대로 두둑한 연봉을 받은 선수들이 제 몫을 하지 못한 것이 초라한 성적으로 돌아온 셈이다.
NC 다이노스는 공격 부문에서도 효율적인 성과를 냈다. 평균 1억6100만원을 받은 NC의 타자들은 737점의 득점을 올려 9개 구단 중 3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NC 다이노스보다 타자들의 연봉이 낮은 팀은 SK 와이번스 밖에 없었다. 올해 준우승 팀인 넥센 히어로즈도 공격 부문에서의 성과가 빛났다. 평균 1억8400만원으로 5번째로 낮은 연봉을 받은 선수들이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한 것. 딱 기대치만큼의 성과를 올린 투수들의 아쉬운 성적을 타자들이 상쇄한 셈이다. 더 좋은 투수들을 영입하거나, 기존 투수들의 효율성을 높인다면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할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타격 부문에서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기록한 팀은 한화 이글스다. 가장 많은 돈(평균 2억9900만원)을 받은 타자들이 가장 적은 득점을 올렸다. NC 다이노스 투수들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고액 연봉을 받은 선수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결과다. 한화의 고액 연봉 타자 3명인 김태균(15억원)·이용규(7억원)·정근우(7억원)의 연봉을 합하면 29억원이다. NC 다이노스 1군 선수단 전체 연봉(37억4600만원)과 비교해도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다.
2014 시즌 꼴찌를 한 한화 이글스를 떠올릴 때 속절없이 무너지는 투수들에 대한 인상이 강렬하게 남는다. 하지만 가장 많은 실점을 한 한화 이글스 투수들의 평균 연봉은 9개 구단 중 2번째로 낮았다. 결과가 더 참혹한 감은 있지만, 한화의 투수들은 받은 돈 만큼의 성적을 올렸다고도 볼 수 있다. 한화 이글스의 진짜 문제는 돈 값을 하지 못한 타자들에게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런 면에서 LG 트윈스 타자들에게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팀 1군 타자들의 평균 연봉은 2억3200만원으로 한화 다음으로 높았다. 하지만 이들이 한 시즌 내내 올린 점수는 668점밖에 되지 않는다. 9개 구단 중 3번째로 적은 득점이다. LG 트윈스는 시즌 초반 감독이 교체되는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그 여파로 시즌 중반을 넘어설 때까지 줄곧 하위권을 맴돌았다. 하지만 이 팀의 전력을 냉정하게 따져볼 때 결코 하위권 팀이 아니다. 후반기 기적 같은 역전극을 이뤄낸 덕에 모든 게 덮였다. LG 타자들이 몸값만큼의 활약을 펼쳤어도 더 높은 순위를 기록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스토브리그의 꽃이라 불리는 FA 계약이 거의 끝났다. 역대 최고로 많은 선수, 수준급 선수가 시장에 풀리며 과열됐다.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선수들의 몸값을 두고 “과연 적절한 금액인가”라는 말들이 많다. 어떤 시장에서든 적절한 금액이란 없다. 고전적인 경제학 논리로 보면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결정할 뿐이다. 문제는 거액을 들여 영입한 선수가 그에 걸맞은 활약을 펼쳐주는지 여부다. 또 선수 영입이 과연 어떤 팀에 부족한 부분을 적절하게 보완하고 있느냐를 따져야 한다. FA로 풀린 선수 중 상당수가 원 소속팀과 계약을 맺었다. 다른팀으로 이적한 경우는 12월 17일 현재 7명이다. 2015년 1군 무대에 진입하는 KT 위즈가 3명, 한화 이글스가 3명, 두산 베어스가 1명을 외부에서 영입했다. 2014 성적이 없어 비교가 불가능한 KT를 제외하고 나머지 두 팀의 FA 영입은 옳은 결정이었을까? 올 시즌의 효율성 성적표만 본다면 두산은 잘못된 선택을, 한화는 옳은 선택을 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두산 베어스는 이번 FA 시장에서 전 롯데 자이언츠 소속 좌완 투수 장원준을 4년 간 총액 88억원에 영입했다. 두산에 부족했던 좌완 선발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힘이 될 것이란 건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효율적 영입인가를 묻는 질문에는 의문이 남는다. 올 시즌 두산 투수들의 평균 연봉은 1억9500만원으로 전체 팀중 3번째로 높았다. 실점은 4번째로 많았다. 기존 투수들의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이 급선무라는 소리다.
