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펀드 성적표 보니] 주식형 울고 채권형 웃었다
[3분기 펀드 성적표 보니] 주식형 울고 채권형 웃었다
3분기 국내 주식시장 분위기는 살벌했다. 유럽연합의 발목을 잡는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논란에 이어 중국 증시의 폭락, 9월 글로벌 금융 위기설까지 겹치면서다. 특히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서면서 세계 금융시장까지 크게 흔들렸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8월 11일부터 사흘간 위안화 가치를 4.65% 평가절하했다. 중국의 위안화 절하 이후 코스닥은 6거래일간 11% 폭락했고, 코스피도 5개월 만에 2000선이 무너졌다.
증시 혼란의 진원지인 중국은 더욱 살벌했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지난 8월 11일 3927.91포인트에서 8월 26일 2927.29포인트로 급락했다. 중국 증시 폭락에 국내 시가총액 상위 수출주와 중국 수혜주로 꼽혔던 소비재 기업 등의 주가가 모두 하락했다. 3분기에 원·엔 환율이 10개월 만에 100엔당 1000원선을 돌파하며 수출 기업의 실적 기대감 같은 호재가 있었지만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중국 증시 폭락에 이어 미국의 9월 금리 인상설까지 나오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자금을 뺄 것으로 관측되면서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대외적인 불안감이 지속되면서 7월 1일 2097.89포인트였던 코스피 지수는 8월 24일 1929.81포인트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펀드시장도 멀쩡할 까닭이 없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7월 1~9월 30일) 동안 설정액 10억원 이상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6.6%였다. 연초부터 9월 30일까지 평균 수익률은 1.2%에 그쳤다. 국내 주식형 펀드 중에서 상장지수 펀드(ETF)만이 플러스 수익을 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수익률 상위 10개 중 8개가 모두 ETF다. 개별 펀드 가운데 ‘미래에셋TIGER자동차ETF’ 펀드가 11.3%의 수익률로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삼성KODEX자동차ETF’가 10.3%, ‘대신 GIANT현대차그룹ETF’ 7.7%로 뒤를 이었다.
ETF는 특정 지수나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뒤 이를 상장시켜 주식처럼 자유롭게 거래하도록 만든 상품이다. 가령 미래에셋TIGER자동차ETF는 자동차 업종에만 투자하는 펀드다. 이 때문에 ETF는 해당 업황이 좋을 경우 전체 증시 상황과 관계없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실제로 3분기에는 엔고와 원·달러 환율 상승 덕에 자동차 관련 주가가 오르면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었다. 3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70원으로 지난 2분기 평균치보다 10% 가까이 올랐다.
실적 상승 기대감에 현대자동차 주가는 지난 7월 17일 12만 3000원에서 9월 30일 16만4000원으로 33% 올랐다. 현대위아와 현대모비스도 같은 기간 동안 각각 40%, 24% 올랐다. 박인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자동차주는 원·달러 환율 상승에다 판매 부진을 겪었던 중국에서도 최악의 국면을 벗어난 덕에 반등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ETF를 뺀 일반 국내 주식형 펀드 중에는 가치주와 배당주 펀드를 제외하고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불확실한 장세에서 배당을 많이 주거나 기업 가치 대비 저평가된 종목을 골라 담았기 때문에 하락장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일반 국내 주식형 펀드 중에는 KT·KT&G·삼성생명 등과 같이 실적 변동성 작은 종목을 담아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미래에셋로우볼인덱스’ 펀드와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프랭클린중소형’ 펀드가 그나마 1% 안팎의 수익을 냈다. 주식과 채권에 모두 투자하는 국내 혼합형 펀드의 3분기 평균 수익률은 -1.6%였다. 주식형 펀드보다는 선방했다. 혼합형 펀드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꼽힌다. 주식과 함께 안전 자산인 채권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국내 혼합형 펀드로 몰렸다. 3분기 동안 2조4638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연초 이후부터 9월 30일까지 6조2445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국내외 펀드 통틀어 가장 많았다.
국내 혼합형 펀드 중에 한화그룹의 주식, 채권,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하는 ‘한화그룹배당형’ 펀드가 가장 높은 수익을 냈다. 3분기 수익률은 12.5%, 연초 이후부터 9월 30일까지는 24.9%에 달한다. 삼성이나 현대자동차그룹처럼 제조업에만 쏠린 다른 그룹들과 다르게 금융, 레저·서비스 등으로 실적이 분산되면서 좋은 성적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8월 3일 기준으로 펀드 내 비중이 17%에 달하는 한화손해보험과 한화케미칼 주가는 올 들어 각각 20%, 10% 상승했다.
