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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출연 공익재단 탐방(4) 미래에셋박현주재단 최현만 미래에셋 수석부회장 - 해외 교환장학생 선발해 글로벌 인재 육성

기업인 출연 공익재단 탐방(4) 미래에셋박현주재단 최현만 미래에셋 수석부회장 - 해외 교환장학생 선발해 글로벌 인재 육성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이 설립된 지 올해로 15년째다. 글로벌 인재를 키운다는 소명 아래 ‘미래에셋 해외 교환장학생’ 프로그램을 업계 최대 규모의 프로그램으로 키워냈다. 박현주 회장의 멘티이자 동반자로 꼽히는 최현만 부회장을 만났다.
최현만 미래에셋 수석부회장은 대학생들이 존경하는 금융업계 최고경영자(CEO)로 자주 꼽힌다. 2000년대 들어 박현주 회장과 함께 한국 금융의 판을 바꾸는데 일조했다는 평을 듣는 최 부회장은 아직 이루고 싶은 꿈이 많다.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은 2000년 3월에 설립됐다. 1997년 7월 미래에셋벤처캐피탈을 세우고 이듬해인 1998년 국내 최초의 뮤추얼펀드 ‘박현주 1호’를 선보이며 적립식펀드를 통해 간접투자 열풍을 몰고 왔다. 자금이 물밀 듯 들어오기 시작했다. 새롭게 회사를 확장하거나 다른 펀드를 출시해야 했지만, 박현주 회장의 선택은 달랐다. 회사가 막 자리를 잡으려던 그 무렵에 그는 장학재단부터 세웠다.

지난 3월 24일, 서울 중구 수하동 미래에셋 센터원 ‘미래에셋박현주재단’에서 만난 최현만(54) 미래에셋 수석부회장은 “‘배려가 있는 자본주의’를 가슴에 새긴 박 회장의 뜻이 강했다”며 “재단 설립 때부터 ‘돈을 벌고 난 이후’가 아니라 ‘돈을 벌면서’ 함께 가자는 뜻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라고 재단 설립 철학을 설명했다. 처음 설립 명분은 간단했다. 돈이 없어 공부를 못 하는 학생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은 개인 성과급 75억원을 재단 설립에 털어넣었다.

“창업을 한 지 얼마 안 돼 회사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 회장이 재단을 어떻게 키워가겠다는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처음부터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고 기업 활동을 하겠다는 박 회장의 의지가 인상적이었다.” 출범부터 15년을 같이한 창업멤버 최 부회장은 재단 설립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재단집무실에서 인터뷰하는 와중에도 전화가 쉼 없이 울렸다. “아, 미래에셋생명을 맡고 있는데 올해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다.” 인터뷰 내내 울리는 전화벨소리와 전문 용어가 섞인 통화는 최 부회장의 또렷한 목소리와 어우러져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을 전하고 있었다. 최 부회장은 다시 울리는 전화에 “인터뷰 중이다”라는 짤막하게 답하며 “바쁜 일정 중에도 재단 업무는 손수 챙긴다”고 웃었다.

미래에셋은 자본금 100억원으로 출발해 20년이 채 안 돼 전체 운용자산규모를 143조원으로 성장시키며 자산 규모 14300배, 조직 규모 약 530배(9명으로 시작해 15년 만에 약 4800명 규모, 보험사 FC제외)로 커졌다. 또 미국과 홍콩 등 전 세계 12개국 해외 법인의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미래에셋 자산운용이 다루는 자산 70조원 가운데 해외자산만 24조원(지난해 말 기준)이나 된다.
 세계라는 넓은 무대로 나가야
그는 또 “우리 젊은이들이 글로벌한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10~20년을 이어가다 보면 우리 기업이 해외로 뻗어 나가는 큰 밑거름이 될 거다”며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은 미래에셋이 반드시 이뤄내야 할 소명이 된 셈이다. 이머징 마켓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홍콩에 글로벌 리서치센터를 설립하고, 브라질 리테일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는 등 해외 비즈니스에도 적극적이었다. 최 부회장도 “2020년 전체 영업이익의 30% 이상을 해외 사업에서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적이 있다.

