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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로 이룬 눈부신 영광

바느질로 이룬 눈부신 영광

루디잔토 세티조(Ludijanto Setijo)는 스물여섯의 나이에 판 브라더스(Pan Brothers) 이사로 처음 출근하던 날을 영원히 잊지 못한다. 공장 문을 들어서자 잔뜩 화가 난 근로자들이 그를 맞았다. 1980년에 설립됐던 회사는 재정난으로 파산에 이르렀고, 창업자는 부채 청산을 위해 회사를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1997년 회사는 매각됐고, 새로운 경영진과 투자자가 회사로 들어오자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들에게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 연락하도록 내 개인 전화번호를 알려줬다”고 세티조는 말했다. 올해 마흔네 살의 그는 회사의 대표이사가 됐다. 1997년 당시 회사는 아시아 금융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인수됐지만, 이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구조조정을 위해 회사 부채 1100만 달러는 루피아로 전환되고 매출은 계속 달러로 남았는데 금융위기로 루피아 가치가 급락하며 환율이 달러당 2000루피아(한화 약 3만4천원)에서 1만5000루피아(한화 약 25만4000원)로 상승한 것이다. 부채가치는 떨어지고 매출가치는 올라가는 엄청난 호재를 맞았다.
 아디다스, H&M, 유니클로 협력업체
현재 판 브라더스는 매출 기준 인도네시아 최대 의류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아디다스나 H&M, 유니클로 등의 세계적 브랜드 협력업체로 지정되며 글로벌 시장으로도 진출했다. 판 브라더스 매출액은 2010년 이후 연평균 29%씩 성장했다. 인도네시아 의류업계에서는 최고의 성장률이다. 사양산업의 대표주자인 섬유산업에서 이루어낸 성과라 더욱 의미 깊다. 인수 당시 3000만 달러에 불과했던 회사 매출은 2013년 3억4900만 달러로 성장했다. 세티조는 2018년까지 매출을 10억 달러까지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회사 주가는 2010년 기준 10배나 급등했다.

회사의 눈부신 성공 뒤에는 노련한 경영진과 투자자가 있었다. 세티조는 가족의 소유지분을 대표해 회사를 경영한다. 아버지 밤방 세티조는 1961년부터 섬유산업에 몸담아온 베테랑이다. 함께 회사에 투자한 케리스 그룹은 바틱 나염천을 판매하며 부를 축적한 카삼 토크로사푸트로가 1920년대 설립한 회사다. 케리스 그룹의 소유지분을 대표해 경영에 참여하는 사람은 그의 손녀 앤 패트리샤 수탄토다. 가정용품 사업가이기도 한 수탄토는 케리스 그룹의 지분을 인수하며 판 브라더스 최고경영진에 합류했다. 또 다른 대주주로는 농산물 기업 윌마(Wilmar)로 억만장자가 된 마르투아 시토루스의 형제 간다 시토루스다.

1997년 불만과 불안에 가득 찬 노동자와 조우했던 경영진은 고용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최소임금과 근로시간 규제를 엄격히 준수하는 한편 건강보험을 제공했다. 근로자의 윤리적 대우는 공급망 품질을 확보해야 하는 세계적 브랜드의 필수조건이다. 세티조는 직원의 월평균 실질소득이 최소임금 230달러보다 높다고 말했다.

중부 자바의 보요랄리(Boyolali) 지역에 신축한 생산공장은 수처리 시설로 용수를 재활용하고 태양열 패널로 전기를 발전한다. 직원들은 회사 권고에 따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재정상태도 깨끗하다. 수년 전에는 운전자본을 확보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2002년부터는 모든 부채를 깨끗이 청산했다. 지금은 은행들이 대출해 주려고 더 안달이다.

판 브라더스는 중부 자바 지역에 공장을 추가 신축할 계획이다. 투자금은 총 6500만 달러로, 2014년 유상증자로 마련한 1억 달러에서 충당할 것이다. 베트남, 중국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해외 생산능력 확대도 추진 중이다. “해외 공장을 확대하면 생산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각국마다 장단점이 있다. 인도네시아는 임금이 저렴하다. 중국은 임금이 다소 높지만 품질이 좋다. 베트남은 숙련된 기술이 부족해서 추가 교육을 시켜야 하지만,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했다”며 세티조는 모든 요소를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2011년에는 인도네시아 섬유기업 홀릿(Hollit)을 인수했고 2012년에는 니트 직물을 생산하는 오션 아시아(Ocean Asia) 생산공장을 인수하며 업스트림(upstream) 방향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사업확장은 다운스트림(downstream)으로도 진행 중이다. 자체 의류 브랜드 조(Zoe)를 출시했고 유기적 성장과 인수합병을 통해 더 많은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자체 브랜드 판매를 위한 의류점을 개장하기도 했다.

새로 추가된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사업에서 매출이 창출되면 기존 의류생산업의 매출 비중은 현재 70%에서 50%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고품질의 방적 시설을 개발하고 합작사를 통한 사업 확대를 기획하고 있다. “단순한 의류 생산업체가 아니라 글로벌 통합 의류 협력업체로 거듭날 계획이다. 그래서 다른 기업과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앤 수탄토는 말했다.

- ARDIAN WIBISONO · SITI AISYAH RACHMAWATI 포브스 인도네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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