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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닻 올린 ‘뉴스테이’] 중산층 위한 전·월세 대안

[본격 닻 올린 ‘뉴스테이’] 중산층 위한 전·월세 대안

한화건설이 수원에 짓는 뉴스테이인 수원 권선 꿈에그린 견본주택. / 사진:한화건설 제공
김영덕(44·서울 방화동)씨는 임대 예찬론자’다. 자신은 대기업 부장이고 아내는 교사로 경제적 여유가 있지만 지금까지 집을 가져본 적이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 집값이 많이 오를 때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 목적으로 주택 구입을 잠깐 고민했다가 그만뒀다. 집값이 계속 오를지 불안해서였다. 금융 위기가 터진 후 집값이 크게 떨어지자 안도했다. 지난해 이후 다시 집값이 오름세를 타고 있지만 집을 사지 않으려는 김씨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대신 그는 임대에 만족한다. 계속 전셋집이나 반전세(보증금+월세)로 살고 있다. 김씨가 임대를 고집하는 이유는 대출이자·세금 등 주거비용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주거비용을 줄이고 남는 돈으로 여유 있는 생활을 즐기려는 것이다. 김씨는 “자가를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으로 가족여행이나 취미활동 등을 즐길 수 있다”며 “임대주택은 내가 원하는 집을 골라서 거주할 수 있는 메리트도 있다”고 말했다.
 전월세 전환율 3% 수준
지난해 이후 집값 상승세로 기존 주택을 구입하거나 새 아파트를 분양받는 주택 수요자가 크게 늘었다. 이와 달리 임대를 원하는 수요도 꾸준하다. 공급 부족이 주된 원인이긴 하지만 요즘 전세난이 보여주듯 임대를 원하는 수요가 넉넉하다. 임대 수요자들의 불만은 임대가 ‘불안하다’는 점이다. 주인이 바뀌면서 새 주인이 들어와 살게 되면 집을 비워줘야 한다. 전세난 속에서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뛴다. 이런 불안감을 씻어주는 새 임대주택이 나와 임대 수요자들의 관심을 끈다. 대통령까지 나설 정도로 정부가 정책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사업이다.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인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다. 개인이 아닌 기업이 관리해주고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다소 고급스런 임대주택이다.

집값이 오르고 있는 판에 뭔 뜬금 없는 중산층 임대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있었지만 뉴스테이 1호가 성공적으로 데뷔하면서 후속 뉴스테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뉴스테이 1호는 인천시 남구 도화지구에 분양된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도화’였다. 평균 5.5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고 계약 닷새 만에 ‘완판’됐다. 경쟁률이 최근 1년간 인천에 나온 일반 분양 아파트 평균(2.6대1)의 두 배가 넘었다. e편한세상 도화의 청약 결과는 뉴스테이의 인기를 엿볼 수 있게 했다.

e편한세상 도화는 임대료가 주변 시세와 비교해 싼 편이다. 주택형에 따라 보증금 5000만~6500만원, 월세 43만~55만원이었다. 보증금을 높이는 대신 월세를 낮출 수 있다. 월세의 보증금 전환에 적용된 이율은 연 3%다. 보증금을 1000만원 늘리면 월세가 연 30만원 줄어드는 식이다. 기존 주택의 전·월세 전환율이 5~6%인 점을 감안하면 훨씬 저렴한 조건이다. 전용 84㎡형의 경우 보증금을 7000만원 더 내면 월세가 월 17만5000원 줄어든 37만5000원이다.

