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투자의 골든타임은?] ‘당분간 더 하락’ 전망에 무게
[금 투자의 골든타임은?] ‘당분간 더 하락’ 전망에 무게
2008년 미국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일약 스타로 떠오른 두 명의 투자가가 있었다. 존 폴슨과 데이비드 아인혼이다. 두 사람은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채권의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적극적인 공매도에 나서 유명해졌다. 이들의 공통점은 또 있다. 금융위기 이후 금 펀드를 만든 건데, 2011년까지는 꽤 잘 나갔다. 그러나 2012년부터 금값을 지탱하던 기둥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고, 온스당 2000달러를 내다보던 금값은 2013년 급락을 거듭해 1300달러대로 떨어졌다. 금광회사의 실적과 연동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반 토막이 났다. 이 때문에 폴슨의 골드 펀드 역시 2013년 상반기 동안 평가액의 65%를 날렸고, 아인혼의 펀드 역시 2013년 6월 한달 동안 평가액의 10%가 사라졌다. 아인혼은 올해도 금값 상승에 베팅했다가 체면을 구겼다. 돈 냄새 잘 맡기로 유명한 이 투자의 귀재들도 금값 변동만은 예측하기 어려웠나 보다. 금 투자는 의외로 간단하다. 주식처럼 투자할 종목을 고르는데 많은 시간을 쓸 필요도 없다. 금값이 오르리라 생각하면 사고, 반대라 생각하면 팔면 된다. 이렇게 명확한데, 그 판단은 쉽지 않다. 2013년 이후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 금값이 심해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7월 20일 국제 금 거래소에선 대규모 폭락장이 연출됐다. 상해황금거래소(SGE) 개장 직후 한 기관이 약 5t(14억 달러)의 금을 한꺼번에 팔아 치운 것이 원인이었다. 7월 22일 온스당 1100달러선이 무너진 국제 금 가격은 8월 5일 현재 1085달러(뉴욕상품거래소 금 선물가격)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 금 가격이 1100달러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10년 3월 이후 5년 5개월 만이다. 7월 한달 동안에만 6.8% 급락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2011년 9월부터 2012년 9월까지 그램당 6만3000원대를 유지하며 견고한 흐름을 나타냈던 국내 금 가격은 2012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11월 3만 9976원으로 떨어졌다. 이후 소폭 반등해 4만2000원대를 지켰지만 7월 말부터 재차 하락해 4만원선 붕괴 직전이다. 1돈(3.75g)짜리 돌반지 하나가 25만원을 호가했던 게 불과 3년 전인데 지금은 16만~18만원으로 떨어졌다.
최근의 금값 하락은 기본적으로 달러화 강세에 따른 것이지만, 수요 부진을 야기한 몇 가지 구조적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확실히 예전에 비해 금의 인기가 덜하다. 예전엔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대체물인 금의 몸값이 올라갔지만 최근엔 그런 현상이 안 보인다. 얼마 전 ‘그렉시트(Grexit,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불거졌을 때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지만 금값엔 큰 변동이 없었다. 중국 증시 급락 우려가 커진 7월 28일 국제 금 가격은 1% 이상 반등했지만 다음날 다시 하락해 제자리로 돌아갔다. 대체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을 때 금 가격이 상승하지만 지금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보다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시기라는 점도 수요 부진을 부채질했다.
