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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들이 말하는 요즘 부자들] “투자 패턴 점차 공격적으로”

[PB들이 말하는 요즘 부자들] “투자 패턴 점차 공격적으로”

“한국 부자들의 투자 성향이 점차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다.” 국내 PB(프라이빗 뱅커)들의 공통된 견해다. 안전 자산에 투자금을 묶어 두고 기회만 엿보던 부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세계 경기 회복 기대감과 사상 최저치로 내려간 기준금리 인하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요즘 부자들이 특히 눈여겨보는 곳은 중국과 유럽연합(EU)이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후강퉁(상하이 거래소와 홍콩 거래소 간 교차 거래 허용) 시행과 중국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EU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돈을 풀어 경기부양을 시키는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증권시장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6월 20일 2010포인트였던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는 1년 전보다 100% 넘게 올랐다. 6월 18일 기준으로 상해종합지수는 4785포인트다. 조재영 NH투자증권 강남프리미어블루센터 PB부장은 “그동안 묶여 있던 부자들의 유동성이 주식 상승상인 중국과 유로존 등 해외 펀드로 들어갔다”며 “해외투자 비중을 낮게 두던 부자들도 조금은 공격적인 투자 패턴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중국·EU 움직임 눈여겨봐
김정호 신한은행 WM 투자자문부장도 “올 들어 기준금리가 1%대로 진입하면서 예금이나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 비중은 줄이고 주식형 형태의 투자상품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금융권 PB들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한국 부자들의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는 대체로 투자 자산의 절반은 예금·머니마켓펀드(MMF)·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에, 20~30%는 해외펀드·주가연동지수(ELS)·주가연계펀드(ELF) 등 대체투자상품에, 나머지는 배당주나 성장주 등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투자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예·적금이나 MMF 등 현금성 자산을 줄이고 수익을 더 낼 수 있는 상품으로 옮겨 가고 있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김 부장은 “신한은행의 경우 자산가들의 대체투자상품 투자 비중이 절반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안전자산에 머물러 있던 유동성은 ELS나 ELF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상호 미래에셋증권 WM센터원 센터장은 “기준금리가 1.5%까지 떨어진 만큼 은행 금리보다는 높고 꾸준하게 수익을 낼 수 있어 정기예금 대용으로 가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부자들은 채권형 펀드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채권형 펀드는 펀드 자산을 국공채나 회사채 등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해 채권 이자수익과 매매차익을 거둔다. 주식보다 안전하면서도 수익률은 정기예금보다 1%포인트 정도 높다.

대체투자가 늘었다는 점도 달라진 투자 포인트다. 금·은과 같은 실물을 사기 보다는 금·원유·구리 등 실물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의 수요가 늘고 있다. DLS는 가입기간 동안 기초자산의 가격등락률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조재영 부장은 “주식에 직접 투자할 때보다 수익률은 낮을 수 있지만 원금이 보장되는 DLS는 요즘처럼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진가를 드러낸다”고 말했다. 예컨대, 지난해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두바이유의 배럴당 가격은 지난해 6월 114달러에서 올해 초 4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올 들어 리비아와 이라크 등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면서 최근에는 60달러까지 올랐다. 조 부장은 “지난해 원유 하락폭이 컸지만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올 초에 원유 ETF에 자금이 많이 들어갔다”며 “ETF는 단기간의 목표 수익률을 정하고 떨어졌을 때마다 매수했다가 올랐을 때 매도하는 전략을 써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부도나 파산 같은 국가나 기업의 신용을 기초자산으로 한 신용연계형 DLS도 생기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부자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한다고 해서 안전자산의 비중을 대폭 낮추는 것은 아니라는 게 PB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김정호 부장은 “부자들의 투자성향은 고수익보다는 내 돈을 지키면서 플러스 알파의 수익을 내는 것”이라며 “중위험·중수익 위주의 자산운용을 원한다”고 얘기했다. 중위험·중수익 상품 중에 지난해부터 부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던 상품은 공모주 투자다. 공모주란 기업이 증시에 상장될 때 일반인으로부터 청약을 받아 배정되는 주식을 말한다. 공모주 펀드의 경우 주식 매매차익이 비과세여서 절세 매력까지 가미된다. 이상호 센터장은 “지난해 말 코스피 시장에 제일모직과 삼성SDS 등 대형사들이 상장하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에 온기가 돌았다”며 “많은 고객이 공모주 펀드 투자로 지난해 10% 내외의 수익을 올렸다”고 말했다. 이어 “올 하반기에 IPO가 60개에 달하는 만큼 하반기에도 공모주 펀드에 돈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중위험·중수익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꼽히는 배당주·가치주·성장주펀드 투자도 빼놓을 수 없다. 배당주 펀드는 기업의 배당성향을 높이려는 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에 따라 관심이 높아졌다. 가치주 펀드도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일정 이상의 수익률을 낼 수 있다. 가치주는 기업 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경기불황에도 이들 기업들의 실적은 꾸준히 증가하면서 가치주 펀드의 수익률은 선방했다. 신‘ 영밸류가치주펀드’는 지난 1년간 40%의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센터장은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과 같은 대형주들이 흔들리는 가운데 기업 실적이 탄탄한 가치주나 성장주 펀드는 기대 수익 이상의 성과를 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인상 예상에 뱅크론 펀드도 관심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요즘 부자들이 주목하는 이슈 중 하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6월 16일부터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내 금리를 올리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다만 속도는 점진적으로 올린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9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신흥국 등으로 빠져나갔던 자금이 달러 매수에 몰리고 달러가 강세를 띨 가능성이 크다. 주가 하락도 이어져 신흥국 통화 약세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미국 금리인상에 대비해 부자들은 달러 투자와 뱅크론 펀드 투자를 타진하고 있다. 김정호 부장은 “일부 부자들은 달러를 직접 사지 않고 외화예금을 가입하며 재테크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자율이 1% 이하로 극히 낮지만 환차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뱅크론 펀드는 미국 유럽 등의 변동금리부 대출채권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3개월짜리 리보(국제 금융거래의 기준이 되는 런던 은행 간 적용 금리)에다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금리가오르면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김 부장은 “부자들은 아직까지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변동성에 대비해 장기 투자보다 단기 투자하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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