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기후변화, 기업 재무 전략의 핵심이 되다 [대신경제연구소 ESG 인사이트]
- 글로벌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전략 살펴보니
기후 전략, 투자 유치와 기업 가치의 새로운 기준

[김영일 대신경제연구소 ESG전략컨설팅1센터 책임연구위원] 기존에는 학문적 개념이나 환경단체의 경고 메시지 정도로 여겨졌던 ‘기후변화’가 이제는 우리의 일상과 경제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폭염과 홍수 같은 극단적인 기후 현상은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고 에너지 비용과 보험료를 끌어올리면서 기업의 기존 재무 전략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기후변화, 이제는 ‘리스크’를 넘어 ‘재무 전략’으로
이같은 변화 속에서 탄생한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CFD)는 기업들이 기후 리스크와 기회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글로벌 공시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를 통해 기업의 경영진과 이해관계자들은 기후변화를 단순한 환경적 의무가 아니라 기업의 장기적인 재무 건전성과 지속 가능 성장의 핵심 변수로 인식해 ‘기후 변화 대응 전략’을 새로운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기후 대응이 잘 이뤄진 기업은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관련 투자자와 금융기관이 기업의 신뢰도를 높게 평가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며 결과적으로 낮은 이자율, 더 많은 투자 유치 등 재무적 혜택을 가져온다.
기후변화를 재무 전략의 한 축으로 삼는 기업만이 미래의 위험을 기회로 바꾸고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후 전략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됐다.
기후변화가 만들어내는 기업 재무의 변화
TCFD 기준 발표 이후,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기후 변화가 가져올 위험과 기회를 분석하고 그에 따른 재무 영향을 시나리오별로 공개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생활용품 제조기업인 유니레버(Unilever)는 탄소 규제 강화 시 8~12%의 운영비용 증가를 예상하며 재무적 대응 전략을 고려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 기업 쉘(Shell)은 탄소 가격 상승과 규제 강화에 대비해 시뮬레이션 결과를 재무 전략에 반영하고 있다. 특히 탄소세가 톤당 100달러까지 오를 경우 화석연료 자산의 가치 하락으로 손상차손(impairment)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파워링 프로그레스’(powering progress)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탄소중립 전략을 발표하는 등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또한 많은 기업들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대규모 설비투자(CAPEX)를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철강업계는 전기로(EAF) 방식 도입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투자비용·이자비용 증가 등 재무 부담이 커지지만, 장기적으로는 탄소 배출을 줄여 규제 리스크를 완화하고 ESG 평가를 개선할 수 있다. 그 결과 더 낮은 비용으로 자본을 조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후전략, 기업 가치와 투자 유치의 핵심
기후변화 대응 전략은 기업 가치와 직결된다.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FCF) ▲자본 비용(Cost of Capital) ▲자산 가치 등 핵심 재무 지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기후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전략을 새롭게 설정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손익계산서뿐 아니라, 기업 가치와 장기적인 투자 유치 경쟁력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은 기후 관련 정보를 더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투자기관인 블랙록(BlackRock)은 TCFD 공시 여부를 투자 결정의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다. 래리 핑크(Larry Fink) 회장은 이미 2020년 연례서한에서 TCFD와 SASB 공시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기업들이 향후 리스크 평가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MS(Microsoft)는 많은 자산운용사들이 자산 운용 및 투자에 있어서 중요하게 고려하는 대표적인 TCFD 공시 우수기업으로 꼽힌다. 기후 전략을 공개하고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기업에는 투자 프리미엄이 부여되며, 이는 기업들로 하여금 단순히 탄소 배출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사업 모델 전반을 저탄소 구조로 재편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결국 기업들은 기후변화를 단순한 비용이나 위험이 아닌, 장기적인 기회와 가치 창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새로운 에너지 사업 진출, 녹색 기술 개발,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 등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필자는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에서 학·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동대학원 환경금융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NICE P&I 대체투자평가본부를 거쳐 현재는 대신경제연구소에서 ESG전략 수립 및 기후변화 재무영향 측정을 담당하고 있다. 관심 분야로 녹색금융·기후금융·금융계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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