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택조합의 허와 실] 싼값에 집 살 수 있지만 곳곳에 지뢰
[지역주택조합의 허와 실] 싼값에 집 살 수 있지만 곳곳에 지뢰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관심이 예사롭지 않다. 대단지 주택 건설이 이뤄지는 곳에는 어디든 할 것 없이 지역주택조합 아파트가 끼어있고, 모델하우스는 집을 알아보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지역·단지에 따라 다르지만, 높은 인기를 등에 업고 200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인 곳도 있다. 부동산 경기가 다시 꿈틀대자 내 집 마련의 꿈에 부푼 사람들이 비교적 싼 가격에 분양을 받을 수 있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에 몰린 것이다. 지역주택조합은 본래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1980년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해 시행된 제도다. 일반 분양의 경우 정부가 지정한 택지지구에 시행·건설사가 땅을 사들여 아파트를 짓고, 각종 금융비용에 웃돈까지 얹어 팔다 보니 가격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 일반인들로서는 대출을 받더라도 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에 집이 없는 사람들이 조합을 꾸려 돈을 모으고, 이 자금으로 중심 주거·상업 지역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지역의 토지를 매입하고 건축비를 부담, 직접 개발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다. 입주민들로서는 살기 좋은 지역에 거품 없는 가격으로 집을 살 수 있어 매력적인 제도다. 토지 매입이 어렵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불거지면서 1990~2000년대 들어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최근에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뉴타운·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몰락하면서 지역 주택조합이 재조명 받기 시작했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분양가다. 일반 아파트와 비교해 10~20% 싼값에 집을 살 수 있다. 조합원들이 사업 주체이다 보니 건축 과정에서 새는 돈을 막을 수 있고, 건자재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중간에 건설사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토지 매입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비용과 건설사 이윤 등이 빠지는 점도 분양가 절감의 비결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좋아할 만한 제도가 아니라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토지 매입과 사업 시행 과정에서 수많은 난관이 있고, 조합 형태의 운영이기 때문에 문제의 대부분 책임은 조합원들이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 최근 시행사들이 외부 대행사 업무를 자처하며 여러 이권 충돌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지역주택조합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토지 매입 여부다. 토지를 매입했다면 사업이 90% 이상 성사됐다고 봐도 된다. 반대로 토지매입에 실패한 경우는 사실상 사업이 좌초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우선 조합 명의의 토지가 있어야 하는데, 주택용지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사업 종료는 기약이 없다. 토지 매입 과정에서 토지의 원주인이 값을 올려 받으려 매매 약속을 깨는가 하면, 건설사와 매입 경쟁을 붙이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지난 2006년 서울 성동구에서 있었던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실패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주변 시세의 절반에 고층 아파트를 가질 수 있다는 말에 300명이 넘는 조합원이 몰렸고, 건설사와의 시공계약까지 체결했다. 그러나 토지 주인들이 턱없이 비싼 보상액을 요구했고, 조합은 재정적 여력이 부족했던 탓에 토지 매입에 난관을 겪었다. 결국 조합은 땅을 사들이는 데 실패했다. 이 사업은 2010년 최종 무산됐다. 주택 건설이 좌초되면서 구청은 조합을 취소시켰다. 조합원들의 분양권은 휴지 조각이 됐다. 대구 수성구에서도 한 지역주택조합이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토지 주인이 주변 시세보다 2배 이상 비싼 3.3㎡당 1억원을 요구하면서 주택 설립에 실패한 사례가 있다.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려면, 먼저 토지 매입 예정지가 어디인지부터 매매 계약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매매 가격과 계약 조건은 무엇인지, 땅의 지분 관계는 어떤지, 공급할 아파트 가구수의 절반 이상을 조합원으로 채웠는지, 땅 주인의 나이와 전력까지도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정부나 LH공사·대기업·건설사 등이 보유한 토지라면 등기 이전에 큰 문제가 없지만, 개인 소유의 땅이라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또 토지의 위치가 인근의 중심 상권이나 거주지와 거리가 얼마인지, 그리고 인근 주민들의 반대는 없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예컨대 최근 모델하우스를 열고 조합원 모집에 나선 인천 송도의 포레스트 카운티의 경우 송도 6·8공구의 A3블럭 땅을 매입해 아파트를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 조합 아파트는 인근 시세보다 200만~300만원 가량 낮은 3.3㎡ 당 900만~1000만원 안팎에서 분양가가 형성돼 있는데, 인근 주민들의 설립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송도 개발 초기, 조합 아파트 부지는 원래 고급 주택단지가 들어설 땅이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과거 비싼 값에 송도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한 사람들로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 인근 아파트 시세가 자칫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가격에 맞춰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장년층이 거주할 고급 주택단지 부지였기 때문에 전철역이나 중심 상가까지 차로 5분 이상 떨어진 한적한 곳이라는 점도 조합 가입에 부정적 요소다. 자녀의 학업을 위해 송도 지역주택조합 가입을 계획했다가 포기했다는 직장인 신 모(41)씨는 “송도의 일반 아파트는 가격이 너무 비싸 주택조합 아파트를 생각했는데, 임대주택처럼 나중에 내 아이들이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결국 철회했다”고 말했다.
