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프랭크 왕과 드론 전쟁

프랭크 왕과 드론 전쟁

프랭크 왕 타오(Frank Wang Tao, 34)는 살면서 한 번도 공권력과 갈등을 빚은 적이 없다. 구속된 적도 없고, 세금은 제때 내며, 술은 거의 마시지 않는다. 그러나 1월 포브스와 인터뷰(2015년 들어 서구 인쇄 매체와 처음으로 갖는 인터뷰)가 잡힌 바로 전날, 세계 최초로 드론 갑부가 된 이 중국인은 미국 당국의 미움을 단단히 샀다는 걸 알게 됐다.

사건은 왕이 사는 중국 선전에서 8000마일 떨어진 워싱턴 D.C에서 벌어졌다. 미 국방성 산하 국립지리정보국 요원이 이른 새벽 술에 취해 친구의 쿼드콥터(프로펠러가 4개 달린 비행체) 드론을 날리다 조종 미숙으로 어둠 속에서 드론을 놓치고 말았다. 잠시 돌아다녀 봤지만, 드론을 찾을 수 없던 그는 철수했고, 아침이 밝아오자 가로×세로 1피트 크기의 작은 헬리콥터는 전 세계 뉴스의 중심이 됐다. 정보요원은 백악관 비밀경호국의 조사를 받았다. 그가 잃어버린 드론이 백악관 잔디밭에 착륙한 것이다.

그 문제의 드론을 만든 사람이 바로 왕이다. 지난달 일본 수상관저 옥상에 방사능 페트병을 부착하고 착륙한 드론도 마찬가지다. 밀수업자가 몰래 마약을 들여올 때나 지난 3월 런던 교도소 안뜰로 휴대전화와 무기를 배달한 드론도 모두 그의 회사에서 제작한 것이다. 자기 회사 제품이 불법 또는 사회적 규범을 벗어나는 행동에 사용되는 건 대부분 CEO에게 악몽과 같다. 그러나 조용히 세계 드론 혁명을 일으킨 실세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별일 아니다”라고 세계적 드론 전문업체 DJI(Dajiang Innovation Technology)를 설립한 프랭크 왕은 말했다. 글로벌 성장 컨설팅 기업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DJI의 소비자 드론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그날 아침, DJI는 자사 드론이 워싱턴 D.C 도심 반경 25㎞ 이내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했다. “나쁜 의도는 없었지 않나.”
 프랭크 왕의 DJI, 드론시장 점유율 70%
어쩌면 왕에게만 그렇게 보이는지 모른다. 엄청난 성공을 하다 보니 구설수나 논쟁에 이골이 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DJI의 드론 판매물량은 40만 대에 달했다. 이 중 다수를 차지하는 건 DJI의 대표 모델 팬텀(Phantom)이다. 현 추세가 지속한다면 매출은 올해 10억 달러를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매출은 5억 달러였는데, 측근에 따르면 이 중 순수익은 1억2000만 달러였다고 한다. 2009년부터 2014년 사이 매출은 매년 3~4배씩 증가했고, 투자자들은 DJI가 현재의 독점적 위치를 향후 수년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본다. 4월에 회사는 10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액셀 파트너스로부터 7500만 달러의 투자금을 모집했다. 지분 45%를 보유한 왕의 순자산은 45억 달러에 달한다. DJI 회장과 초기 직원이었던 2명 또한 서류상으로 억만장자의 대열에 합류했다. “무인비행기(UAV)를 취미로 조종하는 시장을 만들어낸 기업은 DJI다. 지금은 모두가 그를 따라잡으려 애쓰고 있다”고 프로스트앤설리번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블레이즈는 말했다.

