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넘어 문화와 품질을 추구하는 길, 밀가루 ‘麵’ 길 ‘道’
서서 일하며 집중력 높이고, 직원 복지 공간 마련해
면사랑, ‘함께 성장하는 생명체’로 인식하는 경영철학
‘CEO의 방’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CEO가 머무는 공간을 글과 사진으로 보여주는 콘텐츠입니다. 언제나 최적을, 최선을 선택해야 하는 CEO들에게 집무실은 업무를 보는 곳을 넘어 다양한 영감을 얻고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창의적인 공간입니다. 기업을 이끄는 리더의 비전과 전략이 탄생하는 공간, ‘CEO의 방’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 성공의 꿈을 키워나가시길 바랍니다. [편집자 주]
정세장 면사랑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면(麵)을 만드는 일은 단순한 제조가 아니다. 원료의 선택에서 반죽의 배합, 면의 숙성과 삶는 과정까지, 모든 단계가 조화를 이뤄야 한 그릇의 완성이 이뤄진다. 면사랑을 이끌어 온 정세장 대표에게도 이는 다르지 않다. 좋은 면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작은 면 공장에서 시작해 종합 면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그는 자신의 길, ‘면도’(麵道)를 걸어왔다. 그의 집무실 곳곳에서도 그 철학과 노력이 담긴 흔적이 배어 있다.
정세장 면사랑 대표는 허리가 아파 컴퓨터는 서서 이용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정 대표의 집무실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키다리 책상’이다. 그는 책상에 앉아 있지 않고 서서 업무를 본다. 오랜 시간 몸을 움직이며 일해 온 그의 삶과 연결된 선택이다. 책상은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형태로, 업무의 집중도를 높이는 역할도 한다. 정 대표는 “50세를 넘어서면서 허리가 안 좋아지기 시작했고, 오랜 시간 앉아 있는 것이 더 힘들어졌다”며 “앉아 있으면 가끔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가 있는데, 서서 일하면 짧고 강하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세장 면사랑 대표는 연세대 학생 시절 사용하던 민중서관 발행한 엣센스영한사전을 보관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집무실 한편에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책장과 너덜너덜한 영어 사전이 자리 잡고 있다. 정 대표는 이 사전과 함께 40년 넘게 살아왔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끼고 살던 사전인데, 지금은 인터넷 사전을 이용하지만 버릴 수는 없다”며 아련한 미소를 지었다. 사전 외에도 경영서, 비즈니스 관련 서적들이 빼곡히 꽂혀 있다. 그렇게 그는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쌓으며 사업을 성장시켜 왔다.
면사랑 건물 준공식 때 사용한 기념테이프와 가위. 왼쪽 사진은 가족사진. [사진 신인섭 기자]
그의 집무실에는 또 하나의 독특한 물건이 있다. 바로 준공식 때 사용된 기념테이프와 가위다. 2006년과 2017년, 면사랑의 중요한 순간을 상징하는 이 물건들은 공장과 기업이 성장해 온 발자취를 보여준다.
정 대표는 면사랑의 첫 종합공장을 2006년에 세우면서 그는 처음으로 외부에 공장을 공개했다. 그는 “처음에는 작은 면 공장으로 시작했지만, 생면과 냉면, 소스를 개발하며 점점 확장해 나갔다”며 “당시 중국집 주방장과 함께 숯불에 춘장을 볶으며 소스 사업도 시작했다”며 회상했다.
2017년에는 사무동과 복지동을 신축하며 직원들이 더욱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정 대표는 “공장은 여러 번 지었지만, 직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한 것은 처음이었다”며 당시의 감회를 전했다. 그에게 면사랑은 단순한 기업이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 성장해 온 하나의 생명체와도 같은 존재인 셈이다.
정세장 면사랑 대표에게 전해진 후원 감사편지와 성탄카드. [사진 신인섭 기자]
정세장 대표는_연세대에서 신문방송학 학사, 노스웨스턴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친 후 삼성전자 해외본부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을 쌓았다. 이후 1993년 충청북도 진천군 이월면에 면사랑을 창립하고 건면 국수 생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면(麵) 사업에 뛰어들었다. 다양한 면, 소스, 고명을 개발·생산하며 기업 간 거래(B2B) 식재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최근에는 가정용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해 세계의 면 요리를 한국 소비자들에게 소개하는 한편, ‘K-푸드’와 ‘K-누들’을 전 세계에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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