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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2000] 회장 부재로 결국 위기! SK그룹

[GLOBAL 2000] 회장 부재로 결국 위기! SK그룹

최태원 SK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SK의 주력 기업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포브스가 발표한 2000대 세계 기업 순위에 이름을 올렸던 SK 계열사들의 순위도 대부분 떨어졌다.
최태원 회장을 대신해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올해 초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15년 SK그룹 신년회에서 “업의 본질과 게임 룰을 바꾸는 혁신 경영으로 위기를 극복하자”고 발표하고 있다. / 중앙포토
‘29개월.’ 최태원(55) SK그룹 회장이 6월까지 수감된 기간이다. 같은 기간 SK그룹의 경영 환경은 더 어려워질수 밖에 없었다. 전 지구적인 환율전쟁이 진행되면서 국내 경제는 몸살을 앓았고, 유가도 바닥을 모르고 떨어졌다. 기준금리만큼은 꼿꼿하게 지키겠다던 한국은행마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인하해 사상 초유의 1%대 초저금리 시대가 열린 상황이다.

결국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 악화가 이어졌다. SK그룹의 캐시카우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조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37년만에 겪는 초유의 일이었다. 국내 시장에서 ICT 기기 공급을 주로 하는 SK네트웍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년 전, 26조원에 가까웠던 매출은 작년 말 기준, 4조 가까이 줄었고, 영업이익도 2400억원에서 400억원이나 줄었다.

포브스가 선정하는 글로벌 2000대 기업 순위에도 이같은 상황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순위가 가장 크게 떨어진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98위에서 343계단 미끄러져 841위를 기록했다. 그룹 지주사격인 SK의 경우 200계단이나 떨어져 800위 밖으로(864위) 밀려났다. SK네트웍스도 31계단 떨어졌다.

순위에서 크게 밀린 SK이노베이션의 상황은 심각하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5월, IMF 금융위기 이후 18년 만에 다시 희망퇴직을 시행할 수 밖에 없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목표 인원이 정해져 있지 않고, 일방적이거나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전 세계 석유제품 공급 과잉 상황은 언제 해소될지 모른다. 이런 불안감을 반영하듯 34년 만에 무배당 결정이 내려졌다.

주력사업인 정유 부문이 이런 상황인데, 석유화학과 전기차 배터리 사업도 지지부진하다. 특히 올해 초 미국 태양광 전지 자회사인 헬리오볼트(HelioVolt)가 문을 닫는 등 수백억원을 투자해 온 태양광 전지 사업은 결국 청산절차를 밟기로 했다.
 글로벌 기업 순위에서 줄줄이 밀려
전기차 배터리 부문도 대량 수주나 확실한 사업적 성과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SK는 LG화학·삼성SDI와 함께 국내의 대표적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하고 있지만 야심차게 독일 콘티넨털과 시작한 전기차 배터리 사업도 유럽에서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해 막을 내리고 말았다. 그래도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포브스에 “콘티넨털과의 사업은 종료됐지만, 중국 베이징 자동차그룹과의 배터리 합작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나마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이 순항하며 글로벌 200대 기업 순위를 지켜낸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할 상황이다. SK의 새 심장으로 꼽히는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매출액이 5조원에 이르고, 영업이익도 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작년과 비교하면 각각 30%, 50% 증가한 수준이다. 글로벌 기업 순위에서도 86계단이나 뛰어올랐다. 4계단 오르며 자리를 지킨 SK텔레콤도 네트워크 강점을 살려 콘텐츠 플랫폼, 스마트홈 등 사물인터넷(IoT) 사업을 본격 준비 중이다.
 SK 위기 타개 초강수는 지배구조 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옥중 경영’이 ‘현직 경영’보다는 나을 리가 없다. 지난 연말 SK에서는 인사문제까지 불거졌다. 퇴임한 문덕규(63) 전 SK네트웍스 사장이 일종의 인사 항의 메일을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출범 당시 최태원 회장이 의사결정을 일임한 SK 사업 협의체) 의장과 SK네트웍스 전체 직원에게 보낸 것. 문 사장의 이메일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SK그룹 입장에서는 50대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이후 ‘오너(총수) 부재 리스크’를 다시금 부각하는 꼴이 됐다. SK는 인수합병(M&A) 등 주요 경영사항 결정 때도 총수 공백의 한계를 드러내곤 했다. SK네트웍스의 KT렌탈 인수 무산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사태를 타개해보기 위해서인지 SK는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강수를 두었다. 지난 4월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는 두 회사인 SK C&C와 SK가 올해 8월 1일 자로 합병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SK C&C의 최대주주(지분율 32.92%)인 최태원 회장은 통합 지주사에서 최대주주(지분율 23.2%) 지위를 유지하면서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더 강화해 경영 불안 요소를 제거하겠다는 의지인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의 반응은 둘로 나뉜다. 첫번째는 합병에 거는 ‘기대’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계열사 분할·통합을 통해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 C&C가 홀딩스로 전환되면서 기존 사업에서의 성과 창출은 물론 적극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공격적인 M&A 전략으로 대응해 성과를 낼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에 반해 이상원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번 합병법인의 가치는 이미 충분히 주가에 반영됐다”며 투자자들에게 매도를 권유하기도 했다. 한편 최태원 회장은 재벌 총수로서는 역대 최장기 복역중이며 형기 3분의 1을 채워야 하는 가석방 요건은 이미 충족한 상황이다.
- 김영문 포브스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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