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박공유의 숨은 매력

과거에 퇴직은 곧 은퇴를 의미했다. 하지만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지금은 다르다. 은퇴 후 30년 가까이,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여생(餘生)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긴 세월이다. 당연히 은퇴 후의 삶에 대한 불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때문에 많은 사람이 ‘반퇴’를 준비한다. 퇴직 후 직업 교육을 받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이 예전보다 못한 일자리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다. 당연히 예전 수준의 일자리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60대 이후 시니어들의 월 평균 임금은 전체 평균에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소일거리 수준의 일자리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반퇴를 준비하는 사람 중 다수가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집 한 채는 마련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아껴서 돈을 모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중 다수는 자녀들이 결혼 및 취업 등으로 집을 떠나 남는 방이 있는 집을 소유하고 있다. 가끔씩 찾아오는 자녀와 손주를 생각하면, 선뜻 집을 팔고 작은 집으로 이사하기도 애매하다.
은퇴 이후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 어렵다면, 그리고 남는 방이 있는 집을 소유하고 있다면 숙박공유를 통해서 공유경제에 참여해보는 것도 반퇴생활을 즐기는 한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정부가 부산·제주·강원 등을 규제 프리존으로 지정하고 연간 120일에 한해 내외국인 대상의 공유형 민박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해당 지역이 아니라면 도시민박업에 의거해 외국인 대상의 민박업을 신청할 수 있다.
물론 숙박공유로도 예전 직장에서 만큼 돈을 벌긴 어렵다. 하지만 숙박공유의 진정한 매력은 다른 곳에 있다. 전 세계의 젊은 여행자들과 교류하는, 젊은 인생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집에 묵은 손님에게 따뜻한 한끼 밥을 먹이면서 대화를 나누는 즐거움도 새롭고, 우리 지역을 찾은 관광객에게 동네 맛집과 명소를 알려주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한다.
낯선 사람을 자기 집으로 들이는 것이 불안하다는 사람도 있다. 외국인 관광객과 대화할 자신이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예로부터 지나가는 과객조차 후히 대접하던 동방예의지국이 아니었던가. 손님이 머무는 사랑방은 집안에서 가장 활기차고 웃음이 넘쳐나는 공간이었다. 외국인 관광객이라고 당황할 것도 없다. 한국인의 정을 듬뿍 담는다면 익숙하지 않은 영어와 바디 랭귀지로 하는 의사소통 자체도 여행의 한 재미가 될 수 있다.
조만간 노년층의 일자리 문제는 청년실업만큼 심각해질 것이라고 한다. 고령화사회가 진행될수록 은퇴 이후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화두가 될 것이다. 반퇴시대에서 중요한 것은 경제적 안정뿐만이 아니다.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고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즐거운 삶을 사는 것 역시 무척이나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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