여기에 지수 반등이 예상될 때는 매수(롱)하고 지수가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 판단되면 매도(숏)해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내는 구조인 롱숏펀드도 선방했다. 시장 상황에 관계 없이 절대 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최근 변동성 장세의 투자 대안으로 꼽힌다. ‘미래에셋스마트롱숏70’ 펀드와 ‘하나UBS오토액티브’ 펀드가 2%대의 수익을 냈다.
국내 채권형 펀드의 3분기 평균 수익률은 0.8%를 기록했다. 국내 주식형·혼합형·채권형 펀드 가운데 3분기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연초 이후에는 2.3%다. 지난 8월 은행의 평균 예금금리(신규 취급액 기준)인 연 1.55%보다 높다. 국내외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 자산인 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데다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채권 가격이 올라 수익률이 좋았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9월 30일 연 1.568%로 역대 최저 수준을 보였다. 채권금리가 장기적으로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해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형 펀드 가입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해외 펀드도 일제히 부진했다. 20개 지역·국가별 해외 주식형 펀드의 3분기 평균 수익률이 -15.8%다. 2분기 평균 수익률(9.1%)과 대조된다. 해외 혼합형과 해외 채권형 펀드 평균 수익률은 각각 -5.1%, -1.4%다. 올 상반기까지 고공행진했던 중국 펀드는 중국 증시 폭락으로 수익률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2분기 중국 본토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50%에 달했지만 3분기에는 -23%로 급락했다. 3분기에는 그나마 인도 펀드(-3.1%)가 선전했고 이어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5.8%), 북미(-7.3%),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퍼시픽(-9.4%)이 그 뒤를 이었다. 나머지 지역·국가는 모두 마이너스 10% 이상의 손실을 냈다.
인도 펀드가 3분기에 선전한 이유는 지난해 선출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친(親)시장주의 정책 덕분이다. 모디 총리는 친기업과 외국인 투자 유치 정책 등을 추진하는 모디노믹스 정책을 펼치고 있다. 9월에는 리테일·항공·방송·전력 부문에 외국인 직접투자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개혁조치를 발표했다. 이번 개혁조치는 인도 증시 투자심리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도 뭄바이거래소의 센섹스지수(S&P BSE SENSEX)는 9월 한 달 동안 5% 올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인도의 올해 경제성장률(7.5%)이 중국의 경제성장률(6.8%)을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 3분기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것도 인도 펀드다. 인도 기업에 투자하는 ‘삼성인디아’는 3분기 동안 2.3%의 수익률을 냈다. 연초 이후부터 3분기까지는 7.8%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8월 3일 기준으로 이 펀드의 주요 투자 업종은 금융(투자 비중 39.3%), 정보기술(15.5%) 등이다.
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 수익률 상위 펀드에는 일본 펀드가 포함됐다. ‘삼성일본중소형FOCUS’ 펀드는 1%의 수익을 냈다. 엔화 약세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더불어 거시지표의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일본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중국 위안화 가치 평가절하 영향으로 주가가 2만선 아래로 떨어졌지만 최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과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다. 오는 10월 30일로 예정된 일본은행 통화정책 회의 때 추가 양적완화 발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국내에 설정된 일본 펀드에는 3분기에 3170억원의 돈이 유입됐다. 20개 지역·국가별 펀드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펀드를 하반기 유망 펀드로 꼽는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 펀드는 자국 통화 완화 정책 기대감에 이어 자동차 업종의 펀드 구성 비중이 큰 일본에겐 TPP 타결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도 최근 일본 주식을 담는 신규 펀드를 잇따라 내놨다. 지난 7월부터 ‘스팍스본재팬’ ‘JP모간일본’ ‘미래에셋다이와일본밸류중소형’ 등이 새롭게 출시됐다.
수익률은 부진하지만 글로벌과 유럽 펀드에도 돈이 유입됐다. 특히 유럽 펀드에는 3분기에 1031억원이 들어왔다. 전문가들은 독일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단기적으로 유럽 경기 개선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유럽 양적완화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이 크다고 본다. 여기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신흥국에 비해 통화 안정성이 높은 것도 유럽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브라질과 중남미 펀드는 3분기에도 투자자의 속을 썩였다. 브라질은 -28%, 중남미는 -24%의 손실을 기록했다. 브라질 경제가 여전히 고물가·저성장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브라질은 2010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7.5%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국제신용평가회사 S&P는 브라질의 GDP 증가율이 올해 -2.5%, 내년 -0.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브라질은 세계 2위 농산물 수출국이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요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헤알화 가치도 폭락했다. 헤알화 환율은 9월 중 사상 최고치인 달러당 4.2헤알로 상승했다. 대내적으로 경기 둔화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맞물린 가운데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이슈까지 겹쳐 헤알화는 올해 중에만 30% 이상 절하됐다.