기술의 역사를 보면 마니아 시장에서 대중시장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특정 기업이 지배적 위치를 유지하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코닥은 카메라로, 델과 컴팩은 PC로, GoPro는 액션 카메라로 이런 위기의 흐름에 직면했다. 드론 회의론자들은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가 주문상품을 UAV로 배송하겠다 공언했을 때 비웃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드론은 그만큼 큰 흐름을 만들고 있다. 상업적 활용 또한 이미 순조롭게 확대되는 중이다. 올해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드론으로 공중에서 촬영한 화면을 생방송 중계했다. 네팔에서는 4월 발생한 진도 7.8 대지진 구호 작업에서 드론을 사용하고, 아이오와에서는 드론으로 옥수수밭을 지켜본다. DJI 드론은 ‘왕좌의 게임’과 ‘스타워즈’ 최신작 촬영장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이제 DJI는 드론 ‘팬텀’처럼 성능이 월등하면서 저렴한 제품을 선보여 소비자 시장의 열기를 이어나가야 한다. 2013년 1월 선보였던 팬텀은 679달러의 가격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기본급의 드론을 손에 넣으려면 1000달러가 족히 넘는 돈을 주고 부품을 사서 스스로 조립해야 했다.

요즘 DJI의 발목을 잡는 상대는 초저가 드론을 앞세운 경쟁업체와 미 연방항공청(FAA)의 보수적 규제다. FAA는 어떤 예외도 두지 않고 소형 드론의 상업적 이용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을 적용하고 있으며, 유의미한 정책 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경쟁 업체 중 가장 무서운 상대는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있는 3D 로보틱스다. 와이어드 잡지 편집장 크리스 앤더슨이 공동 설립하고, 정리 해고된 DJI 이전 직원이 포진해 있다. 이들 중에는 DJI 북미지부 총괄을 맡았던 콜린 귄도 있다. 귄은 중국 회사가 자신을 우습게 만들었다고 비난하며 3D 로보틱스가 “DJI라는 골리앗에 맞선 다윗”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3D 로보틱스가 다윗처럼 새총으로만 맞서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무려 1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모집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유력 경쟁후보로는 2014년 9000만 달러 이상의 드론을 판매한 프랑스 회사 패럿(Parrot)이 있다. 이 외에도 값싼 복제품을 내세워 시장 전체 중간이윤을 깎아내리는 중국 업체도 무수히 많다. 올해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소비자가전쇼(CES)에서는 이제 갓 태어난 수십 개의 신생회사들이 널따란 회의장 안에서 UAV를 띄우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턱수염을 기르고 점점 벗겨지는 이마를 가려주는 골프캡과 안경을 쓴 왕은 화려하게 등장한 소비자 기술 업체 대표로 보이지 않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2006년 홍콩 기숙사에서 DJI를 시작했을 때의 진지한 결의는 그대로다. 왕은 현재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그는 이전 사업 파트너와 직원, 친구를 버리고 DJI를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 전자상거래 대표업체 알리바바만큼 훌륭한 중국 최고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앞서 두 기업과 달리, DJI는 산업 전체를 주도하는 첫 중국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워낙 시장을 단단히 장악하다 보니 애플에 비견되기도 한다. 물론, 표현 뒤 숨어 있는 칭찬에 왕이 우쭐해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왕은 자신의 사무실로 빠르게 들어갔다. 문 위에는 중국말로 “두뇌만 가지고 올 것(只带脑子)”, “감정은 들고 오지 말 것(不带情绪)”이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DJI의 CEO는 이 규칙을 확실히 지키는 중이다. 그는 직설적으로 말하고 감정보다 이성을 앞세우는 지도자 타입이다. 일주일에 80시간은 일하기 때문에 사무실 책상 바로 옆에는 트윈 크기의 원목 침대가 놓여 있다. 왕은 4월 뉴욕에서 열린 팬텀 3 출시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제품이 그의 기대만큼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만을 따라다니는 요정을 꿈꾸던 소년