현재 성적표만 놓고 보면 금 쪽으론 눈길도 안 주는 게 맞다. 금 펀드의 수익률만 봐도 답이 나온다. 펀드 유형별로 최근 6개월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금 펀드는 -18.6%(에프앤가이드)로 단연 꼴찌다. 이 기간 헬스케어 펀드와 해외 ETF가 각각 25.1%와 18.1%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속이 쓰리다. 3년 수익률 역시 -39.4%로 가장 나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농산물과 천연자원 등 원자재 펀드 대부분이 부진했지만 특히 금은 성적이 좋지 않았다. 설정 규모가 가장 큰 ‘삼성KODEX골드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펀드’가 연초 이후 -8.3%의 수익률은 기록한 게 그나마 괜찮은 성적이었다. 그러나 이 펀드 역시 3년 수익률은 -30% 이하다. ‘블랙록월드골드증권자펀드’ ‘신한BNPP골드주식펀드1’ ‘IBK골드마이닝증권자펀드’ 등은 연초 이후 20%가량 떨어져 수익률이 가장 나빴다. 이 세 펀드의 3년 수익률은 -50%를 오간다. 운용 자산의 절반이 날아간 셈이다. 하지만 사실상 바닥을 찍었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금을 바라보는 자산가의 눈빛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재테크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 받았던 ‘금의 귀환’이다. 7월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의 일 평균 거래량은 6월보다 56.9% 늘어난 9984g을 기록했다. 거래 대금도 개장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던 4월 수준을 회복해 하루 평균 4억원대로 올라섰다. 특히 7월 20일에는 하루 거래량이 27.8㎏에 달했다. 지난해 3월 개장 이후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거래 대금도 올 들어 처음으로 10억원을 넘어섰다. 전날 국제 금 가격이 3.1%나 급락한 뒤 대규모 저가 매수 흐름이 나타난 영향이다. 금 선물거래 건수 역시 크게 늘어 상반기 평균인 66건보다 3배가량 많은 하루 평균 220건을 기록했다. 금 펀드에도 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최근 한달 사이 국내 10개 금 펀드의 설정액은 131억원 늘었다. 연초 이후로도 520억원이 더 들어왔다. 현물 판매량 역시 늘었다.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6월 24일~7월 23일 사이 순금 제품, 골드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38% 증가했다.
금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건 사실상 지금의 가격을 저점으로 본다는 뜻인데, 이 판단이 과연 옳은 것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전문가의 전망 역시 엇갈리지만 대체로 추가 하락에 무게가 실린다. 딱히 호재는 없는데 널린 악재는 많아서다. 일단 하반기 최대 이벤트인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아무래도 대체재인 금의 몸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달러로 계산되는 상품인 금의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금리 인상과 물가 하락으로 인해 사상 최악의 한파가 금 시장에 몰아치고 있다”며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 예정된 상황에서 금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고 내년엔 온스당 1000달러 밑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수요 부진을 타개할 묘수도 안 보인다. 글로벌 채권운용사 핌코의 최고경영자였던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 고문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예전에는 물가 상승이나 금융 시장의 불안이 예상되면 금을 찾았지만 지금은 금 외에 다른 수단을 통해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며 “상장지수펀드와 같은 다양한 신용상품에 투자자를 뺏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동안 금 수집에 열을 올렸던 각국 중앙은행도 예전만큼 금을 찾지 않는다. 한번 사면 오랫동안 보유하는 중앙은행은 최고의 수요처지만 최근엔 금보다 달러에 더 관심을 쏟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중국 인민은행의 금 보유고는 시장 예상(3000t)을 한참 밑돈 1658t에 그쳤다. ‘3조 달러가 넘는 중국 외환보유액 중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6%밖에 안 되는 건 말이 안된다(금 보유량을 축소 발표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어쨌든이 발표는 국제 금 시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수급의 문제도 있다. 낮은 원자재 비용과 세계 2위 금 생산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 약세 등으로 금의 생산 비용은 낮아졌는데, 수요 증가 속도는 예전 같지 않아서 단기적으로 가격이 오르긴 어려운 구조다. 세계 2위 금 소비국인 중국의 2분기 금 소매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주식 시장에 돈이 몰렸는데 주가가 폭락한 탓에 당분간 돈을 뺄 수도 없는 처지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란 핵협상 타결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약화된 추세에서 주요 금 소비국의 경기 부진이 겹친 상황”이라며 “당분간 금 가격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재현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8월 중 발표되는 미국 경제 지표가 양호한 개선세를 나타내 9월 금리 인상 전망이 강해지는 게 금 시세에는 가장 부정적”이라며 “이 같은 흐름으로 볼 때 단기 반등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했다.
반론도 있다. 일단 변동성이 크지 않은 금의 가격이 최근 크게 요동치면서 사실상 바닥을 확인했다는 지적이다. 1980년 이후 427개월 동안 금 가격이 한달 사이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한 건 딱 10번뿐이다. 6% 이상 하락한 지난 7월이 이례적인 것으로 본다면 더 이상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미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이미 가격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고, 금리 인상 이후엔 도리어 금값이 오른다는 견해도 있다. 2004년~2006년 미국이 금리를 5배가량 올리는 동안 금값도 약 50% 상승했다는 주장이다.