연초 이후부터 9월 30일까지 브라질 펀드 수익률은 -34.6%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미래에셋차이나브라질’ 펀드(-21.5%), ‘KB브라질’ 펀드(-24%) 등 브라질 펀드의 수익률은 하위권이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투자에 보수적 관점을 유지할 것을 조언했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내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와 금리 인상이 시작된다면 브라질 경제 위험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테마 펀드 수익률도 좋을 리 없다. 41개 테마 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펀드는 국내 채권 ETF이다. 하지만 수익률은 0.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손실률 편차가 가장 적은 펀드는 공모주 펀드다. 131개 공모주 펀드는 3분기에 -0.5%의 손실에 그쳤다. 중국발 경기 침체 우려와 미국 금리 인상 이슈로 주식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공모주 투자는 비교적 높은 성과를 냈다.
선방했던 이유는 올 들어 금융당국이 기업상장(IPO)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 등에 나서면서 IPO 기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7월에는 IPO 시장의 대어로 꼽혔던 LIG넥스원·미래에셋생명·이노션 등이 상장했다. 3분기에 공모주 펀드에는 1조489억원이 몰렸고, 올 들어서는 2조3339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공모주 펀드 대부분은 채권혼합형으로 설정된다. 펀드 자산의 70%가량은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 30%를 공모주 등에 투자하는 구조다. 개별 공모주 펀드 가운데 ‘대신공모주30’ 펀드 수익률은 1.3%로 가장 높았다.
상반기 효자였던 헬스케어 펀드는 3분기에는 불효자가 됐다. 헬스케어 펀드는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 추세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공행진했다. 그러나 지난 8월 22일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제약사 폭리를 문제 삼으며 약가 인하를 언급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발언으로 헬스케어 관련 기업 주가는 급락했다. 글로벌 시장정보업체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 리서치(EPFR) 조사 결과 지난 8월 20~26일 한 주 동안 헬스케어·바이오주에서 전 세계 펀드자금 25억 달러(약 2조8700억원)가 빠져나갔다.
헬스케어 펀드 수익률도 덩달아 하락했다. 헬스케어 펀드 3분기 평균 수익률은 -10.5%로 떨어졌다. 17개 헬스케어 펀드는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2분기 44.2%의 수익률을 보였던 ‘미래에셋TIGER헬스케어ETF’ 펀드는 -14% 손실을 기록했다. 2분기 26%의 수익을 냈던 ‘동부바이오헬스케어’ 펀드도 -9%로 떨어졌다. 그러나 장기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여전히 투자가 유망한 종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실제 글로벌 자금 흐름과 달리 국내외 헬스케어펀드로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3분기 동안에 1529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원자재 펀드는 여전히 애물단지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원자재 시장의 회복이 쉽지 않은데다, 주요 원자재 수입국인 중국의 제조업 경기 부진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농산물·은·구리·에너지 등 원자재 펀드는 3분기에 최고 20%가 넘는 손실을 냈다.
천연자원펀드 3분기 수익률은 -22%에 달한다. 원자재 값은 대외적인 불안에 3개월 연속 하락했다. 구리, 알루미늄 등 주요 광물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선물 가격은 t당 4970달러로 2분기 말(t당 5765달러)에 비해 14%가량 하락했다. 지난 2009년 7월 이후 최저치다. 농산물 펀드 역시 3분기에 -10%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엘니뇨로 인한 이상 고온 현상이 전 세계를 덮치며 농산물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는 만큼 가격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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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8월 11일부터 사흘간 위안화 가치를 4.65% 평가절하했다. 중국의 위안화 절하 이후 코스닥은 6거래일간 11% 폭락했고, 코스피도 5개월 만에 2000선이 무너졌다.
증시 혼란의 진원지인 중국은 더욱 살벌했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지난 8월 11일 3927.91포인트에서 8월 26일 2927.29포인트로 급락했다. 중국 증시 폭락에 국내 시가총액 상위 수출주와 중국 수혜주로 꼽혔던 소비재 기업 등의 주가가 모두 하락했다. 3분기에 원·엔 환율이 10개월 만에 100엔당 1000원선을 돌파하며 수출 기업의 실적 기대감 같은 호재가 있었지만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중국 증시 폭락에 이어 미국의 9월 금리 인상설까지 나오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자금을 뺄 것으로 관측되면서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대외적인 불안감이 지속되면서 7월 1일 2097.89포인트였던 코스피 지수는 8월 24일 1929.81포인트로 떨어졌다.
