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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3.0시대(4) 수입차 딜러업계] 이상현 KCC오토 부회장 & 장인우 고진모터스 대표 - ‘메가 딜러’로 수입차 지형 바꾼다

[재계 3.0시대(4) 수입차 딜러업계] 이상현 KCC오토 부회장 & 장인우 고진모터스 대표 - ‘메가 딜러’로 수입차 지형 바꾼다

수입차 판매 사업에서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중견기업이 늘고 있다. 이상현 KCC오토 부회장과 장인우 고진모터스 대표는 손꼽히는 ‘메가 딜러’다. 멀티 브랜드 확보, 자체 마케팅 등을 통해 지속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장인우(왼쪽) 고진모터스 대표가 이상현 KCC오토 부회장이 경영하는 서울 염창동 메르세데스-벤츠 강서목동전시장을 찾았다.
KCC홀딩스의 자동차부문 계열사 KCC오토그룹은 국내 대표적 ‘메가 딜러’로 꼽힌다. 2004년 혼다 딜러사로 시작해 10년 만에 메르세데스-벤츠·재규어·랜드로버·닛산·인피니티·포르셰까지 7개 브랜드를 확보했고, 보유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만 해도 각각 20곳이 넘는다. 인프라 규모만 보면 지난해 1조원 매출을 넘어선 한성차에 뒤지지 않는다. 딜러사업은 이주용 KCC정보통신 회장의 아들 이상현 KCC오토 부회장이 책임지고 있다. 서울대에서 전자공학, 영국 워릭대학교대학원에서 정보기술을 전공한 그는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가 1993년 KCC정보통신에 합류했다. 지난 2011년 KCC오토·KCC홀딩스 부회장에 올랐다.

극동유화그룹은 지난해 수입차 전체 판매량의 8%를 점유한 탄탄한 딜러사다. 선인자동차가 포드·링컨, 고진모터스가 아우디를 판매하는데 이어 지난해 선진모터스가 재규어·랜드로버 딜러로 선정됐다. 수입차 판매 사업은 장홍선 극동유화그룹 회장의 아들인 장인우 대표가 이끌고 있다. 장 대표는 하버드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일본 모건스탠리증권, 홍콩 클래리언증권에서 근무 후 근화제약 대표를 지냈다. 2013년 선인자동차 대표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딜러사업을 시작했고 지난해 말 재규어·랜드로버 딜러권을 따내는 등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두 사람은 수입차 딜러업계에서 리더로 꼽힌다. 다양한 브랜드를 확보하면서 해마다 매출을 늘리고 있다. 또한 자체 마케팅 강화, 임포터(수입차 현지법인)와의 관계 설정 등에서 딜러업계의 지속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포브스코리아가 수입차 딜러사업에 뛰어든 재계 2·3세를 취재하면서 이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이유다.
 수입차 판매를 기업 성장동력으로
“딜러 역사도 깊고 매출도 우리보다 더 높은 장 대표가 이야기해요.”(이 부회장) “아이 왜 그러십니까. 선배님이 영업이익은 저희보다 더 크시잖아요.”(장 대표) 5살 터울의 두 사람은 친분이 꽤 두터워 보였다. 이상현 부회장의 동생과 장인우 대표가 친구 사이여서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 그러다 청년 사업가들의 모임인 EO(Entrepreneurs Organization)에서 본격적으로 만나면서 경영자로서 고민과 비전을 나누고 있다.

이 부회장은 “수입차 딜러사 하면 여전히 색안경을 끼고 보기 때문에 언론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성차에 이어 올해 코오롱과 효성, 극동유화도 수입차 판매 매출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엿한 산업으로 성장했음에도 시선은 아직도 따가워요. 같은 교통사고라도 ‘수입차 타고 가다 사고 났다’는 기사가 화제가 되고 있으니까요. 사실 수입차 딜러사업을 하자고 했을 때 부친께서도 그런 생각이셨죠.”