어쨌건 투자자 입장에선 길게 봐야 한다. 8월에 투자해서 12월에 수익을 거둘 생각이라면 금 말고 다른 상품을 찾는 게 낫다. 하지만 초저금리 환경에 지친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는 차원이라면 지금이 적기일 수도 있다. 지금보다 조금 더 떨어지더라도 완전히 바닥에서 매입하는 건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다. 급격한 추가 하락이 없을 것이라 본다면 완만한 회복세를 기대해볼 만하다는 뜻이다.
일반 투자자가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직접 금을 사는 방법이 있다. 한국금거래소·한국표준금거래소 등이 대표적인 판매처다. 10g짜리 미니 골드바부터 1㎏짜리 골드바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시중은행이나 홈쇼핑 등을 통해서도 구입할 수 있다. 현재 한국금거래소에서 판매하는 1㎏ 골드바의 가격은 대략 4750만원 정도다. 골드바 가격은 국제 금 가격에 환율을 곱한 뒤 부가가치세와 수수료, 공임비와 유통 마진 등을 포함해 책정한다. 부가가치세 10%는 공통사항이지만 나머지 비용에 따라 같은 중량의 골드바라도 가격이 다르다. 실물 보유에 따른 심리적 안정감이 가장 큰 장점이지만 보관 위험 등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도 있다. 금을 실제로 내 집 금고에 보유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KRX 금시장을 이용하는 게 좋다. KRX금시장은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금 거래시장이다. 지난해 3월 문을 열어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방식은 간단하다. 증권사 또는 선물사에서 계좌를 개설하면 홈트레이딩서비스(HTS)를 통해 거래를 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업체가 생산·수입하고, 한국조폐공사의 품질인증을 통과한 순도 99.99%의 금만 거래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 매매 최소 단위가 1g이기 때문에 소액 투자자도 쉽게 참여할 수 있고, 매입한 금은 한국예탁결제원이 보관해준다. 1kg 단위로 현물로 인출도 할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세제 혜택이다. 장내 거래 때 부가가치세를 면제(현물 인출 때 10% 부과)해준다. 양도 차익에 따른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증권사 등에 내는 위탁수수료(0.2~0.4%)가 있지만 다른 금융상품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간접 투자법도 있다. 금 통장(골드뱅킹)이 대표적이다. 실물거래 없이 돈 대신 금을 통장에 적립하는 방식이다. 적금처럼 돈을 붓고, 그 시점의 금 시세에 따라 금이 쌓이는 개념인데 금값이 오르면 그만큼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통장에도 적립한 금액이 아닌 그램(g)이 찍힌다. 금 통장에서 중요한 건 환율이다. 국제 금 시세를 적용하고, 달러로 거래하기 때문인데 금값이 많이 올라도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실제 상승한 것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 실물을 구입하는 것보다 적은 돈으로 금에 투자할 수 있고,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고위험 상품에 속하고, 예금자보호법의 적용도 받지 못한다.
금 펀드도 있다. 금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와 국제 금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파생형 상품으로 나뉜다. 소액투자자가 매월 적립식으로 투자하기 좋아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선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그러나 금통장과 마찬가지로 이익에 세금(15.4%)이 붙는다. 최근엔 금 선물과 연동하는 레버리지 상품도 나왔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내놓은 ‘KINDEX골드선물레버리지ETF’다. 동경상품거래소 골드선물지수(USD)의 변동에 따라 수익을 얻는 상품인데, 달러 환헤지 상품이라 환변동에 관계없이 국제 금 시세에만 관심을 가지면 된다. 상장 첫날 33억원의 자금이 몰리며 큰 관심을 받았다. 다만, 추종하는 지수의 변동폭보다 수익과 손실 범위가 넓은 레버리지 ETF인 만큼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금융상품과 달리 금은 간접 투자의 매력이 그리 크지 않다. 어차피 오르고 내리는 것만 맞추면 되는 ‘2분의 1 확률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면 굳이 수수료와 세금을 낼 이유가 없다. 5000만원을 투자해 골드바 하나를 사서 1억원이 됐더라도 차익 5000만원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는다. 반면 금 펀드에 가입해 5000만원의 수익을 냈다면 15.4%의 이자소득세를 내야 한다. 펀드 수수료도 만만치 않다. 기왕 오를 거란 확신이 들었 다면 직접 사는 게 훨씬 남는 장사란 의미다.