타자들의 비효율성이 높았던 한화는 이번 FA 시장에서 투수만 3명을 영입했다. 좌완 불펜 투수 권혁(전 삼성), 우완 선발요원으로 분류되는 송은범(전 기아)과 배영수(전 삼성)가 주인공이다. 2014 시즌 한화의 투수들은 전체 팀 중 2번째로 낮은 연봉을 받았다. 그 정도 연봉 수준의 선수들만 즐비했다는 뜻이다. 더 나은 실력을 가진 선수들이 있어 영입을 했다면 올바른 선택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전에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2014 시즌 연봉에 어울리는 활약을 하지 못한 타자들의 비효율을 바로 잡는 일이다.
팀 별 투수와 타자들의 성적을 분리해 분석하며 흥미로우면서도 당연한 결과가 눈에 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1~4위 팀은 모두 득점이 실점보다 많았다. 실점이 득점보다 많은 팀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내가 잃어버린 점수(실점)보다 얻은 점수(득점)가 더 많아야 승리할 수 있다는 게임의 법칙을 데이터가 그대로 보여줬다.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학생이 있다. 투수를 할까, 타자를 할까를 고민 중이다.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보직을 고르고 싶어 한다면 어떤 선택이 맞을까? 정답은 ‘아무거나 골라라’다. 적어도 2014 시즌만 보면 그렇다. 2014 시즌을 수놓은 각 팀의 1군 선수 234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1억9500만원이다. 투수 평균은 1억9100만원, 타자 평균은 1억9800만원이었다. 타자의 연봉이 약간 더 높았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1991년 선동열(전 기아 감독) 선수가 처음으로 연봉 1억원을 넘긴 후, 1억원 연봉은 고액 연봉자의 상징과도 같았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적어도 프로야구 1군에서 활약하는 선수라면 어렵지 않게 1억원을 넘길 수 있다. 전체의 58.1%인 136명이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2014 시즌을 치렀다. 물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일반 대기업 평균도 안 되는 3000만원 이하의 연봉을 받고 활약한 선수가 23명이나 됐다. 이 중 7명은 프로야구 선수 최저 연봉(2400만원)을 받았다.
2014 시즌 타자와 투수 최고 연봉자는 꼴찌팀 한화에서 나왔다. 내야수 김태균 선수가 15억원의 연봉을 받았고, 투수 앨버스가 7억7000만원(70만 달러)을 받았다. 높은 연봉은 많은 이들에게 부러움을 사지만, 선수 개인에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김태균 선수는 0.365의 고타율을 기록하고도 홈런 수가 많지 않아 팬들의 비난에 시달렸다. 두 번째 고액 연봉 선수인 롯데 자이언츠 포수 강민호(10억원) 선수는 0.229의 타율로 ‘먹튀(먹고 튀는 선수)’라는 오명을 썼다. 한화의 투수 앨버스는 부진한 성적 때문에 시즌을 완전히 마치지도 못하고 방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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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돈’이다. 시즌이 끝난 지금 많은 팀이 ‘돈’과의 전쟁을 벌인다. 더 나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돈을 쓴다. 더 좋은 선수를 영입하고, 좋은 성과를 올린 선수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한다. 모두 비용이 드는 일이다. 어느 정도 충분한 지출을 했다고 생각하면 그 다음은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 투자한 비용만큼 충분한 성과를 올렸는지 따져봐야 한다. 그게 ‘프로야구’다.
삼성은 그게 최선입니까?
총 234명의 선수들이 각 팀을 대표하는 1군 선수들이다. 이들의 연봉을 전수조사했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연봉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다. 이용철 KBS 야구해설위원은 “과거 성적, 미래의 예상 성적, 마케팅 요소, 팀 융화에 미치는 영향, 선수의 상징성, 모기업 구단의 자금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해 연봉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들 요소 중 상당수가 주관적이다. 매 시즌이 끝나고 연봉협상을 할 때 구단과 선수가 쉽게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못하고 전쟁을 치르는 이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어느 정도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팀의 승리에 그 만큼은 기여할 것’이라는 점이다. 구단이든 선수든 팬이든 연봉만큼의 활약을 해주기를 바란다. 올 시즌 최고 연봉(15억원) 선수인 김태균(한화) 선수가 3할이 넘는 고타율을 기록하면서도 팬들의 질타를 받고, 스스로도 “활약이 부족했다” 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타율은 높은 편이지만 홈런 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해 연봉에 미흡한 활약을 했다는 뜻이다.
