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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4세대 신형 스포티지 시승기

기아차 4세대 신형 스포티지 시승기

스포티지의 변신이 화제다. R2.0 디젤 엔진을 탑재해 역동성을 높였고, 신기술을 대거 적용해 동급 최고 수준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확보했다.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색다른 것을 원하는 젊은층의 인기를 얻으며 판매가 수직상승하고 있다.
스포티지의 변신이 화제다. 디자인은 근육질로 바뀌었고, 힘은 더 강해졌다. 차체는 커졌지만 연비는 오히려 효율적으로 개선됐다.
‘ 스포티지가 원래 이리 힘이 좋았나?’ 평택음성간고속도로 경사로에서 시속 170㎞로 달리며 든 생각이다. 평지에서 탄력을 받은 차량은 조금의 머뭇거림 없이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을 치고 내달렸다. 속도계를 확인하곤 깜짝 놀랄 정도로 주행성능이 탁월했다. 디젤차 특유의 ‘그르렁’ 거리는 소음도 크게 줄었다. 주말을 이용해 사흘 동안 400㎞ 남짓 달린 소감은 ‘폴크스바겐의 티구안 부럽지 않은 주행 성능에 동급 최강의 편의시설을 갖춘, 욕심나는 SUV 차량’이었다.

기아차가 2010년 3세대 이후 5년 만에 풀 체인지한 스포티지 4세대 모델을 선보였다. 스포티지는 1993년 도심형 SUV인 1세대 모델 출시 후 글로벌 시장에서 370만 대 이상 판매된 모델이다. 기아차는 ‘가장 SUV다운 동시에 최고의 디자인과 성능을 가진 차세대 SUV’를 콘셉트로 개발에 착수해 44개월 동안 총 3900억원을 투입했다. 도심형 SUV에 초점을 맞춘 기존 3세대 스포티지R과 비교해 도심형과 아웃도어를 모두 아우르는 SUV를 내놓았다는 평가다.
 튀는 디자인으로 도로 위 시선 집중
신형 스포티지는 디자인부터 주행 성능까지 그야말로 ‘환골탈태’했다. 우선 주행 성능과 승차감에서 변화를 가장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시승한 모델은 디젤차 배기가스 규제인 유로6를 만족하는 고효율 터보차저 R2.0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 186마력, 최대토크 41.0㎏·m로 최고출력은 이전 모델보다 2마력 높아졌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자마자 직선코스에서 속도를 높여보았다. 중저속 영역에서 반응은 다소 느렸지만 치고 나가는 힘은 동급 SUV 중에서 단연 손에 꼽을 만하다. 6단 변속기는 별다른 변속 쇼크 없이 부드럽게 이어졌다. 디젤 특유의 강력한 토크 성능은 목표한 선행 차량을 가볍게 제치는 즐거움을 주었다. 자동 스톱&고 기능은 정차와 출발 시 빠르게 반응했다. 특히 스티어링휠은 만족도가 높았다. 덩치는 커졌지만 힘들이지 않고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승차감은 부드럽다. 다만 코너링과 차선을 급하게 변경할 때에는 다소 휘청거리면서 키 큰 SUV의 약점이 드러났다.

놀라운 것은 정숙성이다. 바람소리를 잘 차단했고, 울퉁불퉁한 노면에서 발생하는 소음도 적었다. 일체형 대시패드를 적용해 엔진 투과음을 개선하고 흡차음재를 보강해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기아차가 디젤 차량에 적용하고 있는 소음진동(N. V.H) 대책 설계가 그 성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인연비는 14.4㎞/ℓ로 기존 13.8㎞/ℓ보다 좋아졌다. 일반 강판보다 10% 이상 가벼우면서도 강도는 2배 이상 높은 초고장력 강판을 기존 18%에서 51%로 확대 적용한 덕분이다. 실제 서울 시내와 고속도로를 병행해 달린 결과 공인연비보다 조금 높게 나타났다.

사실 신형 스포티지가 처음 나올 당시만 해도 파격적인 디자인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자동차 후드 위에 전조등을 설치했고, 앞면 라디에이터 그릴이 이전 모델과 달리 매우 강렬해 소비자의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는 우려였다. 하지만 실제로 접해보니 낯설음보다는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사흘 내내 도로 위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신형 스포티지 디자인의 특징은 ‘볼륨감’으로 압축된다.

우선 헤드램프의 변화가 가장 크게 다가온다. 유선형 후드와 그 위에 상향 배치된 헤드램프, 그 덕분에 두터워진 하체는 역동성이 느껴진다. 파격적인 전면 디자인을 놓고 포르셰 마칸을 베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측면부와 후면부 디자인은 세계적인 디자인상을 휩쓴 스포티지의 정통성이 잘 살아있다. 그동안 지적되어 왔던 후면부의 왜소함도 극복하면서 전체적으로 근육이 붙은 느낌이다.

실내 공간은 여유롭다. 휠베이스를 30㎜ 늘리고, 시트포지션을 이전보다 낮췄기 때문이다. 2열 무릎 공간 역시 7㎜ 넓어졌다. 뒷좌석 등받이를 34도까지 조절할 수 있어 뒷좌석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트렁크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인테리어는 기아차 특유의 단정함이 유지됐다. 첨단사양 때문에 버튼이 꽤 많이 늘었지만 3열로 가지런히 정돈됐다. 대시보드는 플라스틱 소재인데 가죽처럼 보이기 위해 스티치 모양을 만들어 놓았다. 시트 속 소재도 두 개에서 세 개로 늘려, 닿는 부위의 푹신함을 달리해 앉았을 때 편안함을 최대화했다.
 독일 SUV 부진 틈에 점유율 확대
안전장치와 편의장치 또한 첨단이다. 동급 SUV 최초로 충돌 속도에 따라 압력을 두 단계로 조절하고 동승석 승객의 탑승유무를 감지하는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전 트림에 기본으로 장착했고, 전방 차량을 감지해 상향등을 자동 제어해 최적의 주행환경을 제공하는 하이빔어시스트를 적용했다. 휴대폰 무선충전 시스템은 물론이고, 트렁크 옆에 3초 동안 서 있으면 도어가 자동으로 열리는 옵션도 준비했다. 수입차 브랜드에서 봤던 시스템이다.

기아차는 10월 국내외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16.1% 증가한 26만8954 대를 팔았다. 신형 스포티지는 7586대 출고됐고 10월 말 기준 판매 예약 대수도 8000대를 돌파했다. 반면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의 여파로 폴크스바겐의 10월 국내 신규 등록 실적은 전월에 비해 3 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9월 판매 1위를 차지했던 SUV 티구안 2.0 TDI 블루오션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와 폴크스바겐 발(發)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 여파가 신형 스포티지에겐 호재가 되고 있다.

-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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