-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ins.com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투자의 귀재도 매번 틀리는 금값 전망
최근의 금값 하락은 기본적으로 달러화 강세에 따른 것이지만, 수요 부진을 야기한 몇 가지 구조적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확실히 예전에 비해 금의 인기가 덜하다. 예전엔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대체물인 금의 몸값이 올라갔지만 최근엔 그런 현상이 안 보인다. 얼마 전 ‘그렉시트(Grexit,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불거졌을 때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지만 금값엔 큰 변동이 없었다. 중국 증시 급락 우려가 커진 7월 28일 국제 금 가격은 1% 이상 반등했지만 다음날 다시 하락해 제자리로 돌아갔다. 대체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을 때 금 가격이 상승하지만 지금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보다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시기라는 점도 수요 부진을 부채질했다.
현재 성적표만 놓고 보면 금 쪽으론 눈길도 안 주는 게 맞다. 금 펀드의 수익률만 봐도 답이 나온다. 펀드 유형별로 최근 6개월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금 펀드는 -18.6%(에프앤가이드)로 단연 꼴찌다. 이 기간 헬스케어 펀드와 해외 ETF가 각각 25.1%와 18.1%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속이 쓰리다. 3년 수익률 역시 -39.4%로 가장 나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농산물과 천연자원 등 원자재 펀드 대부분이 부진했지만 특히 금은 성적이 좋지 않았다. 설정 규모가 가장 큰 ‘삼성KODEX골드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펀드’가 연초 이후 -8.3%의 수익률은 기록한 게 그나마 괜찮은 성적이었다. 그러나 이 펀드 역시 3년 수익률은 -30% 이하다. ‘블랙록월드골드증권자펀드’ ‘신한BNPP골드주식펀드1’ ‘IBK골드마이닝증권자펀드’ 등은 연초 이후 20%가량 떨어져 수익률이 가장 나빴다. 이 세 펀드의 3년 수익률은 -50%를 오간다. 운용 자산의 절반이 날아간 셈이다.
3년 수익률 -50% 금 펀드 수두룩
금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건 사실상 지금의 가격을 저점으로 본다는 뜻인데, 이 판단이 과연 옳은 것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전문가의 전망 역시 엇갈리지만 대체로 추가 하락에 무게가 실린다. 딱히 호재는 없는데 널린 악재는 많아서다. 일단 하반기 최대 이벤트인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아무래도 대체재인 금의 몸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달러로 계산되는 상품인 금의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금리 인상과 물가 하락으로 인해 사상 최악의 한파가 금 시장에 몰아치고 있다”며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 예정된 상황에서 금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고 내년엔 온스당 1000달러 밑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수요 부진을 타개할 묘수도 안 보인다. 글로벌 채권운용사 핌코의 최고경영자였던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 고문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예전에는 물가 상승이나 금융 시장의 불안이 예상되면 금을 찾았지만 지금은 금 외에 다른 수단을 통해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며 “상장지수펀드와 같은 다양한 신용상품에 투자자를 뺏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동안 금 수집에 열을 올렸던 각국 중앙은행도 예전만큼 금을 찾지 않는다. 한번 사면 오랫동안 보유하는 중앙은행은 최고의 수요처지만 최근엔 금보다 달러에 더 관심을 쏟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중국 인민은행의 금 보유고는 시장 예상(3000t)을 한참 밑돈 1658t에 그쳤다. ‘3조 달러가 넘는 중국 외환보유액 중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6%밖에 안 되는 건 말이 안된다(금 보유량을 축소 발표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어쨌든이 발표는 국제 금 시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금리 인상 최대 악재” vs “금리 인상기에 올랐다”
반론도 있다. 일단 변동성이 크지 않은 금의 가격이 최근 크게 요동치면서 사실상 바닥을 확인했다는 지적이다. 1980년 이후 427개월 동안 금 가격이 한달 사이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한 건 딱 10번뿐이다. 6% 이상 하락한 지난 7월이 이례적인 것으로 본다면 더 이상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미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이미 가격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고, 금리 인상 이후엔 도리어 금값이 오른다는 견해도 있다. 2004년~2006년 미국이 금리를 5배가량 올리는 동안 금값도 약 50% 상승했다는 주장이다.
