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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마른 모델 고용 법으로 금지

깡마른 모델 고용 법으로 금지

한 연구에서는 패션 모델의 체질량지수(BMI) 평균치가 17.6으로 심각한 저체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프랑스에서 새 법안이 통과되면 모델들은 BMI가 최소 기준 이상임을 보여주는 증명서를 제시해야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프랑스 정부는 건강을 해칠 정도로 깡마른 모델의 패션쇼 출연을 금지하려는 의회의 움직임을 지지하고 있다. 의회에 상정된 2건의 보건법 개정안에 따르면 영양실조에 걸릴 정도로 깡마른 패션 모델을 고용하거나 ‘거식증을 미화하는(glorifying anorexia)’ 사람은 누구든 7만5000유로(약 9000만 원)의 벌금형이나 6개월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모델들은 체질량지수(BMI)가 최소 기준 이상임을 보여주는 증명서를 제시해야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BMI 하한선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BMI 18.5 미만인 사람을 체중미달로 간주하며 영양실조 위험이 있다고 본다.

이 수준으로 BMI 하한선을 설정할 경우 패션계와 광고계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패션 모델의 평균 BMI는 이 수준을 밑돈다. 1997년 영국 의학 저널 ‘랜싯(The Lancet)’에 실린 연구를 예로 들어 보자. 연구팀은 모델 에이전시들의 웹사이트에 실린 패션 모델 300명의 생체정보(키·가슴둘레·허리둘레·엉덩이둘레 등)를 이용해 BMI 평균치를 측정했다.

그 결과 모델들의 BMI 평균치는 17.6으로 심각한 저체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참고로 프랑스 여성의 평균 BMI는 23.2, 영국은 27, 미국은 28.7, 호주는 26.7(2007~2008년 자료)이며 건강한 BMI 범위는 18.5~25다.

“패션업계에서 제시하는 아름다운 여성의 이미지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고 깡마른 모델의 고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안한 올리비에 베랑(신경과 전문의이자 사회당 의원이다)이 주장했다. “패션업계는 여성이 아름다우려면, 그리고 패션쇼 무대에 서려면 병적으로 말라야 한다는 메시지를 여성들에게 보내 왔다.”

그의 주장이 다소 과장됐을지 몰라도 깡마른 모델의 이미지가 여성들(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이들 연구는 여성이 미디어를 통해 보통 사이즈나 플러스 사이즈 모델보다 소위 ‘이상적으로 마른(thin ideal)’ 모델을 봤을 때 자신의 몸매를 더 부정적으로 느낀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깡마른 모델의 이미지는 여성들에게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죄책감, 수치심, 불안감, 자존감 저하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깡마른 몸매를 조장하는 미디어와 섭식장애의 연관성도 입증됐다. 십대 소녀들이 특히 미디어 이미지의 영향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미디어 노출에 따른 몸매 염려증은 심지어 5세 여아들에게서도 관찰됐다.

새 법안은 거식증을 조장하는 웹사이트에도 제동을 건다. 거식증을 조장하는 콘텐트는 온라인에 널리 퍼져 있는데 특히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넘쳐난다. 회원들은 깡마른 여성의 이미지를 내세워 ‘마르고 싶은 욕구를 일으키는(thinspirational)’ 사진을 올리고 극단적인 체중감량에 관한 정보와 섭식장애 사실을 숨기는 요령을 공유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런 웹사이트에 어느 정도만 노출돼도 섭식장애 전력이 없는 정상 체중의 여성이 음식섭취량을 대폭 줄이고 건강하지 못한 식사습관을 키울 수 있다.

이런 결과들을 바탕으로 볼 때 패션 모델의 BMI 하한선을 설정하는 것은 십대 소녀들과 젊은 여성의 건강과 행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조치가 좀 더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져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소매업체의 수익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다행히 여러 연구에서 보통 체격의 모델이 등장하는 광고가 깡마른 모델을 내세운 광고만큼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사실 소비자의 브랜드를 향한 태도와 구매 의향 측면에서 볼 때 ‘적당히 마른(moderately thin)’ 모델이 광고에 가장 적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렇다면 광고주들은 더 살찐 모델을 써도 매출에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신체 건강한 이미지를 내세운 광고로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와 친밀도를 더 높일 수도 있다.

도브의 ‘리얼 뷰티(Real Beauty)’ 광고를 생각해 보라. 이 회사는 2004년 전 세계적 마케팅 캠페인에서 아름다움에 대한 고정관념에 도전장을 내밀고 ‘현실적인 몸매’를 지닌 여성을 모델로 기용했다. 이 광고는 언론의 큰 관심을 끌었고 지난 10년 동안 도브의 매출은 대폭 증가했다.

프랑스 정부는 깡마른 모델 고용 금지 법안을 지지함으로써 바람직한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간 듯 보인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프랑스는 이탈리아·스페인·이스라엘 등 이와 유사한 법을 시행 중인 나라들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하지만 깡마른 모델은 비쩍 마른 몸매를 이상적인 체형으로 찬양하는 사회 환경의 한 부분일 뿐이다.

대중매체는 모델뿐 아니라 영화배우, 뮤지션, 왕족 등 다른 유명인사들의 날씬한 몸매를 끊임없이 보여줌으로써 보통 체격을 가진 여성이 자신의 몸매를 부끄럽게 여기도록 만든다. 또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잡지에는 독자의 드레스 사이즈를 줄여줄 것을 약속하는 다이어트 방법이 넘쳐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한 깡마른 모델의 고용을 금지하는 법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확실치 않다.


[필자 사라 잭슨은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 역학 공중보건학과 연구부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처음 실렸다.]- 번역 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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