뉴스테이는 임대기간을 8년 이상 보장한다. e편한세상 도화는 임대기간을 8년으로 정했고 임대료 상승률을 법정한도인 연간 5% 이하보다 훨씬 낮은 3%를 적용했다. 품질은 일반 분양 아파트 못지 않다. 4베이(방 셋+거실 전면 배치) 등 최신 트렌드를 최대한 반영했다. 웬만한 고급 아파트에서도 보기 힘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집안 내 시설물을 관리해 쾌적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가구 내 렌지후드 필터, 전등갓, 비데, 에어컨 필터 교환 등을 입주 후 2, 4, 6년차에 걸쳐 무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청소하기 힘든 가구 내부, 앞·뒤 발코니 외부 유리와 방충망 청소도 무상(4년차)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뉴스테이는 청약문턱을 없앴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임대주택의 경우 대개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입주자를 뽑는다. 뉴스테이는 주택 보유 여부, 주택 보유 가구수에 상관 없이 누구든 신청할 수 있다. 당첨자 선정도 100% 추첨이어서 ‘운’만 좋으면 누구든 들어갈 수 있다. e편한세상 도화 최상헌 분양소장은 “믿을 수 있는 대형 건설사의 주택이면서 품질이 좋고 임대료는 저렴한 게 임대를 원하는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말했다. 1호에 이은 뉴스테이가 잇따라 나온다. 연말까지 4개단지 7400여 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모두 서울·수도권의 도심과 인기 신도시에서다. 주택형은 전용 84㎡ 이하의 중소형이고 일부 초소형도 있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서 10월 2400가구의 뉴스테이가 나온다. 한화건설이 짓는데 민간택지에서는 처음 공급되는 뉴스테이 단지다. 뉴스테이가 대개 8년간 임대를 보장하는데 이 단지는 임대기간을 2년 더 늘려 10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했다. 국토부는 뉴스테이를 지역 실정에 맞춰 1~2인 가구가 거주하는 도심형과 가족이 거주하는 패밀리형으로 나눠 공급한다. 이 단지는 전용면적 59~84㎡형 중소형 위주로 구성돼 3~4인 가구에게 적합한 패밀리형이다. 임대료는 보증금 7900만~9790만원, 월세 43만4000~58만3000원이다.

같은 달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도 뉴스테이가 나온다. KCC건설은 이곳에 전용면적 29~44㎡, 293가구 규모의 임대용 도시형생활주택을 지을 계획이다. 도심형 뉴스테이로 신혼부부나 젊은 직장인이 주로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0만~110만원 수준에서 정해질 것으로 알려졌다. 11월엔 대림산업이 위례신도시에서 테라스를 갖춘 뉴스테이 360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 단지의 임대보증금은 타입별로 4억원 초반~5억원 후반, 월세는 44만원으로 동일하다. 보통 테라스하우스가 일반아파트보다 10~20% 비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변 시세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평이다. 이어 12월엔 대우건설이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 전용면적 59∼84㎡형 1135가구 규모의 뉴스테이를 내놓는다. 살기 편리하도록 각종 특화시설과 주거서비스를 제공한다. 한화건설 뉴스테이는 명문대와 연계한 어린이집과 문화센터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교육·육아·취미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애완동물 관리 서비스와 가구 청소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마을공동체 개념 도입
대우건설은 동탄2신도시 뉴스테이에 입주민이 재능을 나누는 마을공동체 개념을 도입한다. 단지 내 커뮤니티시설과 독서실 등에서 재능 기부 주민이 방과 후 학교와 서예교실 등을 여는 식이다. 단지 내 공동텃밭에서 유기농 식재료도 재배한다.

뉴스테이는 임대주택이어서 일반분양 주택처럼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다. 임대기간이 끝난 뒤 업체 측에서 분양할 예정이지만 기존 세입자에 분양 우선권이 있는 게 아니다. 계속 임대를 살고 싶다면 다른 임대주택을 알아봐야 한다. 임대주택은 살기 편리한 곳에 있어야 한다. 자신의 생활환경에 맞아야 하는 것이다. 인천에 있는 직장으로 출퇴근하면서 위례에 살기는 힘들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뉴스테이는 임대료가 치솟고 관리가 부실한 기존 재고 임대주택에 비해서는 훨씬 나은 조건의 임대주택이어서 임대를 고집하는 수요자는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 안장원 중앙일보조인스랜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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