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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음료주 주가 다시보기] 불황에 강한 면모 실적 우상향

[식음료주 주가 다시보기] 불황에 강한 면모 실적 우상향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행 여파로 더욱 침체됐던 내수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들. / 사진:중앙포토
국내 증권 시장에서는 ‘불황에 강한 식음료주’라는 속설이 회자된다. 식음료는 세계 경기 부침의 영향을 덜 받는 내수 위주의 소비재인데다, 국내 경기가 나빠지더라도 꾸준히 팔리는 측면이 있어 리스크가 작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속설을 입증하 듯, 한국기업공헌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식음료 기업들은 지난해 매출 100억원당 18명의 일자리를 창출해 다른 업종에 속한 기업보다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 기업의 주가는 어땠을까. 한층 심해진 국내 소비 침체에 지난 1년간 다수의 식음료주는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부침을 겪었다.

이른바 ‘황제주’들이 특히 그랬다. 국내 대표적 황제주인 롯데 칠성의 올 1월 2일 주가는 148만원으로 지난해 9월 한때 210만원대를 찍었던 데 비해 하락세가 뚜렷했다. 하지만 이후 반등해 올 5월 한때 장중 300만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롯데칠성 주가는 7월 28일 현재 222만9000원으로 다시 내려갔다. 다른 황제주인 오리온도 큰 폭의 등락을 거듭했다. 올 1월 2일 100만원이었다가 5월 한때 장중 138만원대를 찍더니 7월 28일 현재 108만원으로 하락했다. 롯데제과(올 1월 170만원대→5월 210만원대→7월 180만원대)도 비슷했다.
 크라운제과 등 주가 연일 급등세
이는 해당 기간 이들이 기대만 못한 실적을 기록했거나, 불확실성이 있는 인수·합병(M&A)을 시도한 것과 관련이 깊다. 롯데칠성의 지난해 매출은 2조2640억원으로 전년(2조2159억원)보다 다소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023억원, 당기순이익은 206억원에 그쳐 각각 전년(1724억원, 1035억원)보다 감소했다. 롯데제과는 같은 기간 매출이 1조9764억원에서 2조2248억원으로, 영업이익도 915억원에서 1148억원으로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552억원에서 17억원으로 급감했다. 오리온은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의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을 지난해 기록했지만 올 들어 홈플러스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우려를 낳았다(인수가 무산되자 오히려 주가가 반등했다).

이에 반해 ‘식음료주가 불황에 강하다’는 속설을 최근 다시 한번 입증한 종목도 있다. 올 7월 28일 기준 최근 3개월간 농심은 25만2000원에서 31만원으로, 크라운제과는 31만6000원에서 79만3000원으로, 오뚜기는 72만2000원에서 83만 6000원으로 각각 주가가 뛰었다. 농심은 ‘짜왕’ 등 신제품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크라운제과는 ‘허니버터칩’으로 연일 대박 행진을 이어가면서, 오뚜기는 맞벌이 부부와 1인 가구 급증 추세에 따라 가정간편식(HMR) 수요가 늘어나면서 황제주 못지 않은 우량주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이들 식음료주는 하나같이 실적 전망이 좋다는 점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주목할 만하다. 증권가에 따르면 롯데칠성·오리온·롯데제과·농심·크라운제과·오뚜기·사조산업 등 주요 식음료 기업들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지난해보다 증가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식음료의 원재료인 곡물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내수 경기 침체에도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신제품은 출하량이 늘어나는 등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면서 지난해보다 개선된 실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올 5월 이후 최근까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행 여파로 침체됐던 내수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신한카드 빅데이트센터가 올 6월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사용액을 분석한 결과 백화점의 경우 같은 달 8일 24.9%에서 30일 2.8%로, 아웃렛은 10일 35.6%에서 30일 5.9%로 감소 비율(예상 사용액 기준)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여기에 정부가 첫 메르스 확진 환자 발생(5월 20일) 69일 만인 7월 28일 메르스 사태의 ‘사실상 종식’을 선언하면서 향후 식음료 소비가 되살아나고, 그만큼 기업들의 실적이 더 좋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KOTRA에 따르면 중국에서 한국산 과자가 2012년 약 5억 1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약 8억1000만 달러로 3년간 그 수입액이 57% 증가하는 등 인기를 모으고 있어, 수출에 초점을 둔 기업들은 꾸준히 수익성 강화를 노릴 수 있는 상황이다.

기관이 연일 식음료주를 매입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큰 손’인 국민연금기금은 올 2분기에 식음료주 등 경기 방어주를 집중적으로 매입하면서 비중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목별로 보면 사조산업 지분율을 기존 5.16%에서 8.61%로 끌어올렸고 롯데칠성(10.82%→13.08%), 오리온(5.93%→8.07%), 농심(7.26%→10.50%), CJ(7.44%→8.49%) 등도 추가로 사들였다. 순한 맛의 소주로 대박을 터뜨린 무학(6.07%)과 대(對) 중국 수출 증가가 기대되는 매일유업(5.09%)을 포트폴리오에 새로 편입한 것도 눈에 띈다. 식음료주는 기관투자가들이 올 들어서만 지금껏 약 460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매수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기관들은 그만큼 식음료주의 전망이 밝을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기관, 올 들어 식음료주 4600억어치 매입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식음료주는 경기가 어려워져도 속된 말로 ‘평타’는 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경기 민감주에 비해(식음료주는) 경기가 좋아지면 상승폭이 좁은데도 기관이 사들이는 이유는 최근 그리스 사태와 미국 금리 인상 등 시장 변동성을 키울 대외 변수가 늘어나면서 불황이 장기화할 조짐이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모험보다 안정을 추구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식음료주의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개별 종목들에 대해서도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오뚜기의 경우 백운목 KDB대우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주가가 100만원대에 안착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지난 2~3년간 풍작으로 원재료 가격이 크게 떨어진데다, 라면 외에 다른 품목에서는 과당 경쟁이 진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리온의 경우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업종 평균치를 초과하는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며 “올 하반기 중 신규 브랜드 출시가 이어질 예정이라 상반기 대비 성장률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 이창균 기자 lee.changkyu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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