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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사람들이 이뤄낸 기적

용감한 사람들이 이뤄낸 기적

1948년 이스라엘 공군에 자원한 미국인 조종사들. 이들은 열악한 조건에서 수천 건의 임무를 완수해 큰 공을 세웠다.
영화제작자 낸시 스필버그는 “사람들은 내 성을 듣자마자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 이스라엘 공군의 대부로 불리는 알 슈위머의 부고를 읽었을 때 내가 그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게 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오빠(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들을 다 들춰내고 싶진 않지만 그 영화는 ‘인디아나 존스’와 ‘밴드 오브 브라더스’ ‘캐치 미 이프 유 캔’을 합쳐놓은 듯한 작품이 될 것 같았다.”

로버타 그로스먼이 감독한 ‘어보브 앤 비욘드(Above and Beyond)’는 이스라엘 공군 창설과 이스라엘 건국에 일조한 유대계 미국인 자원병에 관한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다.

이스라엘 공군 조종사의 아들인 나는 아버지의 영광스러운 시절이 담긴 흑백 사진들을 보면서 자랐다. 날씬하고 핸섬했던 아버지는 햇볕에 검게 그을린 얼굴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겉모습 뒤엔 절박한 현실이 숨어 있었다. 이스라엘 공군 창설과 국가 건설은 용감성과 단순함, 행운과 대담성이 빚어낸 기적적인 위업이었다.

제작자 낸시 스필버그(왼쪽)가 생존한 자원 조종사 중 한 명인 해롤드 리빙스턴과 촬영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1947년 현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영토를 위임통치하던 영국은 유대인과 아랍인 사이에 내전이 일어나리라는 낌새를 채고 이 지역을 유엔에 넘겼다. 유엔은 이 지역을 두 국가로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유대인은 이 계획을 받아들였고 텔아비브 거리는 기쁨으로 술렁였다. 하지만 아랍 국가들은 분할에 반대했다. 당시 이스라엘 유대기구(Jewish Agency) 회장이던 데이비드 벤-구리온은 이스라엘이 독립국가를 선포하면 이웃 아랍국들의 군대가 공격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유대 민족의 말살을 부르짖는 적대적인 아랍 국가들에 둘러싸인 유대인 약 60만 명을 또 다른 대학살의 희생자로 만들지 않으려면 이집트군보다 우세한 공군력을 갖춘 현대군을 신속하게 조성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하지만 당시 이스라엘 영토에는 전쟁의 참혹한 상처를 안은 유대인 난민이 물밀듯이 밀려들었고 무기를 사들일 돈이 거의 없었으며 전투 경험을 지닌 군인은 극소수였다. 이런 상황에서 역량을 갖춘 군대를 조성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슈위머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쌓은 기술과 인맥을 이용해서 다 망가져가는 독일 전투기 수십 대를 사들여 항공기 편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곧 중고 항공기를 꽤 넉넉하게 손에 넣었지만 그 항공기들을 움직일 조종사가 없었다. 슈위머와 조력자들은 각종 공공기록을 샅샅이 뒤져 유대식 이름을 가진 조종사를 찾기 시작했다.

유대계 미국인 대다수는 시온주의자가 아니었지만 조종사가 한 명씩 자원하기 시작했다. 그들 중 일부는 배우자나 어머니에게 또 다른 전쟁에서 싸우려고 지구 반 바퀴를 날아가야 하는 이유를 납득시켜야 했다. “난 내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이 싫었다”고 뉴저지주 뉴어크에서 자란 미 공군 출신의 기디언 리치먼이 다큐멘터리에서 말했다. “하지만 히틀러가 유대인에게 한 짓을 알고 나서 마음이 바뀌었다. 그 전쟁에 나가면 미국 시민권을 박탈당하고 옥살이를 할 위험이 있었다. 하지만 난 전혀 개의치 않았다. 유대인을 돕겠다, 우리 민족을 돕겠다는 일념뿐이었다.”

루 레너트는 어린 시절 반유대주의에 맞서려고 보디빌더 찰스 아틀라스의 근육 단련 지침서를 보면서 체력을 키웠다. “내가 열다섯 살이 되자 누구도 나를 때리지 못했다.” 태평양 전역에서 해병대원으로 복무한 레너트는 이스라엘 조종사로 자원했다.