수익률 상위 10개 중 8개가 ETF
ETF는 특정 지수나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뒤 이를 상장시켜 주식처럼 자유롭게 거래하도록 만든 상품이다. 가령 미래에셋TIGER자동차ETF는 자동차 업종에만 투자하는 펀드다. 이 때문에 ETF는 해당 업황이 좋을 경우 전체 증시 상황과 관계없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실제로 3분기에는 엔고와 원·달러 환율 상승 덕에 자동차 관련 주가가 오르면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었다. 3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70원으로 지난 2분기 평균치보다 10% 가까이 올랐다.
실적 상승 기대감에 현대자동차 주가는 지난 7월 17일 12만 3000원에서 9월 30일 16만4000원으로 33% 올랐다. 현대위아와 현대모비스도 같은 기간 동안 각각 40%, 24% 올랐다. 박인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자동차주는 원·달러 환율 상승에다 판매 부진을 겪었던 중국에서도 최악의 국면을 벗어난 덕에 반등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ETF를 뺀 일반 국내 주식형 펀드 중에는 가치주와 배당주 펀드를 제외하고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불확실한 장세에서 배당을 많이 주거나 기업 가치 대비 저평가된 종목을 골라 담았기 때문에 하락장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일반 국내 주식형 펀드 중에는 KT·KT&G·삼성생명 등과 같이 실적 변동성 작은 종목을 담아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미래에셋로우볼인덱스’ 펀드와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프랭클린중소형’ 펀드가 그나마 1% 안팎의 수익을 냈다.
혼합형·롱숏펀드도 선방
국내 혼합형 펀드 중에 한화그룹의 주식, 채권,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하는 ‘한화그룹배당형’ 펀드가 가장 높은 수익을 냈다. 3분기 수익률은 12.5%, 연초 이후부터 9월 30일까지는 24.9%에 달한다. 삼성이나 현대자동차그룹처럼 제조업에만 쏠린 다른 그룹들과 다르게 금융, 레저·서비스 등으로 실적이 분산되면서 좋은 성적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8월 3일 기준으로 펀드 내 비중이 17%에 달하는 한화손해보험과 한화케미칼 주가는 올 들어 각각 20%, 10% 상승했다.
여기에 지수 반등이 예상될 때는 매수(롱)하고 지수가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 판단되면 매도(숏)해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내는 구조인 롱숏펀드도 선방했다. 시장 상황에 관계 없이 절대 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최근 변동성 장세의 투자 대안으로 꼽힌다. ‘미래에셋스마트롱숏70’ 펀드와 ‘하나UBS오토액티브’ 펀드가 2%대의 수익을 냈다.
국내 채권형 펀드의 3분기 평균 수익률은 0.8%를 기록했다. 국내 주식형·혼합형·채권형 펀드 가운데 3분기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연초 이후에는 2.3%다. 지난 8월 은행의 평균 예금금리(신규 취급액 기준)인 연 1.55%보다 높다. 국내외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 자산인 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데다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채권 가격이 올라 수익률이 좋았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9월 30일 연 1.568%로 역대 최저 수준을 보였다. 채권금리가 장기적으로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해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형 펀드 가입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일본 펀드에 3170억원 몰려
인도 펀드가 3분기에 선전한 이유는 지난해 선출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친(親)시장주의 정책 덕분이다. 모디 총리는 친기업과 외국인 투자 유치 정책 등을 추진하는 모디노믹스 정책을 펼치고 있다. 9월에는 리테일·항공·방송·전력 부문에 외국인 직접투자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개혁조치를 발표했다. 이번 개혁조치는 인도 증시 투자심리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도 뭄바이거래소의 센섹스지수(S&P BSE SENSEX)는 9월 한 달 동안 5% 올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인도의 올해 경제성장률(7.5%)이 중국의 경제성장률(6.8%)을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 3분기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것도 인도 펀드다. 인도 기업에 투자하는 ‘삼성인디아’는 3분기 동안 2.3%의 수익률을 냈다. 연초 이후부터 3분기까지는 7.8%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8월 3일 기준으로 이 펀드의 주요 투자 업종은 금융(투자 비중 39.3%), 정보기술(15.5%) 등이다.
