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2009년 불황이 끝난 이후 가장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독일과 미국 채권은 구매자에게 이자를 지급하기는커녕 오히려 물리는 수준까지 수익률이 떨어졌다. 유로존(유로화 사용권)의 생존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른 듯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벌겋게 달아오르던 경제 열기가 식어간다.

개인 투자자들이 두 손 들고 물러설 정도다.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경우에도 시장이 크게 출렁인다. 변동성 때문에 시장에서 자금을 거둬들이려는 투자자도 있다고 BNY 멜런 자산운용의 자산 전략가 제리 도일이 말했다.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호흡을 깊게 들이마신 뒤 잘 살펴보면 주식과 채권시장, 그리고 유로존과 중국 악재의 이면에 실제로 대안이 있다. 침대 밑에 현금을 묻어두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

종래의 증권을 강타하는 폭풍우와 저기압으로부터 어떻게 자산을 보호해야 할지 가이드를 제시한다. 대안투자를 고려할 때는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지 먼저 따져야 한다. 이른바 유동성이다. 미술품이나 수집용 자동차는 금이나 선물보다 매도에 더 시간이 걸리기 쉽다. 얼마 동안 쓸 일이 없는 여유 자금이라면 유동성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단기간 내에 필요한 자금이라면 유동성 비중이 더 크다.

둘째, 기존 품목 가격이 하락할 때 대안 투자는 오르고, 기존 품목이 상승할 때는 내리도록 해야 한다. 이른바 비상관성(noncorrelation)이다. 채권이나 주식 값이 떨어질 때 같이 하락하는 대안 투자는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

셋째, 대안투자를 찾는 수요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대다수가 그저 특이한 품목이라고만 여기는 대안 투자는 무시하는 편이 좋다. 저명한 미술가의 아주 특이한 미술품은 수요에 따라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지만 극소수 전문가 그룹 외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제한적인 시장에서 가격 때문에 밀려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지나치게 가격을 높여 부르면 유별난 상품만큼이나 금방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

넷째, 대안투자의 객관적인 가치를 측정한다. 지역에 따라 가치의 인식이 크게 달라지는가, 아니면 문화적 상류계급의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가치가 오르내리는가? 귀금속과 다이아몬드는 조각품보다 객관적인(따라서 안정적인) 가치가 높은 경향을 나타낸다.

끝으로, 대안투자에 관한 조언을 참고할 때 어떤 피해를 막을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주가가 20% 이상 하락할 경우에 필요한 조언이 있는가 하면, 지구 종말을 부르는 대재앙으로 인류가 수렵·채취자 무리로 전락할 경우에 필요한 조언도 있다. 한 시나리오에 유익한 조언이 다른 상황에는 부적절할 수 있다. 특히 금의 경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오늘날 금은 갈수록 통화 대안으로 취급 받는다고 퍼시픽 자산운용의 제임스 쿤츠 대표가 말했다. 중앙은행, 그리고 인도 같은 개도국 경제에선 금이 통화로 이용되는 비율이 갈수록 높아진다. 많은 사람이 본질적 가치를 지닌 유일한 자산으로 여긴다. 게다가 금에는 분명 1000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적 요인이 있다. 본질적으로 가치 저장수단이라고 쿤츠가 말했다.

금과 은은 가치와 유동성을 유지하는 면에서 다른 자산을 능가할 만한 특정한 속성을 지닌다고 여겨진다. 금과 은은 순수하기만 하다면 모두 똑같다. 우량 화폐가 지닌 속성 중 하나라고 WB 어드바이저스사 앨버트 루 대표가 말했다. 본질적으로 순금은 통화와는 달리 국경과 시장을 초월해 가치를 유지한다. 순금은 어디서든 순금이기 때문이다.

루 대표는 또한 광업주나 금 담보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귀금속 담보 증권은 사지 말라고 경고한다. 글로벌 금융 공황은 시장을 얼어붙게 한다. 그런 상황이 닥칠 때 보유지분 매각이 불가능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금 중 적어도 일부는 특정한 금괴 형태로 보유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라고 항상 사람들에게 권한다”고 루 대표가 말했다. 하지만 금괴 저장과 운반 비용도 염두에 둬야 한다. 쿤츠 대표는 상품선물 포트폴리오(managed futures portfolio) 활용을 추천한다. 세계 여러 시장의 선물·옵션 시장을 투자 대상으로 하는 투자 방식이다. 비교적 유동성이 좋고 포트폴리오 가격이 주식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경제가 비교적 안정된 시기에는 선물 가치가 많이 상승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가가 떨어질 때 증권만 들고 있는 투자자들은 잡지 못하는 기회를 선물은 제공한다.

아울러 선물은 금처럼 또 다른 대안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가치의 편차가 크지 않다는 뜻이다. 미술품의 경우엔 견해와 취향이 크게 다를 수 있다. 그와는 달리 대두 종류가 다양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시장에서 대두는 대두로 취급 받는다.

자산가치를 보호할 수 있는 셋째 대안 투자 항목은 수집품이다. 예를 들어 미술품, 경주마, 와인, 화폐, 우표, 골동품 총, 클래식 자동차 등이다. 수집품의 경우엔 가치의 질적 해석에 큰 편차가 생길 소지가 있다고 쿤츠 대표는 말한다. 투자자들은 많은 시간을 들여 수집품 시장에 대한 안목을 키우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좋은 물건을 좋은 가격에 구입하는지 알 수 있다.

타이밍도 중요하다고 시큐리티 밸류 자산운용의 칼 버드 선임 부사장이 말했다. 수집품 구입의 열쇠는 적당한 가격에 사서 알맞은 가격에 매도하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어떤 작품을 정말로 소장하고 싶다는 백만장자 고객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그 자산 항목에 대한 안목이 있는지부터 묻는다. 없다면 믿을 만한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해서 적정가격을 평가하라고 권한다.” 수시로 고객의 적정평가를 돕는다며 버드 부사장이 말했다. 수집품을 구입하는 투자자가 빠지기 쉬운 또 다른 함정이 있다. 소장품의 유동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품목이 귀하고 더 고가일수록 잠재적인 구매자가 더 적어 판매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 쉽다. 귀한 물건일수록 공급 경쟁은 없지만 그렇다고 수요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구매자의 취향과 그들의 경제력에 좌우된다고 루 대표가 말했다.

단시일 내에 자금을 이용해야 한다면 수집품은 적절한 투자 대상이 아니다. 경매에 부쳐야 하는 품목일 경우에는 경매소의 일정에 따라야 한다. 또한 수수료와 경매 비용을 지불할 각오를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수집품 소장 기간 동안 유지관리비와 보험료도 부담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세금이 공제되지 않는 비용이다.

수집품 자산 매각의 대안으로 일부 부자 수집가들은 자선기금에 기부해 세금공제를 받는 쪽을 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집품의 공공 자선단체 기부는 1년 이상 소장한 품목으로 한정된다. 그리고 자선단체는 기증품을 유사한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고 도일은 설명한다. 다시 말해 미술관에 그림을 기부할 때는 전시용 또는 그 미술관 전시 목적의 대출용이어야 한다.

요컨대, 수집품 시장에 투자할 때는 투자 포트폴리오의 몇%가 이 자산 항목 투자의 적정 비율인지를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고 버드 부사장이 말했다.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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