조합원을 모집하는 대행사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송도 포레스트 카운티의 경우 실제로 상담을 받아보면, 아파트가 들어설 입지조건과 가격 장점만을 내세워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개념 설명이나 인근 주민들의 반대 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금융상품으로 비유하면 일종의 불완전 판매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일반 아파트 분양의 경우 이미 건설사가 보유하거나 건설할 물량을 소비자들에게 판다. 이에 비해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을 먼저 형성해 단계적으로 집을 지어나가야 한다는 점 때문에 대행사와 조합원들 간에 정보 비대칭을 배제할 수 없다. 대행사 입장에서는 한두 가지 문제로 조합원이 이탈하기 시작하면, 사업 자체가 좌초될 위험성이 있어 여러 문제에 대해 쉬쉬할 수밖에 없다. 지역주택조합법의 가장 큰 함정인 사업기간에 제한이 없다는 점도 신경 써야 한다. 지역주택조합의 경우 법적으로 사업을 마쳐야 하는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아 여러 걸림돌이 생기면 사업이 지체될 소지가 있고, 대행사는 이 기간만큼 운영비를 확보하기 위해 조합원들로부터 추가 가입비 혹은 계약금 명목의 비용을 청구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상가 비율이 큰 아파트도 주의해야 한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의 경우 지역의 중심 상권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이 아파트에 들어서는 상가는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는 있지만, 반대로 배후 수요는 아파트 주민들밖에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지역주택조합의 경우 상가가 100% 분양된다는 보장이 없으며, 미분양에 따르는 이자 등 여러 관리 비용은 고스란히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한다. 오승목 법무법인 조율 변호사는 “지역주택조합을 통해 실질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서는 조합원 간에 적극적인 의견 교류와 참여가 요구된다”며 “최초 시행사가 제시한 조건이 총회나 입주 과정에서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과 사업 진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추가 비용 등은 모두 조합원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업비 사용 내역을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도 있다. 지역주택 조합의 경우 사업 초기 자본금이 없기 때문에 조합장이나 대행사가 외부로부터 끌어온 돈으로 견본주택을 만들고, 대행사 직원의 급여를 준다. 홍보물 등도 모두 이 돈으로 제작된다. 이런 투자금은 통상 토지를 매입한 뒤 사업 시행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갚아나간다. 그런데 아직 조합 설립인가가 나지 않은 상황에서는 투자금의 출처와 용처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만약 문제가 발생하거나 사업이 실패해도 대행사는 폐업하면 되며, 시공사도 약정단계라 책임을 질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조합설립 추진 단계부터 투명한 회계 운영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특정 시공사의 간판을 내걸고 조합원을 모집하는 조합은 경계해야 한다. 지역주택조합은 조합 설립 인가 전에는 시공사를 선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합 설립 이전에 조합·건설사 간에 양해각서(MOU) 정도는 체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선정된 시공사는 아무런 법적 책임이 없어 사업 추진이 어려워 보이면 언제든 발을 뺄 수 있다. 조합이 조합원 모집 단계에서 대형 건설사를 전면에 내건다면, 이는 전시성 홍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합 설립 뒤 시공사를 선정할 때는 재무가 탄탄하고 업력이 오래된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건설사의 재무 상태가 악화돼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면 사업이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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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재개발 부진으로 재조명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분양가다. 일반 아파트와 비교해 10~20% 싼값에 집을 살 수 있다. 조합원들이 사업 주체이다 보니 건축 과정에서 새는 돈을 막을 수 있고, 건자재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중간에 건설사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토지 매입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비용과 건설사 이윤 등이 빠지는 점도 분양가 절감의 비결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좋아할 만한 제도가 아니라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토지 매입과 사업 시행 과정에서 수많은 난관이 있고, 조합 형태의 운영이기 때문에 문제의 대부분 책임은 조합원들이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 최근 시행사들이 외부 대행사 업무를 자처하며 여러 이권 충돌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지역주택조합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토지 매입 여부다. 