그는 이런 인식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때문에 인터뷰에 응했다고도 했다. “수입차 딜러사업은 돈으로만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에요. 투자수익률(ROI)이 낮고 투자금 회수에도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펜스케, 오토네이션 등 미국의 메가 딜러의 수익률도 겨우 2~3% 안팎이고, 국내의 잘한다는 딜러사도 4% 정도입니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안에선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죠. 더 이상 폼 잡고 다니는 사업이 아닙니다.”

장 대표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그는 “스스로 수입차 딜러업계 1.5세대라고 생각하시는 아버지께서 늘 강조하시는 말씀이 ‘크게 한 탕 보는 사업은 멀리 하고 내실 경영에 주력하라’는 것”이라며 “수입차 딜러에 대한 편견을 깨라는 말씀”이라고 했다.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말라, 오늘 날이 화창할지라도 비 오는 날을 늘 준비하라고 말씀하시죠. 어느 사업이든 그렇지만 요행을 바라지 말라는 거예요. 반대로 오늘 힘들다 하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말고 긴축재정을 해서라도 버티라고 강조하시죠.”

수입차 딜러사업은 극동유화가 먼저 시작했다. 장홍선 회장은 한때 석유협회장을 역임했을 만큼 정유 사업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1964년 극동정유(현 현대오일뱅크)를 창업한 장 회장은 당시 현대그룹과 합작을 통해 회사를 일궜다. 현대가와는 장 회장의 누나인 장정자(서울현대학원 이사장)씨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다섯째 동생인 정신영씨와 혼인하며 연을 맺었다. 1991년 극동정유가 경영난을 겪자 현대그룹에 경영권을 넘겨준 장 회장은 이후 다양한 사업체를 운영했다.

수입차 딜러사업은 선인자동차가 1996년 포드 딜러로 선정되면서 시작했다. 장 대표는 “당시 수입차 시장 규모는 0.5%도 되지 않았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브랜드 선택권을 주기 위해 시작했다”며 “외환위기로 포드 딜러사 3곳 중 2곳이 철수했지만 우리는 기존 고객에 대한 책임감과 외환위기가 곧 극복될 것이라는 희망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혜안이었다. 1998년 아우디 딜러권을 반납하는 회사가 나오자 아우디 본사는 사업 지속성을 보인 극동유화를 새로운 딜러사로 선택했다. 이후 극동유화의 수입차 딜러사업은 날개를 달했다. 지난해 수입차 딜러 3사의 매출은 7200억원을 넘어섰다.
 多브랜드 확보로 임포터와 균형관계
장 대표가 가업을 이은 경우라면 이 부회장은 부친의 반대를 무릅쓰고 딜러사업에 도전했다. 이 부회장의 부친은 ‘컴퓨터 산업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이주용 KCC정보통신 회장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아버지의 부름으로 KCC정보통신에 입사했을 때 회사 상황은 난파선 같은 처지였다. KCC정보통신은 대형 컴퓨터를 파는 회사였지만 시장은 미니컴퓨터나 워크스테이션 등으로 환경이 달라지고 있었다.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 이 부회장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 2002년 수입차 딜러사업을 선택했다. 그는 “여러 브랜드가 섞여 있는 해외 시장을 보고 국내 수입차 시장의 확대 가능성을 예상했다”며 “외환위기 이후 1세대 수입차 주자들이 빠진 상태라 진출도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수입차 판매에서 5100억원을 기록, 그룹 전체 매출을 6600억원으로 키웠다.

두 사람의 성공 요인은 멀티 브랜드를 확보한 ‘메가 딜러’ 정책이다. 장 대표는 “리스크 분산과 브랜드 간 상호보완은 물론이고 향후 수입차 시장의 성숙기에 대비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수입차 브랜드를 확보하면 고급차부터 중저가까지 커버가 가능하고, 수입 지역 분산을 통해 환율이나 공급여력 등에 따른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또 규모가 커지면서 판매관리 비용 절감 등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죠.”

