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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성장 둔화는 세계 경제에 이롭다

중국의 성장 둔화는 세계 경제에 이롭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했다.
중국을 잘 알지 못하면서 TV에 나와 장광설을 늘어놓는 사람이 어느 때보다 많다. 미국의 자칭 중국 전문가라는 예언자들이다. 그들 대다수는 이미 평결을 내렸다. 고도 성장을 구가하던 중국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가가 끝없이 추락하고 실물경제도 급격한 둔화세를 보이자 그들은 중국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고 미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 중 하나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미국도 같은 운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결코 아니다.

지난 몇 주 동안 시장에서 일어난 일을 자세히 살펴보자. 최근 불안정의 근인은 지난 8월 11일과 12일 중국 위안화의 예상치 않았던 ‘평가절하’였다. 위안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에 비해 10년 이상 안정적이거나 점진적으로 상승했다. 중국이 이틀에 걸쳐 위안화 가치를 3% 평가절하한 것은 상당한 충격이었다. 하락 폭이 커서가 아니라 세계의 금융 환경 때문이었다.

지난 2년 동안 주요 통화 2개(유로·엔)와 여러 국가의 통화(러시아 루블·브라질 헤알 등) 가치가 하락했다. 그에 따라 세계경제에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졌다. 달러화 기준으로 상품과 용역이 싸졌기 때문이다.

물론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이 무역 파트너에게 피해를 주면서 수출부문을 부양해 자국의 이익을 챙기는 대열에 합류할 목적으로 위안화를 계속 평가절하한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다. 실제로 시장은 위안화 평가절하 소식을 그런 식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는 중이다. 궁극적으로 중국은 위안화가 달러처럼 ‘준비통화’가 되기를 원한다. 국제무역의 결제수단이 되고 외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로 비축하는 통화를 말한다.

그 목적을 위해 중국은 위안화를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기반통화(바스켓)에 편입시키려 한다. SDR은 회원국이 IMF로부터 자금을 인출할 때 사용하는 기준통화로 IMF가 그리스 등 경제위기 국가에 구제금융을 집행할 때 ‘국제 준비자산’으로 사용된다. SDR 바스켓에 포함되는 것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통화 반열에 올라 세계 경제의 ‘엘리트’로 인정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IMF는 올여름 위안화가 좀 더 시장의 힘을 따를 필요가 있다며 그 제안을 거부했다.

위안화의 평가절하 전 환율은 1달러에 약 6.2위안이었다. 대다수 경제전문가는 그 정도라면 위안화가 약간 과대평가된 것이라고 믿었다. 따라서 3% 평가절하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이 위안화를 좀 더 자유롭게 변동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일종의 조정이었다.

그러나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자 중국은 당황했다. 어느 정도는 중국의 잘못이기도 하다. 중국의 PBOC·금융전문 관리와 세계 주요 도시(특히 미국 워싱턴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금융기관 사이에서 소통이 부족했다. 그 결과 전투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세계 무대에서 중국의 미숙함과 오만함이 합쳐진 결과였다.

그러나 중국의 무역 파트너들이 보인 반응은 도가 지나쳤다.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중국의 위안화 3% 평가절하를 “위험한 조치”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엔화는 2012년 이래 달러화 대비 무려 60%나 하락했다.

따라서 그처럼 불안정한 세계경제 환경에서 약간의 조정이라도 충격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이 일본이나 유럽연합(EU)처럼 전면적인 통화 평가절하를 감행할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그건 좋은 일이다.

위안화 평가절하가 충격파를 던진 직후 중국의 전반적인 경제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증폭됐다. 최근의 미국 증시 조정 국면도 부분적으론 그런 영향이 미친 결과다.

2012년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의 체제가 확립된 이래 중국 정부는 투자·수출 주도의 성장에서 소비·내수 주도의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계획을 분명히 밝혔다. 중국 공산당도 ‘시장의 힘이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인프라를 건설하는 국영기업의 대규모 융자로 중국 경제를 성장시키는 시대가 끝났다는 신호였다. 중국 경제가 ‘재균형’ 국면에 돌입했다는 뜻이다.

중국 정부가 인정하듯 경제 구조의 재균형은 연간 성장률의 하락을 불러온다. 중국의 올해 성장 목표는 7%로 과거 10%였던 시절보다 상당히 낮다. 하지만 그 정도도 어려울지 모른다.

