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현대차, 광주를 수소차 메카로

현대차, 광주를 수소차 메카로

차세대 신성장동력 구축을 위한 현대차그룹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현대차가 정부와 손잡고 선택한 창조경제 신무기는 수소연료전지차다. 광주에 수소차 메카를 조성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1월 27일 광주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수소연료전지차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1월 27일 현대자동차그룹(회장 정몽구)은 광주광역시와 함께 ‘광주 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를 출범시켰다. 혁신센터에서는 자동차 분야 창업 생태계 조성, 수소연료전지차 연관 산업 육성, 서민주도형 창조경제 모델 제시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

이 중 핵심은 수소연료전지차 연구개발이다. 수소연료 전지차는 차량 내 고압탱크에 저장한 수소와 공기 중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만들어낸다. 이 전기로 모터를 돌려 차를 움직인다. 부산물이 물밖에 없기 때문에 진정한 친환경차로 평가받는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디젤차(투싼ix 2.0디젤 기준) 100만대를 수소연료전지차(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 기준)로 대체했을 경우 연간 1조5000억원의 원유 수입대체 효과가 발생한다.

현대차는 광주시를 친환경차인 수소차를 중심으로 한 ‘수소도시’로 탈바꿈시켜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소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0년 400조원 규모가 예상되는 글로벌 수소 관련 시장을 우리나라가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혁신센터 준비사항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해 연말과 올 1월 현장을 찾는 등 수소차 개발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1775억원 펀드 조성해 산업 키운다
광주는 수소에너지 산업 발전에 필요한 연구 및 산업 인프라로 단연 손꼽히는 곳이다. 국내 3대 부생수소(화학공정 중 파생하는 수소가스) 생산기지가 자동차로 1시간30분 거리인 여수산업단지에 있다. 광주과학기술원과 전남대, 자동차부품연구원, 그린카부품산업진흥재단 등 양질의 연구 인력과 첨단시설도 갖추고 있다. 연료전지와 모터, 배터리, 인버터 등 수소 연료전지 관련기업도 80여 곳에 이른다. 이런 조건을 갖춘 덕분에 지난해 세계수소에너지대회가 광주에서 열리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수소차 양산에 성공한 현대차그룹의 기술력과 광주의 인프라가 결합하면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평가한다.

광주 혁신센터는 정부, 광주시, 현대차그룹, 재무적 투자자 등과 함께 총 1775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 우선 자동차 연관 분야 창업을 지원하는 525억원 규모의 신 기술사업펀드를 조성한다. 현대차는 원스톱 창업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전문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자동차 관련 미공개 특허 1000여건도 공개키로 했다.

수소연료전지 분야 창업 및 생태계 조성을 위한 150억원 규모의 수소펀드도 운영키로 했다. 산학연 공동으로 수소연료전지 관련 아이디어 공모전과 전문가 멘토링 및 컨설팅을 시행한다. 아울러 액화석유가스(LPG)나 압축 천연가스(CNG) 같은 에너지원을 기반으로 수소와 전기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은 물론 저장 및 발전도 할 수 있는 ‘융합스테이션’도 운영할 계획이다.
 400조 시장 선제적 투자와 대응 필요
혁신센터는 광주지역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대상으로 스마트 팩토리 노하우를 적용하고 사후 관리도 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신용보증기금 등 재원을 바탕으로 1000억원 규모의 혁신지원 보증펀드를 운영한다. 상·하반기에 각 20개사(자동차업종 20개사, 일반 업종 20개사)씩 선발하여 현장진단, 컨설팅, 분석 관리시스템 구축을 지원한다. 이미 네모아이씨지, 광일기공, 뉴프로텍, 다원엔지니어링 등 광주지역에 소재한 기업들과 협약을 했다.

수소연료전지 시장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일본 닛케이BP클린테크연구소에 따르면 2030년 세계 연료전지 시장규모는 약 4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만 따져도 수소연료전지 산업규모가 2040년 기준으로 약 10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경진 서울대 교수는 이 기간 연료전지의 생산유발 효과는 약 23조5000억원, 고용효과는 17만3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누가 시장을 선점하고 주도하느냐다. 수소연료전지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시장 초기 단계로 선제적 투자와 대응이 제대로만 이뤄진다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에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 주요국들은 2000년대 들어 수소 에너지 연구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엔 수소연료전지차를 놓고 한·일간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현대차는 1998년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착수해 2000년 말 싼타페를 모델로 수소연료전지 완성차를 만들어냈다. 이후 울산 5공장 내에 핵심 부품을 조립하는 별도 라인을 완공해 2013년 세계 최초의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체제를 구축했다. 2013년 1억5000만원짜리 수소 연료전지 차인 투싼ix를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충전소 부족과 가격 장벽 탓에 판매량은 200대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최근 투싼ix 가격을 8500만원으로 43.3% 인하했다. 정부 보조금(2750만원)을 받는 지방자치단체들은 5750만원에 수소연료전지차를 살 수 있게 됐다. 현대차 측은 “국내외 수소연료전지차 보급을 확대하고 거세지고 있는 글로벌 업체 간 경쟁에서 주도권을 이어 가기 위해 가격을 인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투싼 외에 세단형 수소차를 추가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도요타가 지난 연말 일본에 7600만원의 가격으로 출시한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는 큰인기를 얻고 있다. 당초 올 연말까지 400대 판매를 계획했지만 예약주문만 벌써 1500건에 달한다. 주문의 60%는 정부·기업에서, 40%는 개인 고객에서 나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있다. 도요타는 내년에 2000대, 2017년에는 3000대까지 생산능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유지수 국민대학교 총장은 “우리나라가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성공했지만 보급과 확산에서는 일본에 뒤지고 있다”며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소재, 부품, 석유화학, 제철, 건설 등 전후방 연관 산업에 큰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선 서둘러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비상계단 몰래 깎아"...대구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

2"올림픽 휴전? 러시아만 좋은 일"...젤렌스키, 제안 거부

3일론 머스크, 인도네시아서 '스타링크' 서비스 출범

4취업 준비하다 봉변...日 대학생 인턴, 10명 중 3명 성희롱 피해

5주유소 기름값 또 하락...내림세 당분간 이어질 듯

6아이폰 더 얇아질까..."프로맥스보다 비쌀 수도"

7 걸그룹 '뉴진스', 모든 멤버 법원에 탄원서 제출

8 尹 "대한민국은 광주의 피·눈물 위 서 있어"

9성심당 월세 '4억' 논란...코레일 "월세 무리하게 안 올려"

실시간 뉴스

1"비상계단 몰래 깎아"...대구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

2"올림픽 휴전? 러시아만 좋은 일"...젤렌스키, 제안 거부

3일론 머스크, 인도네시아서 '스타링크' 서비스 출범

4취업 준비하다 봉변...日 대학생 인턴, 10명 중 3명 성희롱 피해

5주유소 기름값 또 하락...내림세 당분간 이어질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