1군 선수들의 연봉 대비 성적을 분석했다. 팀별 1군 선수 연봉(비용) 대비 몇 승을 올렸는지 살폈다. 1승을 올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했는지 여부다. 경제적 관점에서 2014 시즌의 진짜 1위와 꼴찌를 가려봤다. 그 결과 가장 빛나는 성적을 올린 팀은 NC 다이노스다. 지난해 1군 무대에 처음으로 진입한 후 2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NC 다이노스가 1승을 올리기 위해 지출한 선수들의 연봉은 평균 5351만원이다. 9개 구단 중 가장 낮았다. NC 다이노스 1군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1억4400만원이었다. 가장 높았던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2억750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더 낮은 기대치를 가진 선수들로 높은 성과를 올렸으니 비록 순위상으론 1위를 하지 못했지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즌을 보낸 셈이다.
지난해의 돌풍을 올해도 이어간 넥센 히어로즈 역시 남부럽지 않은 시즌을 보냈다. NC가 창단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연봉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특성을 감안하면, 진정한 효율성 승자는 넥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넥센의 1군 선수단 연봉 총액은 45억200만원이다. 9개 구단 중 4번째로 연봉이 작았다. 하지만 성적은 최고였다. 승률에 밀려서 2위를 기록하긴 했지만 삼성 라이온즈와 같은 78승을 올렸다. 넥센이 1승을 하기 위해 쓴 연봉은 평균 6549만원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3분의 2밖에 안 된다.
투·타 모두 효율성 높은 NC
그나마 우승이라는 실리를 챙긴 삼성은 그래도 형편이 나은편이다. 거액을 쓰고도 성적을 못 챙긴 팀이 있으니 말이다. 바로 한화 이글스다. 이 팀은 2014년을 포함한 최근 7년 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중 5번은 꼴찌를 했다. 2014 시즌을 시작하기도 전에 약체로 분류되며 시즌을 맞았다. 약체인 팀이 꼴찌를 했으니 면죄부를 줘야 할까? 이 팀 선수들의 연봉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답이 나온다. 2104 시즌 한화 이글스 1군 선수단의 연봉 총액은 61억2200만원이다. 2013년에 FA를 통해 두 명의 거물급 선수(이용규·정근우)를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다. 9개 구단 중 두 번째로 많은 돈을 선수들에게 투자했다. 하지만 돌아온 결과물은 초라했다. 한화는 1승을 위해 1억2494만원의 돈을 지출했다. 9개 구단 중 1승을 위해 지출한 돈이 1억원을 넘긴 유일한 팀이다. 연봉에 대한 기대치로만 보면 적어도 4위 안에는 들어야 할 팀이 또 꼴찌를 한 셈이다.
최근 프런트와 선수·감독 간의 불화로 구설수에 올랐던 롯데 자이언츠도 이런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체 구단 중 3번째로 많은 금액을 선수들의 연봉으로 책정했다. 롯데는 1승을 위해 9971만원의 돈을 지출했다. 받은 돈만큼의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는 소리다. 초반의 부진을 씻고 4위를 기록한 LG 트윈스도 효율적으로 구단을 운영한 팀은 아니다. 1승을 위해 8915만원의 연봉을 지출했다. 9개 구단 중 4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팀의 공격(타자)과 수비(투수)를 구분해 살피면 더욱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어떤 부분에서 효율적으로 팀을 운영했고, 어떤 비효율이 발생했는지를 볼 수 있다. 투수 부문에서 가장 효율적인 야구를 한 팀은 NC 다이노스다. NC의 1군 투수 11명의 평균 연봉은 1억2900만원으로 9개 구단 중에 가장 낮았다. 삼성 투수들의 평균 연봉(3억3400만원)의 절반도 안 된다. 하지만 올 시즌 동안 NC 투수들이 기록한 실점은 608점으로 9개 구단 중에서 가장 적었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성적을 올렸으니 완벽하게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올해 NC가 좋은 성적을 올린 비결이 마운드의 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달리 가장 비효율적으로 투수진을 운영한 구단은 롯데 자이언츠다. 이 팀의 1군 투수들의 평균 연봉은 2억5600만원으로 9개 구단 중 두 번째로 높다. 롯데의 투수들은 5번째로 많은 실점(719점)을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 동안 훌륭한 타자들이 줄줄이 롯데를 떠나면서 약해진 공격력을 약점으로 지적했다. 하지만 연봉에 따른 결과를 놓고 보면 롯데의 진짜 문제는 투수 운영에 있었다. ‘이만큼 할 것’이란 기대로 두둑한 연봉을 받은 선수들이 제 몫을 하지 못한 것이 초라한 성적으로 돌아온 셈이다.