‘해외 교환장학생’ 프로그램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미래에셋이 해외투자펀드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2003년이다. 홍콩에 국내 최초 해외 운용법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그로부터 4년 후 ‘해외 교환장학생’ 프로그램 지원이 이어졌고, 한국 인재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넓은 세계에서 지식을 함양하고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공헌사업이자 국내 최대 규모의 해외 교환학생 지원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세계라는 넓은 무대를 염두에 둔 박현주 회장의 뜻이기도 했다. “해외에 나가보니까 깨달았다. 당시에도 많은 글로벌 투자 은행은 이머징 국가를 누비며 새 먹거리 찾기에 바빴다. 우리는 안방에서 ‘도토리 키재기’하고 있는 듯 느껴졌다.” 최 부회장은 박 회장과 함께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문을 두드렸을 때를 회상했다.

“우선 골드만삭스 같은 세계적인 투자은행부터 방문했다. 자기들끼리 전화 한 통화로 자연스러운 정보교환이 이뤄졌다. ‘네트워킹의 힘이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라는 걸 느꼈다”며 네트워킹의 부재를 절감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우리가 잘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겠구나 싶었다. 그때 해외시장을 다니며 박 회장과 보고 배운 게 많았다”고 덧붙였다.

“사람의 생각은 그 조직을 좌우한다.” 대뜸 그가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글로벌한 생각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최 부회장은 ‘선점 효과’를 거론하며 “글로벌 투자은행이 글로벌 시장에서 떠오르는 자산과 새롭게 뜨는 시장을 찾아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보다 거침없이 해외로 나가고 있다면 우리라고 못할 것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기도 했다.

그는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급변하는 현실에 대처하고 올바르게 살아가려면 생각의 틀을 바꾸라는 뜻이다. 그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찾아온 기회가 날아가 버린다”고 했다. “한국 제조업이 한강의 기적을 이끌어왔다. 이제 얻은 것을 지켜내고 늘리기 위해서는 서비스업에서 강자가 돼야 한다. 직접 보고 들었던 선진국의 발전 패러다임이 그랬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 회장과 최 부회장은 해외시장을 돌며 느낀 점을 우리 젊은이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최 부회장은 “‘우리 후배들이 해외에 나가서 눈으로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는 말을 박 회장이 자주 했었다”며 ‘해외 교환장학생’ 프로그램을 추진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또 “우리 젊은이들이 글로벌한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10~20년을 이어가다 보면 우리 기업이 해외로 뻗어 나가는 큰 밑거름이 될 거다”며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해외 교환장학생만 39개국, 3100명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의 ‘해외 교환장학생’ 프로그램도 올해로 어느덧 15기(연2회 선발)를 맞았다. 해외 교환장학생을 비롯해 국내장학생, 글로벌 투자전문가 장학생 등까지 합하면 5675명이 지원을 받았다. 특히 ‘해외 교환장학생’ 프로그램의 경우 작년 12월에 선발된 200명을 포함해 전세계 39개국으로 파견된 학생만 3100명을 넘어섰다.

재단의 이런 노력에도 국내 청년 실업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서울 중위권대를 졸업하고, 미국 교환학생은 물론 높은 토익 점수를 받고도 취업을 하지 못한 이들도 넘쳐나고 있다. 최 부회장도 이런 현실에 공감했다. “요즘 대학생들 준비해야 할 것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스펙 쌓기에만 하루하루를 보내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금융그룹의 부회장직을 맡은 최 부회장도 알고 보면 ‘늦깎이 인생’이다. 행정고시에서 수차례 낙방을 하고 당시 취업 연령 상한선인 30이 넘은 나이에 한신증권에 입사했다. 그가 힘들었던 시절을 뒤로한 채 꿈을 향해 내달렸던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었다. “매일 5시면 명동 증권빌딩을 돌며 모든 증권사 리포트를 정리해 보고서를 냈었다. 그러기를 6개월, 거래조차 없었던 기업은행과 첫 거래를 성사시키고 증권사에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동원증권 중앙지점장을 맡고 있던 박현주 회장을 알게 된 것도 이때다.

