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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에서 뉴스 1초 만에 열린다’

‘휴대전화에서 뉴스 1초 만에 열린다’

정보기술 전문지 ‘와이어드’는 특집기사를 ‘애플 뉴스’에 먼저 독점 게재하는 실험을 했다. 방송사가 영화의 독점 방영기간을 두고 경쟁하는 TV 업계를 모방한 전략이다.
모바일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온라인 독자가 갈수록 늘어난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3대 IT 기업이 모바일에서 언론매체 뉴스를 빨리 읽을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들은 웹페이지에서 본질적인 요소를 제외한 나머지를 걷어냄으로써 로드 시간을 단축하고 디자인을 깔끔하게 정리하면 독자의 공유와 관심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구글 ‘AMP’
독자가 모바일로 구글을 경유해 접근하면 구글 시스템을 이용하는 제휴 언론사의 페이지가 약 1초 만에 열린다(왼쪽). 페이스북은 ‘즉시 기사’ 기능을 도입해 뉴욕타임스, BBC 뉴스, 슈피겔 등 미국·영국·독일에 본사를 둔 9개 언론매체와 함께 실험을 실시했다.
구글은 지난 10월 7일 스마트폰으로 뉴스 보기를 훨씬 더 빠르게 만드는 ‘가속 모바일 페이지(AMP)’라는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최근 알파벳으로 이름을 바꾼 구글은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WP)·버즈피드(소셜 뉴스 미디어) 등 전 세계 38개 언론매체와 손잡았다. 웹 기사 페이지가 휴대전화에 즉시 깔리도록 하는 모바일 버전을 개발한다. AMP 시스템 용이 아닌 광고와 기타 콘텐트 코드는 그 뒤에 로드된다. 구글은 이 프로젝트를 더 보편적이고 즉시 접근 가능한 ‘콘텐트 서재’의 구축이라고 홍보했다.

구글 뉴스·소셜제품 팀장 리처드 깅그라스는 “지금의 웹은 사용자의 체험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며 “페이지 열리는 속도가 느리다”고 말했다. “광고는 웹 상의 많은 기업에 젖줄이지만 종종 사용자를 짜증 나게 한다. AMP가 이런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포함한 모바일 단말기 이용 시간이 하루 2시간 54분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PC나 노트북 이용시간 2시간 14분보다 40분이나 많다.

모바일 문서의 이상적인 열람 속도는? “즉시”라고 깅그라스 팀장은 답한다. 구글은 웹사이트를 AMP 파일이라는 저장된 웹 페이지로 표시하는 방법을 이용할 계획이다. 독자가 모바일로 구글을 경유해 접근하면 구글 시스템을 이용하는 제휴 언론사의 페이지가 약 1초 만에 열린다.

트위터도 구글과 제휴해 그들의 모바일 앱에 같은 기능을 적용했다. 트위터에서 구글을 웹브라우저로 선택하면 제휴 언론사들의 페이지가 같은 시스템을 통해 즉시 로드된다.

이 프로젝트는 페이스북의 ‘즉시 기사(Instant Articles)’와 마찬가지로 소비자가 느끼는 웹 브라우징 속도를 개선하려는 취지다.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는 얼마 전 ‘즉시 기사’를 소개하면서 한 페이지를 펼칠 때 평균 8초나 걸리는 데 따르는 구독률 감소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의 프로젝트는 오픈 소스(원천기술 공개) 방식이다. 제휴사들이 하나의 표준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그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규모가 크든 작든 어떤 언론매체든 콘텐트를 공표할 수 있다”고 깅그라스 팀장이 덧붙였다. “오픈 소스는 AMP 프로젝트의 중요한 요소다.”

이런 점에서 구글 시스템은 페이스북의 ‘즉시 기사’와 다르다. 지난 5월 첫선을 보인 페이스북 시스템에선 발행자가 별도의 콘텐트 관리 시스템을 이용해 페이스북에 콘텐트를 올린다. 반면 구글의 시스템은 단순히 추가 HTML 코드다.

