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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워 피플 (90) 리카싱 홍콩 청쿵그룹 회장 - 세기의 합병 추진하는 동아시아 최대 부자
- 글로벌 파워 피플 (90) 리카싱 홍콩 청쿵그룹 회장 - 세기의 합병 추진하는 동아시아 최대 부자

홍콩 1위, 중화권 1위, 동아시아 1위, 세계 15위 부호

리카싱은 홍콩 최대 투자회사인 허치슨 왐포아 그룹의 회장이란 점이 더욱 눈길을 끌어왔다. 그는 청쿵그룹 명의로 HWL의 지분 49.97%를 보유하고 있다. 1979년 9월 이 그룹을 손에 넣었다. HWL은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 중 최대 규모로 전 세계 54개국에서 23만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글로벌 투자회사다. 항만 관련 업무, 부동산과 호텔, 유통, 에너지와 인프라 및 투자, 통신의 다섯 영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홍콩과 중국에 싱가포르와 동남아는 물론 전 세계로 투자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리 회장의 차남 리처드 리(李澤楷·47)는 홍콩 통신회사인 퍼시픽 센추리 그룹 (PCG)을 창업해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정보통신 지주회사인 PCCW의 회장도 맡고 있다. 13살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스탠퍼드대를 다닌 그는 자립하라는 부친의 지시에 맥도널드에서 일하거나 골프장 캐디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1980년대에 캐나다 국적을 취득했으며, 이 덕분에 에어캐나다나 벨캐나다 같은 현지 기업의 지분을 외국인 소유 제한에 구애받지 않고 매입할 수 있었다.
이렇듯 리 회장은 명실 공히 중화권의 대표적인 비즈니스맨이라고도 할 수 있다. 중화권을 넘어 세계적인 비즈니스맨이다. 특히 홍콩은 ‘리카싱의 도시’로 불릴 정도로 리 회장의 경제적 영향력이 막강하다. 홍콩 사람들이 흔히 “홍콩 사람이 1달러를 쓰면 그중 5센트는 리카싱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라는 말을 할 정도다.
그런 리카싱이 지금 대대적인 사업구조 개편으로 새로운 도약의 시동을 걸고 있다. 87세의 나이도, 330억 달러라는 재산도 그의 넘치는 에너지와 야심을 막을 수 없었다. 지난 4월 9일 공개한 사업구조 개편안은 놀랍다. 산하의 청쿵실업과 허치슨 왐포아를 합병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합병 규모가 240억 달러에 이른다. 21세기 기업 합병 사상 최대 규모다. 그야말로 ‘세기의 합병’이다. 두 공룡을 합병해 부동산 부문과 비부동산 부문으로 나눈 뒤 CK부동산과 CKH지주회사라는 2개의 지주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현재 지주회사인 청쿵실업의 지분 43.24%를 보유한 리카싱 일가는 합병 이후 CKH지주회사와 CK부동산의 지분을 총 30.15% 갖게 된다.
리 회장의 자산 구조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주회사인 청쿵홀딩스가 184억 달러, 아들이 운영하는 캐나다 허스키에너지가 75억 달러, 허치슨 왐포아가 13억 달러, 허치슨 텔레콤이 1억7200만 달러, 청쿵인프라스트럭처가 4180만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현금과 기타 자산도 30억 달러에 이른다. 이번 그룹 개편으로 CK부동산이 그룹의 핵심이던 청쿵실업과 허치슨 왐포아의 모든 부동산 자산을 담당한다. 이 회사는 특히 홍콩 관련 사업에 주력하기로 했다. CKH지주회사는 캐나다 허스키 에너지와 영국 이동통신회사 쓰리, 그리고 전 세계 50여개국에 있는 글로벌 자회사를 모두 맡기로 했다. 이 합병으로 홍콩증시에서 청쿵실업 주가는 13.5%나 올랐다. 이로써 리 회장은 마윈 알리바바 회장에게 잠시 넘겨줬던 중화권 최고 부자 자리를 다시 탈환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리 회장이 지주회사의 본사를 영국령 케이먼제도에 법인 등록할 것이라는 사실이 더욱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케이먼제도는 최근 개선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조세회피지역으로 악명이 높기 때문이다. 리 회장이 홍콩과 중화권을 떠나 글로벌로 사업영역 확대를 본격화하는 게 아닌가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리 회장은 지난 2년간 중국 본토를 비롯한 중화권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줄이는 대신 글로벌 투자를 늘려왔기 때문이다. 2013년에는 수퍼마켓 체인인 바이자에서 손을 뗐으며 주요 부동산인 상하이 루자쭈이 오리엔탈파이낸셜센터(OFC)와 베이징의 잉커센터를 매각했다.