“스티브 잡스의 아이디어를 높이 사긴 하지만, 진심으로 존경하는 사람은 없다”고 모국어인 만다린으로 그가 말했다. “다른 사람보다 영리하기만 하면 된다. 대중과는 거리가 있어야 한다. 대중과 거리가 생길 만큼의 특별함이 있고 그만큼 앞서가면 성공할 것이다. 하늘에 대한 집착은 붉은 헬리콥터의 모험을 담은 만화책을 게걸스럽게 읽어 내려가던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됐다. 1980년에 태어난 그는 항저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항저우는 중국 중부 연안에 있으며 알리바바가 태동한 도시이기도 하다. 교사에서 중소상공인으로 변신한 어머니와 엔지니어였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왕은 어린 시절 모형 비행기에 관한 글을 읽으며 시간 대부분을 보냈다. 중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성적보다 모형 비행기를 생각하는 게 그에게 더 많은 위로가 됐다. 그는 카메라를 장착하고 자신만을 따라다니는 비행기, ‘요정’을 갖는 게 꿈이었다. 16살이 되던 해에는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오랫동안 동경하던 리모컨 조종 헬리콥터를 선물로 받았다. 복잡하게 구성된 장비는 얼마 날지도 못하고 땅에 추락해 망가졌다. 그는 홍콩에서 교체 부품이 도착할 때까지 수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뛰어날 것 없던 성적 때문에 미국 최고 대학에 들어가는 꿈은 좌절됐다. 가장 가고 싶었던 MIT와 스탠퍼드에서 떨어진 그는 홍콩과학기술대학에 진학해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4학년 때까지도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해 방황하던 그는 헬리콥터 비행 제어 시스템을 구축하며 자신의 적성을 찾았다. 왕은 전심전력을 다해 마지막 조별 과제에 몰입했다. 다른 강의는 출석하지도 않고 두문불출했고, 새벽 5시까지 밤을 꼬박 새우며 작업에 몰두했다. 드론 안에 설치하는 컴퓨터의 호버링(공중 정지) 기능이 과제 발표 바로 전에 망가져 결국 실패하기는 했지만, 그의 노력은 전혀 헛되지 않았다. 왕의 리더십과 기술적 이해도가 뛰어나다고 생각한 로봇학 교수 리 쯔어시앙이 무모하고 고집스러웠던 학생에게 대학원 진학을 권유한 것이다. “(프랭크가) 딱히 다른 학생보다 뛰어나다고 말할 순 없었다”고 리는 말했다. DJI 초기에 투자하고 자문을 맡기도 했던 그는 현재 DJI 회장이 되어 회사 지분의 10%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일로 성공하는 자질은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자질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왕은 2006년까지 기숙사에서 비행 컨트롤러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 이후에는 2명의 동기와 함께 선전의 생산 허브로 연구실을 옮겨 개발 작업을 이어갔다. 이들은 침실 3개가 있는 아파트를 공동 사용했고, 왕은 남은 장학금으로 비용을 충당했다. DJI는 중국의 여러 대학과 국영 전력 업체 등에 6000달러의 제어 부품을 판매했고, 이들은 왕이 개발한 컨트롤러를 직접 조립한 드론에 부착시켜 사용했다. 매출을 통해 받은 돈은 소수의 직원을 고용하는 데 사용했고, 왕과 홍콩 대학 동문은 각자 남은 장학금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시장이 얼마나 커질 수 있을지 알지 못했다”고 왕은 당시를 기억하며 말했다. “그냥 제품을 만들어서 10~20명의 직원을 먹여 살리고 팀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비전을 내세우지 못했던 회사와 고용주의 고집스러운 성격 때문에 DJI에서는 결국 내분이 일어났다. 직원들은 계속 이직을 했다. 보스가 너무 요구사항이 많고 까다로우며 지분을 나눠주는 데 인색하다고 느낀 직원도 있었다. 2년이 지나자 처음 회사를 세울 때 함께 했던 팀원 대다수는 이미 떠난 후였다. 왕은 자신이 “퉁명스러운 완벽주의자”가 될 수 있으며 당시 “(직원을) 열 받게 하는” 능력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DJI는 어떻게든 계속 굴러갔다. 빠르지는 않았지만, 진전도 있어서 매달 20개의 컨트롤러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가족 지인이었던 루 디(Lu Di)로부터 받은 자본은 DJI가 목숨을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됐다. 2006년 말 루는 9만 달러의 돈을 투자했다. DJI가 간절히 바랐던 유일한 돈이라고 왕은 말했다. DJI CEO가 애정을 담아 ‘자린고비’라고 부르는 루는 재정을 관리했고, 지금도 DJI 최대주주 중 한 명으로 남아 있다. 그가 가진 지분 16%의 가치는 포브스 추산으로 16억 달러에 달한다. DJI의 발전에 또 다른 핵심적 역할을 한 사람은 바로 고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 스위프트 시에 지아(Swift Xie Jia)다. 2010년 마케팅 담당으로 회사에 합류해 왕의 부관 역할을 했다. 그는 DJI에 투자하기 위해 자신의 아파트까지 팔았고, 지금은 14억 달러 가치에 달하는 지분 14%를 가지고 있다.
 공중촬영 전문 벤처사 운영자 귄과의 만남
내부 진용이 자리를 갖추자 왕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해외 드론 마니아에게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독일에서 뉴질랜드에 이르는 다양한 곳에서 이메일로 주문이 들어왔다. 당시 DJI는 자동운전 기능과 함께 고급 비행제어기능 개발을 시작한 상태였다. 왕은 2011년 인구가 7만 명밖에 안 되는 인디애나주 먼시의 헬리콥터 박람회 등, 틈새시장에서 자신의 기술을 공개하며 마케팅을 펼쳤다. 왕이 콜린 귄을 만난 곳도 바로 먼시 박람회장이다.