페이스북은 시스템 출범 당시 9개 매체와 제휴한 데 이어 약 30개사가 동참하면서 배포 면에서 다른 전략을 택했다. 예컨대 WP는 모든 기사를 페이스북에 올리기로 했다. 그러나 WP는 구글 프로젝트의 출범 파트너이기도 하다. 활자 제품이나 언론매체의 PC 홈페이지보다 모바일과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뉴스 콘텐트를 구독하는 소비자가 늘어난다. 그에 따라 미디어 업체들이 독자를 잡아 두기 위해 이처럼 제각각의 생태계를 받아들이고 있다.

페이스북 시스템과 애플의 뉴스 앱은 앱 기능에 바탕을 둔 반면 구글 제품은 브라우징 기능 향상이 목적이라고 WP의 코리 헤이크 신흥뉴스제품 팀장이 강조했다. “프로젝트의 성격이 다르다. 구글의 AMP는 모바일 웹 표준이다. “구글에 올려진 기사가 페이스북에 공유됐을 때는 잘 열리지 않는다 해도 기본 포맷은 AMP”라고 헤이크 팀장이 말했다. “이번이야말로 웹에서의 문제를 해결할 기회다. 독자가 어디에 있든 그들을 찾아가고자 한다.”

언론매체들은 모바일 중심 제품의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계속 변화해가고 있다. WP 독자의 60%가 모바일을 이용한다고 헤이크 팀장이 말했다. WP는 자체 콘텐트 전용의 모바일 앱을 여럿 개발했다. 컴스코어의 데이터를 보면 미국 내 모바일 이용자 중 약 75%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그리고 퓨리서치에 따르면 페이스북과 트위터 이용자의 60% 이상이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뉴스를 읽는다.

현재로선 AMP 프로젝트에서 구글 몫으로 돌아가는 광고매출은 없다. 페이스북 ‘즉시 기사’의 제휴 매체는 그들이 직접 광고를 판매할 때는 매출의 100%, 페이스북에 광고판매를 맡길 경우엔 70%를 가져간다.

AMP를 사용하는 사이트의 경우 페이지의 고유 콘텐트(텍스트·비디오·트윗 등)가 먼저 깔린 다음에 광고 그리고 페이스북처럼 아직 파트너가 아닌 사이트의 내장 코드가 뒤따른다. 따라서 웹페이지의 로드 시간은 이들 추가적인 요소들에 좌우된다.

“광고가 사실상 콘텐트의 자금줄이다. 이 모델에선 광고가 잘 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구글의 데이비드 베스브리스 검색 공학 담당 부사장이 말했다.
 페이스북 ‘즉시 기사
페이스북이 지난 10월 20일 iOS(애플 아이폰 운영체제)용 페이스북 앱에 ‘즉시 기사’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5개월 전 출시된 ‘즉시 기사’는 뉴스피드(최근 소식)에서 기사를 신속히 읽을 수 있게 한다. 안드로이드용 서비스는 올 후반 선보인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이용자를 위한 맛보기로 베타 버전도 내놓았다.

페이스북은 기사 빨리 보기 기능을 앱에 추가하는 외에도 그 기능을 통해 기사를 공급할 언론매체들도 발표했다. WP, 데일리메일, 타임, 허핑턴 포스트 등 여러 매체가 ‘즉시 기사’와 배급 계약을 했다. ‘즉시 기사’는 뉴욕타임스, BBC 뉴스, 슈피겔 등 미국·영국·독일에 본사를 둔 9개 언론매체와 함께 실험해 왔다.

거창하게 등장한 ‘즉시 기사’는 기대와 두려움을 불러일으킨 뒤 지난 5개월 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페이스북은 아이폰 모바일 이용자 중 약 5%를 대상으로 기능을 시범 운용해 왔다고 한다.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공유되는 표준 모바일 링크에서 ‘즉시 기사’의 로드 속도가 10배 빨라졌다고 한다. ‘즉시 기사’는 상단 오른쪽 구석에 작은 번개 로고로 표시된다.