2013년 이후 팔아 치운 중국 내 부동산이 250억 위안어치에 이른다. 대기업 중 유일하게 지분 투자를 했던 창위안그룹의 지분도 매각했다. 대신 중화권 외에 대한 투자는 계속 늘려왔다. 호주와 아일랜드·네덜란드·캐나다 등에서 기업과 각종 자산을 매입하기 위해 300억 홍콩달러를 썼다. 홍콩의 불안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바꿔온 게 아닌가 짐작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탈중국 전략의 일부라는 분석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룹을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리 회장이 지주회사를 케이먼 제도로 옮기는 것에 대해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홍콩 민주화 시위 이후 일국양제와 홍콩의 자율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홍콩의 행정과 사법제도를 계속 신뢰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주회사 본사 케이먼제도에 등록
홍콩의 사정을 잠시 살펴보자. 그간 홍콩은 중화권의 경제 수도에다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센터 역할까지 맡고 있다. 세계 6위의 부자 나라로 숱한 억만장자를 배출하고 있는 기회의 도시다. 전체 가구의 8.5%가 100만 달러 이상의 재산을 가진 부촌이다. 홍콩은 무엇보다 정부의 간섭과 규제가 거의 없다. 홍콩 당국은 경제 문제에선 수동적이다. 일손을 놓고 있는 게 아니라 일부러 민간에 맡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유방임형 경제체제는 홍콩의 특징이자 강점이다. 자유방임형 경제정책은 정부가 규제·과세·기부금 등 민간 영역에 대한 간섭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재산권 보호에만 주력하는 경제환경을 조성하는 정책이다. 이를 통해 민간의 창의성과 활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자는 의도다.
다만, 홍콩은 모든 부동산이 정부 소유이며 민간에 리스해준다는 특징이 있다. 영국의 전통에 중국의 특수성을 합친 성격이다. 리스한 부동산을 판매하는 것을 제한해 홍콩 정부는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낮은 세금으로도 공공 지출을 감당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홍콩은 부동산을 추가로 개발하기에는 땅이 너무도 부족하다. 부동산 소유가 안 된다는 제도적인 한계도 있다. 과거에는 도시 개발로 부동산과 건설업자가 엄청난 돈을 벌었다. 홍콩의 억만장자가 대부분 부동산과 건설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별도 지역의 신규 개발은 어려웠고, 기존의 건물을 부수고 새로 깔끔한 건물을 짓는 프로젝트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부동산 개발은 도시 개발과 경제 성장의 도구 노릇을 해왔다.
문제는 중국의 입김 속에서 홍콩 정부의 규제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신용보장제, 연금 의무가입제, 최소임금제, 차별금지법, 정부의 모기지 지원방안 등 한둘이 아니다. 홍콩에서도 최근 최저임금제를 도입했다. 빈곤층의 최소한도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규제를 줄여 일자리를 늘리는 게 빈곤층을 줄이는 복지정책이라는 주장을 누른 것이다.
리 회장의 사업구조 개편과 지주회사 등록지 이전은 이번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의 간섭이 덜한 곳에서 경영권 승계 작업을 하기 위한 것이란 추측도 있다. 중요한 것은 홍콩이 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홍콩 최대의 부자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중국 광둥성 차오저우 사람이다. 차오저우는 상인과 화교로 유명한 지역이다. 이 도시의 인구는 현재 250만명인데 이 도시 출신이 홍콩에만 230만명이 살고 있으며 싱가포르·말레이시아·미국 등에도 널리 퍼져 있다. 고종 17년인 1880년 중국 차오저우 상인이 충청도 서부 비인현(지금의 서천군 비인면)에 표류한 기록도 있다.
규제 늘어나는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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