공중촬영 전문 벤처사를 운영 중이던 귄은 UAV로 안정된 이미지를 촬영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었다. 중국의 신생기업이 이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그는 왕에게 이메일을 보내 상담을 요청했다. 마침 왕은 귄이 필요로 하는 기능을 개발하는 과정에 있었다. 비행 중 드론 몸체가 흔들릴 경우 드론 가속도계를 이용해 촬영 방향을 조정하는 새로운 형태의 짐벌이었다. 3번의 프로토타입을 거친 끝에 괜찮은 물건이 탄생했다. 왕은 드론의 모터를 짐벌과 연결해서 부품의 수와 중량을 감축시키고 이를 통해 더는 새로운 모터를 가동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생각했다. 덕분에 비행 컨트롤러 제작 비용은 2006년 2000달러에서 2011년 400달러 미만으로 하락했다.

2011년 8월, 먼시에서 DJI 경영진과 만난 이후 귄은 중국 선전을 방문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귄은 왕의 응원을 받으며 텍사스 오스틴에서 DJI 북미 자회사를 설립했다. 대중시장으로 드론을 진출시키기 위한 시도였다. 귄은 북미지사 지분 48%를 가졌고, DJI는 남은 지분 52%를 가졌다. 귄은 북미지역과 영어권 시장의 영업 및 마케팅을 책임졌다. 그는 곧 “가능성의 미래”라는 회사 비전을 만들었다. 초기에는 관계가 아주 좋았다. 왕은 귄이 “훌륭한 세일즈맨”이라고 칭찬했으며, “그의 아이디어가 때로 나에게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2012년 말이 되자 DJI는 소프트웨어와 프로펠러, 프레임, 짐벌, 리모컨을 모두 갖춘 완전한 드론 패키지를 구성했다. 2013년 1월에는 최초로 조립이 다 되어 나오는 쿼드콥터 팬텀을 공개했다. 상자에서 꺼내 한 시간 안에 하늘로 띄울 수 있으며 추락 한 번에 부서지지 않을 만큼 튼튼했다. 단순성과 사용용이성이 뛰어난 덕분에 한때 마니아 전유물로 여겨졌던 드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왕과 귄의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DJI를 설립한 왕은 귄이 팬텀 개발의 공을 자신에게 돌리고 자신을 DJI 이노베이션 CEO로 칭하기 시작하자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귄은 링크드인 페이지에서 아직도 그 직함을 지우지 않고 있다. 주변인에 따르면, 귄은 급하게 제휴 계약을 체결한 적이 꽤 있었다. DJI 드론에 카메라를 독점 공급하던 액션 카메라 제조업체 GoPro와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왕이 도중에 마음을 바꿔 귄의 충고를 듣지 않고 계약을 취소했다. GoPro는 분노했고, 지금은 자체적으로 드론을 개발하는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DJI를 떠난 귄, 3D 로보틱스에 합류
처음 DJI는 소매가격 679달러로 책정된 팬텀으로 손익 분기점만 맞추려 했다. “경쟁업체의 가격 전쟁을 막기 위해 엔트리급의 제품을 만들었다”고 왕은 말했다. 그러나 팬텀은 회사의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고,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도 매출이 5배나 급증했다. 무엇보다 팬텀은 전 세계 곳곳에서 잘 팔리는 효자 제품이다. 이런 추세가 지금도 지속하는 덕분에 DJI는 미국, 유럽, 아시아에서 각자 30%의 매출을 올리며 나머지 10%는 중남미와 아프리카에서 벌고 있다. 왕은 이 점을 가장 자랑스럽게 여긴다. “중국 사람들은 수입품만 훌륭하고 ‘메이드 인 차이나’가 붙은 제품은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항상 2류라는 생각이 있다”고 그는 말했다. “나는 이런 환경에 불만이 많았다. 그런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다.”