부단히 노력했던 30대를 보낸 최 부회장은 파란만장했던 증권업계 얘기로 화제를 이어갔다. “1990년대 초반 증권맨이 일등 신랑감이었다. 익히 알려졌듯 IMF 외환위기, 9.11테러, 금융위기 등 증권업계를 위협하는 일이 얼마나 많았나? 증시 폭락과 증권사 파산이 이어지자 ‘증권맨’ 인기는 고사하고 여의도를 떠나는 이들이 속출했다. 위기를 겪으면서 터득한 게 인생 길게 보자는 것이었다.”

최 부회장은 “청년 실업 문제를 좀 더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요즘 우리 젊은이들이 세계 어디에 내놔도 경쟁력이 있다”며 “국내 청년 실업 문제는 사회가 겪고 있는 구조적인 변화 탓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서 말한 ‘패러다임 시프트’ 얘기도 다시 꺼냈다. 고성장 패러다임이 끝났다는 것이다. “중후장대한 제조업이 예전같이 높은 성장을 구가하며 파괴적인 혁신을 일으키지 못하므로 새로운 아이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가 당장 청년에게 줄 것은 없다. 하지만 국내 청년 실업 문제는 ‘불균형’에서 ‘균형’으로 가는 시기에 찾아오는 과도기적인 문제라고 얘기해 줄 수 있다”며 우리 젊은이들이 폭넓고 여유 있는 시선으로 세상을 봤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최 부회장은 자신이 좋아하는 문구 하나도 소개했다. “‘인생에서 가장 늦은 나이도 없고, 가장 이른 나이도 없다’는 말이 있다. 지금 당장 남들이 생각하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해서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재단은 우리 청년이 꿈을 이루는 데 힘을 더 보탤 예정이다. ‘해외 교환장학생’ 선발 규모도 내년부터 더 늘어난다. 올해 400명을 선발하고 내년부터 500명으로 선발 인원을 늘려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어린 학생도 해외 체험 기회도 마련했다. 매년 실시하는 글로벌 문화체험 지원 사업을 통해 해외 문화를 체험한 청소년만 약1만2000명에 달한다. 글로벌 문화체험단은 지역아동센터 청소년들을 초청해 직접 중국 상하이를 방문하고 현지 문화와 역사를 체험하는 행사다. “재단에서 여는 장학금 수여식에 될 수 있으면 꼭 참가한다.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어려웠던 가정환경 등으로 고생했던 청년들이 ‘반드시 보답하겠다’,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인사말을 건 넬 때면 도리어 제가 숙연해진다”고 했다.
 청년들의 꿈에 힘 보태주고 싶어
최 부회장이 갑자기 ‘코스타리카 흡혈박쥐’ 얘기를 꺼냈다. “코스타리카의 흡혈박쥐를 조사해 보니, 밤사이 충분한 피를 마신 박쥐는 사냥에 실패한 동료에게 자신이 빨아낸 피를 토해서 먹였다. 매일 밤 몇 퍼센트의 성인 박쥐와 많은 어린 박쥐들은 피 한 방울 사냥하지 못하지만, 굶어 죽는 개체는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건 박쥐들이 과거에 자신들에게 피를 나눠줬던 박쥐에게 피를 더 잘 준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에 대해 “너무 빨리 성장해버린 한국이라는 사회가 주목해야 할 자연 속 교훈 아닌가 싶었다”며 “사회가 우리 청년들을 위해 먼저 내어주면 우리 사회가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그는 굳게 믿고 있었다.

최 부회장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창업 초기부터 선배인 박 회장께서 ‘사람이 전부다’는 얘기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고 말했다. 설립 초기부터 글로벌투자전문가 그룹을 꿈꾸며 달려온 미래에셋의 힘이라는 것이다. 이미 많은 것을 이룬 그였지만 아직 더 이루고 싶은 것이 많아 보였다.

“일 잘하고, 꿈을 잃지 않는 인재들이 이 땅에 많이 나타나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앞으로 10년 후 경영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후배들을 더 많이 길러낸 선배가 되고 싶다. 가끔 길을 걷다 보면 ‘저 누굽니다’하며 저를 알아보는 장학생을 마주치곤 한다. 번듯하게 사회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그들을 보면 도리어 제가 힘을 얻는다.”

- 글 김영문 포브스코리아 기자 / 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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