이 부회장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입차 딜러들은 특정 수입차 임포터에게 종속된 관계였다”며 “다행히 이제는 여러 브랜드를 취급하는 딜러들이 많이 생겨 균형 잡힌 관계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 시장이 호황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진한 딜러사도 있다. 지난해 전국 200개 이상 딜러사의 2013년 판매 부분 영업이익률은 -1.5% 정도로 알려졌다. ‘외화 내빈’ 모양새다. 이 부회장은 이를 국가대표 축구와 동네 축구로 비유했다. 국가대표 축구가 빈 공간을 장악해 게임을 하는 반면 동네축구는 공만 보고 쫓아다닌다는 것. 눈앞의 수익이 아닌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수입차 시장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임포더와 딜러간의 균형 있는 동반성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브랜드는 임포터만 수익이 나고 딜러들은 과당경쟁으로 적자를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임포터가 딜러의 수익성에도 관심을 가지고 딜러들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집행할 때 건전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판매 너머 토털서비스기업 목표
장 대표는 딜러 입장에서 사업에 접근할 때 중요한 세 가지를 꼽았다. 우선 고정비용이 가벼워야 한다. 신차 모델이 언제 나오느냐에 따라 시장이 급변하는 업이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기본 체력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영업이나 AS에 있어 인력 풀이 크지 않기 때문에 좋은 인재를 찾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세 번째는 임포터와의 관계다. 장 대표는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임포터의 CEO나 임원들과의 관계에 따라 딜러사의 손익이 좌우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두 회사는 자체 마케팅에서도 딜러업계 정상급이다. KCC오토는 ‘패밀리 디스카운트’를 진행한다. KCC모터스에서 혼다를 구입했던 고객이 KCC오토에서 메르세데스-벤츠를 구입할 경우 가격을 할인해 준다. KCC오토그룹이 취급하는 브랜드 안에서 고객을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출고 고객 2만5000명, 서비스고객 10만명 등 확보한 고객DB는 180만 명에 달한다. 이 부회장은 “수입차 딜러는 단순히 차를 판매하는 회사가 아닌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파트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는 이동하는 수단을 떠나 자기의 개성을 드러내는 패션 아이템과도 같아졌습니다. 다양한 문화공연, 드라이빙스쿨 개최 등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장 대표 역시 각 사별로 진행하는 VIP 마케팅을 통합해 시너지를 높일 계획이다.

끊이지 않는 수입차 사후 서비스에 대한 논란에도 할 말이 많다. 이 부회장은 “서비스센터와 장비에 대한 투자, 직원 교육훈련, 고객서비스 시설에 대한 투자 등 여러가지 요인을 감안하면 딜러사로서는 억울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 역시 “예측을 벗어난 수입차의 폭발적 판매 증가에 대비한 서비스시설 증설계획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며 “수리비용과 부품가격에 대한 이슈는 적정한 가격 산정과 투명한 견적산출을 통해 점진적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향후 수입차의 점유율을 최소 25% 최대 30%로 보고 있다. 다만 어디까지 성장을 하든 중요한 것은 단순한 양적팽창보다는 질적 성장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입차의 성장은 안방시장에 안주하는 국산차기업에 신선한 자극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며 “과거 10년 전에 비하면 현대·기아차의 성능과 디자인이 일취월장했다”고 말했다.

딜러사도 마찬가지다. 수입차 시장이 커지는 만큼 단순 판매를 넘어 종합서비스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미국이나 일본의 선진화된 딜러사들은 멀티 브랜드의 판매와 서비스는 물론이고 렌터카, 중고차, 보험과 파이낸셜 서비스까지 취급한다”며 “딜러사가 차와 관련된 토털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세계적인 트렌드”라고 말했다.

최근 KCC오토가 중국 1위 전기자동차 업체인 비야디(BYD)와 손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KCC오토는 빠르면 올해 말부터 BYD 전기차의 국내 유통을 담당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전기차는 향후 자동차 업계의 패러다임을 변하게 할 큰 요인”이라며 “여러 각도에서 전기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글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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