2013년 5월, DJI는 DJI 북미지부에서 귄이 가지고 있는 지분 인수를 시도했다. DJI 글로벌 지분과 교환하자는 제안이었다. 소송 문서에 따르면 DJI 글로벌 지분으로 변경할 경우 미국 자회사가 가져가는 지분은 0.3%밖에 되지 않는다. 귄은 팬텀 전체 매출의 30%가 미국에서 발생하는 건 미국 지사가 그만큼 노력한 덕분이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DJI는 협상의 여지를 두지 않았다. 12월에는 DJI 북미지부 직원의 이메일을 모두 차단했고 고객 지급금이 중국 본사로 송금되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신년 전날에 직원은 모두 해고됐고, 오스틴 사무소 집기와 시설은 깨끗이 정리됐다. DJI의 그해 마감 매출액은 1억3000만 달러였다.

2014년 초, 귄은 소송을 제기했고 양측은 8월에 합의했다. 1000만 달러 미만이라고만 했을 뿐 자세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귄은 전 고용주에게 도전장을 내밀기 위해 DJI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다수와 함께 3D 로보틱스에 합류했다.

소비자 드론 시장을 접수한 왕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존재는 실리콘밸리 건너편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있다. 막강한 도전자가 있는 곳은 따뜻한 햇볕을 듬뿍 받으며 서 있는 4층 건물이다. 이곳에서 3D 로보틱스 엔지니어들은 팬텀의 대항마로 개발된 드론 ‘솔로(Solo)’의 코드 수정 내용을 수십 시간째 테스트하고 있었다. 4월에 공개된 블랙 드론은 성난 벌 1000마리를 합친 소리를 내며 회사 지붕 위를 날아다녔다. “DJI가 애플이라면 3D 로보틱스는 안드로이드”라고 3D 로보틱스의 크리스 앤더슨 CEO는 설명했다.

팬텀의 디자인에서 착안해 이루어진 우아하고 심플한 쿼드콥터 ‘솔로’에 경외심을 표하던 앤더슨은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라고 상냥하게 설명했다. DJI의 운영체제는 회사 엔지니어만 참여하는 비공개 과정으로 개발되는 반면, 3D 로보틱스는 운영체제를 오픈소스로 만들었다. 덕분에 프로그래머와 훨씬 싼 드론으로 DJI 이윤을 갉아먹는 중국 모방업체의 관심을 끌고 있다. “모두가 우리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면 DJI가 아닌 우리가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고 앤더슨은 말했다. “DJI는 드론이 마니아적 취미에 불과하던 시절 설립된 회사다. 시장을 놀랍게 발전시킨 건 분명 그들의 공이 크다”고 그는 말했다. “지금은 우리가 그들의 텃밭으로 뛰어든 형국이라 따라잡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중이다.”

3D 로보틱스의 최고수익책임자가 된 귄은 DJI에 있는 동안 구축한 소매채널을 살펴보며 Gopro카메라를 3D 로보틱스 드론에 장착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왕은 이들이 DJI를 추월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일축했다. 유치원 놀이터에 나타난 덩치 큰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실패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그는 말했다. “그들에게 돈이 있다고 하지만, 나한테는 더 많은 돈이 있다. 사람도 우리가 더 많다. 시장이 작았을 때는 우리도 이들만큼 몸집이 작았다. 그때도 우리는 이들을 누르고 승리했다.”

3D 로보틱스와 DJI는 드라마 같은 숙적이긴 하지만, 이들 앞에는 여론을 유리하게 움직이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공동의 과제가 있다. 혹등고래가 이동하는 장관이나 빙하가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드론 동영상으로 만들어질 때마다 ISIS나 이웃의 욕실을 훔쳐보려는 변태가 UAV를 사용했다는 기사도 나온다.