NC 다이노스는 공격 부문에서도 효율적인 성과를 냈다. 평균 1억6100만원을 받은 NC의 타자들은 737점의 득점을 올려 9개 구단 중 3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NC 다이노스보다 타자들의 연봉이 낮은 팀은 SK 와이번스 밖에 없었다. 올해 준우승 팀인 넥센 히어로즈도 공격 부문에서의 성과가 빛났다. 평균 1억8400만원으로 5번째로 낮은 연봉을 받은 선수들이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한 것. 딱 기대치만큼의 성과를 올린 투수들의 아쉬운 성적을 타자들이 상쇄한 셈이다. 더 좋은 투수들을 영입하거나, 기존 투수들의 효율성을 높인다면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할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화는 타자, 롯데는 투수들 밥값 못해
2014 시즌 꼴찌를 한 한화 이글스를 떠올릴 때 속절없이 무너지는 투수들에 대한 인상이 강렬하게 남는다. 하지만 가장 많은 실점을 한 한화 이글스 투수들의 평균 연봉은 9개 구단 중 2번째로 낮았다. 결과가 더 참혹한 감은 있지만, 한화의 투수들은 받은 돈 만큼의 성적을 올렸다고도 볼 수 있다. 한화 이글스의 진짜 문제는 돈 값을 하지 못한 타자들에게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런 면에서 LG 트윈스 타자들에게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팀 1군 타자들의 평균 연봉은 2억3200만원으로 한화 다음으로 높았다. 하지만 이들이 한 시즌 내내 올린 점수는 668점밖에 되지 않는다. 9개 구단 중 3번째로 적은 득점이다. LG 트윈스는 시즌 초반 감독이 교체되는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그 여파로 시즌 중반을 넘어설 때까지 줄곧 하위권을 맴돌았다. 하지만 이 팀의 전력을 냉정하게 따져볼 때 결코 하위권 팀이 아니다. 후반기 기적 같은 역전극을 이뤄낸 덕에 모든 게 덮였다. LG 타자들이 몸값만큼의 활약을 펼쳤어도 더 높은 순위를 기록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스토브리그의 꽃이라 불리는 FA 계약이 거의 끝났다. 역대 최고로 많은 선수, 수준급 선수가 시장에 풀리며 과열됐다.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선수들의 몸값을 두고 “과연 적절한 금액인가”라는 말들이 많다. 어떤 시장에서든 적절한 금액이란 없다. 고전적인 경제학 논리로 보면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결정할 뿐이다. 문제는 거액을 들여 영입한 선수가 그에 걸맞은 활약을 펼쳐주는지 여부다. 또 선수 영입이 과연 어떤 팀에 부족한 부분을 적절하게 보완하고 있느냐를 따져야 한다.
거액 주고 장원준 영입한 두산의 선택은 과연…
타자들의 비효율성이 높았던 한화는 이번 FA 시장에서 투수만 3명을 영입했다. 좌완 불펜 투수 권혁(전 삼성), 우완 선발요원으로 분류되는 송은범(전 기아)과 배영수(전 삼성)가 주인공이다. 2014 시즌 한화의 투수들은 전체 팀 중 2번째로 낮은 연봉을 받았다. 그 정도 연봉 수준의 선수들만 즐비했다는 뜻이다. 더 나은 실력을 가진 선수들이 있어 영입을 했다면 올바른 선택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전에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2014 시즌 연봉에 어울리는 활약을 하지 못한 타자들의 비효율을 바로 잡는 일이다.
팀 별 투수와 타자들의 성적을 분리해 분석하며 흥미로우면서도 당연한 결과가 눈에 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1~4위 팀은 모두 득점이 실점보다 많았다. 실점이 득점보다 많은 팀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내가 잃어버린 점수(실점)보다 얻은 점수(득점)가 더 많아야 승리할 수 있다는 게임의 법칙을 데이터가 그대로 보여줬다.
프로야구 1군 주요 선수 234명 살펴보니 - 절반이 연봉 1억원 넘어
2014 시즌 타자와 투수 최고 연봉자는 꼴찌팀 한화에서 나왔다. 내야수 김태균 선수가 15억원의 연봉을 받았고, 투수 앨버스가 7억7000만원(70만 달러)을 받았다. 높은 연봉은 많은 이들에게 부러움을 사지만, 선수 개인에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김태균 선수는 0.365의 고타율을 기록하고도 홈런 수가 많지 않아 팬들의 비난에 시달렸다. 두 번째 고액 연봉 선수인 롯데 자이언츠 포수 강민호(10억원) 선수는 0.229의 타율로 ‘먹튀(먹고 튀는 선수)’라는 오명을 썼다. 한화의 투수 앨버스는 부진한 성적 때문에 시즌을 완전히 마치지도 못하고 방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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