어쨌건 투자자 입장에선 길게 봐야 한다. 8월에 투자해서 12월에 수익을 거둘 생각이라면 금 말고 다른 상품을 찾는 게 낫다. 하지만 초저금리 환경에 지친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는 차원이라면 지금이 적기일 수도 있다. 지금보다 조금 더 떨어지더라도 완전히 바닥에서 매입하는 건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다. 급격한 추가 하락이 없을 것이라 본다면 완만한 회복세를 기대해볼 만하다는 뜻이다.
일반 투자자가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직접 금을 사는 방법이 있다. 한국금거래소·한국표준금거래소 등이 대표적인 판매처다. 10g짜리 미니 골드바부터 1㎏짜리 골드바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시중은행이나 홈쇼핑 등을 통해서도 구입할 수 있다. 현재 한국금거래소에서 판매하는 1㎏ 골드바의 가격은 대략 4750만원 정도다. 골드바 가격은 국제 금 가격에 환율을 곱한 뒤 부가가치세와 수수료, 공임비와 유통 마진 등을 포함해 책정한다. 부가가치세 10%는 공통사항이지만 나머지 비용에 따라 같은 중량의 골드바라도 가격이 다르다. 실물 보유에 따른 심리적 안정감이 가장 큰 장점이지만 보관 위험 등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도 있다.
세제 혜택 좋은 KRX금시장 도전할 만
간접 투자법도 있다. 금 통장(골드뱅킹)이 대표적이다. 실물거래 없이 돈 대신 금을 통장에 적립하는 방식이다. 적금처럼 돈을 붓고, 그 시점의 금 시세에 따라 금이 쌓이는 개념인데 금값이 오르면 그만큼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통장에도 적립한 금액이 아닌 그램(g)이 찍힌다. 금 통장에서 중요한 건 환율이다. 국제 금 시세를 적용하고, 달러로 거래하기 때문인데 금값이 많이 올라도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실제 상승한 것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 실물을 구입하는 것보다 적은 돈으로 금에 투자할 수 있고,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고위험 상품에 속하고, 예금자보호법의 적용도 받지 못한다.
금 펀드도 있다. 금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와 국제 금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파생형 상품으로 나뉜다. 소액투자자가 매월 적립식으로 투자하기 좋아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선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그러나 금통장과 마찬가지로 이익에 세금(15.4%)이 붙는다. 최근엔 금 선물과 연동하는 레버리지 상품도 나왔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내놓은 ‘KINDEX골드선물레버리지ETF’다. 동경상품거래소 골드선물지수(USD)의 변동에 따라 수익을 얻는 상품인데, 달러 환헤지 상품이라 환변동에 관계없이 국제 금 시세에만 관심을 가지면 된다. 상장 첫날 33억원의 자금이 몰리며 큰 관심을 받았다. 다만, 추종하는 지수의 변동폭보다 수익과 손실 범위가 넓은 레버리지 ETF인 만큼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금융상품과 달리 금은 간접 투자의 매력이 그리 크지 않다. 어차피 오르고 내리는 것만 맞추면 되는 ‘2분의 1 확률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면 굳이 수수료와 세금을 낼 이유가 없다. 5000만원을 투자해 골드바 하나를 사서 1억원이 됐더라도 차익 5000만원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는다. 반면 금 펀드에 가입해 5000만원의 수익을 냈다면 15.4%의 이자소득세를 내야 한다. 펀드 수수료도 만만치 않다. 기왕 오를 거란 확신이 들었 다면 직접 사는 게 훨씬 남는 장사란 의미다.
-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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