사생활 침해 및 안전과 관련해서 합리적인 우려 사항이 나오면서 사회는 ‘날아다니는 로봇’을 두 팔 벌려 환영할 수만은 없는 처지에 놓였다. 특히 미국 FAA를 포함한 규제기관은 유의미한 규정을 제정하는데 더딘 움직임을 보인다. “지금은 하늘에 드론이 한 대도 없다. 너무 이상하다”고 앤더슨은 말했다. “‘푸른 하늘에 펼쳐진 기회’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 그걸 보는 듯하다.”

다시 선전에 있는 DJI 사무실로 돌아가 보자. 왕이 소비자 드론 산업의 미래를 말해주는 중이다. 그러나 450년 된 일본 사무라이 검을 불쌍한 명함 위로 휘두르는 바람에 무슨 뜻인지 알아듣기는 좀 힘들었다. “일본의 장인은 완벽함을 위해 끊임없이 정진했다”고 그는 말했다. 그 사이 사무라이 검 가타나는 종이를 갈기갈기 조각내고 있었다. “중국에는 자본이 있지만 제품과 서비스는 형편없다. 무엇이든 괜찮은 걸 사려면 거금을 내야 한다.”

가타나 검이 보여주는 완벽함을 성취하기까지 DJI가 갈 길은 아직 멀다. 그는 DJI 팬텀이 “완벽하지 않은 제품”이며 소프트웨어 고장으로 조종자의 시야를 벗어나 날아가 버린 제품도 있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말한 왕은 현재 200명인 DJI 직원 수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왕은 가지각색의 산업 스파이 활동에도 맞서는 중이다. 지난 2년간 모습을 드러낸 중국 드론 벤처사 중에는 불법적으로 DJI 설계도를 입수해서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있다고 그는 확신했다. 내부 스파이를 발견한 적도 2번 이상이었다. 이 중 한 번은 회사를 그만두는 직원이 설계도를 가져가 경쟁업체에 넘겨버리는 바람에 골치가 아프기도 했다. ‘먹지 않으면 먹히는’ 정글 같은 선전에서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사건이었다.

저렴한 생산이 가능하다 보니 결국 드론도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처럼 일상용품이 되는 길을 걷고, 가격은 분명 내림세를 이어갈 것이다. “고급 제품을 소량으로 판매하는 시장은 자리를 내주고 쫓겨나게 되어 있다”고 미국 IT분야 리서치 전문업체인 가트너의 애널리스트 제럴드 반 호이는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서 굳건히 자리를 잡은 DJI는 괜찮다. 인정을 받고 있다.”

다른 이와 하늘을 공유하고 싶지 않은 왕은 드론이 농업이나 건설, 지도제작 등의 상업적 분야로 응용범위가 확대되는 과정에서도 우위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술적 난제에 대한 답을 찾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 그게 성장을 정체시키는 주요 요인”이라고 그는 말했다. “현재에 만족하며 안주할 수 없다.”

- RYAN MAC, HENG SHAO, FRANK BI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수 있습니다.

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28세 싱어송라이터 결혼 6개월 만에 세상 떠나... 팬들 오열

2'상주모자 세계를 휘감다' 2024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 내달 4일 개최

3열흘간의 신명나는 춤마당 내달 6일까지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4울진군, 미혼남녀 솔로탈출 이벤트 '1박2일 함께 인연캠프' 개최

5"인생2막, 신중년의 꿈 응원합니다" 구미 60+ 일자리 한마당 성료

6‘재건축 놓칠라’ 1기신도시 선도지구에 15만3000가구 몰렸다

7‘최혜 대우’ 강요 의혹 배민, 공정위 조사에 “경쟁사가 먼저 했다”

8순천 10대 청소년 ‘묻지마’ 살해 피의자 신상공개 여부 30일 결정

9‘병역기피 논란’ 유승준…LA총영사관 세 번째 비자신청도 거부

실시간 뉴스

128세 싱어송라이터 결혼 6개월 만에 세상 떠나... 팬들 오열

2'상주모자 세계를 휘감다' 2024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 내달 4일 개최

3열흘간의 신명나는 춤마당 내달 6일까지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4울진군, 미혼남녀 솔로탈출 이벤트 '1박2일 함께 인연캠프' 개최

5"인생2막, 신중년의 꿈 응원합니다" 구미 60+ 일자리 한마당 성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