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 수익률 상위 펀드에는 일본 펀드가 포함됐다. ‘삼성일본중소형FOCUS’ 펀드는 1%의 수익을 냈다. 엔화 약세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더불어 거시지표의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일본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중국 위안화 가치 평가절하 영향으로 주가가 2만선 아래로 떨어졌지만 최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과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다. 오는 10월 30일로 예정된 일본은행 통화정책 회의 때 추가 양적완화 발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국내에 설정된 일본 펀드에는 3분기에 3170억원의 돈이 유입됐다. 20개 지역·국가별 펀드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이다.
브라질 펀드는 4분기에도 ‘글쎄’
수익률은 부진하지만 글로벌과 유럽 펀드에도 돈이 유입됐다. 특히 유럽 펀드에는 3분기에 1031억원이 들어왔다. 전문가들은 독일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단기적으로 유럽 경기 개선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유럽 양적완화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이 크다고 본다. 여기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신흥국에 비해 통화 안정성이 높은 것도 유럽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원자재·헬스케어 펀드 수익률 바닥권
브라질은 세계 2위 농산물 수출국이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요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헤알화 가치도 폭락했다. 헤알화 환율은 9월 중 사상 최고치인 달러당 4.2헤알로 상승했다. 대내적으로 경기 둔화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맞물린 가운데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이슈까지 겹쳐 헤알화는 올해 중에만 30% 이상 절하됐다.
연초 이후부터 9월 30일까지 브라질 펀드 수익률은 -34.6%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미래에셋차이나브라질’ 펀드(-21.5%), ‘KB브라질’ 펀드(-24%) 등 브라질 펀드의 수익률은 하위권이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투자에 보수적 관점을 유지할 것을 조언했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내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와 금리 인상이 시작된다면 브라질 경제 위험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테마 펀드 수익률도 좋을 리 없다. 41개 테마 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펀드는 국내 채권 ETF이다. 하지만 수익률은 0.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손실률 편차가 가장 적은 펀드는 공모주 펀드다. 131개 공모주 펀드는 3분기에 -0.5%의 손실에 그쳤다. 중국발 경기 침체 우려와 미국 금리 인상 이슈로 주식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공모주 투자는 비교적 높은 성과를 냈다.
선방했던 이유는 올 들어 금융당국이 기업상장(IPO)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 등에 나서면서 IPO 기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7월에는 IPO 시장의 대어로 꼽혔던 LIG넥스원·미래에셋생명·이노션 등이 상장했다. 3분기에 공모주 펀드에는 1조489억원이 몰렸고, 올 들어서는 2조3339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공모주 펀드 대부분은 채권혼합형으로 설정된다. 펀드 자산의 70%가량은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 30%를 공모주 등에 투자하는 구조다. 개별 공모주 펀드 가운데 ‘대신공모주30’ 펀드 수익률은 1.3%로 가장 높았다.
상반기 효자였던 헬스케어 펀드는 3분기에는 불효자가 됐다. 헬스케어 펀드는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 추세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공행진했다. 그러나 지난 8월 22일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제약사 폭리를 문제 삼으며 약가 인하를 언급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발언으로 헬스케어 관련 기업 주가는 급락했다. 글로벌 시장정보업체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 리서치(EPFR) 조사 결과 지난 8월 20~26일 한 주 동안 헬스케어·바이오주에서 전 세계 펀드자금 25억 달러(약 2조8700억원)가 빠져나갔다.
헬스케어 펀드 수익률도 덩달아 하락했다. 헬스케어 펀드 3분기 평균 수익률은 -10.5%로 떨어졌다. 17개 헬스케어 펀드는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2분기 44.2%의 수익률을 보였던 ‘미래에셋TIGER헬스케어ETF’ 펀드는 -14% 손실을 기록했다. 2분기 26%의 수익을 냈던 ‘동부바이오헬스케어’ 펀드도 -9%로 떨어졌다. 그러나 장기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여전히 투자가 유망한 종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실제 글로벌 자금 흐름과 달리 국내외 헬스케어펀드로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3분기 동안에 1529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원자재 펀드는 여전히 애물단지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원자재 시장의 회복이 쉽지 않은데다, 주요 원자재 수입국인 중국의 제조업 경기 부진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농산물·은·구리·에너지 등 원자재 펀드는 3분기에 최고 20%가 넘는 손실을 냈다.
천연자원펀드 3분기 수익률은 -22%에 달한다. 원자재 값은 대외적인 불안에 3개월 연속 하락했다. 구리, 알루미늄 등 주요 광물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선물 가격은 t당 4970달러로 2분기 말(t당 5765달러)에 비해 14%가량 하락했다. 지난 2009년 7월 이후 최저치다. 농산물 펀드 역시 3분기에 -10%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엘니뇨로 인한 이상 고온 현상이 전 세계를 덮치며 농산물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는 만큼 가격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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