경제 역사를 보면 중국 같은 경제대국이 성장 모델을 수정하면 상당한 고통이 따랐다. 1960년대의 브라질, 더 최근엔 한국과 일본이 그런 고통스런 과정을 겪었다.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경제학자 마이클 페티스는 경제 구조의 재균형이 관료들의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리고 고통스럽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세계 시장에 충격파를 던졌다. 어느 정도는 이해할 만하다. 중국의 경제 관리자들은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경제를 안정시키면서 ‘마술을 부리는 능력’을 가졌다는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그들이 실제로 가진 것은 그런 능력이 아니라 경제에 풀어놓을 수 있는 풍족한 자금과 인프라 건설에 따른 풍부한 일자리였다.

이제 그 시대는 끝났다. 완전한 소비자 주도 경제로 전환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했다. 올해도 지난 2년과 마찬가지로 서비스 부문·소비의 성장이 제조·건설부문보다 더 클 것이다. 개인소득도 거의 10%씩 증가한다.

그렇다면 중국의 주가가 추락하는 이유는 뭘까? 부분적으론 지난해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A주(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주식 중 내국인과 허가를 받은 해외투자자만 거래를 할 수 있는 주식) 시장이 무너지기 시작할 때 전년 대비 96%나 오른 상태였다.

중국의 주식시장은 투기의 온상이다. 따라서 주가가 경제의 방향을 정확히 반영하지 않는다. 투신사 매튜스 아시아의 투자 전략가 앤디 로스먼에 따르면 중국 도시 인구의 7%만이 주식을 소유하며 그중 69%는 1만5000달러 이하의 소액 투자자다. 다시 말해 중국 주가가 폭락한다고 중국이 망한다고 추론하는 건 잘못이다.

하지만 중국의 성장 둔화로 인해 미국 주가가 폭락하는 건 어떻게 봐야 할까? 과연 투자자들이 우려할 만한 상황인가? 물론 어느 정도는 그렇다. 기업의 CEO는 직선적인 분석을 좋아한다. 21세기 첫 10년 동안 중국 경제에서 그 직선은 계속 위를 향했다. 중국은 모든 상품의 세계 최대 시장이 되며 고공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에 따라 미국의 대기업도 중국 사업에 ‘묻지마’ 식으로 투자했다.

특히 산업인프라부문의 투자가 과도했다. 필자의 한 친구는 미국 대기업 2곳에서 이사로 활동한다. 그는 올해 중국에서 판매 성장률이 4∼6%라고 말했다. 그 정도도 나쁘지 않지만 문제는 그들이 8∼10% 성장을 기대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두 회사는 10여 년만에 처음으로 중국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

따라서 미국 주가의 반응 중 일부는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과잉반응이 문제였다. 지난 8월 24일 애플의 CEO 팀 쿡은 이례적으로 CNBC 방송의 투자전문가 짐 크레이머에게 이메일을 보내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가 예상보다 더 빨리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애플의 주가 급락을 막으려는 의도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아무튼 중국에서 아이폰이 잘 팔리는 이유가 뭘까? 중국의 도시 소비자는 돈이 있고 여전히 왕성한 소비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조만간 크게 바뀌진 않는다.

중국과 중국 경제에 관해 기억해야 할 다른 2가지 중요한 사안이 있다. 첫째, 거시적인 둔화가 다국적기업의 수익을 해치진 않지만 투자·수출 주도 경제에서 소비 주도 경제로의 전환은 세계경제에 이롭다는 것이다.

뉴욕 소재 실버크레스트 에셋 매니지먼트의 패트릭 쇼바넥 전무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중국이 세계 성장의 견인차라고 말하지만 실제는 계속 무역 흑자를 기록하며 세계 다른 나라들의 성장을 저해했다. 이제 중국은 고통스런 경제 조정에 직면해 소비 진작 정책을 채택했다. 그로써 중국은 세계에 절실했던 수요의 창출원으로서 진정한 세계경제의 성장 견인차가 될 수 있다.”

옳은 지적이다. 지난 8월 25일 PBOC는 증시와 경기를 부양할 목적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5번째 인하 조치다. 오는 9월 6일부터 지급준비율도 현재 18.5%에서 18%로 0.50%포인트 인하할 예정이다. 경제에 돈을 풀어 소비를 늘리겠다는 의도다.