항공기와 조종사를 끌어모으는 데 성공한 슈위머의 다음 임무는 이 부실한 항공기 편대를 미국에서 텔아비브까지 이동시키는 것이었다. 텔아비브까지 직항로가 없었을 뿐 아니라 미국의 엄격한 무기 금수 조치도 문제였다. 하지만 조종사들은 부품을 갈아 끼운 고물 항공기들을 조종해 파나마에서 브라질과 카사블랑카를 거쳐 로마까지 갔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는 길을 가로막으려는 사람들은 누구든 돈으로 매수했다.

이집트와 시리아, 트란스요르단(요르단이 영국의 위임통치령이었을 때의 이름)과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의 군대가 이스라엘 영토를 공격했을 때 조종사들은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비행 훈련을 하고 있었다. 1만여 명의 이집트 병력이 가자를 지나 텔아비브로 빠른 속도로 진격하는 중이어서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해서 이스라엘 공군의 첫 번째 공식 비행은 그들의 첫 번째 전투 임무가 됐다.

1948년 5월 29일 레너트의 지휘로 고물 메서슈미트 전투기 4대가 이집트 전선을 향해 이륙했다. 이 전투기들은 이스라엘 공군을 대표했다. 전투기들이 이집트 진지에 다다랐을 때 레너트는 기도한 뒤 급강하 폭격과 저공비행 폭격으로 적의 탱크와 트럭, 군수품을 공격했다. 이 대담한 공격은 적의 진격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새로 태어난 국가 이스라엘을 구했다.

10개월에 걸친 이스라엘 독립전쟁 동안 유대계와 비 유대계 자원 조종사 수백 명이 장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항공기로 수천 건의 임무를 완수했다. 연료도 탄약도 부족했다. 이들은 이라크군의 갈릴리 진격을 가로막고 네게브 사막에 고립된 유대인들에게 생필품을 공급하는 등 많은 공을 세웠다. 하지만 홀로코스트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유대인의 사기를 북돋워준 것은 이들의 가장 중요한 업적으로 꼽힐 만하다. “그들은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고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대통령은 말했다.

이 전쟁으로 이스라엘 인구의 약 1%가 사망했고 조종사도 많이 희생됐다. 다큐멘터리에는 80~90대에 이른 생존 조종사들이 자신의 전성기에 세운 공적을 말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매우 인상적이다. 그 시절 그들에게 다른 선택이란 있을 수 없는 듯 보였고, 그들의 체력은 최상이었으며, 동료 유대인을 도와야 한다는 사명감이 대단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들은 파티를 열고 여자를 사귀고 술집에서 싸움을 벌이기도 했으며 웃을 일도 많았다. “난 역사의 그 순간에 그 자리에 있을 운명을 타고 났다”고 레너트는 말했다. “그 일은 내가 평생 한 일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난 마침내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됐다”고 또 다른 조종사가 말했다.

‘어보브 앤 비욘드’는 드라마틱한 주제를 다뤘지만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있는 대목들도 더러 눈에 띈다. 밀턴 루벤펠드는 영국 왕립공군과 미국 공군의 곡예비행사 출신으로 자신감이 넘치는 조종사다. 어느 날 그가 조종하던 비행기가 유대인 농부들에 의해 격추됐다. 이스라엘에 공군이 있는 줄 몰랐던 농부들이 그 비행기를 적기로 오인했기 때문이다. 히브리어를 할 줄 몰랐던 루벤펠드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유대인들에게 이디시어 단어들과 유대 음식 이름을 외쳐대기 시작했다. 게필테 피시(gefilte fish, 송어·잉어 등 생선 살과 야채를 섞어 만든 경단을 넣고 끓인 수프), 맛초(matzo, 유대인이 유월절에 먹는 전통 빵) … 이런 임기응변으로 죽을 위기를 모면한 그는 미국으로 돌아갔다. 나중에 그의 아들 폴 루벤스는 피위 허먼이라는 캐릭터로 잘 알려진 유명한 코미디 배우가 됐다.

“이것은 유대인의 이야기일 뿐 아니라 미국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스필버그가 말했다. “많은 사람이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 좋겠다. 어떤 사람들은 이스라엘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돌린다. 언론을 통해 갖게된 고정관념 때문이다. 이 영화는 유엔에서 이스라엘에 국가의 지위를 부여하기로 투표했던 때를 돌이켜보게 만든다. 유대인은 분할을 받아들였지만 아랍인은 싸우는 쪽을 택했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1948년 우리에게 ‘2국가 해결책’이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했으면 좋겠다.”

- 번역 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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