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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 상승만이 문제 아니다

해수면 상승만이 문제 아니다

수로가 빙하의 유기탄소로 넘쳐난다면 어떻게 될까? 단기적으로는 혜택이 있지만 그 다음 아주 오랜 기간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세계 곳곳의 빙하가 급속히 녹아간다. 그에 따라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재앙을 재촉한다. 그러나 빙하의 해빙은 다른 종류의 위협도 제기한다. 빙하에 저장된 방대한 양의 유기탄소가 유출돼 수로로 흘러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로버트 스펜서 플로리다주립대 조교수가 이끈 팀은 빙하 해빙에서 지금까지 간과돼온 이 문제를 거의 10년 동안 연구했다.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그들은 빙하가 사라지면 얼마나 많은 탄소가 방출될지 사상 최초로 추정한 결과를 제시하며 그런 현상이 수중생태계와 관련 수산업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스펜서 팀은 2050년까지 빙하 해빙으로 용해된 유기탄소 약 15테라그램(tg)이 수로로 방출된다고 예상했다. 감을 잡기 위해 계산해 보자. 1tg는 1조g이다. 15tg이라면 매년 아마존강으로 흘러 드는 용해된 유기탄소 양의 절반에 해당한다. 엄청나다는 이야기다.

수로가 빙하의 유기탄소로 넘쳐나면 어떻게 될까? 스펜서는 그 부분의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확실히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빙하에 저장된 유기탄소는 먹이사슬의 맨 아래를 차지하는 탄소섭취 유기체에게 최상의 먹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주로 숲이나 습지에서 수로로 흘러 들어가는 유기탄소보다 훨씬 양질이다.

“먹이그물의 바탕에 있는 미생물이 빙하에서 유출된 유기탄소를 훨씬 쉽게 흡수할 수 있다”고 스펜서는 말했다. “예를 들면 그들 앞에 케이크를 갖다 놓는 것과 같다. 그 효과는 먹이그물의 위로 전파된다. 곤충, 유충, 그 다음엔 어류, 그 다음엔 조류 등으로 이전된다.”

이런 효과는 처음엔 좀 더 생산적인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 수산업의 경우 어류 개체수가 증가한다. 하지만 그런 효과가 오래 가지 않는다. 빙하가 사라지거나 탄소 기여도가 무시될 정도로 빙하가 쇠퇴하면(스펜서는 지금 그런 결과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 영양원이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 게다가 빙하가 녹은 신선한 물이 수로로 유입되지 않으면 물의 온도가 올라가 생존에 차가운 물이 필요한 어종의 서식지가 파괴될 가능성이 크다.

스펜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단기적으로는 생산성이 증가한다. 그러나 그런 단기적인 혜택 다음엔 아주 오랜 기간 피해가 지속된다. 양날의 칼이다. 빙하는 한번 쇠퇴하면 다시 회복할 수 없다.” 그는 빙하의 유기탄소와 수산업 사이의 관계를 완전히 이해하려면 훨씬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세계 전역에서 빙하가 녹아 내리고 있다. 2050년이 되면 티베트 고원의 빙하 중 40%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남극 빙상의 경우도 2년마다 에베레스트산에 해당하는 얼음이 사라지고 있다. 알래스카 동남부의 인기 관광지인 멘덴홀 빙하도 지난 50년 동안 약 2.1㎞ 후퇴했다.

스펜서는 매년 여름 알래스카에 가면 그 전해 여름보다 빙하가 크게 줄었다는 사실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계속 진행되고 있는 비참한 이야기다.” 그는 빙하 해빙의 속도를 카운터 위에 놓인 작은 사각형 얼음(아이스큐브)에 견주었다. 처음엔 서서히 녹기 때문에 한동안은 사각형 형태가 어느 정도 남아 있다. 그러나 일정한 시점이 되면 아주 빨리 녹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물만 흥건하게 남게 된다. “머지않아 우리 자구에 그런 시점이 온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 빙하의 엄청난 손실을 목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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