다른 한가지 중요한 사안은 중국의 가장 어두운 구름이 부채라는 사실이다. 2008년 GDP의 약 85%에서 현재 약 280%로 늘었다. 대부분 국영기업이나 지방정부의 금융기관, 부동산개발업체가 안고 있는 부채다. 정부가 경기부양책으로 대규모 가계신용 증가를 다시 이끌어낼 기회가 사실상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중국이 예상치 않은 부채 위기를 피할 수 있는지 여부다. 그림자금융부문의 대규모 채무불이행이나 예금인출 사태가 얼마든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중국의 성장이 느려지고 부채 조달이 더욱 둔화되면 GDP 대비 부채 비율도 줄어들 것이다.

성장 속도를 늦추고 부채를 억제하는 시스템의 확립이 중국으로선 최선의 시나리오다. 10% 성장을 지속하던 시절은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성장이 둔화된다고 반드시 위기가 닥치진 않는다. 오히려 중국과 세계에 바람직한 일이다.

- BILL POWELL NEWSWEEK 기자 / 번역 이원기
 금리인상 물 건너 갔나
월스트리트는 중국발 쇼크에 과잉반응을 보였다.


미국 연준은 오는 9월 단행하기로 했지만 중국발 쇼크에 따른 시장 불안정으로 여의치 않을 듯중국 주가가 폭락하기 전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올해 하반기로 계획한 금리인상을 두고 고민을 거듭했다. 여러 전문가는 거의 10년 만에 처음인 FRB의 금리인상 시기로 오는 9월이 가장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제 중국발 쇼크로 경제 풍경이 급변했다.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감속한다는 조짐이 보이자 세계 시장이 요동쳤다. 지난 8월 24일 월요일 개장 첫 4분만에 다우존스산업지수는 100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가 588포인트 빠진 상태로 마감됐다.

최근 몇 달 동안 중국이 세계적인 경제 둔화를 촉발할 조짐을 보이고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거론되면서 FRB의 금리인상 시기를 우려하는 경제·정책 전문가가 크게 늘었다. 최근의 금융시장 변덕으로 비판적인 목소리는 더 커졌다.

윌밍턴 트러스트의 최고투자택임자(CIO) 토니 로스는 “9월 인상은 물 건너 갔고 12월 인상도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FRB가 오는 9월 금리를 인상한다면 시장의 움직임을 잘 모른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8월 24일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금리인상은 FRB의 주요 목표인 물가 안정, 완전 고용, 금융 안정을 위협할 것이라며 한걸음 더 나갔다. “지금 같은 불안한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금융 시스템의 일부를 위기로 몰아갈 위험이 있다. 그 결과는 예측 불가하며 위험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2009년의 대침체 이래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무는 금리를 인상해도 좋을 정도로 미국 경제가 견실한지 의문을 제기한다. 펜션파트너스의 조사국장 찰리 빌렐로는 “문제는 투자자들이 금리인상 연기를 반길지 아니면 7년 만에 겨우 0.25%포인트도 인상하지 못한다고 우려할지 여부”라고 말했다.

그는 S&P500 지수가 상당폭으로 하락하면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1년 이래 S&P500 지수는 10% 이상 하락한 적이 없다. 빌렐로 국장은 “그 지수가 전문가들의 기준”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24일 월요일 지수 하락 폭이 10% 이상이었기 때문에 올해 금리인상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FRB는 원래 2010년과 2011년 말에 금리를 인상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0년 FRB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발표하며 오히려 돈을 푸는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라는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2012년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 FRB가 단기 국채를 판 돈으로 장기 국채를 사들여 장기 금리를 낮춰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조치)’를 실시했다. 그것도 모자라 같은 해 다시 ‘제3차 양적완화(QE3)’로 시장에 다시 개입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미국은 전염되지 않고 계속 번창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의 상황은 다르다. 1990년대 말 미국 경제는 낮은 실업률, 베이비붐 세대의 생산성 극대화, 최고점에 이르지 않은 부채, 기술 호황 등 이상적인 조건의 득을 봤다.

이제 FRB는 5개년 자산매입 프로그램으로 2008년 금융위기 후 추가적인 경제 재앙을 피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QE3가 지난해 10월 끝났고 FRB가 올해 금리인상 여부를 논의하면서 경제전문가 다수는 미국 경제가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해 중국발 쇼크를 견디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사르핸 캐피털의 CEO 애덤 사르핸은 FRB가 대침체의 상처에 임시로 반창고를 붙였지만 그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는 FRB의 금융완화 정책에 완벽하게 반응했다. 그들의 각본을 그대로 따랐다. 하지만 실물경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 JESSICA MEN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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