토지를 매입했다면 사업이 90% 이상 성사됐다고 봐도 된다. 반대로 토지매입에 실패한 경우는 사실상 사업이 좌초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우선 조합 명의의 토지가 있어야 하는데, 주택용지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사업 종료는 기약이 없다. 토지 매입 과정에서 토지의 원주인이 값을 올려 받으려 매매 약속을 깨는가 하면, 건설사와 매입 경쟁을 붙이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지난 2006년 서울 성동구에서 있었던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실패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주변 시세의 절반에 고층 아파트를 가질 수 있다는 말에 300명이 넘는 조합원이 몰렸고, 건설사와의 시공계약까지 체결했다. 그러나 토지 주인들이 턱없이 비싼 보상액을 요구했고, 조합은 재정적 여력이 부족했던 탓에 토지 매입에 난관을 겪었다. 결국 조합은 땅을 사들이는 데 실패했다. 이 사업은 2010년 최종 무산됐다. 주택 건설이 좌초되면서 구청은 조합을 취소시켰다. 조합원들의 분양권은 휴지 조각이 됐다. 대구 수성구에서도 한 지역주택조합이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토지 주인이 주변 시세보다 2배 이상 비싼 3.3㎡당 1억원을 요구하면서 주택 설립에 실패한 사례가 있다.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려면, 먼저 토지 매입 예정지가 어디인지부터 매매 계약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매매 가격과 계약 조건은 무엇인지, 땅의 지분 관계는 어떤지, 공급할 아파트 가구수의 절반 이상을 조합원으로 채웠는지, 땅 주인의 나이와 전력까지도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정부나 LH공사·대기업·건설사 등이 보유한 토지라면 등기 이전에 큰 문제가 없지만, 개인 소유의 땅이라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토지주 텃새, 사업 실패의 ‘경고등’
조합원을 모집하는 대행사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송도 포레스트 카운티의 경우 실제로 상담을 받아보면, 아파트가 들어설 입지조건과 가격 장점만을 내세워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개념 설명이나 인근 주민들의 반대 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금융상품으로 비유하면 일종의 불완전 판매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일반 아파트 분양의 경우 이미 건설사가 보유하거나 건설할 물량을 소비자들에게 판다. 이에 비해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을 먼저 형성해 단계적으로 집을 지어나가야 한다는 점 때문에 대행사와 조합원들 간에 정보 비대칭을 배제할 수 없다. 대행사 입장에서는 한두 가지 문제로 조합원이 이탈하기 시작하면, 사업 자체가 좌초될 위험성이 있어 여러 문제에 대해 쉬쉬할 수밖에 없다.
“조합원 간에 적극적인 참여·의견 교류”
사업비 사용 내역을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도 있다. 지역주택 조합의 경우 사업 초기 자본금이 없기 때문에 조합장이나 대행사가 외부로부터 끌어온 돈으로 견본주택을 만들고, 대행사 직원의 급여를 준다. 홍보물 등도 모두 이 돈으로 제작된다. 이런 투자금은 통상 토지를 매입한 뒤 사업 시행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갚아나간다. 그런데 아직 조합 설립인가가 나지 않은 상황에서는 투자금의 출처와 용처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만약 문제가 발생하거나 사업이 실패해도 대행사는 폐업하면 되며, 시공사도 약정단계라 책임을 질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조합설립 추진 단계부터 투명한 회계 운영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특정 시공사의 간판을 내걸고 조합원을 모집하는 조합은 경계해야 한다. 지역주택조합은 조합 설립 인가 전에는 시공사를 선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합 설립 이전에 조합·건설사 간에 양해각서(MOU) 정도는 체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선정된 시공사는 아무런 법적 책임이 없어 사업 추진이 어려워 보이면 언제든 발을 뺄 수 있다. 조합이 조합원 모집 단계에서 대형 건설사를 전면에 내건다면, 이는 전시성 홍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합 설립 뒤 시공사를 선정할 때는 재무가 탄탄하고 업력이 오래된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건설사의 재무 상태가 악화돼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면 사업이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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