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명의 샐러리맨 코칭스쿨] 뒷담화는 자신의 그림자다
[김종명의 샐러리맨 코칭스쿨] 뒷담화는 자신의 그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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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심한 경우를 제외하면, 가벼운 뒷담화는 직장인의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다. 동료나 후배에 대한 불평불만을 면전에서는 차마 못하더라도, 그 사람이 없는 자리에서는 속 시원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 상대방이 맞장구를 쳐주면 더욱 신이 난다. 상사에 대한 뒷담화는 더 짜릿하다. 술자리에서 상사의 뒷담화가 빠진다면 무슨 맛으로 술을 마시랴. 뒷담화가 있기에 직장인들은 우울증에 걸리지도 않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뒷담화는 필요악?
그런데 이 뒷담화라는 게 묘한 구석이 있다. 신나게 뒷담화를 하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혹시 이 말이 그 사람에게 전해지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이 살짝 생기기도 하고, 혹시 상대방이 나를 불평불만을 일삼는 사람으로 오해할까 염려되기도 한다. 왜 이런 감정이 생기는 걸까? 이는 뒷담화가 지닌 네 가지 속성 때문이다.
첫째, 뒷담화는 자신의 그림자다. 심리학에 따르면 우리는 자신이 가진 여러 가지 모습 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모습만 자기의 정체성으로 인정하고, 자신이 싫어하는 모습은 자기가 아니라고 부정한다. 이렇게 부정된 자기의 모습을 일컬어 ‘그림자’라고 부른다. 우리는 이 그림자를 자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다가 다른 사람의 모습에서 ‘스스로 부정된 자기의 모습, 즉 자신의 그림자’가 발견되면, 그걸 포착하고 비난하게 되는데, 이를 일컬어 ‘투사’한다고 한다. 뒷담화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여러 모습 중에서 자기가 싫어하는, 자신의 부정된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서 발견했을 때, 이걸 붙잡고 시비하는 것이 바로 뒷담화다. 뒷담화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상대방에게서 보이는 허물은 곧 자신의 허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뒷담화는 오직 자신이 싫어하는 모습의 ‘투사’일 뿐이다. 그러므로 뒷담화는 ‘자신의 그림자’를 붙잡고 시비를 거는 것과 같다.
둘째, 뒷담화는 자신의 무의식에 저장된다. 신경언어프로그래밍 이론에 따르면, 우리들의 말은 그냥 없어지지 않는다. 무의식에 씨앗으로 저장되어 더욱 강화된다. 이를 일컬어 불교에서는 ‘현행훈종자(現行熏種子)’라고 한다. 현재 자신이 하는 말(현행, 現行)은 모두 씨앗(종자, 種子)이 되어 무의식에 저장된다는 것이다. 뒷담화는 그냥 없어지는 게 아니라, 무의식에 저장되어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을 더욱 강화시킨다.
셋째, 뒷담화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을 각인시킨다. 상대방은 나의 말을 통해 나를 기억한다. 내가 하는 말은 곧 나의 이미지가 된다. 상대방에게 화를 많이 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화를 잘 내는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뒷담화를 많이 했는가? 당신은 뒷담화를 많이 하는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여태까지 내가 상대방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를 생각해보면 된다. 대부분의 직장이 상하좌우 동료들끼리 서로 상대방을 평가하는 360도 평가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때 자신이 그동안 해왔던 말은 평가에 그대로 직결된다. ‘남의 험담을 많이 하는 사람’ ‘부정적인 사람’ ‘불평불만을 일삼는 사람’…. 이런 평가는 모두 그동안 내가 만들어온 이미지의 결과다. 공식석상에서 이런 이미지를 만들었겠는가? 이런 이미지는 주로 뒷담화를 통해 만들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같이 웃고 즐겼던 뒷담화가 자신의 승진과 연봉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뒷담화가 자신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뒷담화는 반드시 당사자에게 전해져
뒷담화는 이런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고, 자신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걸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뒷담화를 멈추지 못하는 걸까? 이건 요행을 바라는 심리에 다름 아니다. 내가 하는 뒷담화는 당사자에게 절대로 전해지지 않을 것으로 믿는 것이다. 이건 사행심리와 같다. 뒷담화는 반드시 당사자에게 전해지게 되어 있다. 다만,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두 번째로는 자신이 하는 뒷담화는 건전한 것으로 생각한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것과 같은 심리다. 자신이 하는 말은 뒷담화가 아니라, 사실이고 진실일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꼭 알아야 할 개선의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명심하자. 당사자가 직접 받아야 할 피드백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게 바로 뒷담화다. 그럼에도 뒷담화를 하지 않고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룬드벡코리아에 근무하고 있는 정신과 의사인 이혜원 상무는 말한다. “뒷담화를 하고 싶은가? 혀를 깨물어라! 혀를 깨물고 참아라!” 그렇다. 하고 싶은 말을 참는 것이 바로 인격수양이다.
김종명 -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다. 기업과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리더십과 코칭, 소통 등에 대해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보성어패럴 CEO, 한국리더십센터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리더 절대로 바쁘지 마라] [절대 설득하지 마라] [코칭방정식]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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