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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마이바흐 S600 - 지상에서 가장 조용한 리무진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600 - 지상에서 가장 조용한 리무진

태평양이 한 눈에 보이는 미국 산타바바라 해안도로는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의 성능을 한껏 시험해 볼 수 있는 코스였다. 주행능력, 승차감, 안전성 등에서 모두 만족스러웠다.
지난 1월 중순. 한겨울이지만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산타바바라는 휴양도시답게 영상 15도가 넘는 따스한 날씨였다. 언덕에 자리한 부촌에는 톰 크루즈, 제니퍼 로페즈, 제프 브리지스와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별장이 즐비하다. 태평양이 한 눈에 보이는 엘 엔칸토(EL Encanto) 호텔에 짐을 풀고 나오니 메르세데스-벤츠의 럭셔리 세단이 도열해 있었다. 스페인 식민시대 복고풍이 느껴지는 방갈로와 묘하게 어울렸다.

이곳에서 산타마리아의 프레스퀼르 와이너리까지 130㎞ 구간을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600(이하 마이바흐 S600)을 타고 달렸다. 물론 오너와 CEO를 위한 세단답게 뒷좌석에 앉았다. 전 세계에서 날아온 기자들을 위해 메르세데스-벤츠 측은 해안절벽을 따라 이어진 국도 1번과 와이너리가 끝없이 이어지는 내륙 도로 시승을 기획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고, 굽이굽이 커브길 코스에서 마이바흐 S600의 기능과 안전성을 체험해 보라는 의도 같았다. 절벽 아래의 눈부신 태평양과 알프스만큼 장엄한 산타이네즈 산맥을 보는 재미는 덤이었다.
 지금 창밖에 바람이 부나요?
마이바흐 S클래스의 뒷좌석. 뒤로 43.5도까지 젖히면서 종아리와 허벅지 부분을 위한 받침대도 갖춰 비행기 1등석 같은 느낌으로 만들었다.
마이바흐 S600의 첫 인상은 ‘품격’이다. 먼저 5453㎜의 긴 차체와 고급스럽고 팽팽한 라인이 눈을 사로잡는다. 은접시처럼 생긴 마이바흐 전용 휠과 지붕과 차체를 연결하는 맨 뒤쪽 기둥인 C필러에 새겨진 마이바흐 엠블럼도 도드라진다. 양가죽, 나무와 크롬 소재가 고급스럽게 배치된 실내는 특별함이 느껴진다. 특히 운전기사를 둔 부유층을 타깃으로 한 만큼 뒷좌석을 고급화하는 데 기술력을 집중했다. 3400㎜의 휠베이스는 S클래스 롱휠베이스 버전보다 200㎜ 더 길어 무릎과 앞좌석 사이 공간(레그룸)이 더 넉넉해졌다. 비행기의 1등석처럼 종아리와 허벅지를 받쳐주는 지지대도 갖춰져 있다. 특히 뒷좌석 우측은 앞 시트를 최대한 앞쪽으로 밀어 77㎜의 레그룸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했다. 뒷좌석은 최대 43.5도 뒤로 젖혀지며, 마사지 기능은 기본이다.

승차감은 놀랄 만큼 편안했다. 얼마나 빨리 달리고 있는지 전혀 실감할 수 없을 정도다. 시동 소리는 물론이고 시속 150㎞까지 속도를 높여도 The 530 hp V12 birturbo 엔진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특히 뒷좌석은 바람소리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파도 소리나 바람 소리를 들으려면 창문을 열어야 할 정도다. ‘마이바흐 S클래스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전통과 마이바흐의 혁신기술이 만난 작품으로, 지상에서 가장 조용한 리무진’이라는 요하네스 라이펜라스 메르세데스-벤츠 상품전략기획 총괄의 말이 생각났다. 뒷좌석 창틀 주변에 각종 특수 소재를 써서 소음을 막은 것은 물론, 안전벨트를 풀었다 조이는 장치에서 나는 소리까지 신경을 썼다고 한다.

1시간 반 만에 도착한 산타마리아 밸리는 캘리포니아의 작은 와인 생산지 중 하나다. 이곳에서 직접 마이바흐 S600의 운전대를 잡아보았다. 와이너리가 끝없이 이어지는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 내내 12기통 가솔린 엔진이 뿜어내는 최대 출력 530마력의 힘이 느껴졌다. 액셀을 밟는 대로 속도가 반영됐고, 커브 길에서도 차체의 기울임 따위는 느낄 수 없었다. “최대 토크 84.8kg·m에 7단 변속이 가능하며, 시속 약 96km까지는 불과 5초 만에 가속할 수 있다”는 게 메르세데스-벤츠 측의 설명이다.

가격은 낮췄지만 세기의 명차답게 첨단기술이 집약됐다. 마이바흐 S600은 공기 역학 설계와 차체 경량화에 중점을 두었으며, 안전성도 더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주행 중 정숙성을 높이기 위해 울퉁불퉁한 노면에서 신형 풍동으로 항공 음향학을 연구했다. 풍동은 비행기 등에 공기의 흐름이 미치는 영향을 시험하기 위한 터널형 인공 장치를 말한다. 독일의 고급 오디오 브랜드인 부메스터의 3D서라운드시스템은 스피커 24개에서 나오는 명쾌한 소리를 통해 외부 소음을 차단한다. 스피커가 울릴 때마다 침향나무 향수가 주는 미묘한 향기도 느껴진다. 뒷좌석 센터콘솔에서 2개의 테이블을 꺼내 사용할 수 있다. 센터콘솔의 컵꽂이는 각종 음료를 차거나 따뜻하게 유지해주는 기능도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뒤에 13인치짜리 모니터를 달아 멀티미디어 감상은 물론 에어컨·히터, 좌석 마사지 기능 등을 리모컨으로 작동할 수 있다.

2002년 당시 다임러크라이슬러는 경쟁사인 롤스로이스(최근 BMW에 인수됨)와 벤틀리(폴크스바겐 그룹에 인수됨)에 대항하기 위해서 마이바흐 로고를 부활시켰다. 하지만 2011년까지 제작된 마이바흐는 뛰어난 기능성에도 2%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바로 롤스로이스나 벤틀리와 같은 ‘연미복’을 차려입지 못했던 것이다. 적자 행진을 거듭한 끝에 2013년 결국 단종됐다. 이번에 부활한 마이바흐 S600에 대해서는 ‘잘 차려입은 S클래스’라는 표현이 나온다. ‘때깔’이 좋아진 것이다.
 연미복을 차려입은 ‘S클래스’
‘메르세데스-마이바흐’라는 명칭은 메르세데스-벤츠 전문 튜닝 브랜드인 AMG처럼 메르세데스의 ‘서브 브랜드’라는 뜻이다. 독일 진델핑엔에 위치한 S클래스 생산라인에서 제작된다. 지난 2월 전 세계에 출시했고, 한국에는 올 상반기 중에 상륙할 예정이다. 가격대는 S600이 약 2억4000만원, S500이 1억7000만원 수준이다. 여전히 고가이지만 7억원을 호가하던 과거보다는 많이 저렴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벤츠는 S클래스 브랜드와 마이바흐 브랜드 사이의 가격 차이가 너무 커 벤틀리나 롤스로이스에 상류층 소비자를 빼앗겼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이바흐를 S클래스 상위 트림으로 위치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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