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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도 발암물질인데 뭐!

공기도 발암물질인데 뭐!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0월 말 베이컨과 소시지 같은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공식 분류하자 육류업계가 즉시 반발했다. 북미육류협회의 부대표 벳시 부렌은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수백 가지 물질의 암 위험도를 평가했지만 “그중 단 한 가지만 암을 유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했다며 개탄했다. IARC가 툭하면 발암물질로 지정하길 좋아한다는 불만의 표시였다.

베이컨 소식이 전해지자 일반 가정과 온라인에선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암을 유발한다”는 푸념이 들렸다. 하지만 어쩌면 그게 오히려 사람들이 반길 만한 경고일지 모른다.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 해방감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시는 공기도 발암물질일지 모르는데(야외 공기오염도 1군 발암물질이다) 무슨 걱정이냐는 식이다.

IARC가 985가지 물질을 평가한 뒤 발암물질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은 카프로락탐(화학섬유 혼성폴리아마이드를 합성하는 원료)뿐이었다. 504가지에 관해선 확실한 증거가 없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나머지 481가지는 세 가지로 분류했다. 1군은 인간에게 암을 유발할 것이 확실한 그룹이다. 잘 알려진 석면, 비소 등과 함께 베이컨과 소시지가 여기에 속한다. 2A군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큰 그룹이다. 적색육이 여기에 든다. 2B군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그룹이다.

그렇다면 어차피 거의 전부가 발암물질인데 다 잊고 인생을 즐기는 게 낫지 않을까? 괜찮은 생각일지 모르지만 명심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우선 IARC의 평가 대상에 들었다는 것은 상당한 증거가 있다는 뜻이다. 또 같은 그룹에 속한다고 전부 같다는 얘기는 아니다. 1군 발암물질이라는 것은 암 위험이 확실한 물질을 가리킬 뿐이다. 실제로는 위험 수준에서 담배와 석면이 소시지 패티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IARC의 다음 발표 때 신음소리가 다시 들릴 듯하다. 1991년 2B군으로 지정된 커피가 내년에 다시 평가 대상에 올랐다.

- ZOE SCHLANGER NEWSWEE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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