페이스북은 ‘애플 뉴스’, 구글 ‘AMP’와 마찬가지로 기사 주변에 광고와 추적 코드를 줄줄이 달지 않고 제휴 언론매체의 공개 콘텐트를 표시하는 작업을 추진해 왔다. 이들 3대 IT 업계 거물은 웹페이지에서 본질적인 요소를 제외한 나머지를 걷어냄으로써 로드 시간을 단축하고 디자인을 깔끔하게 정리하면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페이스북은 ‘즉시 기사’가 자신들의 네트워크에서 언론매체 사이트로의 ‘외부연결 트래픽(referral traffic)’을 차단하는 데 대한 보상으로 언론매체에 몇 가지를 양보했다. ‘즉시 기사’에서 언론매체가 직접 광고를 판매해 그 매출의 100%를 가져가거나 페이스북이 광고판매를 맡고 30%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방식이다.

언론계에선 ‘즉시 기사’에 경계심을 나타냈다. 대다수 언론매체가 이미 페이스북에 트래픽을 의존하는데 새 기능으로 별도의 매출은 거의 또는 전혀 없이 의존만 더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애플 뉴스’ 앱
지난 9월 중순 정보기술 전문지 ‘와이어드’가 장문의 기사를 발표했다. 하지만 애플 생태계 밖의 독자들은 며칠 더 지난 뒤에나 읽을 수 있었다. 잡지출판 그룹 콘데나스트가 발행하는 와이어드는 ‘빅 딜(Big Deal)’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애플 뉴스’에 며칠 먼저 실린다고 9월 18일 발표했다. ‘애플 뉴스’는 애플이 최근 선보인 뉴스 플랫폼이다. 뉴욕 ‘투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토대를 이루는 건축을 심층 취재한 그 특집기사는 같은 날 오후 3시에 ‘애플 뉴스’에 올랐지만 와이어드 웹사이트에는 22일 공개됐다.

4일의 간격은 그리 커 보이지 않지만 언론출판 업계가 비공개의 유료 디지털 플랫폼에 갈수록 의존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목할 만한 전략이다. ‘애플 뉴스’ 앱은 애플 아이폰 운영체제 iOS 9 업데이트의 일환이다. 언론매체가 페이스북에 직접 기사를 발표할 수 있는 ‘즉시 기사’의 대항마로 내놓은 서비스다. 모바일 메신저 스냅챗도 비슷한 기능 ‘스냅챗 디스커버’를 제공한다.

뉴스 콘텐트를 둘러싼 IT 기업들의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와이어드’ 사례처럼 독점 공개기간을 추가하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같은 전략에 힘입어 언젠가 HBO와 쇼타임 같은 네트워크가 영화의 독점 방영기간을 두고 경쟁하는 TV 업계처럼 되지 말란 법도 없다.

독점 게재기간(exclusive window)은 ‘와이어드’ 내에서 구상한 일종의 실험이었다. ‘와이어드’는 애플 뉴스용 맞춤 기사 개발을 위해 개발자·디자이너·편집자로 전담 팀을 구성했다. ‘빅 딜’의 활자판은 9월 29일에야 이른바 ‘디자인 특집호’라는 이름으로 가판대에 깔렸다. 애플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져 더 그럴듯하게 보였다.

“새 플랫폼이 등장할 때는 언제나 포맷·타이밍·공개방식을 두고 이곳저곳 만지작거리며 실험한다”고 ‘와이어드’의 스콧 대디치 편집장은 말했다. “사람들이 단말기를 업데이트할 때 새로운 기사를 제공할 좋은 기회라고 판단했다.”

애플은 이미 ‘애플 뉴스’를 위해 다수의 매체를 끌어들였다. 콘데나스트는 GQ, 틴 보그, 배니티 페어 등 산하 6종의 잡지를 그 서비스에서 선보이기 시작했다. IT 뉴스 사이트 ‘리/코드’의 발표에 따르면 출판매체의 광고 매출은 100% 그들이 가져가고 애플의 광고 매출은 출판매체와 배분한다.

독점 게재기간과 관련해 애플과 추가적인 금전 계약은 없다고 대디치 편집장은 말했다. ‘와이어드’는 또한 광고주들을 유치해 애플 뉴스 콘텐트에서 수익을 올릴 계획이라며 포드 자동차와 첫 광고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와이어드’는 1994년 10월 핫와이어드라는 사이트를 출범했다. 콘텐트를 온라인에 올린 최초의 잡지 중 하나였다. 또한 2010년 아이패드용 디지털판을 선보인 최초의 활자 매체다.

- KERRY FLYNN, SEUNG LEE, CHRISTOPHER ZARA 기자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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